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 국내최초 초판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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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6.9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자살에 이르게 하는 요인은 차별이나 학대, 관계의 고립, 경제적 어려움이나 질병 등 다양한데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삶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 이런 상황이 자살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걱정과 불안의 늪에 빠져 속수무책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막다른 길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손잡아줄 수는 없을까. 혹 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나라면 나는 어떻게 나를 구할 수 있을까.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의 원제는 'How to stop worring and start living-걱정을 멈추고 삶을 시작하는 법'이다. 물론 남의 어려움을 감히 이겨낼 수 있을 꺼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닥친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고 어떤 삶을 살아낼지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삶의 균형을 위한 자기관리 방법은 중요하다. 내 영혼을 갉아먹는 온갖 잡다한 걱정거리에 휘말리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갖고 당당히 삶을 살아가는 노하우를 담은 이 책은 1948년 초판본이 씌여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출간되고 있는 자기계발서의 원조격인 셈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목사, 배우, 작가 등 다양한 꿈에 도전하고 교사, 세일즈맨으로도 일했던 데일카네기는 자신의 경험과 많은 자료와 책 속 고대 철학자, 위인, 유명인의 사례, 그리고 170여 개 도시에서 열린 강좌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걱정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이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이는 세상에서 나 혼자뿐일 꺼라는 고립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동서고금 이 숱한 사람들도 각각 나름의 죽을 것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 살아냈음을 알리고 그들을 살게한 공통된 조언에 귀기울이라 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걱정을 극복한 32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들만의 목소리로 실었다.


걱정은 마음의 건강뿐만 아니라 몸의 건강을 해치고 행복할 기회를 앗아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만든다. 저자는 닥친 걱정을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지말고 무엇이 걱정인지 파악, 분석 하고 최악의 결과를 가정해 결단을 내린 후 상황을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며 개선해 보려 노력하라 말한다. 그리고 내 노력 밖의 것은 잊어버리고 걱정에 빠질 틈도 없이 바쁘게 살기위해 노력하며 타인을 위해 살 것을 권한다. 사소한 걱정에 매달리기에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혼자 다 떠안으려 하지말고 필요하다면 종교에 의지하는 것도 추천한다.


궁극적인 평화와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 타인에게 대가를 바라지말고, 내가 가진 복을 헤아려보고 남과는 다른 나 자신을 믿고 내 모습대로 살 것을 조언한다. 때로 부당한 비판을 받을 일이 생긴다면 누군가 부러워하고 질투할만한 위치에 있음을 이해하고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공정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찾을 것 등을 권한다.


재정파탄 때문에, 결혼생활과 해묵은 원한 때문에, 외로움과 그 밖에 매사 내 앞을 가로막는듯한 반복된 각종 불운으로 걱정에 빠진 이들에게 걱정을 이겨내고 의욕을 높이며 행복과 성공을 찾는 비결을 소개하는 그의 조언은 극적이거나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실천하며 살기 어려워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나이를 먹어도 엄마의 잔소리를 계속 들으며 계속 상기시킬 때, 수십 년전 이미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도 허다한 고통과 걱정에 힘들어했지만 이러저러한 방법들로 극복했다는 수많은 사례들은 나름대로 힘을 준다. 그래서 설령 이 방법들이 우리가 다 아는 것이라해도 또 다시 기운내서 한 번 해보라고 등떠밀며 기운을 주는 듯하다. 걱정의 늪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에게 실낱같은 작은 희망이라도 스며들 일이 생기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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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 국내최초 초판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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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과 함께 한번 읽어볼만한 책. 걱정의 늪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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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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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못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므로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위기니 물부족 현상이니 하는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인터스텔라>에서처럼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흙먼지가 날리고 사막화가 일어나며 농작물 수확에 어려움이 생긴다해도 어차피 저건 허구를 담아낸 영화고 언제 일어난다고 해도 먼 미래의 얘기려니 싶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하니 더이상 식량위기는 픽션이 아니라 당면한 위기일지도 모른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작황부진, 코로나로 인한 노동자의 이동제한으로 농작물 파종과 수확의 어려움, 각국이 식량안보강화와 자급률제고로 식량부족이 일어나고 수급불균형이 이루어져 세계 식량가격이 6년내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이 쉽고 당연하지 않은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에서 기후변화에 위태로워진 식량 문제에 맞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고 다각도의 해법을 모색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니 마냥 불안해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탐사 저널리즘 및 과학 글쓰기 교수이자 환경전문가로 환결저술상을 다수 수상한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을 위해 연구하는 이들을 만나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빗물을 농업 용수로 쓰는 지역에서 비가 오지 않아 가뭄으로 식량생산량이 줄고 농민 수만명이 목숨을 끊는 현실을 맞았던 인도의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구름 속에 비가 내리도록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구름씨를 뿌려 가뭄 해소에 일조하고 있다. 저자는 구름씨 뿌리기를 하는 프로펠러 비행기에 탑승해 구토의 위기를 무릅쓰고 경험을 함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구름씨 뿌리기가 강수량을 늘리는 데 일조하기는 하나 고작 15% 늘려주는 게 전부라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스마트 물시스템이나 로봇트랙터, 수직농장, 대체 단백질 등이 부유한 국가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어 전망이 있지만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없을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자급자족 농장에서 극심한 기근같은 기후 변화를 이미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근본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현실은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기근해소를 위해 당장 곡물이나 지원물품을 보급해 식량을 원조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씨앗을 공급하고 가축에 백신을 접종하고 사료를 접종하는 등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지원이 이뤄져야 할 거라는 조언을 반영해 목동들에게 소를 위해 고칼로리 영양보조제를 만들어 먹이는 등 다각도의 실천으로 실제 농작물 생산량이 늘고 있는 에테오피아의 사례도 눈여겨 볼 만했다.

 


세계 송수관이 누출이나 파열로 수송과정에서 평균 물의 3분의 1을 낭비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송수관에 쓰는 스마트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수공학자와 연계해 수도회사에 누출과 파열 감지 이상 기능을 하는 서비스를 구현해 효율적인 물관리기술 시스템을 개발한 이스라엘 연구자의 사례도 흥미로웠다. 이 소프트웨어로 물의 패턴을 이해하고 이상현상을 발견해 물의 낭비를 막으며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니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분야를 다양한 곳에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흥미로웠지만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고, 재활용 하수를 역삼투 여과단계를 거쳐 정화해 사용해 식수로 만드는 과정은 담수화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 편이지만 폐수를 먹는다는 인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일리가 있어보였다. 저자는 오렌지 카운티 하수처리장 견학 후 하수 물이 정화돼 식수로 나오는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을 들이키며 알프스 샘물 같았다는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과거로부터도 지혜를 얻어 열대 건조지역이나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으며 비료나 농약없이도 자랐던 고대 식물인 모링가를 연구, 수확하고 퀴노아나 아마란스 같은 특이한 소형 식물을 키우는 시도도 있다. 식물들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며 광합성을 가속화해 더 많은 당을 만들어내 건강에 덜 이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퀴노아나 컨자, 모링가 같은 식물들은 슈퍼푸드로 간주되고 있으며 유전자 편집이나 육종기술을 도입해 건강에 이롭고 미래 생존에 도움이 되는 식물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GMO 작물에 대해 염려하고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늘까지도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이 GMO에서 나오며, 가뭄에 내성있는 작물이나 환경 스트레스를 견딜 서 있는 유전자변형 식물이 요구되고 있으며, 기근으로 생사를 오가는 곳에서 GMO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위험을 훨씬 능가할 정도의 수확량과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데도 막연히 GMO 작물을 반대하는 것만이 해답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미국 육군의 식품혁신연구소에서 개발중인 다양한 전투식량 가운데 개별 병사의 생체이터와 건강상태에 기반해 특정 영양분이 필요한 병사들을 위한 맞춤형 음식반죽을 넣어 3D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이라던가 유통기한이 25년이라고는 생존식품도 신기해 보인다. 하지만 마이크로파 진공건조과정을 거쳐 수분을 뺀 음식이나 유전공학 기술을 반영한 음식이라던가 채식에 저탄소 제품에 저렴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씹을 필요없이 액체형으로 된 시판 중인 소일런트라는 대체식품이 즐겁게 먹기 쉽지 않았다는 저자의 경험을 읽고 있자니 이런 모험적인 음식을 부디 먹지 않아도 되기를, 가능하다면 지금과 같은 평범한 음식을 오래 먹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를 안일한 미래의 문제, 당장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나라의 문제라고만 여길 수 없게끔 세계 곳곳의 식량 위기 사례를 가까이서 맞닥뜨리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인공적인 환경 아래에서 최적의 관리가 가능한 다양한 시도로 이미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은 다행이지만 낙관할 수만도 없고 다가올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연구가 많아 필요해 보인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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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부를 끌어당기는 100가지 블루오션
닛케이BP종합연구소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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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장을 예측하는 트렌드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니 곧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가 시작될 모양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휘청거렸던 세계경제는 우리에게 팬데믹상황을 극복하고 수습해야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것의 중요성을 과제로 던졌다.

<앞으로 10년 부를 끌어당기는 100가지 블루오션>은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만든 닛케이BP종합연구소에서 10년 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유망 트렌드 아이템 100가지를 선정해 소개한 책이다. 경제경영, 생활, 건축, 의료, IT 등 업계 전문지 기자 80여 명이 현장에서 보고 뛰며 조사해 내놓은 최신 아이템을 한 권에 담아 미래를 조망하고 예측하기 위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되겠고 창업자들이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들은 시장의 구조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5가지 개념에 집중한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생존에서 QOL(Quality of life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삶으로 변화해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 더 집중하게 되었으며, 시설이나 설비 같은 유형 자산보다 인적 자본과 기술, 지적 재산, 데이타 등 무형자산에세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말한다. 또한, 개인이 소유하는 닫힌 구조 보다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열린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자연이나 에너지 자원 등 유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며, 테크놀로지를 더 많은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석한 구조 변화를 토대로 이 책에서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상품, AI가 지배하는 세상,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기술, 공유 서비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서비스, 과학의 발전이 가져다줄 상품 등 6가지 분야에서 관심가져야 할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눈길을 끌었던 아이템을 꼽자면,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각자 보유한 능력을 상호보완하며 IT와 로봇 등을 활용해 복지비용을 줄이고 인력을 제공하는 보디쉐어 서비스, 자율주행 차량 이용이 대중화되면서 차안을 업무공간이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MaaS(Mobilty as a Service) 시장은 커지고 역세권의 가치는 하락될 수 있다는 전망은 새로웠다. 환경과 자산보호를 위해 가재도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영구 소비재를 IoT관리하는 서비스, 식품 폐기량을 줄일 수 있도록 유통기한을 늘리는 용기와 포장을 마련하고 남은 물건을 유통하고 이용하며 폐기된 식품을 사용해 바이오가스 등 에너지로 만드는 방안, 탈이산화탄소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며 CCS 화력발전소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하고 저장하는 사업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아이템들에 대한 사례도 흥미로웠다.

각 아이템의 시장 규모, 간략한 시장 개요, 사업화하면 좋을 공략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 보다는 관심 분야부터 훑어보며 발견한 흥미로운 아이템을 토대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책에 언급된 어떤 분야는 이미 국내외에서 논의되고 진행중이라 낯설지 않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어떤 개념 자체를 구체적인 적용 사례없이 소개하고 있는 것도 있고 많은 아이템을 한 권에 담으려다보니 자세한 내용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어 심도 깊은 정보를 얻으려면 다른 책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듯하다. 하지만 자주 접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까지 미래 트렌드를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는 것은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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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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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담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대하소설 3부작을 쓴 한국문학의 거장 조정래 작가가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이해 개정판을 내놨다. 이를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그간 작품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는데 그 중 한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이 왜곡보도를 해 이슈가 있었다. 광복 후 친일파 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좀먹는 토착왜구세력이 잔존하고 있음을, 아픈 역사를 이해하는 국민들도 모두 알고 있는 그 사실을 언급한 것 뿐인데 일부 언론은 작가가 한 답변의 뉘앙스와 문맥은 무시한 채 앞뒤 잘라 먹고 일부 표현만 들어내 몰아가며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던 것이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에 담긴 역사관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안다면 그렇게 일부러 왜곡하기도 힘들었을텐데 보수 언론과 진짜 토착왜구에 속해 뜨끔했던 이들은 조정래 작가가 주목받고 더 많은 국민들이 그의 책을 찾게되는 것이 두려워 트집을 잡으려고 벼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7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내며 대한민국 역사의 문제적 현실을 소재로 앞으로도 20년간 글쓸 계획을 세워두었다 하는 결연한 포부를 가진 영향력이 큰 작가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의 글쓰기 인생 50년을 맞아 독자와의 대화집을 담은 <홀로 쓰고, 함께 살다>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 흔들림없는 목표의식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아껴온 대한민국의 독자들이 그간 발표한 그의 작품에 대해, 그처럼 글을 쓰며 살고 싶은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들려주는 글쓰기 노하우와 작가로서 사는 법, 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한민국 현실의 문제점과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 등을 독자들의 100여 개의 질문에 답한다.


질문 가운데 저자가 자신이 작가로서 재능이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국문학도에게 작가가 자신을 객관화해보기를 권하며 들려준 작가재능 판별법은 다음과 같았다.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고 배고픔처럼, 몸마름처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동하는지, 글을 쓸 때마다 남다른 개성과 창의력이 발동하느냐, 같은 소재와 주제로도 매번 색다르고 특출하게 써낼 수 있느냐, 날마다 하루 2페이지 정도씩 길게 써나갈 수 있느냐, 다른 작품을 받고 감동을 받은 후 나만의 스타일로 다르게 쓸 수 있는 마음이 드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 재능보다 '혼자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의 길이와 좋은 작품의 수는 비례한다'며 성실하고 엄중한 태도로 자기관리하며 끈질기고 외롭게 글쓰기에 매달려온 작가의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근 문학교과서 주저자로도 활동한 작가에게 문학의 목적에 대해 묻자 작가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 실은 그가 쓴 교과서 머리말을 보면 작가란 모국어의 자식인 작품을 쓴다는 것은 모국어에 은혜갚음이고,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것은 모국어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국어가 주는 그 은혜를 다시 음미하며 사람답게 사는 참다운 길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라 말한다. 작가를 통해 듣는 이 말은 새삼 우리글로 문학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했다.


'한정된 시간을 사는 동안 내가 해득할 수 있는 역사,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리고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첫 소설집 <황토>에 실은 작가의 말에 적은 각오대로 그는 50년간 작품을 통해 '우리의 처절한 민족사를 진실하고 생생하게 엮어내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처참하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작은 거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작가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우리 민족과 조국을 가장 뜨겁게 사랑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이 나라의 병폐를 혁신하고, 불의를 척결하고 타락한 국가사회의 각종 권력을 개혁하기 위해'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투표와 권력 감시, 감독을 하는 국민들이 싸우고 타협하며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을 바라며 종전기원문을 쓰는 작가.


나라가 어찌되든 나만, 자기가 속한 조직만 살겠다고 남을 비방하고 헐뜯고 엄연히 있었던 역사적 사실조차 반성없이 유리하게 조작하고 해석하며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이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요즘이라 더욱 조정래 작가의 책을 젊은 세대와 다시 읽기를 해야할 것 같다. 오래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가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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