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사면 누가 해설을 썼는지를 꼭 확인한 이유는 바로 고 황현산 평론가님 때문이었다. 예전에 시를 다 읽고 해설을 통해 부족한 이해를 채워야했었으나 황현산 평론가님의 해설을 만나고 나서는 일단 뒤부터 뒤적였다. 그 시작은 '완전소중 시코쿠'였다. 나는 해설을 통해 이해나 감상이 아닌 지점에서 시를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감정이었다고 해야할까. 소중한 마음. 귀한 마음. 나는 결국에는 불가능하겠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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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시에 관해서 특히 한국 현대시에 관해서 논문도, 비평도 아닌 글, 양쪽 모두이면서 어느쪽도 아닌 글, 내가 읽은 시들이 저절로 말하는 것 같은 그래서, 말이 말을 이어가는 것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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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현산 선생님의 글을 좋아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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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선생님에게 프랑스 시의 독자로서  누구나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까다롭고 난해한 프랑스 현대시의 가장 탁월한 주해자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시론수업을 통해 말라르메와 초현실주의의 시들을 만났을 때 의 속수무책을 기억한다. 다행히 황현산 선생님의 해설은 부족한 이해를 이끌 뿐만아니라 이 시를 어떻게 읽고 또한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현실주의선언의 서문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 내가 초현실주의에 대해 아는 전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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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그 가운데서도 시 번역의 특수성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공시적으로뿐만 아니라 통시적으로도 다의성을 지닌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다는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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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속에 마법으로 묶여 있는 저 순수언어를 자기 언어를 통해 풀어내고 작품 속에 갇혀있는 저 순수언어를 작품의 재창조를 통해 해방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번역가의 과제"  자주 인용하는 벤야민의 말이라고 책에 실려있다. 시를 번역하는  고민과 의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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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교과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육사, 김수영, 김종삼, 백석의 시의 해설이 있다. 그동안 박제된 교과서적 해설을 넘어서 감상자로서의 주체를 만날 수 있었다. 이토록 빛나는 시들을 감상할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신 느낌이다.
또한 누구나 아는 정현종의 섬 이나 전국민의 애송시 미라보다리의 해설과 번역 또한 깊이 읽게 되었다. 접하지 못했던 전봉건과 최하림의 시
그리고 박서원 시인이 대한 글도 마음을 울렸다.마지막으로 젊은 평론가들을 위한 조언도 실려있다. 분위기에 연재하신 글들을 엮은 것이지만 평소 선생님이 연재하신 현대시에 대한 주관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위하여, 위한 잡다한 조언.에 대해서 생각한다.
위하다, 라는 말의 무게는 얼마나 진실한가. 글로 뵈었을 뿐이지만 위함의 진정성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분이다. 내가 시집을 사면 해설을 뒤적이고 평론가의 이름을 반가워했던 이유는 아마도 '위함'에 있지 않을까. 시의 해설은 시를, 시인을 그리고 시를 읽는 독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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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서포터즈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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