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의다정한우주로부터
#이경희
#다산북스
.
.
현실에서 탈주하고 싶은 마음에 낯선 상상력이 추동되면 sf를 읽으려는 시도에 맞닿는 듯하다. 하지만 도약의 임계속도를 체감하면서도 강력한 중력에 이끌릴 때, 마치 도약과 하강의 힘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으로 인도한다면 어떨까. 먼 미래이며 낯선 공간이더라도 결국에는 가장 익숙한 곳에서의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파업, 민영화, 젠더갈등, 혐오의 문제 심지어 꼰대 문화까지. 신문의 사회면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 사회의 당면 문제들을 sf소설로 만났을 때 그 유쾌한 변주와 기발한 상상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sf소설을 보면 작가가 구축한 세계의 설정에 대해 깜짝 놀라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화두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한다. 동시에 장르에 있어서도 아주 코믹한 분위기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준다면 심도있는 고민으로 sf라는 장르에 대한 헌신과 애정을 느끼게 한다.
.
.
우리의 우주는 다정할까. 지구에서 우주로 개척하더라도 그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더라도 거기엔 인간이 있고 또 문제에 좌절하거나 극복할 것이다. 혹은 배신하고나 연대할 것이다. 그러한 보편의 이야기들이 새롭고 특별한 공간에서 종횡무진한다. 내가 이 책으로 받은 인상이다.
.
.
이 단편집에서 잊을 수없는 소설은 <우리가 멈추면>이다. 우주 파업의 사태가 현실과 묘하게 닮아있고 또한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실감나면서도 감동적이다. 특히 세경이라는 캐릭터에는 무한한 믿음을 갖고 지지하게 된다. "우리가 멈추면 우주도 멈춘다."이 강렬한 외침이 먹먹하게 남아있다. 작가는 현실의 문제를 sf의 설정으로 풀어나가는 동시에 굉장한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 소설집의 첫 작품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방>이 그렇다. 명랑한 좀비활극은 꼰대와 좀비를 연결시키며 유쾌한 상상으로 도발한다. sf라는 것이 범접할 수 없는 상상에 근거해, 마치 중력을 이탈한 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기발한 상상으로 예상치못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 가루를 찾아라 달마중 21
최인정 지음, 김민준 그림 / 별숲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식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고민일 것이다.
아무거나 골고루 먹는 것이 진리라지만
피하고 싶은, 준비되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먼저다. (왜냐면 나도 편식경험이...ㅎㅎ)
이 책은 주인공 시우의 편식에 대해 실감나게 다룬다. 아빠를 따라 요리사를 꿈꾸면서도 먹기 싫은 음식 때문에 고민하는 초등학생의 마음이 잘 그려져 있다. 우연히 마법가루를 통해 상상의 맛에 따라
음식을 즐기게 되고 뭐든 잘 먹는 모범적인 어린이가 된다. 하지만 마법은 시우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긴다. 시우는 그런 고민울 통해서 요리사를 꿈꾸는 친구 채영과 함께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아이들 수준에서 유쾌하게 풀어나간 동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 너구리 요요 2 첫 읽기책 15
이반디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꼬마너구리요요
꼬마너구리요요2
다함께딴딴딴
이반디
창비

.
.
.
.
주인공인 꼬마너구리 요요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친구들과 놀 때는 씩씩하고 속상한 일에는 눈물을 꾹 참기도 한다. 맑은 웃음을 지으며 다정한 말도 하고, 사소한 마음의 갈등에도 친구를 돕는다. 요요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을 닮아있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와 읽을 때, 그리고 내가 아이들을 공부하며 읽을 때 두가지로 선명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
.
우선, 이 책의 창비의 #첫읽기책 으로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요즘 미취학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볼만한 내용이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슬픔이 가득한 친구를 위로하는 것, 거절과 배려에 대해 배워나가는 것, 모두 친구들과 어울려노는 사회성을 배워나가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요요의 마음에 깊게 이입하며 요요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요요는 마을의 꼬마영웅이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요요처럼 강하고 밝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
.
#다함께딴딴딴
아주 오래전에 를 갖기전 소아우울증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다. 상실과 애도의 마음을 제대로 여과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서. 파란 너구리 보보가 점점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요요와 함께 연주를 통해,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통해 점점 슬픔을 회복하는 보보를 보면 어린이에게 슬픔은 어떤 방식으로 극복되어 가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보보가 마음을 회복해가는 동안 요요는 조력자로서 평면적으로만 존재하는 착한 주인공을 넘어선다. 보보에게 잘해주는 엄마를 못마땅하게 여겨지지만 "같은 너구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점차 이해해간다. 그리고 바람씨와의 연주를 통해 마음이 탁 트이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
.
#나는야너구리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요요는 친구 포실이와 장식품 가게에 갔다가 유리 산비둘기를 깨고
포실이를 가게에 두고 물건값을 가지러 집으로 뛰어간다. 중간에 마음의 갈등에도 꾹 참고 '나를 믿는 마음'을 배워나가는 요요를 힘껏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다.
.
.
#싫어하면어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포실이를 떠올리던 요요는 엄마가 해준 너구리 아가씨의 일화를 듣는다. 부탁과 거절, 그리고 배려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아이들에게 관계에 대한 배움과 동시에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을 확인하는 동화다.
.
.
이야기 뿐만 아니라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문장도 잊지 못한다.
.
.
벌거벗은 태양이 너무도 뜨거운 날이었어요. 요요는 땀을 비 오듯 흘렀어요. 땀이 흙길에 검게 떨어지고 순식간에 말라 버렸어요.
(21쪽)
.
.
요요는 이제 친구나 약속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건 뭐랄까, ‘나를 믿는 마음’ 같은 것이었어요.(26쪽)
.
.
요요는 계속 발을 구르고 손뼉을 쳤어요. 그 소리는 ‘여기 내가 있어. 힘내!’ 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요요는 가슴이 뛰었어요. 뭔지 모를 것이 가슴 가득 차올랐어요. 지금 이 순간 마치 셋이서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었어요(48쪽)
.
.
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캣피싱
#나오미크리처
#허블
.
.
AI와 친구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까지 상상한 AI는 정체성을 고민하거나 인간과 대척점에서 경쟁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을 돕는, 혹은 그런 기능을 하는 AI에 대한 상상은 너무나 극단적인 허구에만 있어온 것은 아닐까. 인간을 돕는 하나의 자애롭고 이타적인 인격으로서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지키는 상상은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동시에 특별한 감동을 준다.
.
.
"나는 너희 모두를 정말 잘 알아. 너무너무 잘. 그리고 가끔은.....가끔은 나도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10쪽)
.
.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힘이 생기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자신을 알아봐주면 기분이 나아져. 그런일은 진정한 우정과 관계의 열쇠가 되기도 해."(106쪽)
.
.
서로를 향한 진심과 새로운 세대의 공감은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특별한 연대를 만들어낸다. 설정부터 편견을 떨쳐버리고 전개는 흥미로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나와 현실에서의 나는 괴리를 만들 수 있지만 우정에서 만큼은 제약이 없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상황에 있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함께하고 싶은 진심은 통하는 것이다. AI 친구의 능력은 활용과 기능의 수준을 넘어선다. 자기주도적으로 헌신하는 AI의 능력은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수준에서 주인공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 미래시대에 만날 램프의 요정 지니같다.
.
.
스테프는 아버지를 피해 프로그래머 엄마와 10년이 넘게 도피 생활을 한다. 잦은 전학으로 친구라고는 온라인 소셜 커뮤니티 캣넷에서 사귄 온라인 친구들뿐이다. 스테프는 그럴수록 캣넷에 접속하고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애정과 관심을 쏟지 않는다. 어차피 학교는 떠날 곳이고 스테프 역시 어딘가에 새로 온 아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은 캣넷뿐이고, 캣넷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고양이 사진을 공유하며 좋아하고 자신의 일상을 전하며 성별, 지역, 빈부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공간이 그들이 숨 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스태프는 새로 간 학교에서 레이철이라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캣넷의 다른 유저 체셔캣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그런데 해커로만 알았던 체셔캣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는 이어지고 스테프는 예상치못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의 진실을 위한 탈출구를 찾아나간다.
.
.
이야기는 정말 새롭다. 미래의 어느 시점을 설정하지만 완전히 공상과학영화를 떠올릴 만큼 낯선 미래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sns에 접속하고 온라인에서 쉽게 인간관계를 만드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 소설은 현실감을 준다. 동시에 AI 체셔캣은 소설에 등장하는 AI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다. 십대 청소년과 어울리며 서로를 생각하고 도우려는 마음이 특유의 능력을 만나 통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어떤 시공간에서도 인간은 존재와 연대하고 선한 마음을 나누려는 시도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흥미진진한 스토리 속에서 배웠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카페에서공부하는할머니
#심혜경
.
.
저자가 좋아하는 카페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자가 카페를 선택하는 기준은 분위기나 음료의 맛만이 아닌 ‘공부하기 딱 좋은 곳’이다. 혼자 책을 읽거나 아니면 함께 공부하기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혼자 있음에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 있지만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33쪽)는 것이 저자가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저자의 공부는 독서실이나 절(?)과 같이 고립된 공간에서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배움을 목적으로 만난 다정한 사람들과 소소한 집단지성을 이뤄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즐거운 공부가 가능한 이유는 함께하는 공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의 가장 확실한 방점이 찍혀야 하는 것이 바로 공부다. ‘공부’는 잘하든 못하든 부담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말이다. 학창시절의 무거운 임무이며 결과로 잔인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따라서 공부는 놀이와 반의어라고 생각했으나 공부를 놀이로 가볍게 이어붙이는 저자의 마인드는 새롭다. 공부에 대한 책은 흥미롭게 공부를 유도하고 권유하기도 했으나 와닿지 않았다. 또한 공부 자체가 그저 재미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이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천재라고 불리거나 노벨상을 수상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십 년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베스트셀러가 있었으나 그 사람도 재미있다고 말하진 않았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공부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저자는 경쟁과 목표와는 무관하게 느긋한 마음으로 공부를 즐긴다. 시작의 비장함도 없고 중단의 좌절감도 없다.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그리고 불어까지 5개의 어문학 학사 학위가 있는 저자는 미술, 음악, 영화, 철학 등을 전방위로 배우고 또 끊임없이 책을 읽는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은 성과 없음이나 실패가 아니라 자유로움을 주고 동시에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어떤 배움이든 진입장벽을 만든 것은 나의 두려움이나 부담이 아니었을까. 중단할까 봐 염려하거나 실패할까 봐 걱정하며 공부를 한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다. 공부에는 성적이나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공부의 재미를 놓쳐온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했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공부는 진짜 재미있는 것임을 확신한다. 마치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놀잇감을 찾아다니는 아이의 천진함을 저자의 공부이력에서 발견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