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자각하는 나 말고 나도 모르게 나를 장악하는 무의식의 힘을 우리는 궁금해하고 때로 두려워한다. 바쁜 일상에 쫒겨 내가 누구인지 묻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때도 있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기억에 또 알 수 없이 펼쳐진 어젯밤 꿈에 대해 운명인지 우연의 반복인지 반복해 마주치는 어떤 상황에 대해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는 무의식에 대해 인식하고 궁금해 하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이 무의식의 세계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가 정신분석학자로서 활용한 최면술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기억>에서 주인공인 르네가 프랑스 센강 유람선 공연장의 '퇴행최면'에서 만난 최면사 오팔에 의해 최면에 빠져 자신의 전생을 엿보듯 우리도 무의식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 속으로 미끌어져 들어간다.


르네는 이 퇴행최면에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교전을 치르다 독일군 병사에 의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면서 불쾌한 경험을 가진 채 최면에서 빠져나온다.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거리를 헤매던 르네는 나치 친위대 문양을 한 스킨헤드 청년의 강도행위에 맞서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챕터 3까지 벌어지는 일이다. <기억> 2권 마지막까지 총 134 챕터인 걸 감안하면 책을 펼쳐는 순간부터 사건이 휘몰아쳐 다음 내용이 궁금해 쫒아가지 않을 수 없다. 


역사교사인 르네에게는 교사인 말이 잘 통하는 친구이자 동료인 엘로디가 있으며, 음모론을 좋아하며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있는 아버지가 있다. 르네는 처음 인연을 맺은 최면사인 오팔을 지속적으로 찾아가 최면을 통해 자신에게 총 111개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최면을 통해 각 방문을 열어 역사 속 자신이었던 전생의 인물들과 교류한다.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돈많은 부인, 캄보디아 승려, 아틸란티스 인, 일본 사무라이 무사 등의 인물과 접속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작가가 더 많은 삶을 투입시켜 이야기 스케일을 더 키워보고싶은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전생의 인물들 가운데 아틀란티스 인이었던 전생의 게브와 접속해 대홍수로부터 아틀란티스 사람들을 구하도록 돕고 당시의 기록을 후세에 남김으로써 역사로 입증할 자료를 찾도록 돕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역사교사로서 사명감을 가진듯 사실에 기반한 역사기록을 남기고 또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아 정신병자로 몰려 정신병원에 갇혀 공인되지않은 정신 치료의 실험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연루된 정치문제로 이집트의 교도소에 갇히기도 한다. 스펙타클하고 복잡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최면을 통한 전생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스토리로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앞의 진행에 비해 결말이 살짝 급박하게 마무리되어 3권까지 스토리가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살짝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여러 이야기를 몰입도 높게 이끌어간 작가의 힘은 느낄 수 있었다. 


역사교사인 르네는 므네모스라는 파일에 역사 기록의 오류와 역사적 사실을 적고 있는데, 그리스로마신화부터 이집트신화, 세계사, 최면의 역사 등 방대한 역사와 신화를 현실세계와 연결시켜 놓았다. 책을 읽으며 이런 이야기가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작가가 지어낸 픽션인지 궁금해 찾아봤는데 했는데, 실제 세계사와 여러 학문의 근거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도록 쓴 것을 알고 작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 방대한 배경지식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을 한 것을 알고 놀랍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이집트신화까지 찾아보게 만들다니, 소설을 읽었는데 여러 분야의 인문학 자극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르네의 입을 빌어 권력자들에 의한 승자의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숨겨지고 왜곡되었던 역사의 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를 밝히고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더 나은 인류의 역사를 이끌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듯하다. 또한, 현재의 삶은 전생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보완한 결과라 말하며 우리는 우연히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려는 듯하다. 책을 읽고보니 살짝 최면을 통한 나의 심층기억이 궁금하기는 한데 난 으스스한 걸 못참으니 그냥 전생의 기억이나 심층기억은 모른 채로 단순하게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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