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엔 잠이 오지 않아서 누워서 호흡을 관하려고 했다.
그런데 호흡을 세 번까지 세기도 전에 다른 생각이 들어온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구나, 다시 마음을 돌려 호흡을 해도 또 세 번을 못 넘기고 다른 생각.
'큰 애가 왜 아직 안오지?'
'비오면 어쩌지? 베란다 문을 닫고 잘까' 등등 소소한 생각들이 호흡을 밀치고 들어왔다.
내가 참 산만한 사람이구나, 호흡을 세번까지 세는 것도 못하다니 하는 생각을 하다 거실에 나와 뒤척이다 잠들었다.
<선심 초심>의 좋은 구절을 옮겨 놓는다.
그대들이 '나'라고 부르는 것은 숨이 들락날락 할 때 앞뒤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여닫이 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문은 그저 열렸다 닫혔다할 뿐입니다. 마음이 숨의 움직임을 따라다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순수하고 고요하다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도 없고, 세상도 없고, 마음도 몸도 없습니다. p 36
좌선에 들어가면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관념이 사라집니다. "우리는 이 방에서 여섯 시 십오 분 전에 좌선을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여섯 시 십오 분 전'이라는 시간관념과 '이 방'이라는 공간관념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되지요. 하지만 그대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우주의 활동을 알아차리고 있는 것뿐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p 37
'오늘 오후'라든가 '한 시' 또는 '두 시' 같은 시각은 없습니다. 만약 한 시에 점심을 먹는다고 칩시다. 그러면 점심을 먹는 자체가 한 시입니다. 여러분은 한 시에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있는 장소와 한 시라는 그 시간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삶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시간과 공간은 하나입니다. p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