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처음 책을 사고는 스님이 너무 젊어보이고 자기 출가 전의 이야기, 스님 생활하면서 여자 친구 사귄 이야기를 하는지라 읽으면서  당황했다. 마음이 교만했는지 젊은 스님이 알면 얼마나?’ 싶어 가벼이 생각했다. 솔직하고 담백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는 정도.

이번에 스즈키 선사의 선심 초심을  읽다가, 이 책도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일본은 승려의 결혼을 인정하고 이 스님의 아버지도 스님이었다고 한다. 스님의 솔직한 일상 이야기, 소비 생활 등 그냥 평범한 청년의 에세이 같기도 하다.

우리가 보통 1초 동안 집중하고 있다해도 그 중 0.8초는 다른 일을 생각한다. 다만 너무 짧은 시간 일어나는 일이라서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집중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p.163)’

자극이 입력되면 뇌가 제멋대로 정보처리를 하고 반응하는 과정이 자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관찰도 예전에 그저 눈으로 읽었다면 이번엔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었다.

쉽게 읽었던 것이 결코 손쉬운 수행으로 보거나 알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고, 난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스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자기 농도를 엷게 하라.

요즘 유식을 들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기 도취, 자기 사랑, 자기 아만, 자기 견해에 휘둘리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자기 농도라는 말이 새삼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비판의 뿌리는 자만이라는 말씀에 공감하며 내 말의 뿌리가 무엇인지 잘 봐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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