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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행동경제학 - 숫자로 움직이는 부동산, 심리로 해석하다
최황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8월
평점 :

1.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부동산은 언제나 사람들의 화제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로 나온다. 내 집 마련은 인생 최대의 과제이고 투자는 삶의 안정과 직결되며 거주 환경은 행복의 질을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불안하게 따라붙고 내리면 공포에 휩싸인다.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숫자와 데이터로만 설명할 수 없었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으로 풀어낸 내고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 인간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신문에서 본 기사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하나의 큰 퍼즐처럼 맞춰진다. 상승기에 몰려드는 군중 심리 하락기 공포로 인한 손실 회피 그리고 이번만 다르다는 자기 합리화까지. 결국 부동산 가격의 등락은 경제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집단적 심리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2. 행동경제학이 밝히는 부동산 심리
행동경제학은 전통 경제학이 간과했던 인간의 비 합리성을 파헤치고 사람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감정, 편향, 습관에 의해 쉽게 흔들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 때는 더 오를 것이라는 확증 편향에 사로잡히고 내릴 때는 끝없이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 편향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실제 가치와는 상관없이 매수와 매도가 과열되어 사람을 들뜨게 한다.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앵커링 효과에 관한 설명이다. 사람들은 처음 들은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아 이후 판단을 내리는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효과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어떤 아파트가 한때 10억 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면 가격이 7억 원으로 내려와도 싸다고 느끼지 못하고 반대로 13억 원으로 오르면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결국 객관적 가치보다 심리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때로는 왜곡한다.
집을 살 때 비슷한 심리에 흔들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지난달보다 비싸졌네 더 늦으면 기회가 사라질지도 몰라 두려움이 결정을 앞당겼다. 책은 그런 개인적 경험을 이론과 사례로 정리해 주며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깨닫게 한다. 행동경제학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선택을 설명해 주는 강력한 도구임을 체감하게 만든다.

3. 부동산 투자와 인간 욕망의 교차점
책은 단순히 인간의 비 합리성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동산 투자라는 행위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안정, 지위, 자존심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의사 결정에는 경제 논리보다 사회적 비교와 심리적 만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주변에서 한 지인이 아파트를 구입할 때 그는 단순히 집의 구조나 입지가 아니라 동일 연령대 친구들이 어떤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 가장 먼저 살펴봤다. 합리적이라기보다 비교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행동이 흔한 일이라고 말한다. 집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나의 위치를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기에 사람들은 합리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책은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남을 따라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우리는 집단 속에서 비교를 멈추지 못하고 결국 같은 함정에 빠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투자에서 승자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심리적 함정을 의식적으로 벗어나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4. 시장의 흐름을 읽는 힘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단순히 심리를 지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구체적인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있어 거시 경제 지표와 함께 반드시 인간 행동의 패턴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금리가 인상되면 사람들은 미래를 비관하며 거래를 줄이고 이로 인해 가격이 더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정책적 규제가 풀리면 수요자들이 몰리며 과열이 반복된다. 결국 숫자의 변화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이 시장의 파도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와 닿는 부분은 시장의 사이클을 해석하는 대목이다. 상승기, 과열기, 하락기, 침체기 등 각 시기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을 행동경제학적 개념으로 풀어내니 시장이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보였다. 독자로서 느낀 가장 큰 배움은 단기적 가격 변동에 흔들리기보다 큰 흐름을 읽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태도라는 메시지가 뼈 깊이 전해졌다.

5. 부동산을 넘어 삶을 읽는 책
단순히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얻은 것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행동경제학은 부동산 투자 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내리는 모든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 인간관계, 진로 결정까지도 결국 감정과 편향 속에서 이뤄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우리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그렇기에 더욱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처럼 인생에서 큰 결정을 요 하는 영역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 메시지는 단순히 투자 지침이 아니라 삶을 더 단단하게 세우는 조언으로 다가온다.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단순히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책이 아니며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이 책은 누구나 유용하다. 돈과 집을 둘러싼 선택을 넘어 인생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된다. 서평을 마치며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부동산을 빌려 인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며 동시에 인간을 통해 부동산을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책이다. 감사합니다.(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