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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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아드보게
그구덩이얘기를하자면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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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이야기 들어볼래?
구덩이를 보면
어른은 빠질까봐 피해가지만
어린이는 빠지려고 들어가본다. 몰래 들어가서 신나게 논다.
구덩이 안에는 잡초와 그루터기들, 뿌리, 바위, 자갈 등이 가득하고 아이들에게 공간은 신나는 놀이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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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뒤편 움푹 파인 땅, 아이들이 구덩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어쩌면 어른들은 구덩이가 위험하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텅 비어있어서 빠지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 텅 빈 공간은 재미로 가득 차있다. 무슨 놀이든 다 할 수 있고 어떤 공간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최고로 멋진 곳이다. 구덩이에서 노는 것이 금지가 되면 아이들은 구덩이 둘레에서 논다. 구덩이가 메워지면 언덕에서 논다. 무조건 어디든 신나게 논다.
구덩이에서 놀지 말라고 할때 왜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서는 이유를 물어보는 마음에 작고 귀여운 반항심리도 담겨있다. 재미를 찾아 모인 사랑스러운 투사(?)들처럼 그들은 놀기 위해 뭉치고 또 어쨌거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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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그림책과 달리 회색빛 배경이지만 구덩이에서 노는 아이들의 생동감이 특별히 느껴진다. 아들이 여러번 보면서 재밌다고 추천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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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오토나쿨 지음 / 유선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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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부엌
오토나쿨
유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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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재생되고
사람은 회복된다.
그 시간은 가장 포만감을 주는 향과 마음까지 데워주는 온기로 가득 한 오늘의 한끼 식사. 머릿속에 레시피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여유롭게 요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언제나 급하고 간신히 음식울 만들었던 시간들이 오버랩되었다. 나의 부엌도 재생되고 나의 마음과 건강도 회복될 수 있을까. 일단 이 책을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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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 등을 통해서 요리영상이 많이 올라온다. 빠르고 정확하게 화려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영상에는 감탄과 호기심이 혼재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느리게 감은 영상같다. 요리를 할 때 드는 생각, 그리고 거기서 가닿은 추억들이 요리를 하면서 스치듯 떠오른다. 요리는 누구에게 해주지 않은 이상 자신과의 섬세한 대화와도 같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요리를 익숙하게 먹으며 완성된다. 자신만의 리듬에 따라, 신선한 식재료들로 계절을 느끼며 요리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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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레시피책은 아니다. 요리와 관련된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작가의 생각은 음식을 떠올리는 와중에,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나지만 일상을 그리고 삶을 관통한다. 이 이야기들이 너무나 편하고 차분하게 이어진다. 재생의 부엌에 초대된 독자들에게도 이 따스함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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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거칠지만 속은 부드럽고 탄력적인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은 빵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니까요.(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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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정한 경어체로 이어진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할 때는 정적인 음악과 저자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함께 실린 사진이 저자의 공간을 유추하게 한다. 나는 저자의 문장을 눈으로 읽고 또 조용히 읊조려본다. 나에게는 음식에 대한 어떤 사연이 있었던가 혹은 이 요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의 웅덩이에 빠지지만 저자의 문장을 따라 다시 흘러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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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이 재생의 공간이라는 저자의 말은 지금까지 내가 부엌에 가져온 생각들을 전환시켰다. 재생이라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가. 재생으로부터 회복되고 또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부엌에 서 있는 나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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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6 - 하품이의 가족을 찾아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6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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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해결사깜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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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책
#홍민정 글
#김재희 그림
#창비 도서협찬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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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해결사 깜냥! 첫책부터 동화의 독보적인 동물캐릭터가 되리라 예상했던 깜냥이 무려 여섯번째 책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껏 받아왔기에 이번에는 또 어쩐 이야기로 시선을 사로잡을지 궁금했다. 이번에는 친구 하품이와 함께 등장해 깜냥의 사랑스러운 과거 그리고 하품이와 동물병원을 지키는 귀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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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나온 동화는 너무너무 많다. 어떤 동화 신춘문예 심사평에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가 응모작 중 너무 많다고 할 정도다. 고양이는 특별한 매력을 보여주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제 고양이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한걸까 싶은데 아니었다.
그냥 고양이가 아니다. 고양이 해결사. 지금까지 동네 이웃들에게 깜찍한 모습의 능력자로 활약해온 이야기들이 모였고 이제 깜냥에 대해 궁금해질 차례였다. 마치 그 만족감을 해소하듯 아기고양이 시절을 보려준다.
센스만점의 능청스러운 고양이 깜냥은 유쾌한 존재감 뿐만 아니라 친절함과 다정함에서도 매력을 찾을 수 있다. 하품이의 가족을 찾아주려는 노력에서 진심을 보여주고 또 하품이를 위하는 따스한 마음에 어른 독자로서도 뭉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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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냄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9
김지연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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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냄새
김지연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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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보이지 않지만 알아챌 수 있고
어딘가 몰려와 갑자기 흩어지는 후각의 단서.
감각중에서
시각, 청각, 미각, 촉각에 비해
나의 경우에는 가장 덜 활성화된 감각인 듯하다. 만약 오감중에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면 후각이 될 것이다. 냄새를 맡는다는 것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정도는 상당히 한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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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소재로 현대 한국사회의 혐오, 계급의 문제를 일상의 대화 속에서 전달하여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주인공 k와 p의 여행은 의외의 상황 속에서 전개되고 k는 냄새를 통해서 기억과 사건을 인지한다. 후각는 시각이나 청각처럼 기록을 남기기 어렵고 기억에만 의존해 남게 된다. 그가 떠올리는 태초의 냄새들, 그리고 그가 코로나에 걸린 후 회복전에 감지하는 유령냄새가 서사의 주요축이 되고 있다. 냄새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기록도 어렵고 사라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냄새는 직관적이다. 강한 혐오를 이끌기도 하고 강렬한 욕구를 동반하기도 한다. 채취라는 이름으로 사람에게 따라오는 냄새도 있다. 냄새라고 할 때와 향기라고 할 때는 다른 느낌이 된다. 냄새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이토록 많다는 것에 대해서, 그것을 그동안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이 소설의 마지막장을 읽고 오래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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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 -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10개의 시선
배윤민정 외 지음, 자본-여성-기후 연구 세미나 기획 / 한티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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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힘세고사나운용기
한티재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10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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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한때 재난 영화의 소재였다. 공상과학영화라는 장르로 우리 삶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한껏 상상하며 파멸과 구원(하필 백인남성영웅)의 서사로 즐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기후위기상황은 다큐멘터리로 만나고 있다. 실제 우리의 삶을 직, 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나 아직 나의 태도에는 절박함이 없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고요" 단순히 성향이나 취향의 문제일 수 없다. 환경에 대한 태도가 능력있는 인간이 무능력한 자연을 돕는다는 하향식 봉사일 수 없다. 우리는 우리와 미래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삶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하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자신에게 호소해야할 것이다. 또한 생태철학자 네스가 주장하듯 근본적으로 생태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나
지식과 행동사이에 괴리가 있듯이, 이를 일상에서 어떤방식으로 생각해야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았고 실천이 수반되지 않아 잠깐의 걱정에만 머무를 때가 빈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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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막막함에 어떤 해답이 되었고 또한 내적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반가웠다. 자본-여성-기후연구 세미나에 참여한 10명의 여상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신의 일상에서 기후위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공부와 실천을 이어가는 저자들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책의 제목이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라고 하는데 어쩌먼 전투적인 이 제목은 각자의 삶에서 힘을 주는 씨앗처럼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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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음 의 글에서 시와 일상 사이에 긴장 그 이상의 충돌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내용이 실려있었다. 치열한 고민에 흔들리더라도 더 나은 단계에서 평형을 찾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인은
시를 쓴다가 아닌 시가 된다. 가장 나약한 사람을 위해 울면 내가 가장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삶에서 실천하려는 추진력을 얻는다.
백로서식지 파괴를 주제로 삼은 은수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탐조인가족으로서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새와 공존한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도 이렇게 동물차별에 대한 문제제기에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특히 서식지 파괴와 철거민 문제를 같은 맥락으로 본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다른 종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것에 놀라웠다.
이상현의 글은 기후정의활동으로 교도소에서의 수감생활을 솔직하게 말하며 시민불복종을 감행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영역에서 자신의 일상 속에서 단단한 마음으로 기후 문제를 비롯한 사회 문제에 진심을 다하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들의 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동시에 연대의 마음에 여운이 오래 남았다. 사이시로 실린 시들도 좋았다. 우리에게도 '힘세고 사나운 용기'를 결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의 반성과 이들의 분투를 응원하면서 마지막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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