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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 동네 의사 30년의 결론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박현아 옮김 / 지상사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 운동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책은 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고 하며, 어떻게 증명을 하는지 궁금하여 책을 펴 본다. 걷기는 온몸 운동으로 저녁에 강변을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가족들과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일종의 국민 체조가 있듯이 국민 걷기인 것이다. 오늘도 건강을 위해 강물과 주위 불빛을 보면서 걷기 운동을 해 본다.
요즘 건강에 관해 이슈 되면서 99881234 숫자가 유행하고 있으며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일이삼일 아프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으로 아프지 않고 길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입을 모은다. 100세까지 살아도 침대에서 30년을 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시간이 날 때마다 걸어야 한다. 걷기가 가장 쉬운 운동이지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인도를 걸을 때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야 하고 달려오는 자전거를 부딪히지 않게 빨리 피해야 다치지 않는다. 맨홀 뚜껑이 올라와 있으면 뛰어넘어야 할 때도 있다. 걷기는 우리 몸에서 여러 곳을 움직여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며 뇌에서도 많은 일을 하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치매가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약을 먹는데 몸에 해롭다고 나오며, 의사는 심해지는 것을 늦춰 준다고 하는데, 뭐가 맞는지 혼선이 온다. 약을 먹게 되면 화를 내고 보행 장애, 파킨슨병, 식욕 부진으로 체중 감소, 심장에 영향을 줘서 부정맥을 유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들어와 치매의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뇌의 당뇨병이라고 하며 밥을 먹고 소화가 다 되면 다시 뇌는 밥을 달라고 외치는 것이다.

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이 단순한 문장은 사실 우리 사회의 속도와 경쟁을 향한 집착을 정면으로 비웃는다. 우리는 늘 더 빨리, 더 많이, 더 멀리 가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발걸음을 늦추는 것이야말로 인간 다운 삶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책은 걷기라는 가장 원초적이고도소박한 행위를 통해 우리가 잊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삶의 감각을 되살리며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걷기를 철학적 사유의 장으로 끌어올린다.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머릿속은 정리되고, 몸은 리듬을 찾으며, 세상은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자동차나 지하철로 스쳐 지나갈 때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걸을 때 눈에 들어온다. 걷기는 일종의 사색의 도구이며 동시에 자기를 회복하는 의식이다. 삶이 복잡할 때면 한 번씩 산책을 하거나 걸어본 경험이 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돌아올 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생각이 정리된 것을 느끼곤 했다. 책은 그 경험을 언어로 풀어내며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얼마나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도시의 길, 시골의 오솔길, 낯선 여행지의 거리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걷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걷기가 단순히 장소 이동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임을 보여준다. 사람을 만나고 풍경을 보고 생각을 확장하는 모든 과정이 걷기 속에서 일어난다.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 만큼은 목적도 성과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자신과의 대화가 존재할 뿐이다. 걷는 동안 느낀 해방 감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되찾는 경험이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도시의 길에는 사람들의 욕망과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고 오래된 골목은 기억을 품고 있다. 걷는다는 것은 곧 그 기억을 더듬는 일이다. 걷기를 통해 사회의 불평등, 환경 문제, 공동체의 단절 같은 주제에도 시선을 확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걷기 예찬이 아니라 걷기를 매개로 한 사회적 성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저자가 바라본 풍경 속에는 기쁨과 환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슬픔과 분노도 스며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이 걷는 행위 안에서 녹아들며 독자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마무리하면서 남은 감정은 묘한 따뜻함이었다. 걷기의 속도는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때로는 멈추고 걷는 것이야말로 지혜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걷기를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철학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 책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가장 현명한 사람이 걷는 사람일 것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일깨워 주는 고마운 안내자인 셈이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