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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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10년 쓴 에어컨에 가스를 2번 주입하면서 얼마나 더운지를 새삼 실감하며 지구의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란 인간은 정말 얌체 같은 생명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삶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남의 일이라 여기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갑자기 피부에 와닿은 현실에 이리저리 뉴스와 인터넷 자료를 살펴보다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오르면 발생하는 지구의 변화와 대멸종까지 남은 온도는 겨우 6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등에 괜히 소름이 끼쳤다. 그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재활용하는 등에 아주아주 작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렇게 가지게 된 환경에 대한 작은 관심이 이 책과 나를 만나게 한 게 아닐까?

분해의 철학은 저자가 어느 곳에서든 부패와 발효를 생각하고 분해를 바라본다는 시점이 재미있었다. 집 앞을 청소하는 아저씨에서도, 교육학자인 프뢰벨의 나무 블록에서도 그리고 체코의 노벨상 수상자인 차페크의 미래 소설에서도, 분해자인 소똥구리와 수리하는 과정에서도 분해를 보는 그의 시선이 기발하고 읽는 내내 '아하~'라고 작은 신음을 내며 읽게 만든 책이었다.

나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그래서 프뢰벨과 그의 은물이라는 교구, 아이들이 나무 블록을 쌓고 놀이하는 과정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나무 블록을 쌓고, 허물고, 또 쌓고 허무는 그 과정을 순환이라고 생각하거나 분해라는 요소가 있다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떤 곳에서든 자연의 순환 과정과 분해라는 현상이 자리매김해 있었다는 생각에 순간 뜨악~했다.

그리고 차페크가 제시한 완전히 새로운 인류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책은 또 다른 책을 불러온다 하지 않았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생겼는데 바로 차페크의 R.U.R 이었다.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간은 흙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편리한 삶을 위해 더 많은 플라스틱을 생활하는데 이용하며 그로 인해 환경을 파괴시키면서 말이다. 저자는 자연분해되지 않는 모든 것들은 생태계를 망가뜨린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만 해도 일회용품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최근 들어 업사이클링 환경 교육을 의식하며 조금씩이라도 더 참여하려고 한다. 잊고 지내고 있다가도 교육을 받고 나면 다만 며칠씩이라도 조금씩 생활 습관을 고쳐나가려고 하는 내 모습이 보였기에...... 갑작스럽게 사람이 확~ 변하진 못하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변하단 보면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썩고 부패한다는 것에 대해 떠올리면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이 먼저인 것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분해자까지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잘 분해되고 부패하거나, 새로운 생명을 얻어 재생되거나 해야 하는데 그냥 쓰레기로 폐기되어 쌓여가기만 하면 아무것도 썩지 않는 세계가 될 것이고 이것은 가장 위험한 세계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순환과 공존,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찾아보며 세상을 바라볼 때 조금은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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