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넘어져도상처만남진않았다

이 책의 제목을 읽어보면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다'라는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표지에 떨어지고 먹어버림 아이스크림 위를
유유히 떠가는 플라맹고 튜브를 보면
제목 이후의 문장들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
누구나 라디오키드인 시절이 있을 것이다.
주파수를 맞추고 디제이는 음악을 전하고 사연을 말한다. 반가움과 공감의 시간들을 추억한다. 프로그램에 사연을 적고 소개되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나는 내가 쓴 사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전국의 수많은 사연을 읽고 음악을 선정하고 대본을 쓰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별밤 #두시의데이트 #라디오천국 의 작가다. 그가 수신한 많은 청취자들의 사연 중 나도 하나일 것이다.
.
.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주고 부서진 곳을 어루만져주는 문장은 읽는 내내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일상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들에서 마침표에는 마음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라디오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 딸로, 친구로, 자신의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고민은 우리 각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또한 마음의 치유를 위한 어려운 시도와 달리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즐겁고 소박한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동시에 삶의 통찰이 느껴지는 문장으로 있다.
.
.
왜 사람들은 마음이 아플까.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원하기 때문에
자책하고 갈등을 겪는다.
97쪽.
.
.
쉽지 않아도 글을 쓰는 것이 좋았다. 글로 쓰지 않았다면 답답했을 것이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태어난 이후 경험해온 모든 것, 고민으로 지새운 밤, 애써 삼켰던 눈물, 웃고 싶지 않던 순간에 웃었던 순간, 화를 내고 싶었지만 농담했던 순간, 이 모든 것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253쪽.
.
.
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답 내 안에 있음을.
넘어짐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