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학교 샘터어린이문고 79
박남희 외 지음 / 샘터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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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학교
박남희
이여니
곽윤숙
김태호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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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학교. 공감능력제로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감당안되는 소시오패스(?)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공감능럭제로'인 어린이들의 학교에서 일상이 다뤄지고 있는 책이다. 어쩌면 아직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서툴고 어려운 아이들의 이야기다. 그 사이에 고민이 있을 수 있고 또 제로에서 점차 나아지는 기대를 하게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다. 공감능력이라는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고 관계 속에서 배워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총 4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김태호의 바꾸기게임이었다.
주인공은 초등학생 답지 않게 깔끔하고 정리정돈에 철저한 어린이이다. 그런데 짝꿍인 나미는 정신없고 청결에는 무관심하녀 공상과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녀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거리를 두었던 나미에 대해 사소한 질문으로 서로는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된다. 나미의 공상과 질문이 생생하고 천진하여 인상적이었고 둘이 서로 호기심을 갖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특히 좋았다. 이 외에도 장애학생와 함께 육상부를 하게되며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보여주는 <메이트러너>, 연필을 사랑하는 소녀의 솔직한 이야기인 <몽당연필>, 공감과 위로에 대한 묵직한 주제가 담겨있는 <고치고치>가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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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나면 어디에나 제로학교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성격이 되어 굳어진 성향은 달라지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제로지만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제로에서 변화한다. 공감능력. 사소한 듯하지만 자신을,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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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뱁, 잉글리시, 트랩 네오픽션 ON시리즈 25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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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뱁, 잉글리시, 트랩
김준녕
네오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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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영어마을에 세명의 영어 낙오자. 영어 때문에 인생의 패배를 맛본 이들이 예상할 수 없는 캐릭터로 이해할 수 없는 좌충우돌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어마을이 자구책으로 성인반을 열었고 영어때문에 한많은 사연이 있는 성인 학습자들이 하나둘 모이게 된다. 영어마을부터 영어선생님들 그리고 교장을 비롯해 수강생들까지. 어디하나 정상범주에서 익숙한 캐릭터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불가의 상황에 거듭되면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생경한 이야기는 영어만능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아니고 영어포기자들에 대한 연민을 자아내지 않는다. 대체 뭐지? 물음표를 수없이 그리게 하면서 이야기의 리듬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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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이었을까, 오독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사람이 오독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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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성인을 위한 수업은 아닌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았다. 한국 사회에서 다 큰 어른이 몸을 흔드는 것은 술에 취해서가 아니라면 쉽게 용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어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동공이 풀려 있는 것 같았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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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sentence(완벽한 문장)!
를 외치는 영어선생님은 언어를 가르치기보다는 강요하는 방식을 택한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위해 모인 이들은 역설적으로 입을 닫는다. 그리고 때때로 이상행동(?)을 한다. 영어공부에 인생을 걸었지만 남은 것은 딱히 없는 라이언, 외모와 달리 예의바른 갱스터이자 유교보이인 준, 그리고 외국인을 닮았지만 그야말로 토종인 보타 등등. 작가의 설정으로 탄생한 인물들은 소설 등장인물의 계보에 완전히 이탈해있다. 이들은 모험을 하기에는 모자라보이지만 영어마을을 벗어나 상상할 수 없는 장소, 카지노 그리고 북한까지 가게된다. 그럼에도 기이한 쾌감이 있는 소설이다. 영어라는 부담스러운 목표가 인생을 꼬이게 하더라도 그들은 나름 조화롭게 이상한 미션들을 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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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과 기법의 리얼 종이접기 리얼 종이접기
가와하타 후미아키 지음, 이진원 옮김, 오경란 감수 / 에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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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과기법의리얼종이접기
가와하타후마아키 지음
이진원 옮김
오경란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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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종이접기가 이렇개 재미있었다니.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접는 과정에서는 집중력을 갖게하고 동시에 종이접기 완성 이후에 갖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아이가 종이접기를 좋아해서 종이접기 책이 나오면 꼭 사서 집에서 같이 접었는데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욕심이 생겨 좀더 어려운 것을 접고 싶어했고 나도 좀더 난이도가 있는 작품을 접어보고 싶었다. 그때 만난 리얼종이접기 시리즈는 큰 도움이 되었다. 종이접기가 단순히 어린이들의 취미가 아닌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집중력과 성취감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체로 종이접기 책은 팽이, 비행기, 미니카, 공룡 등등 주제별로 혹은 난이도별로 다뤄져 있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발상과 기법이 새롭게 제시되어 있다. 상중하라는 단계보다도 이 책의 해설을 통해 3단계로 접근하면서 종이접기에 대한 완성도를 높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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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파트인 ‘깔끔하게 접는다’에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소개된다.
(책소개 참조)
보조선을 무리하게 접는 과정이 있으면 사실 초반에서 지루할 수 있지만 깔끔하게 남긴 보조선은 종이접기의 과정의 필수가 된다. 성실한 기초 설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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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파트인 ‘접기 과정을 구상한다’에서는 과정의 길이, 정확성, 용이성 등 접는 과정 전체를 고려하면서 과정을 개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책소개 참조)
접기과정의 구상은 창작종이잡기의 중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종이접기의 설명대로 접지만 창작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볼 때도 있다. 창작 종이접기 작품은 종이접기과정에 충실하지만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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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자인을 생각한다’ 파트에서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고안하고 설계하는 방법이 소개된다.
(책소개 참조)
종이접기가 순서에 따라 접는 것이 다라고 생각했기에 디자인이라는 설명이 생소했다. 하지만 창작을 위해서는 종이접기도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필요했다.
이 책은 이러한 이유로 다른 종이접기책과 차별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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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심장 훈련
이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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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심장훈련


소녀의 맥락없는 미소만으로도 입꼬리의 각도에 따라 균열의 금이 사정없이 뻗어나가는 어른들의 세계. 나는 이 신예작가의 첫소설에서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소녀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급습을 환영한다. 강하지만 약하고, 추하지만 아름답고, 속되지만 성스러운 이 경계를 위태롭게 오고가다가 결국 낯선 곳으로 탈주하는 이 매력적인 소녀들. 위선과 위악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무의미한 행동들로 무한의 의미를 파생하는 용기있는 소녀의 서사들. 대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행동들로 독자를 놀라게 하지만 어차피 이해받을 의도가 없었다는 거침없이 달리는 작가의 어휘와 문장들. 이 소설을 통해 얻게되는 기이한 쾌감은 매우 독보적이었기에 작가의 이름을 꼭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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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97년생의 이 소설가가 지금까지 청소년기를 거쳐온 특별한 감각이 응축되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작품을 쓸지 너무 궁금하다. (이로서 최애 소설가 3인 완성됨. 김지연, 성해나, 이서아) 작품활동의 반경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강렬한 개성이기도 하지만 어떤 범주까지 확장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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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소녀들은 하나의 정의가 불가하다(내 어휘의 한계일수도) 그녀들은 연민을 자아내면서도 파괴적이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두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범박하게 생각했으나 어쩌면 그것이 본질인 것이다. 어떤 평론가는 동화와 누아르의 독특한 결합이라고 하는데 동의한다. 인물은 동화에서 나왔는데 인물의 행위는 누아르다. 그것도 본 적없는 기이한 장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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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 - 세계사적 텍스트들의 위대한 이야기
마틴 푸크너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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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만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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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매킨타이어는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인간을 규정하는 많은 표현중에서도 가장 나에게 와닿는 말이다. 우리는 이야기의 생산자이며 소비자이다. 이야기는 글이 되었을 때 힘을 얻는다. 그리고 전승되며 장대한 역사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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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를 단순히 조망하는 책이 아니다. 사실상 목차를 보면 작가가 설정한 범위는 길가메시부터 해리포터까지 시공간을 넘어 상당한 광폭행보를 보여주기에 조망도 단순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은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텍스트를 전달하는 관점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법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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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라고 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 이를 제시할자 궁금했다.
동양과 서양,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현대까지 이야기들은 어디에서나 어떤 형태로든 솟아나고 이어지기 때문에 차례에서 방법을 카테고리로 제시한 것 또한 놀라웠다. 알렉산드로스를 시작으로 고대의 왕과 경전에 대해서 전하거 또한 4대 성인으로 불리는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의 가르침을 전승된 텍스트로 설명한다. 또한 겐지 이야기를 최초의 위대한 소설로 설명하고 이야기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을 되는 천일야화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마야문명이나 페르시아 그리고 서아프리카 등 내가 생소한 기록과 서사에 있어도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었다. 또한 사상과 이념의 기록에 대해서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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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라는 소재로 이토록 역사와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탁월한 저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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