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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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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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문득 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기분,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고 책의 마침표에서 상상한다. 나의 서사는 맥락없이 떠오르다 사그라지고 또 이야기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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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 글을 읽는 건…… 모르겠어. 그 세계들이 만나는 일 같다고 느껴졌어. 어떤 질문을 받은 것 같았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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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마을, 글을 쓰려는 소녀들이 있다. 근사한 탈출이라는 목표로 그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고 일어난다. 마을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백일장에 출전하기로 한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글을 쓴다. 허구의 글임에도 자신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그들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주인공으로 이어받기도 하고 여성 보편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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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뒤집힌 그 이야기 속에서 글을 쓰는 건 내가 아니라 그녀다. 어딘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소녀. 엄마. 친구. 할머니.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 나는 그들을 통해 살아 있다.(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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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되리라는 생각에 잘못된 독법 덕분에 다시 읽기도 했다. 각자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콜라주형식의 소설이면서도 다 읽고나서는 하나의 이야기를 투영한다. 작가의 시도에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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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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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악플특기는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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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대화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환기하게 했다. 이 책의 청소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대화>도 있는데 읽은 아이들은 저에게 혹은 엄마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중요성에도 실천은 어렵기만 하다. 청소년기에 타인의 시선과 판단으로 인한 '말'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신이 세상에서 환대받고 있는지, 아니면 거부되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대화의 힘을 위해서 거친 현실상황의 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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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은 언어폭력과 혐오표현이 노출된 청소년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5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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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네 ‘말’이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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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설정은 어찌보면 실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혐오로 노는 청소년들의 세계는 잔인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의 종식을 위한 폭력이 없듯이 혐오의 종식을 위한 혐오는 없음에도 더욱 강렬하고 치명적인 혐오가 주목받는다. 또한 SNS기반의 의사소통은 이러한 혐오와 언어폭력이 만연하는데 무감하게 한다. 문제로는 인식하지만 어떤 대응을 하기에는 머뭇거려질 정도로 모두가 쉽게 이런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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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 조영주
해환은 친구들에게 이유없이 따돌림을 당하던 경험담을 소재로 한 소설로 동주삼촌의 도움으로 문학상을 받는다.  천재 작가로 불리던 중, 소설 속 악역이자 왕따 가해자인 희선을 만나고 그녀의 왕따피해자로 겪는 일들을 듣는다. ..... 소설의 설정만으로도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재미를 넘어서 왕따를 한 사람과 당한 사람의 사연의 괴리를 확인하게 하고 아울러 글을쓰며 아픔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마음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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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정해연
사건에 대한 추리와 속도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재혁은 우등생으로 외고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혁의 인스타그램에 악플이 달리고, 그때부터 재혁은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이 소설은 추리기법과 반전으로 읽는 재미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남겨진 상황이 안타까워 여운이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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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외에도 
말을 먹는 귀신(정명섭)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김이환)
햄릿이 사라진 세상(차무진)
등 언어폭력과 혐오표현이라는 소재로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소설적 설정으로 재구성하여 재미를 준다.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지금의 대화와 언어표현에 대해서 반성과 여운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이기에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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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사면 누가 해설을 썼는지를 꼭 확인한 이유는 바로 고 황현산 평론가님 때문이었다. 예전에 시를 다 읽고 해설을 통해 부족한 이해를 채워야했었으나 황현산 평론가님의 해설을 만나고 나서는 일단 뒤부터 뒤적였다. 그 시작은 '완전소중 시코쿠'였다. 나는 해설을 통해 이해나 감상이 아닌 지점에서 시를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감정이었다고 해야할까. 소중한 마음. 귀한 마음. 나는 결국에는 불가능하겠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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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시에 관해서 특히 한국 현대시에 관해서 논문도, 비평도 아닌 글, 양쪽 모두이면서 어느쪽도 아닌 글, 내가 읽은 시들이 저절로 말하는 것 같은 그래서, 말이 말을 이어가는 것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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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현산 선생님의 글을 좋아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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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선생님에게 프랑스 시의 독자로서  누구나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까다롭고 난해한 프랑스 현대시의 가장 탁월한 주해자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시론수업을 통해 말라르메와 초현실주의의 시들을 만났을 때 의 속수무책을 기억한다. 다행히 황현산 선생님의 해설은 부족한 이해를 이끌 뿐만아니라 이 시를 어떻게 읽고 또한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현실주의선언의 서문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내가 초현실주의에 대해 아는 전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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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그 가운데서도 시 번역의 특수성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공시적으로뿐만 아니라 통시적으로도 다의성을 지닌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다는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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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속에 마법으로 묶여 있는 저 순수언어를 자기 언어를 통해 풀어내고 작품 속에 갇혀있는 저 순수언어를 작품의 재창조를 통해 해방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번역가의 과제"  자주 인용하는 벤야민의 말이라고 책에 실려있다. 시를 번역하는  고민과 의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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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과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육사, 김수영, 김종삼, 백석의 시의 해설이 있다. 그동안 박제된 교과서적 해설을 넘어서 감상자로서의 주체를 만날 수 있었다. 이토록 빛나는 시들을 감상할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신 느낌이다.
또한 누구나 아는 정현종의 섬 이나 전국민의 애송시 미라보다리의 해설과 번역 또한 깊이 읽게 되었다. 접하지 못했던 전봉건과 최하림의 시
그리고 박서원 시인이 대한 글도 마음을 울렸다.마지막으로 젊은 평론가들을 위한 조언도 실려있다. 분위기에 연재하신 글들을 엮은 것이지만 평소 선생님이 연재하신 현대시에 대한 주관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위하여, 위한 잡다한 조언.에 대해서 생각한다.
위하다, 라는 말의 무게는 얼마나 진실한가. 글로 뵈었을 뿐이지만 위함의 진정성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분이다. 내가 시집을 사면 해설을 뒤적이고 평론가의 이름을 반가워했던 이유는 아마도 '위함'에 있지 않을까. 시의 해설은 시를, 시인을 그리고 시를 읽는 독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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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서포터즈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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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 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
매슈 배틀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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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먼저 이 책의 흔적은 일기장이나 노트의 끄적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흔적은 통시적인 접근으로 기록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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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피지에서 스마트폰의 스크린까지, 글씨기는 어떻게 우리의 정신과 함께 진화했는가? 이 책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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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책은 굉장히 많지만 글쓰기의 방법론에 대한 책이 많았다. 책의 표지에 '쐐기문자에서 컴퓨터 거기까지, 글쓰기의 진화'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이 책의 천장을 넘기기를 바란다. 이 책은 기록하는 인간의 역사를 한권을 압축하어 보여준다. 어쩌면 기록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나의 글쓰기와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사소하고 미약한 나의 기록이 역사의 맥락에서 위치시키는 상상을 하게 되고 또한 글쓰기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한편으로 역사 앞에서 기록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어려운 지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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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역사를 기원부터 찾아가고 있지만 역사적 맥락에만 서술하는 책은 아니다. 쓰기의 권력이나 본질에 대한 접근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인터넷 기반의 글쓰기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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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페이스북이 핵심을 찌른 건지도 모른다. 우리의 자아를 글로 쓰는 것에 대해선 책보다 담벼락이 더 적합한 은유일 테니까. 전자 텍스트를 책이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추는 대신 우리는 벽과 로켓과 인방을 찾는다. 디지털 세계에서 이는 블로그와 피드(feed), 모바일 디바이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터치스크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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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기록과 글쓰기를 경계했다. <파이드로스>에서 그는 문자를 배운 사람들이 기억에 무관심해지고 영혼 속에 망각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철학이 플라톤의 기록을 남김으로써 역사에 남아 전달될 수 있었다. 흔적을 남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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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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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10분의 문학 - 가장 빠른 공부법! 단 10분에 수능문학이 완성되는 기적!
문학캐스터 레몬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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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10분문학

학교시험이나 수능에서 만나는 문학은 나의 독서취향으로 만나는 독서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의무감으로 읽어야했단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은 출제포인트에 머물러있어야했기 때문이다. 감상 역시 이해 수준의 오지선다형의 경우만을 염두했다. 자유로운 상상이나 인물에 감정이입되는 것은 그다지 요구사항이 아니었다. 게다가 문제를 위해 발췌된 지문은 작품 전체의 감동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것이 우선이겠으나 시험도 잘보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면 레몬의 10분 문학을 추천한다. 

아는 작품은 넘어갈까 생각했지만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명료한 해설과 이해를 돕는 삽화와 아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디테일까지 확실히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여타의 해설서보다 학생 즉 감상자의 입장에서 설명한다는 점이 미덕이다. 이야기를 알고 싶지만 방대한 고전 혹은 장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문학을 사랑하기 때문에 요약이나 해설은 감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고등학생들에게 우선한 것은 문학에 대한 관심이다. 그렇다면 시각적 자극이 많고, 시간의 효율을 중시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볼만 하다. 유튜브에서의 영상을 비롯해 충실한 설명과 한눈에 보기 좋은 그림해설은 많은 고등학생들,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사랑받을 만하다. 이제 선택은 그들의 일이된다. 고전과 현대소설을 읽고 감상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이 책은 그들이 책장을 넘기기를 고민하는 지점까지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레몬의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와 상세한 설명 그리고 삽화를 보면 수험공부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명료한 문학 입문서로 느껴진다.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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