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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일기
지허 스님 지음 / 여시아문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선방일기가 새 옷을 입고 나오는 광고를 보았다.
몇 해 전에 사서 읽고 모셔두었던 책을 어제밤부터 다시 읽었다.
상원사에서 동안거를 보낸 지허 스님의 일기, 말 그대로 동안거 결재일부터 해제일까지의 일기가 담담하게 엮어져있다.
이 책의 발행인은 헌 책방에서 우연히 이 글을 만나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좋은 글도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인연이 있어서 그 발행인을 만난 것일테고, 그로 인해 나도 선객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일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는 감자서리라든가, 대중 공양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건성건성 읽고 넘어갔다. 한자어도 많고 사자성어도 많아서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한 의도를 많이 놓쳤다.
오늘 새벽 일찍, 어제 저녁 읽다가 만 나머지를 다 읽고는 책을 가슴에 꼭 안았다.
지허 스님이 이 생에 이루고자 하신 것을 이루셨기를 마음으로 빌었다.
이 리뷰의 제목으로 쓰인 글은 '선객의 고독'이라는 어느 날의 일기에 쓰인 니체의 독백이다.
'나의 입이 노래하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을' 설악산의 토굴로 홀로 정진을 떠나신 스님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현재의 나는 숙명의 객체이지만 운명의 주체임을 붙잡고 잔혹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계시다던 스님. 혹시 다른 책이 있나 검색해보니 저자 약력에 돌아가셨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젊은 스님들을 보면, 어떤 인연으로 발심하게 되었을까 예전엔 참 궁금했는데 이젠 오로지 그들의 발심의 계기가 무엇이었든간에 구도자로서 생을 걸게된 그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기만을 바라게 된다.
내 인생의 50권의 책 속에 오늘 한 권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