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예인이 쓴 책은 선입견이 있어 오히려 지나치게 된다. 딱히 할 얘기도 없으면서 인기에 힘입어 책까지 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연예인이 쓴 책이라면 다르다. 방송에서 미처 알지 못한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싶다. 시청자로서 나도 나이먹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이경규 아저씨로 남아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을 의향이 있다.





남에게 호통치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유머를 구사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의 유머가 불편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정말 남을 무시하고 해치려는 마음보다 유머라는 것을 시청자와 당하는 당사자도 알 수 있을만한 흐름 안에서 그가 웃음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두운 새벽 양심냉장고를 기다리던 모습도, '힐링캠프'에서 나오는 인물들에게 툭툭 던지는 말들도,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 연습하고 김태원 아저씨와 주고받던 말도, '개는 훌륭하다'에서 참으로 강아지를 예뻐하던 모습도, 열심히 만든 새 영화를 들고나와 대놓고 홍보하던 모습도 진심으로 닿았다. 





이 책은 벌써 45년 차 예능인이라는 그의 첫 에세이다. 글에서 무심한듯 유머가 슬쩍 튀어나오긴 하지만 대체로 진지하고 진솔하고 담백해 내밀한 그의 고백을 듣고 있는 듯하다. 웃음을 몰고 다니던 예능 속 그의 삶이 늘 승승장구하고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고 때로 부침을 겪고 마음 고생하기도 했지만 겸허한 태도로 성찰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가볍지 않다. 





방송하러 호주 횡단여행을 갔다 쏟아지는 별을 보다 갑자기 눈물이 나고 공황장애가 찾아왔던 이야기나 조용히 혼자가 되는 낚시가 주는 고독과 침묵이 주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반복과 책임감, 성실함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말라 조언하며 공익예능을 하며 그에 걸맞는 삶을 살기위해 절제하고 긴장하며 책임감을 갖는 태도도 보여준다. 





왜 그가 예능인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영화를 제작하는지에 대한 그 진심도 이해할 수 있다. 어린시절 극장삼천지교를 하고 영화라는 운명을 만나 배우를 하려고 수많은 연극오디션에 응했지만 번번이 사투리 지적을 당하며 고배를 마셨고, 어쩌다 개그맨콘테스트에 합격해 코미디언을 직업으로 살지만 영화라는 꿈을 품고 이를 실현해가며 2026년 개봉을 목표로 새 영화를 준비하는 그의 이야기는 반갑다. 





그 밖에 대학시절 먹던 할머니 닭곰탕을 살려 꼬꼬면을 탄생시킨 이야기, 무뚝뚝했지만 선명한 엄마와의 기억,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이야기하는 가정적인 그의 모습이 드러나고 애견인으로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강아지들과의 일화와 인생을 돌아보며 나누고싶은 성찰의 조언도 담았다. 





인기예능인 선배로서 그를 존경하는  유명 예능후배들의 추천사가 책에 많이 실려있지만 그게 없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추천사 없이도 충분히 인간 이경규는 대중에게 궁금한 사람이니까. 좀더 그의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텐데 각 글이 더 길지 않아 좀 보여주려다 만 것 같은 건 좀 아쉽고 근래 이 불안한 시기를 모자람없이 풍요로운 태평성대인 것처럼 설명한 부분은 동의할 수 없지만 나머지는 괜찮았다. 거기다 책에 든 포토카드 대어를 낚고 흐뭇한 표정의 모습 뒤에 '안뇽 경규예요'라는 친필 인사라니 미소가 나온다. 여전히 꿈꾸는 소년같은 귀여운 예능인 이경규 아저씨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역시 대중의 사랑을 받을만한 괜찮은 사람같았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범곤의 월 300만원 평생연금
김범곤 지음 / 진서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부기준 노후 적정생활비는 2023년 기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24만원, 국민연금 연구원조사에 따르면 277만원이라고 한다. 돈이야 많아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대략 월 300만원 정도면 은퇴후 큰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 대가로 노후에 따뜻한 미래를 위한 월300만원 평생 연금이 보장된다면 좋겠지만 어떤 상품으로 어떻게 재테크하느냐에 따라 연금 수령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제대로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김범곤의 월 300만원 평생연금>은 20대부터 50대까지 똑똑한 연금상품구성으로 유용한 세제혜택과 연금운용 노하우를 쉽게 설명한다.



내 국민연금 예상수령액부터 계산후 국민연금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IRP/DC), ISA 계좌 등의 단점을 고려해 병용 운용해야 하는 법을 설명하고, 다양한 연금 구성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로 얼만큼의 이익이 있는지 보여주는데 안정적인 예금상품이 아니라 연금저축을 운용시 1년차부터 11년차까지 세후 이자소득이 얼만큼 차이가 있는지 숫자로 보여주어 쉽게 와닿는다.



연금저축의 종류도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펀드 등 다양해 복잡한 일반인들에게 증권사 연금저축펀드를 추천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특히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아 인기라는 ETF 중 특히 월배당/커버드콜 ETF 투자 장점을 설명한다. 연금저축 운용방법을 고민하는 초보들에게 5년간 특정 상품의 주식, 채권, 금, 달러 구성으로 실제6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사례를 설명하는데 각 기간별 투자상황과 리밸런싱을 진행한 사례를 보여주며 경기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자산을 어떻게 투자 운용하면 좋은지 소개한다.



미성년 자녀에게 연금저축을 만들어주는 법, 연금저축 가입자 사망 시 현실적으로 배우자가 연금저축을 승계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장단점 등 가족에 유용한 연금저축 정보를 소개하고, 퇴직일시금으로 큰돈이 들어올 때 어떤 분할매수전략으로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도 소개한다. ISA 계좌의 목적에 따른 종류 선택과 ISA 계좌의 실제 절세효과 사례, ISA와 연금계좌 중 어떤 것을 먼저 드는 것이 유용할지 안내하고, ISA 계좌에 납입, 운용, 인출 각각의 단계에서 유념해야할 사항도 짚어준다.



목표 배당률에 따라 어떤 종목을 어느 정도의 투자비중을 두고 어떤 월배당 ETF 포트폴리오 구성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예로 보여주는 것도 유용하다. 부록으로는 월 배당 ETF 포트폴리오 구성순서와 유형과 커버드콜 유형, 목표 연 분배율에 따른 미국 주식 월 배당 ETF 상품을 구체적으로 골라주어 이 역시 도움이 된다.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저자가 공개한 유튜브 강의영상도 함께 볼 수 있어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연금에 대한 정보를 드문드문 신문기사나 유튜브로 접할 때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이 해소되어 좋았고 여러 시뮬레이션 사례들도 실제 계획을 세우고 적용해 보는 데 참고할 수 있어 유용해 보인다. 올해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연금계획을 좀더 치밀하게 세워봐야겠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이 받은 편지를 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지만 호기심을 끄는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유명작가가 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편지는 좀더 흥미가 생긴다. 작가가 생전에는 허락하지 않았을 사적인 이야기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유명세 덕에 만천하에 공개되어 독자들의 읽을거리가 되었다. 편지에는 작품 밖 작가의 일상과 작품 탄생 배경 등 작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요소들이 담겨있다. 

'자기만의 방'으로 잘 알려진 페미니즘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생전 지인들에게 편지 쓰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4천여 통의 편지가 남아 있다고 하니 그 이상을 썼을테니 엄청난 양이다. 하긴 그 시절 사람들은 전화나 메신저도 없었으니 멀리있는 사람과 하고 싶은 말을 나누는 수단은 편지가 유일했을 것이다. 그 편지 중 96통을 엮은이가 연대별로 선별하고 중심 문장을 골라 책을 내놓았다. 편지 수령인도 다양하고 상대의 편지내용은 게재되지 않아 다소 헷깔렸지만 엮은이의 코멘트와 각 인물 설명, 작가가 처했던 상황 설명은 버지니아가 어떤 시기, 어떤 목적으로 쓴 편지인지 이해를 돕는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관심을 가졌지만 책을 완독해 보지는 못했기에 이 책을 통해 작가에 좀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 반가웠다. 편지에서 가져온 한 문장으로 정한 제목도 좋다.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책은 버지니아울프가 작가가 되기 전인 1882년부터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1941년까지 총 3파트로 나뉘어있다. 편지는 문학적, 사상적, 또 심리적 교류를 나누었던 지인들이 수령인이다. 친언니인 바네사, 17살의 나이차가 나지만 자신을 돌봐주고 글쓰기를 격려해줬던 언니 바이올렛 디킨슨, 글쓰는 후배나 시인, 또 동료 소설가, 여성 작곡가 에델스미스, 남자친구였고 후에 남편이 된 레너드 울프, 조카인 줄리언 벨, 작가이자 정원디자이너고 창작에 영향을 끼쳤던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 여성 사회운동가 마가릿 데이비스, 여성 인권옹호자인 재닉 케이스, 남편과 함께 꾸려간 호가스 출판 경영에 관여한 존리먼, 호거사 출판사에서 책을 펴낸 변호사, 자신의 독자와 팬 등 다양하다.

1부 자유(1882~1922년)는 위대한 아름다움의 성취를 거두는 글쓰기를 통해 자유를 찾고 훌륭한 소설을 써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작가의 갈망이 드러난 시기다. 타인의 비판과 평가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여성의 글쓰기가 폄하되는 가부장적인 시대에 등장한 부정적인 글들에 조목조목 상대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글쓰기에 불타는 의지를 표출한다. 결혼에 흥미없는 듯하다가도 레너드의 청혼에 결혼이라는 제도의 유익함을 누리는 데 동의하면서도 성적인 관심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며 솔직히 고백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과 문학과 예술 등에 뻗어가는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보면 결혼이나 남편은 그녀의 삶 중 지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 같긴 하다.

2부 상상력(1923~1931년)에서는 결혼 후 <델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올랜도> 같은 작품들을 창작하고 출간하고 찬사와 비판을 들으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호가스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만들며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한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품을 통해 성이분법을 넘어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를 오가는 다양하고 복잡한 성정체성이나 젠더의 다양성, 양성적인 이상성을 그렸다. 화가나 소설가 등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이 작품에서 천착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정체성에 대한 견해와 비밀스러운 호기심도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소설을 두고 자신의 독자와도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고, 사랑하는 비타에게 자신의 호감과 관심이 묻어나는 편지를 보낸다. 언니인 바네사 벨과도 문학과 작품내 표현된 가족 관계나 대해 깊이있게 의견을 나누는데 버지니아가 아닌 편지로 유일하게 실려있는 언니 벨의 답장은 버지니아의 편지 만큼 진지하고 세심하다. 

3부 평화(1932~1941년)에는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포탄이 오가는 런던에서 불안감과 공포감에 사로잡힌 그녀가 지인들과 전쟁의 두려움이 드러나는 편지를 주고받는다. 계속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국주의와 가부장제가 쇠퇴하고 페미니즘과 민주주의가 확산하지만 전체주의와 전쟁으로 위협받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 '세월', 페미니스트 선언문 '3기니'를 쓰고 작품에 반응하는 독자나 여성운동가 등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여성참정권 운동 등에도 관심을 피력한다. 또한, 스페인내전으로 아들을 잃은 언니를 위로하고, 파시즘과 나치즘을 경계하고 민주주의적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바람을 반영한 작품 '막간'을 쓰며 전쟁 종식과 평화를 염원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하지만 편지 곳곳에 드러나듯 가까이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며 그녀의 정신적 불안도는 심해지고 결국 언니와 남편, 출판경영자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한다.
책에는 부록으로 그녀의 에세이와 강연록으로 보이는 '몽테뉴: 여성의 자유', '여성의 직업', '평화에 관한 생각들' 3편의 글도 실려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지인들과 나누었던 사적인 편지로 그녀의 생애를 좀더 가까이 들여다 본 느낌이다. 수령인을 특정해 보낸 편지들을 유명작가라는 이유로 이렇게 우리 모두가 봐도 예의상 괜찮은지 모르겠다만 사람과 사회, 문학, 사상에 대해 그녀가 보여준 진심은 잘 다듬어진 허구의 소설에서보다 좀더 애틋하게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위해 염려하고, 작가가 되어서는 작품 평가에 조목조목 반응하고 대응하며 할말이 많았던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결혼과 사랑, 성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가부장제와 전쟁을 비판하고 여성의 권리증진과 성이분법을 벗어난 젠더 다양성에 대한 견해도 펼친다. 오해했던 그녀의 자살도 솔직하고 자유로웠던 그녀가 전쟁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죽음을 선택하게한 원인이었을 것이라 편지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데, 물론 엮은이의 선별된 편지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앞으로 그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볼 기회를 가져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버지니아 울프의 인간적인 고민과 생각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아포리즘 시리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bc 예능 '나혼자산다'에서 최근 출연진들이 종종 쇼펜하우어를 언급해서인지 쇼펜하우스의 대중적 인기가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관심에 힘입어 최근 쇼펜하우어 교양서가 여럿 출간된 모양인데 이 책은 쇼펜하우스의 나라인 독일의 유명출판사 '주어캄프’ 편집자 출신 엮은이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 핵심 문장 266개를 골라 7부로 분류해 실었다. 


어떤 문장과 내용도 맥락과 편집에 의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나눈 분류가 다른 쇼펜하우어 분류 책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게 된다. 가령 이 책에서는 쇼펜하우어는 '매우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우 행복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는데 다른 출판사의 책에서는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라 단정하고 있다. 1장이 행복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의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그가 꽤 삶에 긍정적이고 해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같은 철학자의 책이더라도 출판사마다 선택한 대제목과 소제목, 구성이 각각 다른 것은 번역의 차이일까 아니면 편집자의 차이일까 궁금하다.

총 7부로 나눈 내용을 내 식으로 풀이하자면 1부는 각자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고, 2부는 자신을 바로 알고 스스로를 위로 하는 길, 3부는 정신과 가치를 고양시키기 위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4부는 회복과 치유를 위해 자연과 생물에서 해답을 찾는 법, 5부는 타인과 관계를 쌓는 데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지 소개하고, 6부는 현명한 삶을 살기위해 알아야 할 중요 지침과 가치를 찾는 법, 7부는 자연의 일부로서 삶과 죽음을 인식하며 죽음의 의미를 되짚는다. 처음부터 읽을 필요없이 어떤 챕터든지 원하는 부분부터 읽으며 사상가의 철학을 귀담아 듣고 지혜를 찾을 수 있다. 

특히 3장 '그대 스스로를 위해 생각해야 한다- 원형, 의식하기, 보다 높은 예술'이라는 챕터가 눈에 띄였다. 의식을 깨워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책이나 음악 등 예술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참된 나를 만날 수 있음에 대한 여러 아포리즘을 소개한다.

책 뒷부분에는 쇼펜하우어의 여러 저서를 번역한 홍성광 번역가의 쇼펜하우어 철학의 의미에 대한 글이 실려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우리는 표상으로서의 세계 즉, 사물의 현상만 인식할 수 있을 뿐 사물 자체는 인식할 수 없고, 인간이 갖는 의지는 이성의 힘이 아니라 삶에의 맹목적 본능과 충동, 욕망을 가리키며, 이런 의지는 욕구나 결핍, 고뇌에서 생기며 이것이 충족되더라도 또다른 지속적인 욕망의 요구가 생기는데 이러한 소망은 모든 향유의 선행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동식물뿐 아니라 모든 무기물에도 의지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를 윤리학으로 접근해 정의와 인간애를 논하며, 모든 존재에 보편적인 연민과 동점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삶과 세계에서 해방되려면 의지를 놓아버려야 하며, 결핍과 지양과 고통의 사라짐을 행복으로 보는 에피쿠로스 정의를 받아들이고 금욕과 무의지에 의해 비로서 진정한 해탈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인생이란 어차피 불행하고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보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즐기고 이성적인 지혜로 욕망을 다스리고 여러 예술을 향유하며 사는 것이 위대한 지혜라고 말했다. 그리고 죽음을 통해 절대적인 소멸을 겪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 전체와 함께 계속 존속한다고 말한다.

쇼펜하우어는 36년동안 극단적인 평단의 냉대를 당하며 오랜세월 좌절하고 은둔생활을 해왔으나 그것을 녹여낸 삶의 지혜를 다룬 아포리즘을 모은 책으로 열광적인 반응과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생을 마치기 전에 자신의 사상을 대중들이 이해할만한 책으로 반응을 이끌어냈더니 다행이다. 쇼펜하우어가 여성혐오자였다는 얘기가 있던데 책에는 그런 문장들은 빠진 듯하고, 그런 발언들을 어머니에게 받은 오랜 상처와 갈등에서 비롯된 위악적인 표현으로 이해한 어떤 해석이 그럴법했다. 인간이 모든 면에서 옳을 수는 없을테니 그가 한 납득할만한 사상을 취할 뿐이다. 수업시간에 접했겠으나 이미 잊었고 잘 몰랐던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여름. 그래서 스웨덴 유셰르라는 작은 마을의 '책이 있는 b&b'를 배경으로 여성들이 독서 모임을 여는 이야기가 더 솔깃했다. 기대처럼 비행기를 타고 직접 여행을 떠나지 않았지만 선풍기 앞에 누워 책을 펼치니 순식간에 스웨덴 어느 바닷가에서 바람을 맞는듯 등장인물들 옆에 서서 기웃거리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은 스웨덴 자유교회 인턴으로 떠났다 실종된 여동생 매들린의 목걸이를 30여년 만에 우편으로 받은 언니 퍼트리샤가 당시 밝히지 못했던 동생 실종 원인을 찾고자 스웨덴 유셰르를 방문했다가 그곳의 또래 여성들과 독서모임을 하며 동생 실종의 비밀을 알게되고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고 우정을 쌓는 이야기다.

미스테리를 풀기 위한 언니 퍼트리샤와 '책이 있는 b&b'에서 만난 중년의 옛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여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와 함께 30년 전인 1982년, 20세 매들린이 자유교회에 방문해 국제교환프로그램으로 방문한 다른 여성 친구들과 그곳 교회 생활에 적응하며 또 목사와 목사아들 등과 연루된 그곳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유쉐르에서 b&b를 운영하는 엄마 모나와 일로 바쁜 남편을 두고 모나를 찾아와 엄마가 오래된 호텔 정리를 바라는 딸 에리카와 어린 딸 리사, 그리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모나의 친구이자 허영심있는 삶의 방식을 못마땅해 하며 1년 전 남편을 잃고 아이없이 살아온 도리스, 잘나가는 스타배우지만 이혼 위기, 배우 위기 등 어려움을 겪으며 옛친구와 갈등은 있었지만 화해하고 싶은 마리안네 등이 등장한다. 이 여성들은 미국에서 온 낯선 손님인 퍼트리샤의 여동생 실종사건 비밀 찾기를 도우며 함께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마을 축제의 문학퀴즈와 요리 바자회를 준비하며 각자 고민해온 삶의 갈등과 문제들을 풀어간다.

여기에 유쉐르에서 이웃과 덜 어울리며 반사교적인 인물처럼 보였던 에뷔라는 이웃여성이 가정폭력 피해자고 사실 자유교회의 비밀을 알고 과거 동생 매들린의 고민과 방황을 알고 조언했던 인물임이 밝혀지고, 매들린과 함께 교회에 머물렀던 아이노가 나타나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신앙을 쫒아 바다건너 온 소녀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해온 파렴치한 이와 이를 묵인해온 이, 이를 목격하며 괴로워하고 갈등하던 이들과 또 그로 인한 우연한 사고의 전말이 밝혀진다.

주변에서 볼법한 평범한 여성들의 갈등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 외에  '오만과 편견', '작은 아씨들' 등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실제 소설명을 다양하게 언급하며 추천하고 책에 소개된 음식과 레시피 등도 소개해 여성 독자들이 공감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미스테리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일상 중년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 연재 미국 드라마를 보듯 가볍게 읽을 수 있어 500페이지가 넘는 긴 책이지만 휴가 때 머리식히기용으로 읽기 좋을 것 같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