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곁에 두는 마음 - 오늘 하루 빈틈을 채우는 시인의 세심한 기록
박성우 지음, 임진아 그림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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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곁에두는마음
박성우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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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시인의 시든, 에세이든,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이든 그의 책을 읽으면 시인과 가까워지는 마음이 든다. 투명한 마음의 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문장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살아온 삶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의 첫시집부터 소중한 마음으로 읽었구나 이십년전 전이다. 시인이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시를 통해 시인을 짐작하는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시를,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번져오는 빛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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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위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나는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씩 일상을 찾아갔다. 돌이켜보고 말 것도 없이 순간순간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한 마음들, 마음은 마음으로 머물지 않고 따뜻한 손길이 되고 힘찬 걸음이 되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는 것을 새삼 알아갔다. 부디 그대들도 마음 곁에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은 더 반짝이는 하루하루를 열어가시길!-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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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다 말고 계단 밑 작은 공간에 쪼그려 앉아 밥을 먹었을 내 어머니, 더러는 변기에 앉아 쉬기도 했을 내 어머니. 엄마, 여기가 내 방이야.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내가 쓰는 의자에 어머니를 앉게 했다. 방이 널찍하니 좋구나, 회전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몸을 흔들어보던 어머니는 한참이나 흡족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그때 나는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선 나는 연신 눈가를 훔쳤다.-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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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시인의 첫시집 거미를 기억한다. 여러편의 시 중 그가 수업을 들을 때 친구들과 놀러간다던 엄마가 학교 청소를 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오늘 하루 오지게 놀았다며 아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날의 엄마를 기록한 아들이 교수가 되어 엄마를 자신의 연구실에 초대했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서 이어진다. 나는 이십년 전에 쓴 시인의 시와 이십년후의 에세이를 동시에 떠올렸다.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보상이자 축복이다. 그리고 그는 삼년후 교수직을 그만두고  시인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로부터 하고싶은 대로 하라는 진심의 지지를 받는다. 조건없이 존재를 믿어주는 마음, 어머니의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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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박성우 시인의 책들이 몇권있었다. 시인의 투명한 마음을 선물하는 것도 기쁘기에 지인에게 선물한 적도 있었다. 또 아홉살 마음사전과 같은 책은 아마 많은 아홉살들에게 마음의 방향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전에 선물한 적이 있는데 기분에 따라 수시로 사전처럼 찾아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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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한다는 것, 마치 일기장을 열어보는 것처럼 그가 그대로 보이는, 음성이 들리는 에세이다. 지금까지 박성우 시인의 맑은 시선과 마음을 믿고 읽어왔기에 이 책은 나에게 너무나 귀하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일상의 에세이들도 많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우물에 미숫가루를 풀어넣던 에피소드나 첫 보이스카우트로서 어머니들이 솥단지를 들고 캠핑에 따라온 이야기도 재미있다. 순박하고 천진한 웃음들이 시인의 어린시절을 빛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일상의 틈에서 떠올린 감상에도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선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살아왔을까 짐작했다면 그 궁금증이 확실히 풀렸다. 착한 글을 쓰는 사람이 착하게 살아온 삶에 대해서 나는 긍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미래에도 확신을 하고 싶다. 좋은 책으로 또 만나기를. 그리고 감사함을 간직한 독자가 있다는 것을.

또한 일러스트 역시 글의 감성을 잘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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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질문 책 - 있잖아, 궁금한 게 있어!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레오노라 라이틀 지음, 윤혜정 옮김 / 우리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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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첫질문책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느누능력. 그 두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메리올리버<휘파람을 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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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능력은 무지에서 출발하지만 그 도착은 답을 아는 것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질문을 통해 삶에 등불을 비추는 인식의 범위가 달라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은 중요한 능력이다. 그래서 <나의첫질문책>을 만났을 때 반가웠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질문에서도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하고 싶은 질문들도 과감하게 던짐으로써 생각의 힘을 키워주기도 한다. 질문을 받고 있지만 질문의 답을 넘어서 생각의 근육이 키워지는 독서경험이다. 물론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아이에게 읽어주며 동시에 나의 마음에도 물음표들이 솟아올랐다. 질문은 편견의 벽에 금을 가게 해주고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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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질문들은 단순하다.
"친구가 많을수록 좋을까?"
"많이 가질수록 행복할까?"
"다른 사람이랑 비슷하게 살면 늘 좋을까?"
의외의 질문들도 있다.
"언젠가 부모님이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될수도 있을까?"
그리고 어른에게도 살아가면서 지혜를 주는 질문도 있다.
"언젠가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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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고 대단하신 그림이 이어진다. 대답을 찾는 것은 읽고 있는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읽을 때마다 대답이 달라질것이다. 그 성장의 과정이 반갑고 기대된다.

도서협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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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철학할 때 - 아동 정신분석의 거장 위니콧에게 배우는 아이와 부모의 관계
김은옥 지음 / 궁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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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철학할때

"엄마 품에서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없다"
어떤 상처는 엄마의 품에서 치유된다는 말에 긍정한다. 마치 엄마 품에서는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 그러니까 세상과의 분투에 지쳐 새로 시작하고 싶다면 일단 엄마의 품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 진심어린 위로와 사랑으로 존재에게 무한한 신뢰를 전하는 엄마, 엄마가 되었고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품으로 안아야할지 고민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물론 아동정신분석학자 위니콧의 이론에 비탕을 두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나 저자가 오랜시간동안 상담과 연구로 축적한 사례들을 통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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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지는 시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이 아이한테 필요합니다. 가만히 지켜봐줘야 해요. 그런데 엄마 안에 고요가 없으면 일일이 다 간섭합니다. 위니콧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많은 걸 예상할 수 있다고 했어요.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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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이 없다면 순수하게 사랑한다고 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사이에서 관계와 성장을 출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계에 있어서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 아주 부족하기나마 교육심리를 공부했지만 그때의 지식과 현실 육아를 전혀 연관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필자가 제시한 사례를 통해보니 대상항상성,애착, 투사,거울반응 등 심리학의 용어를 적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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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콧은 거짓자기를 어렵게 내려놓은 사람에게 ‘당신은 삶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는데,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합니다. 싸움의 목적은 운명을 잘 통제하려는 것이니 염려 마세요’라고 위로했어요. 삶은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것인데 있는 그대로를 수용할수록 더 좋다는 뜻입니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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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동 정신분석의 거장 도널드 위니콧의 이론을 기본으로 적극적으로 상담 및 강연에서 활동하는 저자의 현실적 제안과 조언으로 구성되어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아동정신분석 이론으로 접근하면서 동시에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철학'이라는 단어의 함의가 넓어서 필로소피의 개념을 떠올리며 읽었는데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차원에서 '깊이 사유하는 힘'을 철학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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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전쟁
가짜뉴스를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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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마치 눈밭 위를 빠르게 굴러가는 눈덩이같다. 제 몸을 불리는 속도와 파괴력이 무서울 정도다. 가짜뉴스는 정체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진실의 얼굴로 사람들을 믿도록 만든다. 아울러 진짜 뉴스에 해당하는 사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하게 만든다. 가짜뉴스는 단순히 실수나 착각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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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가짜뉴스는 어떻게 다가올까. 아직 성숙한 비판의식이 자리잡지 못했다하더라도 호기심과 집념은 남다를 시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기자근성이 투철한 어린이기자 찬우가 보여주는 모습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두운 곳을 밝히고 진실을 알리는 기자" 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는 찬우는 나름의 고군분투와 좌충우돌의 상황을 통해 진실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의 태도에 찬우는 걱정한다. 댓글이나 소문을 통해 음모론은 몸집을 불리고 가찌뉴스의 판은 커진다. 아이들의 일상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어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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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동장 놀이터의 방사능의 수치에 대한 지니친 공포심에 대한 내용, 그리고 친구기 받은 상장의 진실 여부가 크게 주된 내용의 두 책이다. 아이들이 알고 싶어할만한 내용으로 공포, 걱정, 질투, 등등의 감정도 사건에 투영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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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는 말한다.
"공포를 이기는 것은 진실뿐입니다."
가짜뉴스가 또다른 가짜뉴스를 만들면서 덩치가 키우는 상황에서 진실이라는 말의 무게는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면서도 마음의 무게중심을 잡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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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생활 동화로 일상과 밀접한 주제를 시의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찬우, 유성 그리고 시연이다. 뉴스를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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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시대를 뛰어넘는 삶의 지혜 현암사 동양고전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현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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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편 안연의 22에 따르면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어 제14편의 헌문의 8에서 그를 사랑하며 수고롭게 하지 않을 수 없듯이 그를 진심으로 대하면 깨우쳐주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공자의 깨우침은 사랑의 맥락과 이어져있다. 수천년 전 진리의 가르침이 역사의 궤적이 남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면 공자의 말씀은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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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논어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중학교 한문 시간일 것이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공자는 인생의 단계에 따라 과제와도 같은 가르침을 전했다. 내가 논어를 처음 알았을 때가 지우학(15세)이라면 지금은 불혹(40세)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나는 그의 가르침에 따른 삶이었는지를 자문하게 한다. 부족함이야 당연하지만 마음가짐을 다지는데 반드시 필요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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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할, 당위의 고전이 아니었다. 지금 들어야하는 말,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멘토의 지혜가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또한 구절로만 만나왔다면 전체 맥락을 통해 공자의 인품에 감동하게 된다.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과 따뜻한 진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9편 자한에서 비록 젊다고 하더라도 상복을 입은 사람 앞에서는 반드시 일어서셨다는 대목을 보며 타인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고 위로하는 공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제자들에게 말하는 일종의 팩트폭격...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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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부분에 인덱스를 표시했지만,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과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수천년전 동양과 서양의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전하는 진리가 닮아있다. 제11 선진 편에서 들으면 곧 행해야한다고 하는데 이는 알면 행한다는 소크라테스의 견해와 맞닿아있다. 뿐만 아니라 앎이 대한 반성적 사고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아마도 나의 식견이 부족하여 많이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보편의 진리라는 것이 어쩌면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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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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