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울이 어때서! 사계절 저학년문고 68
황지영 지음, 애슝 그림 / 사계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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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개울이 어때서

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하지 못한채 읽기 시작했다.도개울이라는 이름에서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나의 센스 문제) 표지그림에 유쾌하게 웃고 있는 씩씩한 소녀가 삐삐롱스타킹을 연상시켰다. 아마도 이 아이만 믿고 읽으면 되겠다 싶었다.

주인공 수아는 묵집 딸이다. 놀리는 아이들과 달리 전학 온 친구 개울이는 묵을 좋아하고 수아와 절친이 된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센, 언제나 기분 좋은 개울이와 함께 다니며 수아는 겨울이라 도깨비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수아는 놀라지만 도깨비 친구가 생긴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개울이도 들켰지만 자신을 알아주는 수아가 있어서 좋다. 이들은 서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런 대화를 나누고 평소처럼 지낸다. 이 대목에서 갈등하거나 불신하는 설정없이 아이들의 투명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은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다.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리기 때문에 더욱 선명해지는 세계를 본다. 도깨비인 개울이는 우리가 편견을 갖는 대상들을 포괄할 수 있다. 개울이의 엄마는 도깨비인 신분을 숨기기 위해 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하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개울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하지만 편견없이 우정으로 개울이의 옆에 있는 수아에게는 잘못된 것이 없다. 수아의 눈으로 낯선대상인 개울이를 보는 태도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는 수아를 지켜주는 개울이의 모습이 어른들에게도 전하는 메시지의 울림이 크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동화로 아이들에게 관용과 우정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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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수학여행 발칙한 시리즈
박현숙 지음 / 다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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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칙한수학여행

'수업의 연장인 수학여행을 일탈의 기회로 알고 연애니뭐니 운운하며 발칙한 수학여행으로 둔갑시킨' 아이들의 이야기?! 아마도 교장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일탈만으로 볼 수 없다. 인생에서 영원한 화두가 되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느끼고 알아가는 기회였다면 수업 그 이상의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 보라네 반은 ‘사랑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아슬도로 수학여행지을 떠난다. 하지만 보라는 인생에서 단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떠나며 마음이 불편하다. 얼마 전 학폭 현장을 목격하고 우연히 같은 반 혁주를 마주치게 된다. 은우와의 우정도 전같지만은 않다. 보라는 고민 가득한 마음으로 수학여행까지 이어지게 된다. 우연과 오해 그리고 이해와 화해로 2박 3일의 수학여행은 계속된다.

보라는 생각한다.
"이번 수학여행은 완전히 망쳤어."
아마도 수학여행은 중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고 추억으로 남아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단짝 친구인 은우와의 우정에 위기가 찾아오고 혁주에 대한 오해로 보라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돌아온 후에 마음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면 수학여행을 망쳤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의 시선으로 사랑과 우정에 대한 실감나는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생각중독을 언급하는 부분은 어른 독자에게도 깊은 인상을남긴다.

중독 좋아하네. 게임 중독, 담배 중독, 알코올 중독, 또 마약 중독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생각을 정해 놓고 스스로를 중독시키려고 한다는 말은 처음이다.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이야?ㅡ77쪽

나는 은우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평소에 은우 목소리는 햇사과를 씹을 때처럼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 슬플 때는 양배추를 씹을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 아삭거리는 소리의 강도가 약해진다. 그리고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든가 비밀 같은 게 있으면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른 나뭇잎이 바스러질 때 나는 소리가 난다. 지금 은우 목소리가 그렇다. ㅡ26쪽

어떤 관계이든 시작보다는 끝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시작을 할 때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쉽다. 얽히고 얽힌 이야기도 없고 미움도 원망도 없다. 하지만 끝날 때는 다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ㅡ84쪽

"우정이면 어떻고 사랑이면 어떻습니까?
두분의 운명적인 만남을 축하합니다.
오늘의 단어는 우정과 사랑입니다"
숙소의 이벤트 문구지만 이 책의 핵심이 담겨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작가는 청소년이 우정과 사랑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고민을 실감나게 풀어나간다. 마치 보라, 은우, 현재의 고민이 오대전 나의 고민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호텔 직원, 같은 반 아이들까지. 인물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작가의 "발칙한"시리즈 중 하나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다른 편들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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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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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강영숙 소설가의 장편소설 <부림지구 벙커X>는
재난을 다룬 소설이다. 재난 영화와 마찬가지로 재난은 서사에서 극복의 대상이며 영웅의 등장으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는다. 그리고 일상을 회복한다. 결말과 함께 독자는 재난없는 평화로운 일상과 재난의 서사를 대조한다. 아마도 독자의 즐거움은 이와같은 거리두기에서 생성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상황은 평화로운 일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시국은 불편과 불안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대처와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나로서는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재난을 자연의 준엄한 경고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일차적으로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한편으로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헌신에 안도하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오고갈 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상을 파괴하는 재난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잃게 하는지 그리고 영웅과 대책이 부재한 상황이 얼마나 인간을 비참으로 몰고 가는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대지진 이후 고립된 재난지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림지구의 벙커X다. 정부는 이를 ‘오염 지역’으로 관리하고 그 안의 사람들은 비참한 삶을 이어간다. 그중 주인공 유진도 하나다. 부림지구의 토박이로서 이 도시의 할망을 경험한 그녀는 과거회상과 현실의 가혹함을 말한다. 영웅이 아닌 주인공이기에 현실적으로 이입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작가의 상황묘사가 불편하리만큼 실감났다. 정부는 이재민들에게 생체이식 칩을 넣어 ‘관리 대상’으로 삼고, 사람들은 긴급구호단으로부터 존엄유지키트를 받는다. 가난과 차별로 인한 계급은 재난 앞에서도 확연하게 존재한다. 고통과 절망이 일상이 되어 자리잡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벙커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함께하며 관계한다. 내일을 고민하고 오늘을 반성란다. 살아있다는 것이 아직까지 그들에게는 희망인 것이다. 유진은 생체이식 칩을 삽입해 떠날자 아니면 이곳에 이재민으로 남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그들을 긍정한다. 지금 이곳은 재난이 아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재난 속이서도 인간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왔기에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긍정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나 황사, 바이러스 같은 물질성의 요소에 의해 우리 삶이 교란되고 있다는 걸,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다른 대륙으로 침투하는 이 시점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감각일까.”

작가의 말을 통해 재난이라는 것이 일상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본다. 앞으로 우리는 여러 종류의 재난과 친숙한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자신을 지키는 것,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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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할망
오미경 지음, 이명애 그림 / 모래알(키다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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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할망

"걱정하지 마라. 네 할망은 꼭 돌아간단다.
땅에 지켜야 할 게 있거든."

깊은 바다는 물개할망을 부른다.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땅과는 거리가 먼 두려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할망은 지혜는 바다에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단순하지만 자신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한마디다.
“바당에서는 욕심내민 안 뒈여. 물숨 먹엉 큰일 나는 조심허라게."
용왕님의 딸이라는 할망에게도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원칙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녀에 살아올 수 있었던 진리이기도 하다.
.
나는 할망을 따라 바닷속 깊이 더 깊이 들어간다.
산호와 해파리 사이에서 화려한 심해로 들어가 용왕님할망을 만난다. 그러나 바다는 생사의 갈림길로 할망을 끌고 가기도 한다. 우리는 바다의 의중을 모른다. 다만 물개할망의 철칙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아일랜드 물개 설화와 제주 해녀를 이어 만든 이야기로 독특하면서도 풍요로운 서사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제주 해녀와 심해 묘사가 탁월한 그림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낯설지만 푸근한 인상을 남기는 제주 방언도 그림책의 묘미를 살린다.

욕심내지 않은 것은 물질하는 해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용왕 할망은 욕심 내지 않고 살아가면 자신의 모든 것을 이어질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있다. 물개할망 이야기와 그림은 물론이고 이 책의 투박하지만 진리인 메시지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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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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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상처만남진않았다

이 책의 제목을 읽어보면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다'라는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표지에 떨어지고 먹어버림 아이스크림 위를
유유히 떠가는 플라맹고 튜브를 보면
제목 이후의 문장들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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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라디오키드인 시절이 있을 것이다.
주파수를 맞추고 디제이는 음악을 전하고 사연을 말한다. 반가움과 공감의 시간들을 추억한다. 프로그램에 사연을 적고 소개되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나는 내가 쓴 사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전국의 수많은 사연을 읽고 음악을 선정하고 대본을 쓰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별밤 #두시의데이트 #라디오천국 의 작가다. 그가 수신한 많은 청취자들의 사연 중 나도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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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주고 부서진 곳을 어루만져주는 문장은 읽는 내내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일상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들에서 마침표에는 마음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라디오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 딸로, 친구로, 자신의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고민은 우리 각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또한 마음의 치유를 위한 어려운 시도와 달리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즐겁고 소박한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동시에 삶의 통찰이 느껴지는 문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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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마음이 아플까.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원하기 때문에
자책하고 갈등을 겪는다.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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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아도 글을 쓰는 것이 좋았다. 글로 쓰지 않았다면 답답했을 것이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태어난 이후 경험해온 모든 것, 고민으로 지새운 밤, 애써 삼켰던 눈물, 웃고 싶지 않던 순간에 웃었던 순간, 화를 내고 싶었지만 농담했던 순간, 이 모든 것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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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답 내 안에 있음을.
넘어짐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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