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심장)에 있는 것인가? 눈에 있다고 하면 마치 물이 웅덩이에 고여 있는 듯한 것인가? 마음에 있다면 마치 피가 맥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인가?

눈에 있지 않다면,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다른 신체 부위와는 무관하게 오직 눈만이 주관하니 눈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있지 않다면, 마음이 움직임 없이 눈 그 자체로 눈물이 나오는 일은 없으니 마음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오줌이 방광으로부터 그 곳으로 나오는 것처럼 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저것은 다 같은 물의 유로써 아래로 흐른다는 성질을 잃지 않고 있으되,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마음은 아래에 있고 눈은 위에 있는데 어찌 물인데도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이치가 있단 말인가!

-눈물이란 무엇인가 51쪽-

조선 시대 후기에 살았던 심 노숭이라는 한 문인의 글입니다. 평생을 궁핍과 고난 속에서 살면서도 섬세한 마음의 결을 잃지 않고 살았던,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많이 남긴 한 남자의 글입니다.

달팽이님의 <부생육기> 리뷰를 보다가, 아무리 찾아도 내가 그렇게 아끼던 문고판 <부생육기>는 찾을 수 없고, 읽으면서 비슷한 감동을 느꼈던 이 책을 찾아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능엄경을 몰랐던 상태로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능엄경의 어느 한 소절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에 나온 해석부분을 보니, 이 글을 쓸 당시 아내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능엄경>을 열심히 공부했다는 대목이 나오네요.

우연히 따라간 오솔길로도, 많은 책과 사람들의 인연이 엮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가을인가 보군요. 이런 종류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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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9-08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오랜만이예요^^
저는 참...잘 울어요. 어려서 별명이 "울보"였는데, 커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혜덕화 2006-09-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물이 많기는 마찬가지랍니다. 수선님, 잘 지내시죠?
열심히 글 쓰기 공부하시는 것 같던데, 글쓰기 공부를 계기로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참 나를 찾기 바랍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