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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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받은 편지를 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지만 호기심을 끄는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유명작가가 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편지는 좀더 흥미가 생긴다. 작가가 생전에는 허락하지 않았을 사적인 이야기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유명세 덕에 만천하에 공개되어 독자들의 읽을거리가 되었다. 편지에는 작품 밖 작가의 일상과 작품 탄생 배경 등 작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요소들이 담겨있다. 

'자기만의 방'으로 잘 알려진 페미니즘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생전 지인들에게 편지 쓰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4천여 통의 편지가 남아 있다고 하니 그 이상을 썼을테니 엄청난 양이다. 하긴 그 시절 사람들은 전화나 메신저도 없었으니 멀리있는 사람과 하고 싶은 말을 나누는 수단은 편지가 유일했을 것이다. 그 편지 중 96통을 엮은이가 연대별로 선별하고 중심 문장을 골라 책을 내놓았다. 편지 수령인도 다양하고 상대의 편지내용은 게재되지 않아 다소 헷깔렸지만 엮은이의 코멘트와 각 인물 설명, 작가가 처했던 상황 설명은 버지니아가 어떤 시기, 어떤 목적으로 쓴 편지인지 이해를 돕는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관심을 가졌지만 책을 완독해 보지는 못했기에 이 책을 통해 작가에 좀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 반가웠다. 편지에서 가져온 한 문장으로 정한 제목도 좋다.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책은 버지니아울프가 작가가 되기 전인 1882년부터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1941년까지 총 3파트로 나뉘어있다. 편지는 문학적, 사상적, 또 심리적 교류를 나누었던 지인들이 수령인이다. 친언니인 바네사, 17살의 나이차가 나지만 자신을 돌봐주고 글쓰기를 격려해줬던 언니 바이올렛 디킨슨, 글쓰는 후배나 시인, 또 동료 소설가, 여성 작곡가 에델스미스, 남자친구였고 후에 남편이 된 레너드 울프, 조카인 줄리언 벨, 작가이자 정원디자이너고 창작에 영향을 끼쳤던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 여성 사회운동가 마가릿 데이비스, 여성 인권옹호자인 재닉 케이스, 남편과 함께 꾸려간 호가스 출판 경영에 관여한 존리먼, 호거사 출판사에서 책을 펴낸 변호사, 자신의 독자와 팬 등 다양하다.

1부 자유(1882~1922년)는 위대한 아름다움의 성취를 거두는 글쓰기를 통해 자유를 찾고 훌륭한 소설을 써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작가의 갈망이 드러난 시기다. 타인의 비판과 평가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여성의 글쓰기가 폄하되는 가부장적인 시대에 등장한 부정적인 글들에 조목조목 상대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글쓰기에 불타는 의지를 표출한다. 결혼에 흥미없는 듯하다가도 레너드의 청혼에 결혼이라는 제도의 유익함을 누리는 데 동의하면서도 성적인 관심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며 솔직히 고백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과 문학과 예술 등에 뻗어가는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보면 결혼이나 남편은 그녀의 삶 중 지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 같긴 하다.

2부 상상력(1923~1931년)에서는 결혼 후 <델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올랜도> 같은 작품들을 창작하고 출간하고 찬사와 비판을 들으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호가스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만들며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한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품을 통해 성이분법을 넘어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를 오가는 다양하고 복잡한 성정체성이나 젠더의 다양성, 양성적인 이상성을 그렸다. 화가나 소설가 등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이 작품에서 천착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정체성에 대한 견해와 비밀스러운 호기심도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소설을 두고 자신의 독자와도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고, 사랑하는 비타에게 자신의 호감과 관심이 묻어나는 편지를 보낸다. 언니인 바네사 벨과도 문학과 작품내 표현된 가족 관계나 대해 깊이있게 의견을 나누는데 버지니아가 아닌 편지로 유일하게 실려있는 언니 벨의 답장은 버지니아의 편지 만큼 진지하고 세심하다. 

3부 평화(1932~1941년)에는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포탄이 오가는 런던에서 불안감과 공포감에 사로잡힌 그녀가 지인들과 전쟁의 두려움이 드러나는 편지를 주고받는다. 계속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국주의와 가부장제가 쇠퇴하고 페미니즘과 민주주의가 확산하지만 전체주의와 전쟁으로 위협받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 '세월', 페미니스트 선언문 '3기니'를 쓰고 작품에 반응하는 독자나 여성운동가 등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여성참정권 운동 등에도 관심을 피력한다. 또한, 스페인내전으로 아들을 잃은 언니를 위로하고, 파시즘과 나치즘을 경계하고 민주주의적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바람을 반영한 작품 '막간'을 쓰며 전쟁 종식과 평화를 염원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하지만 편지 곳곳에 드러나듯 가까이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며 그녀의 정신적 불안도는 심해지고 결국 언니와 남편, 출판경영자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한다.
책에는 부록으로 그녀의 에세이와 강연록으로 보이는 '몽테뉴: 여성의 자유', '여성의 직업', '평화에 관한 생각들' 3편의 글도 실려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지인들과 나누었던 사적인 편지로 그녀의 생애를 좀더 가까이 들여다 본 느낌이다. 수령인을 특정해 보낸 편지들을 유명작가라는 이유로 이렇게 우리 모두가 봐도 예의상 괜찮은지 모르겠다만 사람과 사회, 문학, 사상에 대해 그녀가 보여준 진심은 잘 다듬어진 허구의 소설에서보다 좀더 애틋하게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위해 염려하고, 작가가 되어서는 작품 평가에 조목조목 반응하고 대응하며 할말이 많았던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결혼과 사랑, 성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가부장제와 전쟁을 비판하고 여성의 권리증진과 성이분법을 벗어난 젠더 다양성에 대한 견해도 펼친다. 오해했던 그녀의 자살도 솔직하고 자유로웠던 그녀가 전쟁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죽음을 선택하게한 원인이었을 것이라 편지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데, 물론 엮은이의 선별된 편지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앞으로 그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볼 기회를 가져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버지니아 울프의 인간적인 고민과 생각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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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아포리즘 시리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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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나혼자산다'에서 최근 출연진들이 종종 쇼펜하우어를 언급해서인지 쇼펜하우스의 대중적 인기가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관심에 힘입어 최근 쇼펜하우어 교양서가 여럿 출간된 모양인데 이 책은 쇼펜하우스의 나라인 독일의 유명출판사 '주어캄프’ 편집자 출신 엮은이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 핵심 문장 266개를 골라 7부로 분류해 실었다. 


어떤 문장과 내용도 맥락과 편집에 의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나눈 분류가 다른 쇼펜하우어 분류 책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게 된다. 가령 이 책에서는 쇼펜하우어는 '매우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우 행복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는데 다른 출판사의 책에서는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라 단정하고 있다. 1장이 행복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의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그가 꽤 삶에 긍정적이고 해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같은 철학자의 책이더라도 출판사마다 선택한 대제목과 소제목, 구성이 각각 다른 것은 번역의 차이일까 아니면 편집자의 차이일까 궁금하다.

총 7부로 나눈 내용을 내 식으로 풀이하자면 1부는 각자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고, 2부는 자신을 바로 알고 스스로를 위로 하는 길, 3부는 정신과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4부는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자연과 생물에서 해답을 찾는 법, 5부는 타인과 관계를 쌓는 데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 소개하고, 6부는 현명한 삶을 살기위해 알아야 할 중요 지침과 가치를 찾는 법, 7부는 자연의 일부로서 삶과 죽음을 인식하며 죽음의 의미를 되짚는다. 처음부터 읽을 필요없이 어떤 챕터든지 원하는 부분부터 읽으며 사상가의 철학을 귀담아 듣고 지혜를 찾을 수 있다. 

특히 3장 '그대 스스로를 위해 생각해야 한다- 원형, 의식하기, 보다 높은 예술'이라는 챕터가 눈에 띄였다. 의식을 깨워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책이나 음악 등 예술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참된 나를 만날 수 있음에 대한 여러 아포리즘을 소개한다.

책 뒷부분에는 쇼펜하우어의 여러 저서를 번역한 홍성광 번역가의 쇼펜하우어 철학의 의미에 대한 글이 실려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우리는 표상으로서의 세계 즉, 사물의 현상만 인식할 수 있을 뿐 사물 자체는 인식할 수 없고, 인간이 갖는 의지는 이성의 힘이 아니라 삶에의 맹목적 본능과 충동, 욕망을 가리키며, 이런 의지는 욕구나 결핍, 고뇌에서 생기며 이것이 충족되더라도 또다른 지속적인 욕망의 요구가 생기는데 이러한 소망은 모든 향유의 선행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식물뿐 아니라 모든 무기물에도 의지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를 윤리학으로 접근해 정의와 인간애를 논하며, 모든 존재에 보편적인 연민과 동점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삶과 세계에서 해방되려면 의지를 놓아버려야 하며, 결핍과 지양과 고통의 사라짐을 행복으로 보는 에피쿠로스 정의를 받아들이고 금욕과 무의지에 의해 비로서 진정한 해탈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인생이란 어차피 불행하고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보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즐기고 이성적인 지혜로 욕망을 다스리고 여러 예술을 향유하며 사는 것이 위대한 지혜라고 말했다. 그리고 죽음을 통해 절대적인 소멸을 겪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 전체와 함께 계속 존속한다고 말한다.

쇼펜하우어는 36년동안 극단적인 평단의 냉대를 당하며 오랜세월 좌절하고 은둔생활을 해왔으나 그것을 녹여낸 삶의 지혜를 다룬 아포리즘을 모은 책으로 열광적인 반응과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생을 마치기 전에 자신의 사상을 대중들이 이해할만한 책으로 반응을 이끌어냈더니 다행이다. 쇼펜하우어가 여성혐오자였다는 얘기가 있던데 책에는 그런 문장들은 빠진 듯하고, 그런 발언들을 어머니에게 받은 오랜 상처와 갈등에서 비롯된 위악적인 표현으로 이해한 어떤 해석이 그럴법했다. 인간이 모든 면에서 옳을 수는 없을테니 그가 한 납득할만한 사상을 취할 뿐이다. 수업시간에 접했겠으나 이미 잊었고 잘 몰랐던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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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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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여름. 그래서 스웨덴 유셰르라는 작은 마을의 '책이 있는 b&b'를 배경으로 여성들이 독서 모임을 여는 이야기가 더 솔깃했다. 기대처럼 비행기를 타고 직접 여행을 떠나지 않았지만 선풍기 앞에 누워 책을 펼치니 순식간에 스웨덴 어느 바닷가에서 바람을 맞는듯 등장인물들 옆에 서서 기웃거리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은 스웨덴 자유교회 인턴으로 떠났다 실종된 여동생 매들린의 목걸이를 30여년 만에 우편으로 받은 언니 퍼트리샤가 당시 밝히지 못했던 동생 실종 원인을 찾고자 스웨덴 유셰르를 방문했다가 그곳의 또래 여성들과 독서모임을 하며 동생 실종의 비밀을 알게되고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고 우정을 쌓는 이야기다.

미스테리를 풀기 위한 언니 퍼트리샤와 '책이 있는 b&b'에서 만난 중년의 옛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여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와 함께 30년 전인 1982년, 20세 매들린이 자유교회에 방문해 국제교환프로그램으로 방문한 다른 여성 친구들과 그곳 교회 생활에 적응하며 또 목사와 목사아들 등과 연루된 그곳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유쉐르에서 b&b를 운영하는 엄마 모나와 일로 바쁜 남편을 두고 모나를 찾아와 엄마가 오래된 호텔 정리를 바라는 딸 에리카와 어린 딸 리사, 그리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모나의 친구이자 허영심있는 삶의 방식을 못마땅해 하며 1년 전 남편을 잃고 아이없이 살아온 도리스, 잘나가는 스타배우지만 이혼 위기, 배우 위기 등 어려움을 겪으며 옛친구와 갈등은 있었지만 화해하고 싶은 마리안네 등이 등장한다. 이 여성들은 미국에서 온 낯선 손님인 퍼트리샤의 여동생 실종사건 비밀 찾기를 도우며 함께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마을 축제의 문학퀴즈와 요리 바자회를 준비하며 각자 고민해온 삶의 갈등과 문제들을 풀어간다.

여기에 유쉐르에서 이웃과 덜 어울리며 반사교적인 인물처럼 보였던 에뷔라는 이웃여성이 가정폭력 피해자고 사실 자유교회의 비밀을 알고 과거 동생 매들린의 고민과 방황을 알고 조언했던 인물임이 밝혀지고, 매들린과 함께 교회에 머물렀던 아이노가 나타나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신앙을 쫒아 바다건너 온 소녀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해온 파렴치한 이와 이를 묵인해온 이, 이를 목격하며 괴로워하고 갈등하던 이들과 또 그로 인한 우연한 사고의 전말이 밝혀진다.

주변에서 볼법한 평범한 여성들의 갈등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 외에  '오만과 편견', '작은 아씨들' 등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실제 소설명을 다양하게 언급하며 추천하고 책에 소개된 음식과 레시피 등도 소개해 여성 독자들이 공감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미스테리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일상 중년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 연재 미국 드라마를 보듯 가볍게 읽을 수 있어 500페이지가 넘는 긴 책이지만 휴가 때 머리식히기용으로 읽기 좋을 것 같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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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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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감염병 유행으로 고통을 받고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가 갈수록 늘며 생명과학, 의학 기술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는 특정 분야 전문가의 것만이 아니기에 생명과학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 생명과학 교양수업을 20여 년간 진행해온 교수가 생명과학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실은 책이다. 과거 펴낸 책에 10년 간 발전을 거듭해온 생명과학 기술과 질문을 보강해 이해하기 쉬운 생명과학 교양서를 출간했다.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과학 입문'이라는 카피에 맞게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궁금증을 가질 새도 없이 무작정 외우고 시험보느라 바빴던 학창시절의 생명과학 공부와 달리 생명이란 것이 대체 무엇인지 생명의 본질을 묻고,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으로 어떤 구성으로 만들어졌는지, 생명의 정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흥미롭다. 생명의 정보 작동원리, 유전 정보의 해독과 그 의미, 또 생명의 변형과 합성, 교정과 편집,  생명의 재생산 기술 외에도 생명의 항상성, 감염, 노화 등 하나의 세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작용하고 의미를 다해 죽기까지 과정과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인문 사회 과학 고전이나 시, 성경 등 분야를 넘나드는 인용을 생명의 현상과 연결지으며 평이한 생명과학 지식으로 설명해 교양수준의 읽기에도 거부감이 덜하다. 20~30대 대상 현장강의 중 건강하고 능력이 뛰어난 맞춤 아기시술이 가능하다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전부 동의했다는 청중의 반응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며 유전자 가위기술의 과정과 연구 발달 수준, 유전자 가위 맞춤아기 탄생연구 과정 돌연변이 발현 문제과 한계, 맞춤아기시술 없이 시험관 시술로 유전병 문제없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현상황에서 신중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럼에도 암이나 기타 유전병 치료기술에 희망을 주고 있으며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하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 연구가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생명은 어떻게 나와 타자를 정의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신채호 선생의 '역사란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라는 발언을 예로 들며 생명체 밖의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과 면역계 작용 원리를 설명하기도 한다. 면역계와 질병, 혈액형과 면역의 관계를 소개하며 Rh 혈액형의  의미, 면역억제제 개발과 장기이식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언급한다. 그 밖에 생명과학 기술이 당면한 타인의 삶을 대리 선택하는 데서 오는 윤리적 문제, 지구의 종 하나로서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인식하고 생태계에서 타 생명체와의 공존을 위한 고민과 신중한 연구를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배운 생명과학 수업도 이렇게 인문학 완충장치가 있었더라면 좀덜 거부감이 들고 더 이해하기 쉬웠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만큼 생명과학 입문서로 쉽게 이해하기 좋다. 대학 인문사회 전공 학생 대상 교양수업에서 다뤄진 내용이라 과학에 흥미 있는 초중고생이 읽기에도 유익할 듯하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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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스페셜 에디션 홀로그램 은장 양장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수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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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2024년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수상작품집>이 올해도 출간됐다. 소설 장르와 형식이야 다양할 수 있지만 특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은 판타지나 SF소설, 공포소설 등 흥미로운 장르로 몰입도 높은 재미를 주기 때문에 믿고 읽을만하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로 재탄생될 수 있는 스토리 확보가 공모전의 목표여서인지 조만간 다른 장르의 작품으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민경 작가의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는 고등학생 시절 한 할머니를 돕는 선행을 베푼 덕분에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정화시킬 수 있는 마법능력을 가진 마법소녀였던 화자의 이야기다. 학창시절에는 마법소녀였으나 성인 후에는 마법 능력을 잃고 콜센터 상담사 일을 하며 막연히 정식마법사가 되기를 꿈꾸던 화자는 우연히 다른 학생 마법소녀를 만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의미있는 마법 사용을 가르치고 일깨우고 정식마법사가 되는 행운을 얻게된다. 남을 돕는 우연한 일 덕분에 선물처럼 마법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 마법을 타인에게 퍼뜨리고 가르치는 순수한 선행이 진정한 마법이 될 수 있다는 전개가 동화나 만화처럼 귀엽다.


김호야 작가의 '내림마단조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바이러스 억제제도 개발된 시대, 좀비를 노예처럼 부리는 사회에서 이미 좀비가 된 아들과 그런 아들을 지키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좀비는 젓갈로 만들어 농가의 가축사료제로 재활용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위험 현장 투입 도구나 프릭쇼의 구경꺼리나 서바이벌 게임의 사냥감으로 활용되며 좀비 말살자경단과 또 좀비 인권보장과 해방을 주창하는 집단의 갈등이 심화된다. 한때 사람이었던 좀비를 함부로 대하는 세상에서 노동으로 고통받는 좀비 아들을 어찌해야할지 딜레마에 빠진 아버지의 아픔을 통해 노예, 동물 등 다른 생명체들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리예 작가의 '슬롯파더'는 도박중독자이자 가정폭력범으로 집나갔던 아버지가 10년 만에 슬롯머신이 되어 집에 돌아오고, 손잡이를 당길 때마다 지폐 다발이 떨어져 잠시 경제적 여유를 얻게 된 모녀의 이야기다. 가만히 두면 돈이야 나오겠지만 돈이 되면 도로 사람 아빠가 될까봐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에 자꾸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모녀는 기계 플로그를 뽑아 중고로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슬롯머신에게 기대했던 경제적지원을 끊고 모녀 사이에 쌓인 앙금과 오해를 풀면서 더욱 돈독한 모녀사이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에게 벌어진 판타지로 보인다. 


임규리의 '인형 철거'는 회사원이면서 부업으로 인형 수리를 하는 주인공이 한 폐가를 인수해 인형수리가게를 만들고자 추진하던 중 저주에 빠진 인형들 사이에서 위험에 빠지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소중히 했던 애착인형이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는 이야기다. 그 속에 어린아이였던 주인공이 겪었던 아동학대와 외로움, 공포 속 등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드러나고 이를 함께했던 인형과의 소중한 기억, 또 인근 아이를 지키고 돌보려는 따뜻한 선의가 위기에서 이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길지 않지만 빠른 전개와 미스테리한 설정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규림 작가의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는 스토리작가이며 뚱뚱한 은둔형 외톨이인 화자가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 딸과의 이야기를 편집장인 이단에게 들려주는 편지 형식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서먹해져 의사소통이 단절된 딸을 대신해 모습을 변화해가며 방문해 딸의 소식을 전해오던 '율'과 소통을 이어가며 이러한 세세한 이야기와 감정을 꾸준하게 털어놓은 편집장 이단이 사실 안드로이드였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전염병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타국으로 떠났던 딸이 죽고 안드로이드 율도 타인이 인수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던 딸은 소중한 딸의 모든 기억을 갖고있을 율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설 결심을 한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고 마음을 나누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각 단편이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 단막극이나 유튜브 영상보다 몰입해서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웹툰처럼 귀여운 표지에 발랄한 이야기들이 읽는 즐거움을 주는 스토리의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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