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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야 1903년 가을 - 러시아 학자 세로셰프스키의 대한제국 견문록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 지음, 김진영 외 옮김 / 개마고원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부드러운 우윳빛 햇살로 가득 찬 '하얀 꿈'의 동화 나라여!"
멋있지요?
문장 말입니다.
글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
다만 글에 자신이 있어야만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 교육!
나중에 이렇게 쓸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글쓰기 교육이어야만 하는 겁니다.
논술 점수 몇 점 더 받자고 하는 교육,
그런 '누런 꿈'을 가진 부모들은 꼬마작가 앞에서 깨끗하게 사라지기 바랍니다.
이렇게 써도 멋있지요?
'하얀 꿈'과 '누런 꿈!'
이렇게 자유자재로 비유를 할 줄 아는 것이 바로 글쓰기에 필요한 자신감입니다.
자 그럼, 잔소리는 여기서 끝내고, 먼저 작가에 대해서!
저자 :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
- 최근작 : <코레야 1903년 가을>
- 소개 : 1858년 러시아제국 치하에 있던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으 ㅣ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1874년 바르샤바 철도기술학교에 입학한 후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사회주의 노동연맹에 가입하고, 그로 인해 1880년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게 된다. 12년의 유형 기간 동안 민속학적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첫 민속지학 학술서 <야쿠트족>을 집필하여 러시아 황실지리학회 메달을 수상했으며, 작가로 등단하여 여러 편의 중·단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1900년 초, 다시 반정부 운동에 가담하여 유배를 가게 될 위험에 처했으나 지인의 도움으로 대신 러시아 황실지리학회 탐사대의 일원으로 합류하여 1902년부터 1903년까지 페테르부르크-시베리아-중국 북동부-일본-한국-중국-실론-이집트-폴란드로 이어지는 경로를 거쳐 여행했다. 이 경험을 통해 여행기 <코레야>(1905년)와 장편소설 <기생 월선이>(1906년)라는 두 권의 책을 남겼다. 폴란드 작가동맹 의장, 폴란드 예술원 문학분과위원장을 지냈고 1945년 바르샤바에서 사망했다.
폴란드 하면 또 우리가 아는 척해줄 수 있는 나라지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은이)
오, 세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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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이보나라는 작가가 폴란드 출신입니다.
꼭 좀좀 기억해 주세요.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
출판사에서 제공한 저자 소개를 보면
"러시아 황실지리학회 탐사대의 일원으로 합류하여 1902년부터 1903년까지
페테르부르크-시베리아-중국 북동부-일본-한국-중국-실론-이집트-폴란드로
이어지는 경로를 거쳐 여행했다"고 나옵니다.
몇 년 전에 제가 바로 이 <러시아 황실지리학회>에서
출판되던 정기 간행물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글 하나를 보면 <간도 문제>를 언급한 것이 있습니다.
이 폴란드 저자의 책을 보니까 바로 이 "탐사대"에서
<간도 문제>에 관한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번역을 하신 분들께서는 러시아에서 한 번 그 자료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제가 돈 100달러가 없어서 그 원본을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간도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래도 러시아에서 그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은 알아둘 만한 것이고
그 뒤에라도 러시아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하는 점은
우리가 유심히 체크할 만한 주제일 겁니다.
1903년 가을!
1904년 2월에 러일 전쟁이 시작되지요?
바로 그 전에 러시아 지리학회에서 탐사대를 보낸 것입니다.
뭔가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이 책 맨 앞에는 <추천의 글>이라고 해서
현재 뻬쩨르부르그 한국어학과 교수라는 쿠르바노프라는 사람이 글을 썼네요.
이 한국어학과가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학과라고 했지요?
그럼,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어를 연구한 지는 얼마나 오래 됐는가?
19세기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무렵 북경에 있던 러시아 대사관에서 조선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하면서
한국어 연구를 시작했고,
덕분에 지금 러시아 출신 한국학 전공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며
전세계 수출되고 있습니다.
밥 먹고 살기도 어려운 러시아를 떠나 미국이나 서유럽, 호주와 같은 나라에서
막 불러댑니다, 러시아 출신 한국학 전공자들을 말입니다.
이게 다 역사와 전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책 하나 소개하면서 서설이 참 길지요?
그럼, 다시 뻬쩨르부르그 교수의 <추천 글>을 읽어보면,
이 사람은 <코레야 1903년>과 나란히
아주 유명한 가린-미하일롭스끼와 함께 곤차로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린이야 꼬마작가가 하도 선전을 해서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곤차로프는 잘 모르실 겁니다.
<오블라모프>!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남긴 작가입니다, 곤차로프가!
<잉여인간>, 러시아 문학사를 꿰뚫는 주제인 잉여인간을 다뤄서
반열에 올라간 작가가 바로 곤차로프입니다.
이런 대작가가 한국 땅에도 살짝 발을 디디고는 고향으로 돌아간 일이 있습니다.
그 여행 기록을 <전함 팔라다>에 남겼는데, 1858년에 출판됐다고 하네요.
이 책은 제가 읽은 일이 있는데, 그때 곤차로프가 디딘 곳은 거제도였습니다.
하지만 뻬쩨르부르그 대학 교수는 "초라한 강원도 해안 마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꼬마작가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교수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또는 번역의 오류인지,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요?
http://en.wikipedia.org/wiki/Ivan_Goncharov
서설 참 길다!
책이란 대충 읽으면서도
이렇게 샅샅이 오류 또는 의심 가는 곳을 긁어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만 발전이 있는 겁니다.
해설이랍시고 누구나 다 아는 얘기 쓰는 일은 이제 그만들 둡시다.
알겠지요, 한국의 지식인들?
"만성적 병폐의 화신, 양반과 관리(294페이지)."
뻬쩨르부르그 대학 교수는 이 폴란드 저자의 책이
"너무도 아름다운 책(5페이지)"이라고 추천 글에 썼는데,
사실, 우리=한국인이 읽으면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꼬마작가 패턴의 독설이 돋보인다고 할까요?
"만성적 병폐의 화신, 양반과 관리," 이 얼마나 대단한 독설인가요?
"지난 8년간 대만의 식인종들을 어떻게든 이끌어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만들어온 일본이
진보와 휴머니즘의 정신으로 이 불쌍한 한국 또한
일으켜 세워주리라 기대해본다(284페이지)."
한국 독자들로서는 이런 책을 읽으면서 속이 편할 리가 없지요?
자, 이제 저자를 생각해봐야 하는 겁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반체제 운동을 하다가 잡혀서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게 된 문화인류학자!
저자는 큐리 부인과 같은 폴란드 출신입니다.
그의 조국 폴란드는 그때 러시아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던 것이고,
따라서 그는 러시아와 일본이 한 번 붙으면 러시아가 패하기를 기대했을 겁니다.
러시아가 패한다는 건 일본이 이긴다는 말이지요?
일본이 이기면,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겁니다.
반대로 러시아가 이기면, 한국은 러시아에 합병되는 것이었구요.
저자는 아주 복잡한 심정을 일본의 "진보와 휴머니즘"으로 포장해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책을 읽으면서는 이렇게 저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계속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또 서설이었습니다, 그려!
더 중요하게는 저자의 그런 태도에 일희일비 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독자란 저자가 공정한 글을 쓰고 있는가 하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데,
"만성적 질병의 화신, 양반과 관리"와 같은 정치 분석에서는
좀 지루하다 싶기도 합니다.
뒷부분의 정치 얘기가 대체로 그런 면이 강한데,
다만 "민씨 가문은 1000여 개의 관직을 독식하고 있다"는 설명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못 들어본 얘기지요?
또 우리는 <보부상>이라고 해서 이게 같은 장사꾼들인 줄로만 알고 있지요?
하지만 이 폴란드 저자는 <보상과 부상>은 다른 것(267-270페이지)이라고 설명하고 있네요.
보상이란 완전 빈민 장사치이고,
부상이란 전국 조직을 갖추고 외국 수입품을 전국 구석구석에 판매하던
부유층 상인 조직이었답니다.
이들은 심지어 정부 한쪽 팔 노릇을 하면서
"국사범이나 범법자"들을 잡아들이기도 했다는데,
중요한 건 철도와 같은 교통 시설 발전에는 정부에 반대 압력을 넣었답니다.
등에 짐을 지고 물건 팔던 상인들이니
철도가 건설되면 자기들이 설 자리는 다 날아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19세기 말부터는 광화문 앞에서 깡패 조직을 동원해가며
특권을 누리던 상인 조직인 육의전이 몰락해가면서
대신에 부상들이 '부상'하게 됐다는 그런 얘기가 되겠네요, 그렇지요?
이런 얘기는 교과서 아무리 읽어봐야 안 나오는 겁니다.
뭣들 하는 겁니까, 한국사 전공자 여러분?
또 이 폴란드 저자는, 다른 여행 기록들과는 달리,
인용문을 많이 실었고 그걸 <주>로 다 밝혀줬습니다.
책 끝에는 참고문헌까지 자상하게 실었는데,
번역자들은 이 자료와 함께 폴란드 저자가 참고했을 만한 책들도 소개했습니다.
이 참고문헌 중에는 제가 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
러시아 재무성의 책도 나와 있네요.
제목은 Opisanie Korei라고 하는데,
1984년에 <국역 한국지>라는 제목으로 한국어로도 번역이 됐다고 합니다.
알라딘을 찾아보니까 이 책은 나오지 않고,
대신에 아마존에서 Opisanie Korei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니까
비슷한 제목으로 <만주지>가 나오네요.
역시 러시아 재무성에서 나왔고 1897년에 출판이 됐던 것인데,
University of Michigan Library에서 영어로 번역해서 다시 찍은 모양입니다.
Language: English
러시아 놈들, 미국 놈들, 한국이니 만주니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지들 멋대로 가지고 놀지요?
강대국이란 이런 겁니다.
남들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애들은 얻어터지기만 하다가
주권도 빼앗기면서 노예로 전락하는 겁니다.
그게 역사지요?
<코레야 1903년 가을> 얘기는 계속됩니다.
다만 제가 소개하는 한국 관련 책들은 다 도서관에 신청해 주세요.
그래야 출판사들이 다른 책들을 찾아서 출판을 해줄 수 있습니다.
벌써 절판된 책들이 몇 권 나왔지요?
이런 일이 계속 생기면,
최소한 꼬마작가 같은 사람의 책 소개글도 막히게 되는 겁니다.
적어도 본전이라도 뽑을 수는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도서관 신청!
꼭 좀좀 부탁!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