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네 마을에 간 샬롯 ㅣ 명화와 만나는 세계 미술 여행 4
존 맥페일 나이트 지음, 멜리사 스위트 그림, 오숙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지베르니에 대해서,
위키, 무대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Giverny
위키, 지도에는 빨간 점이 찍혀나오는데,
여기로 담아오니까 그 점이 사라지네요.
직접 가서 구경들 하세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클릭만 하면 되는 건데!
파리-베르농 역-지베르니!
위키에는 파리에서 80km 떨어져 있다고 나오지요?
우리의 주인공 샬롯은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베르농 역에서 내린 다음,
마차를 타고 지베르니로 갑니다.
마부인 시어도어 로빈슨은 마차를 끄는 작고 하얀말이 힘이 세다면서
종종 멈춰서 사진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건 없다고 설명합니다.
"나중에 그림을 그리려고 미리 사진을 찍어서 연구하는 거야(14페이지)."
시어도어 로빈슨, 무대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Theodore_Robinson
Theodore Robinson (July 3 1852 – April 2 1896)
왼쪽 그림은 로빈슨의 자화상이고, 오른쪽은 요트 클럽을 그린 것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아마도 동화책 속의 <마부 로빈슨>이
지베르니에서 그린 것이 아닌가 싶네요.
로빈슨, 아마존 무대 앞으로!
이 책은 로빈슨에 대한 안내서 비슷한 책인 모양인데,
로빈슨은 모네와 아주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랍니다.
<모네 마을에 간 샬롯>의 작가는
바로 이 로빈슨의 일기를 텍스트로 해서 동화를 썼다고 합니다(64페이지).
이 동화에서는 유명한 화가 모네가 가끔씩 들락날락합니다.
"정원도 굉장히 넓은데,
그 집에는 모네라는 프랑스 화가 할아버지가 산다.
그 할아버지는 아주 유명하지만 바깥 사람을 싫어한다.
미국인들은 특히 더,
미국인들이 자기 딸과 결혼하려고 할까 봐 그런다는 것이다(21페이지)."
이 동화에서 모네는 이런 정도로만 모습을 비춰줍니다.
대신에 모네가 살던 마을 지베르니에 와 있던 많은 화가들이
주인공 샬롯과 어울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의 그림을 동화책에다가 자랑을 합니다.
모네 그림은 한 점도 없습니다.
모네는 미국 동화에도 들어가기 싫은 모양입니다.
이 동화는 주인공 샬롯이 거의 1년 동안 지낸 얘기를 일기로 쓴 것입니다.
무대는 지베르니, 시대는 1892 봄부터-1893년 봄까지!
책을 탁 펴보면, 한쪽은 지베르니에서
모네와 함께 그림을 그렸던 당대 화가들의 그림이 보이고,
다른 한 쪽에는 꼬마 주인공 샬롯의 일기와 그림이 보입니다.
책 구성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서설이고, 이제부터는 분석 들어갑니다, 분석!
서설이 참 길지요?
조망을 해주는 겁니다, 책 조망!
아파트 조망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독자들에게는 책 조망권도 있는 겁니다.
또 이 책은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읽으나마나 허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리, 역사, 이런 걸 제대로 알아야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원양 여객선은 태어나서 처음 타 본다(7페이지)."
주인공 샬롯은 미국 아이입니다.
이 미국 애가 프랑스로 넘어오려니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없었지요?
시대가 1892년이니까!
"제대로 목욕을 하려면 기다란 복도를 지나
바닷물을 데운 목욕탕에 가면 된다.
거기엔 바닷물에도 잘 풀리는 비누도 있다.
바닷물로 목욕하고 나서 따뜻한 민물로 다시 몸을 헹군다(7페이지)."
자, 이렇게 목욕을 해가며 대서양을 거의 다 건너오니까
"창밖에 갈매기"가 보였답니다.
이게 육지가 가깝다는 신호랍니다.
콜럼버스도 한 달이 넘도록 항해를 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
선원들이 몰래 죽이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데,
새들을 보고 난 다음부터는 잠잠해졌답니다.
육지에 거의 다 온 것이거든요.
파리에 도착했더니 에펠탑을 비롯한 구경거리가 널려 있는데,
그중에서도 "타조가 끄는 마차(10페이지)!"
작가는 이 마차를 사진으로도 담아줬습니다.
이제 생라자르 역에서 기차를 타고 지베르니로 가는데,
차창 너머로 "쟁기질하는 말"도 보이더랍니다.
서양은 소가 아니라 말이 쟁기질을 하는 동네지요?
요런 건 역사에서 아주 기본 상식이 되는 거니까 설명을 잘 해야 합니다.
기차는 도중에 "통나무배를 든 세 소년"도 태우고 하면서 달려서는
베르농 역에 도착합니다.
이때 로빈슨이 마차를 끌고 마중을 나온 겁니다.
바로 그맘때 러시아를 보면,
기차역에서 마을까지 들어가는 <대중 마차>가 운행을 다닙니다.
시골 농부들이 이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인데,
요런 게 다 다차=별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였습니다.
아마 프랑스에도 이런 농부들이 있었을 겁니다.
다만 작가는 로빈슨이라는 화가를 마부로 둔갑시킨 걸로 생각됩니다.
지베르니 마을에서는 처음에 호텔에 묵었답니다.
투숙객들은 거의 모두가 화가들!
더러는 돈이 없어서 그림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로빈슨이라는 이름이 씌어진 그림이 아주 많았답니다(15페이지).
샬롯 가족이 살 집에 대한 수리가 끝난 다음에
샬롯한테는 채소밭을 마련해줍니다.
샬롯은 여기에다가 콩, 파, 당근, 감자, 양상추와
가장자리에는 딸기를 심었답니다.
한국 엄마들, 부럽지요?
요게 요즘 자주 방송되는 러시아의 다차=별장 텃밭입니다.
프랑스에 온 지 한 달쯤 지나서 친구인 리지한테서 편지가 왔답니다.
이 친구는 "애플도어 섬"에 가 있다네요.
그때 벌써 여름 방학에 멀리 놀러다니고 그랬나 봅니다.
같은 시대 러시아의 경우에는 오로지 다차=별장에만 갑니다.
돈들이 많지 않아서 모스크바에서 기차 타고 두어 시간 나가면 되는
그런 곳으로만 갔는데,
미국 애들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나 봅니다.
100년 전 한국 애들이야 이런 건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고,
요즘 한국 애들은 학원 가기 바쁘지요?
많이 다릅니다!
25페이지에는 나막신 "사보"와 악기인 밴조 얘기가 나옵니다.
위키에서는 사보=Sabot 대신에 Clog가 나오네요.
http://en.wikipedia.org/wiki/Clog_(shoe)
http://en.wikipedia.org/wiki/Banjo
샬롯이 일기에 나막신 사보와 밴조에 대해서 얘기하던 날,
샬롯의 아빠가 인상주의에 대해서 설명을 해줍니다.
"중요한 건 풍경이 아니라 빛이란다.
아빠는 빛과 공기, 색에 대한 아빠의 인상을 그리는 거야."
한여름인 7월 10일 일기에는 "돌멩이 위에서 조개를 구워 먹으며"
놀았다고 썼네요.
이 동화에 나오는 이 음식 문화에 대해서는
좀 유심히 체크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 다음에는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문화인류학!
32-35페이지에 걸쳐서는 프랑스 결혼식이 묘사돼 있습니다.
"결혼식은 두 번 올렸다. 첫 번째는 읍사무소에서 했다."
자 그럼, 두 번째 결혼식은 어디서 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교회지요?
이건 아마도 1792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 이후에 생긴 관습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유럽의 결혼식이란 거의 다 교회에서 하는 겁니다.
그럼, 교회에서는 그냥 식만 치러주는 것이 아니라 장부에다 올리게 됩니다.
국가 기능까지 담당하는 겁니다.
이게 모네 시대인 1892년에는 읍사무소와 교회로 분리가 된 겁니다.
읍사무소 결혼식은 말하자면 <혼인 신고식>인 겁니다.
진짜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는 것이지요.
러시아의 경우에는 1917년 혁명 전까지는 교회에서만 하다가
공산주의 시절에 교회가 핍박을 받으면서 그 권력이 약화되었고,
모든 결혼식은 <국가 결혼식장>에서만 치러지게 됩니다.
이 결혼식장은 국가가 운영하는 아주 큼직한 건물에 있고,
여기에는 <국가 공무원 주례>도 있어서,
우리하고는 완전히 다르게, 결혼식에 돈 들어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에는 교회 결혼식도 다시 부활해서는
모네 시대 프랑스처럼 결혼식을 두 번 치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미있지요?
이런 게 바로 문화인류학입니다.
미술 그림책 하나로 살펴보는 <종합 학술 동화>!
피로연 장면!
샬롯이 결혼식을 두 번씩이나 쫓아다녀서 피곤했던 모양인데,
저녁에는 또 피로연까지 참석합니다.
여기에서 마주치게 되는 일본 문화.
"정원은 꿈속 같았다.
나무에 매단 일본식 오색등들이 깜박거렸다(34페이지)."
7월과 8월에는 배타기와 물놀이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엡트라는 이름의 강이 자주 얘기되는데, 사진도 실려 있습니다.
아마 이 강이 세느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모양인데,
사진으로 봐서는 폭이 10-20미터 정도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서양의 강들은 물살이 빠르지 않아서 뱃놀이 하기에 좋지요?
또 강이 많지 않은 서양에는 아주 작은 강, 예를 들면,
폭이 50cm인 개울물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적어도 러시아에서는 그런 만큼 서유럽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안 가봐서 모르긴 모르지만!
자, 9월 1일 일기!
이날 요트 경기가 있었다네요.
맨 위에 위키에서 담아온 요트 그림이 이 얘기일 겁니다.
바로 이날 샬롯은 화가들이 건초더미를 그리는 모습을 봤답니다.
그러면서 "아빠 말로는 지난 5월, 모네 할아버지가 파리에서
건초더미 그림 전시회를 열어서 크게 성공했기 때문(40페이지)"이라는 설명을 달아줬네요."
아래 그림이 바로 그 <히트작>인 모양입니다.
동화책 41페이지에는 존 레슬리 브렉이라는 화가의 그림도 실려 있는데,
모네 그림과 함께 보면 되겠네요.
http://en.wikipedia.org/wiki/File:Claude_Monet_-_Graystaks_I.JPG
이 건초더미를 보면서 그냥 지나치면 꼬마작가가 아니지요?
우리한테 중요한 건 말입니다, 9월 1일 일기라는 점입니다.
9월 1일에 추수가 벌써 끝난 겁니다.
한국의 중부 지방에서는 10월에 추수가 끝나지요?
요게 날씨 문제인데, 제가 프랑스에 가본 일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남한 땅보다는 꽤나 더 추운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얘기가 됩니다.
9월 4일 일기.
과일 따느라고 아주 바뻤다네요.
그러면서 아주 중요한 <자연관찰> 기록을 남깁니다.
"서둘러 과일을 따지 않으면 새들이 먼저 먹어 버린다(43페이지)."
안 그럴 것 같지요?
진짜로 그렇습니다.
새가 많은 지역에서는 과일을 사이에 두고 새들과 투쟁을 벌입니다.
뭐, 총을 쏴서 죽인다고 하면야 간단한 일이지만,
그럴 마음이 없다면 이거 아주 피곤한 투쟁이 됩니다.
9월 15일 일기.
"드디어 무서운 가정 교사가 왔다(44페이지)."
팽팽 잘 놀았는데 말입니다.
가정 교사는 프랑스인이고, 샬롯은 "프랑스어와 원예"를 배우고 싶다고 썼네요.
수학과 과학이 아니라 원예네요.
10월 1일.
"요즘은 날이 일찍 어두워진다.
창으로 보이는 정원은 썰렁하다(46페이지)."
벌써 겨울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지요?
웬지 모르게 모스크바하고 비슷한 거 같애!
10월 30일.
할로윈, 추수감사절이 프랑스에는 없다네요.
호박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하구요.
아래 그림을 아쉬워하는 거지요?
11월 15일.
첫눈이 내렸답니다.
추울 것 같더라니!
1월 1일.
"엄마는 처음으로,(쉼표는 왜 찍었는지 몰러?)
내가 뜬눈으로 새해를 맞도록 허락해 주셨다(55페이지)."
이 말이 뭔 말인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주 복잡합니다.
먼저, 서양 애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가지요?
늦어도 10시에는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안 잤다가는 얻어터질 겁니다.
그런 부모가 1월 1일에는 밤을 새도 좋다고 한 겁니다.
서양에서 1월 1일 밤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때만큼은 애들이 늦게 자겠다고 해도 다들 허락을 해줍니다.
하지만 '우리의 샬롯'은 부모 말을 잘 듣는 착실한 아이답게
"나는 열두 시가 지나자 금방 잠들어 버렸다"고 고백했습니다.
샬롯은 아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일 겁니다.
자, 이제 봄이 다가옵니다.
프랑스에서는 비가 죽죽 내린다네요.
2월 12일에 비가 왔다고 쓴 다음에 3월 21일에 선언을 했습니다.
"드디어 비가 그쳤다(58페이지)."
이거 완전 봄 장마지요?
작가는 홍수가 난 장면도 사진으로 담아줬네요.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의 경우에는 봄,
그것도 딱 이맘때인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에
<눈이 녹아 생긴 홍수>가 아주 장관입니다.
고리끼의 작품에는 바로 이 홍수를 묘사한 단편도 있는데,
아무튼 러시아에서는 <눈-홍수>가 유명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봄 장마가 전매특허인 것인지
아니면 1893년에만 그랬다는 것인지,
안 가봐서 제가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때요?
책 잘 썼지요?
복합 예술 동화라고나 할까?
능력이 되는 아이들한테는 영어 원서로!
웅진 사장님께서는 세일로!
하지만 이 출판사에는 제 말발이 별로 먹힐 것 같지가 않네요.
이거 아니래도 돈 잘 버는 출판사입니다, 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