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뱁, 잉글리시, 트랩 네오픽션 ON시리즈 25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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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뱁, 잉글리시, 트랩
김준녕
네오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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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영어마을에 세명의 영어 낙오자. 영어 때문에 인생의 패배를 맛본 이들이 예상할 수 없는 캐릭터로 이해할 수 없는 좌충우돌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어마을이 자구책으로 성인반을 열었고 영어때문에 한많은 사연이 있는 성인 학습자들이 하나둘 모이게 된다. 영어마을부터 영어선생님들 그리고 교장을 비롯해 수강생들까지. 어디하나 정상범주에서 익숙한 캐릭터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불가의 상황에 거듭되면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생경한 이야기는 영어만능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아니고 영어포기자들에 대한 연민을 자아내지 않는다. 대체 뭐지? 물음표를 수없이 그리게 하면서 이야기의 리듬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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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이었을까, 오독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사람이 오독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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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성인을 위한 수업은 아닌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았다. 한국 사회에서 다 큰 어른이 몸을 흔드는 것은 술에 취해서가 아니라면 쉽게 용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어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동공이 풀려 있는 것 같았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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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sentence(완벽한 문장)!
를 외치는 영어선생님은 언어를 가르치기보다는 강요하는 방식을 택한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위해 모인 이들은 역설적으로 입을 닫는다. 그리고 때때로 이상행동(?)을 한다. 영어공부에 인생을 걸었지만 남은 것은 딱히 없는 라이언, 외모와 달리 예의바른 갱스터이자 유교보이인 준, 그리고 외국인을 닮았지만 그야말로 토종인 보타 등등. 작가의 설정으로 탄생한 인물들은 소설 등장인물의 계보에 완전히 이탈해있다. 이들은 모험을 하기에는 모자라보이지만 영어마을을 벗어나 상상할 수 없는 장소, 카지노 그리고 북한까지 가게된다. 그럼에도 기이한 쾌감이 있는 소설이다. 영어라는 부담스러운 목표가 인생을 꼬이게 하더라도 그들은 나름 조화롭게 이상한 미션들을 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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