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CHROMATOPIA
데이비드 콜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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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무채색인 흑백영화를 보면 왠지 목소리를 숨긴듯한 그 차분하고 건조한 정서에 매혹당한다. 흑백영화로부터 색다른 아름다움을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 컬러풀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이 선물하는 수만가지의 색에 늘 둘러싸여서 그 아름다움을 가끔 인식조차 하고 있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 책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CHROMATOPIA>를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이 하나하나의 색들이 어떻게 발굴되고 탄생되고 이름붙여졌는지 흥미롭다가 소중해진다.

이 책은 세계에서 유명한 물감 제조업체인 ‘랭그릿지 아티스트 컬러( Langridge Artist Colours)’ 창립자이자 아트컬리지에서 강연을 해온 데이비드 콜즈가 고대부터 중세를 지나 만들어진 안료의 역사부터 현대에 와서야 만들어진 색의 과학, 필기용 잉크나 염료, 불가사의한 색 등을 담은 책으로 색을 향한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원서 제목은 'Chromatopia: An Illustrated History of Color'인데 사전을 찾아보니Chromatopia라는 용어는 없는 것 같고, Chromato가 약제학에서 색이란 뜻이라니 세상을 pia가 붙어 '색깔세상'쯤되려나. 삽화가 있는 색깔의 역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각 색깔마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색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어서 책을 펼쳐서 보는 색깔만으로도 아름다움에 압도당할 수 있다.

발굴작업시 생사를 오고가게 하고 건강을 해치는 유독한 광물부터 식물의 뿌리나 꽃과 줄기, 벌레, 사람의 뼈 등 다양한 곳에서 색을 추출하는가하면 고대부터 중세까지 여러 지역에서 화합물을 배합시도하고 또 우연히 색을 얻게 됐는지 이 각각의 유구한 이야기은 인간들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색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렸고 이런 아름다움을 얻기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깨닫게 한다. 또한, 물감업자인 저자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물감만드는 법이나 흡사 요리레시피를 보는 듯한 안료제조법, 현대 예술가의 몇몇 작품과 그 작품에 사용된 예술가의 색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에 그린 계열이나 청록색이라 관련 색들을 더 관심을 갖고 읽었다. 파란광물을 구하기 어려웠던 이집트에서 도자기 유약을개발하며 탄생시켰다는 인류가 합성한 최초의 색이라는 '이집션블루', 19세기까지 화가들에게 가장 생기 넘치는 초록으로 식초를 부은 용기 위에 동판을 매달아 나온 증기가 반응해 만들어진 아세트산 구리로 빛과 공기에 닿은 순간 갈색으로 변한다는 '버디그리', 이 버디그리에 비소화합물을 반응시켜 만들었으나 수분과 반응하면 유독한 비소증기가 나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치명적인 독성이 나왔던 '에메랄드 그린' 등 색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책 속의 사진 속 색을 보며 마치 박물관의 광물관에서 그 기묘하고 아름다운 색깔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책이 좀더 큰 판형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보고 누리는 이 아름다운 색깔들이 고대부터 오랜 시간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지금의 나에게까지 닿았다고 생각하니 예사롭지 않다. 때로 어떤 색만 보고있어도 마음이 동요될 정도로 아름답고 인상을 남기더라니 아마 색에 대한 오랜 인류의 역사와 그 갈망이 그 색에 깃들어 있었기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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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다카하시 요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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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하지 않겠다. 나도 숫자가 나오면 이게 계산이 맞는 건지 자신이 없어지는 문과출신이다. 하지만 모든 문과 출신이 수학에 약한 것도 아닌데 문과 바보라니 너무 하잖아.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공언하는 이 책 <수학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의 표지에는 자그마치 '문과 바보는 세상이 숫자로 움직인다는 걸 모른다'고 적혀있다. 수학에 아킬레스건이 있는 나같은 이는 뜨끔하다. 사실 학창시절에는 수학적 지식으로 해석해야 하는 세상의 언어가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 수학이 이렇게 쓸모있는 학문인 줄 알았다면 수학공부에 더 시간을 할애했을 거라고 뒤늦은 변명하면서 늦게나마 수학의 끈을 놓지않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도쿄대 수학과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수량 정책학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학문으로서의 수학보다 일상의 경제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학의 효용성으로 접근해 수학적 개념들을 소개한다.


제1장 '수학은 어떻게 내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재무재표를 작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이론이자 원칙인 회계, 재무상태표를 읽을 수 있는 자산과 부채와 자본,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의 차이 등을 알려주며, 이를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의 재무상태를 읽는 법을 소개한다.

제2장 '수학으로 어떻게 경제를 술술 읽을 수 있는가'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물건의 가격을 결정요인,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으로 경제를 읽는 법, 인구와 경제의 상관관계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수치읽는 법을 알려준다.


제3장 '일 잘하는 사람의 경쟁력은 숫자에서 나온다'에서는 기획안 작성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문서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통계학에서의 수학적 개념을 소개한다. 표준편차, 분산, 정규분포곡선, 이항분포 등 개념을 확인시키며 데이타에서 정확한 정보를 읽는 법을 알려준다.


제4장 '내 미래는 점쟁이가 아니라 수학에게 찾아라'에서는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확률의 개념을 강수 확률, 국가 안전이나 세계 평화 예측, 로또 구매 등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라 확률값 의해 예측하는 지식을 소개한다. 지식 또는 믿음의 정도를 수치로 분석하는 확률 이론으로 정보를 통해 통계 정보를 갱신해 나간다는 발상을 전제로해 오류를 수정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에측의 정확도를 높여 나간다는 베이즈 확률은 최근 읽은 책에서도 언급된 내용이라 반가웠다.


제5장 '문과 바보는 수학적 사고로 세상을 보는 수준이 달라졌다'에서는 일본의 중의원 선거 예측의 언론사별 달랐던 예측 결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 예측의 실패, 출구조사의 예측시 사용되는 평균과 표준 편차, 연금제도에 대한 우려 등 정치,사회 뉴스를 읽을 때 고려해야 할 수학적 사고를 제시한다.


저자가 언급하는 확률이나 통계 등 책에서 소개한 개념들이 어느 정도 알듯말듯하고 학창시절에 배운 내용이 생각날듯 말듯 하다가도 솔직히 전부 이해할 수 없는 한계에 안타까움이 있다. 나말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있는 것이아닐까 싶고 왠지 학창시절 배우고 기억했어야 할 수학 공식은 다시 찾아봐야할 것 같고, 잘 모르겠는 부분은 한 두 번 더 읽어봐야할 것 같다. 그래도 책이 관심을 끌어내 추가로 검색해 보고 확실히 이해하고 싶게 만든다.


부끄럽지만 재무회계팀이 아니니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져 읽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렸던 기본적인 회계용어나 경제 용어 등은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이해하고 기억하고 가야겠다. 책에서 말하듯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생의 무기로 수학을 써먹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경제나 사회뉴스를 읽을 때 그 의미를 좀더 수월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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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쥐 - 왜 일할수록 우리는 힘들어지는가
댄 라이언스 지음, 이윤진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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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지 회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자유롭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사무실, 일하며 운동이나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창의력 발휘를 위해 위계서열을 따지지않는 유연한 조직,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사업화한 IT 서비스로 투자자들에게 선택받고 주식상장돼 승승장구하며, 멋지고 자유로운 이미지메이킹으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그런 선망의 직장을 꿈꾸는가. 이미 그런 직장에 들어와 있는 경우라면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더 힘들고 일할 맛 안나고 존엄성은 떨어지는 것 같고 회사에서 쓰다 버려질 소모품처럼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의 정체를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해 혹시 자학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과 견주어도 낯설지 않을 내용을 다룬 이 책 <실험실의 쥐>는 잘알려진 실리콘밸리의 신흥재벌기업들의 불합리한 경영 관행과 허울좋은 시스템으로 호도해온 비인간적인 직원관리를 낱낱이 폭로한다. 그리고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직원의 행복을 통해 기업의 이익 안정화를 가져오고 기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책의 원제는 'Lab Rats: How Silicon Valley Made Work Miserable for the Rest of Us'인데 원서의 표지는 평면 미로 한가운데 갇혀있는 생쥐 그림의 한글 번역본보다 더 섬뜩하다. 원서 표지는 쥐의 얼굴을 한 양복입은 직장인이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이미지인데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 매일 씨름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저자는 이런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나 스타트업이 직장인들을 마치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데 사용한 스키너 상자에 갇힌 실험용 쥐처럼 여기고 합리적이지 않은 낯선 시도를 창의적인 것인양 제시하며 강요하고, 신속한 성과를 거두기를 재촉하며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경쟁심을 불러일으켜 불안감을 일으키며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고 말한다.


기업을 트레이닝하는 경영 프로그램은 유행처럼 바뀌며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해 레고를 사용하는 LSP(Lego Serious Play), 낭비없는 신속한 개발기법을 이용한 린스타트업과 같은 애자일(Agile), 최면술처럼 마인드컨트롤 하는 NLP(Neuro-Linguistic Program), 상사없는 수평적구조를 받아들이는 홀라크러시(Holarchy)등 끝도없는 마케팅 기법을 내놓고 이런 것들을 적용하는 게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것인양 착각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얼마나 허술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자의 불행을 키우는 것으로 4가지를 꼽고 있는데, 돈, 불안정, 변화, 비인간화가 그것이다. 과거에 비해 인터넷 시대의 기업의 소득은 늘었으나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게 재분배되지는 않고 연금이나 복지혜택 등을 받기 어려워 불평등한 구조는 갈수록 심해졌으며 (돈), 넷플릭스의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고용 불안정과 해고의 두려움을 경영도구로 사용하며(불안정),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조직시스템에 적응할 것을 강요당하며(변화), 노동자들이 기계에 의해 고용되고 감시되고 평가받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반의 경영시스템 (비인간화)하에서 행복을 잃어가는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IBM, 애플, 우버, 링크드인 등 선망의 직장처럼 여겨지는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들이 그 화려한 명성 뒤에 어떤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왜 좋은 직장이 아닌지 어떤 점에서 그들이 실수를 저지르면서도 내부의 문제점을 못보고 또는 일부러 지나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물론 저자가 회사들의 단점만 들춰내고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안정성을 제공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더 이끌어내는 회사의 사례, 노동자 친화적인 기업을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나 어려운 지역의 여성이나 흑인 등을 도우며 사회 공익과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사회적 기업 등 바람직한 사례를 들며 노동자와 기업가 상생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화려해보이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어두운 이면은 우리나라의 IT기업들과 스타트업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연상시켜 낯설지 않다. 기업의 이익과 직원의 행복이 공존하는 이미 실현하고 있는 회사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나라, 타 회사들에도 전파되는 낙관적인 미래를 기대해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까?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 즉 고객과지역사회와 직원들에게 가치를 분배하는, 도덕적이고 포용적인 형태의 자본주의를 상상한다. 이 시스템은 더욱 친절할뿐 아니라 더욱 공정할 것이다. 또한 더욱 지속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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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뭐 하면서 살 거야? - 청소년의 진로와 경제활동에 대한 지식소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8
양지열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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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2019년 전국 초등고학년과 중고등학생 1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34.9%는 최저시급을 받지도 못했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비율은 60%도 넘었다고 한다. 근무중 임금체불이나 언어폭력, 성희롱을 당하거나 다치는 등 부당 처우를 당하기도 하고, 특히 현장 실습을 나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우 학점과 연결된다거나 실습을 이유로 약자가 되어 적절한 보호나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70% 이상이 부당함을 참고 계속 일했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십대, 뭐 하면서 살거야?> 단순히 직업을 나열해 놓은 진로찾기 매뉴얼북이 아니다. 변호사인 저자는 막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당당히 누리고 요구해야 할 권리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법률과 제도를 청소년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며, 그와 함께 본인에게 맞는 적성과 다양한 직업이 하는 일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아무리 유익한 정보가 담긴 책이라고 해도 개념을 정리한 지루한 책인 것을 눈치채면 저만치 달아날 이 또래의 아이들을 간파한듯 가벼운 청춘드라마 같은 전개로 법률이 필요한 상황들을 설정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다가 이런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설의 형태로 구성했다. 조카와 격없는 변호사 삼촌, 중학생 조카를 중심으로 법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선배가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체육학과 남학생, 커피매장에서 일하는 그의 여자친구, 미국 회사를 다니다 투자를 받아 한국에 새로운 개념의 꽃집 소매업을 시작하는 클레어 등이 김 변호사에게 찾아와 각자의 경제활동과 맞물린 상황들을 법률 조언을 듣는다. 마지막 장에서는 꿈을 이루고 어엿한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나름의 고충과 보람을 느끼며 생활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낸다. 각 장 마다 '십대도 꼭 알아야 할 진로와 경제활동 이야기'라는 별도의 꼭지를 마련해 민법의 계약 중 하나인 고용계획과 근로계약에서 알아야 할 내용과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 민법의 3대원칙, 사업가로서 법인 설립시 염두해야 할 점들과 매매계약 시 유의할 점, 여러 직업의 장단점과 전망,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취직 외에 창업을 통한 진로 선택 등 유익한 정보도 제공한다. 마지막 장에는 '내일을 준비하는 십대를 위한 양지열 변호사의 특별상담소'라는 코너를 두어 업무현장에 고용돼 일하는 청소년들이 마주치는 난처한 상황들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해 소개한다. 기업들이 알아서 청소년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며 경제활동에 미숙한 청소년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유용한 법률지식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친절한 사회라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등떠밀려 나와 일하는 현실이라는 전쟁터는 그렇지 못하다. 정당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며 현명하게 경제활동하며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임하려면 기본적인 법과 사회제도에 대해 배우고 아는 것은 분명 힘이 될 것이다. '청소년의 진로와 경제활동에 대한 지식소설'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지혜로운 사회인으로 성장해 미래를 이끌어날 아이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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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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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각하는 나 말고 나도 모르게 나를 장악하는 무의식의 힘을 우리는 궁금해하고 때로 두려워한다. 바쁜 일상에 쫒겨 내가 누구인지 묻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때도 있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기억에 또 알 수 없이 펼쳐진 어젯밤 꿈에 대해 운명인지 우연의 반복인지 반복해 마주치는 어떤 상황에 대해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는 무의식에 대해 인식하고 궁금해 하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이 무의식의 세계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가 정신분석학자로서 활용한 최면술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기억>에서 주인공인 르네가 프랑스 센강 유람선 공연장의 '퇴행최면'에서 만난 최면사 오팔에 의해 최면에 빠져 자신의 전생을 엿보듯 우리도 무의식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 속으로 미끌어져 들어간다.


르네는 이 퇴행최면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교전을 치르다 독일군 병사에 의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면서 불쾌한 경험을 가진 채 최면에서 빠져나온다.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거리를 헤매던 르네는 나치 친위대 문양을 한 스킨헤드 청년의 강도행위에 맞서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챕터 3까지 벌어지는 일이다. <기억> 2권 마지막까지 총 134 챕터인 걸 감안하면 책을 펼쳐는 순간부터 사건이 휘몰아쳐 다음 내용이 궁금해 쫒아가지 않을 수 없다. 


역사교사인 르네에게는 교사인 말이 잘 통하는 친구이자 동료인 엘로디가 있으며, 음모론을 좋아하며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있는 아버지가 있다. 르네는 처음 인연을 맺은 최면사인 오팔을 지속적으로 찾아가 최면을 통해 자신에게 총 111개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최면을 통해 각 방문을 열어 역사 속 자신이었던 전생의 인물들과 교류한다.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돈많은 부인, 캄보디아 승려, 아틸란티스 인, 일본 사무라이 무사 등의 인물과 접속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작가가 더 많은 삶을 투입시켜 이야기 스케일을 더 키워보고싶은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전생의 인물들 가운데 아틀란티스 인이었던 전생의 게브와 접속해 대홍수로부터 아틀란티스 사람들을 구하도록 돕고 당시의 기록을 후세에 남김으로써 역사로 입증할 자료를 찾도록 돕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역사교사로서 사명감을 가진듯 사실에 기반한 역사기록을 남기고 또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아 정신병자로 몰려 정신병원에 갇혀 공인되지않은 정신 치료의 실험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연루된 정치문제로 이집트의 교도소에 갇히기도 한다. 스펙타클하고 복잡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최면을 통한 전생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스토리로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앞의 진행에 비해 결말이 살짝 급박하게 마무리되어 3권까지 스토리가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살짝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여러 이야기를 몰입도 높게 이끌어간 작가의 힘은 느낄 수 있었다. 


역사교사인 르네는 므네모스라는 파일에 역사 기록의 오류와 역사적 사실을 적고 있는데, 그리스로마신화부터 이집트신화, 세계사, 최면의 역사 등 방대한 역사와 신화를 현실세계와 연결시켜 놓았다. 책을 읽으며 이런 이야기가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작가가 지어낸 픽션인지 궁금해 찾아봤는데 했는데, 실제 세계사와 여러 학문의 근거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도록 쓴 것을 알고 작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 방대한 배경지식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을 한 것을 알고 놀랍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이집트신화까지 찾아보게 만들다니, 소설을 읽었는데 여러 분야의 인문학 자극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르네의 입을 빌어 권력자들에 의한 승자의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숨겨지고 왜곡되었던 역사의 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를 밝히고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더 나은 인류의 역사를 이끌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듯하다. 또한, 현재의 삶은 전생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보완한 결과라 말하며 우리는 우연히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려는 듯하다. 책을 읽고보니 살짝 최면을 통한 나의 심층기억이 궁금하기는 한데 난 으스스한 걸 못참으니 그냥 전생의 기억이나 심층기억은 모른 채로 단순하게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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