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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일딩 선언 - 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
김산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리와일딩 선언
1. 인간이 잃어버린 야생 그 복원의 시작
한때 인간은 자연의 일부였다. 강의 흐름과 함께 숨 쉬고 숲의 리듬에 맞춰 살아갔다. 하지만 어느새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도시를 세우고, 강을 막고, 바다를 채웠다. 그렇게 문명은 발전했지만, 우리의 내면은 점점 메말라 갔다. 리와일딩 선언은 바로 그 잃어버린 야생의 감각을 되찾기 위한 철학적 외침이다.
단순히 환경 운동을 말하는 책이 아니며 인간의 본질, 문명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잊고 지낸 생명의 균형에 대한 성찰이다. 자연을 복원하는 일이 단순한 생태적 행위가 아니라 인간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즉, 리와일딩은 나무나 동물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되살리는 일이다.
현재 지구를 지배하는 문명이 얼마나 왜곡된 통제의 시스템으로 가득 차 있는지 지적한다. 우리는 자연을 관리하고 조절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명의 자율성과 아름다움을 말살한다. 인간이 만든 완벽한 질서 속에서 오히려 생명은 병들어간다. 리와일딩은 그 질서를 깨고 다시 혼돈과 생명의 리듬으로 돌아가자는 선언이다. 우리가 당연히 옳다고 믿어온 문명의 가치가 실은 자연의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이고 그 부작용은 이제 인간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기후 위기, 생태 붕괴, 정신적 피로감. 리와일딩 선언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자연의 소멸에 있다고 말한다.

2. 리와일딩,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
리와일딩이라는 개념은 생태학에서 출발하고 인간이 파괴한 생태계를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스스로 복원하게 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리와일딩은 훨씬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자연의 회복을 넘어 인간의 내면까지 야생으로 되돌리는 혁명적 사상이다.
리와일딩을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한다. 첫째, 물리적 리와일딩. 인간이 간섭을 멈추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리와일딩. 경쟁과 성장 중심의 문명 시스템을 내려놓고, 협력과 공존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셋째, 심리적 리와일딩. 인간 내면의 본능, 감정, 직관 같은 야생적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을 지배하려는 마음은 인간의 내면이 이미 통제와 효율의 논리에 물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불확실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은 본래 혼돈 속에서 진화하고 예측 불가능한 흐름 속에서 성장한다. 그 불완전함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과 다시 연결된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인간의 도시가 콘크리트의 감옥이라는 표현이었으며 편리함과 효율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 구조는 인간의 감각을 마비 시키고 자연과의 관계를 단절 시켰다. 리와일딩 선언은 그 단절을 회복하기 위한 철학적 처방이다. 더 이상 자연을 자원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무겁게 다가온다.

3.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용기
리와일딩 선언은 독자에게 단순한 감동을 주는 책이 아니며 오히려 읽는 내내 좀 불편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문명화된 인간의 사고방식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측하고,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생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모든 통제는 결국 파괴로 이어지니 말이다.
실제 리와일딩 프로젝트의 사례를 통해 그 철학이 단순한 이론이 아님을 보여주고 영국의 넵 리와일딩 프로젝트에서는 방목된 소와 말이 생태계를 되살렸고 멸종 위기의 종들이 다시 돌아왔다. 인간이 개입을 멈추자 오히려 자연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 장면은 충격이고 인간이 떠난 자리에서 생명은 되살아났다. 우리가 도움을 주려 애썼던 모든 방식이 사실은 방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단순히 자연 보호를 외치는 환경서가 아니며 인간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철학서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자연을 통제하려 하는가. 편리함이 정말 행복을 주는가. 속도와 경쟁이 정말 진보인가. 리와일딩 선언은 이 질문에 대해 용기 있는 답을 제시한다. 통제 대신 신뢰, 지배 대신 공존 인공 대신 자율. 그것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남는 길이다.
문득 일상의 작은 풍경들이 달리 보인다. 창밖의 나무, 구름의 흐름, 새소리 하나에도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고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오며 세상의 리듬이 아닌 내 일정표의 리듬에 맞춰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이 좀 부끄럽게 느껴진다.

4. 리와일딩은 인간 자신을 위한 선언이다
리와일딩 선언의 핵심은 자연을 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며 인간 자신을 구하자는 선언이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 살아갈 수 없다. 숲이 사라지면 공기가 사라지고 땅이 죽으면 음식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자연이 사라질 때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도 함께 죽어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감정의 야생성을 잃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논리와 데이터로 판단하고, 감정은 비효율적인 요소로 치부한다. 하지만 진짜 인간다움은 이성보다 감정에서 비롯된다. 사랑, 두려움, 슬픔, 분노 같은 원초적 감정이야말로 인간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근원이다. 리와일딩은 이 감정의 회복을 촉구한다. 더 울고, 더 웃고, 더 느껴야 한다. 자연과 마주할 때 느껴지는 그 순수한 감정은 인공지능이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다.
우리가 자연과 다시 연결될 때 인간의 감정은 다시 살아난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다. 현대인의 정신적 고립, 번아웃, 우울증 같은 문제들은 결국 자연으로부터의 단절에서 비롯된다. 도심의 회색빛 풍경 속에서는 감정이 숨 쉬지 못하고 리와일딩은 단지 생태의 복원이 아니라 정신의 회복이자 영혼의 치유다.

5. 인간의 미래는 야생에 있다
문명은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를 병들게 했고 우리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자유를 잃었고 속도를 얻는 대신 평화를 잃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발전이 아니라 되돌아가는 용기다. 진짜 혁명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며 인간이 자연과 맺었던 원초적 관계 그 속에 진정한 행복과 지속 가능성이 존재한다. 리와일딩은 과거로 돌아가는 퇴행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진화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자. 더 많은 나무를 보고 더 자주 흙을 밟자.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며, 치유자다. 인간이 자연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을 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리와일딩이 시작된다. 리와일딩 선언은 단순히 환경운동가나 생태학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은 얼마나 자연과 연결되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내면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우리에게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자고 외친다. 그것은 문명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문명 속에서도 야생의 감각을 잃지 말자는 선언이다.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 리와일딩은 결국 인간의 복원이다. 자연을 되살리는 일은 곧 인간의 마음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길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아주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플라스틱 컵 대신 머그컵을 쓰고 주말마다 숲을 찾아 걷는 일 그렇게 조금씩 우리의 삶을 야생의 리듬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세상은 점점 더 인공적으로 변해가지만 인간의 본질은 여전히 자연을 향해 있다. 리와일딩 선언은 그 본질을 일깨우는 강렬한 메세지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문명의 진보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언제나 숲 속에, 바람 속에 우리 안에 있다.
마무를 하면,
리와일딩 선언은 단순한 생태 복원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더 많은 것을 통제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생명의 흐름을 신뢰하며 살 것인가. 답은 이미 명확하다. 인간의 미래는 야생에 있다. 그리고 그 야생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있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