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심장 훈련
이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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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심장훈련


소녀의 맥락없는 미소만으로도 입꼬리의 각도에 따라 균열의 금이 사정없이 뻗어나가는 어른들의 세계. 나는 이 신예작가의 첫소설에서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소녀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급습을 환영한다. 강하지만 약하고, 추하지만 아름답고, 속되지만 성스러운 이 경계를 위태롭게 오고가다가 결국 낯선 곳으로 탈주하는 이 매력적인 소녀들. 위선과 위악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무의미한 행동들로 무한의 의미를 파생하는 용기있는 소녀의 서사들. 대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행동들로 독자를 놀라게 하지만 어차피 이해받을 의도가 없었다는 거침없이 달리는 작가의 어휘와 문장들. 이 소설을 통해 얻게되는 기이한 쾌감은 매우 독보적이었기에 작가의 이름을 꼭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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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97년생의 이 소설가가 지금까지 청소년기를 거쳐온 특별한 감각이 응축되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작품을 쓸지 너무 궁금하다. (이로서 최애 소설가 3인 완성됨. 김지연, 성해나, 이서아) 작품활동의 반경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강렬한 개성이기도 하지만 어떤 범주까지 확장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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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소녀들은 하나의 정의가 불가하다(내 어휘의 한계일수도) 그녀들은 연민을 자아내면서도 파괴적이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두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범박하게 생각했으나 어쩌면 그것이 본질인 것이다. 어떤 평론가는 동화와 누아르의 독특한 결합이라고 하는데 동의한다. 인물은 동화에서 나왔는데 인물의 행위는 누아르다. 그것도 본 적없는 기이한 장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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