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쥐 - 왜 일할수록 우리는 힘들어지는가
댄 라이언스 지음, 이윤진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카페인지 회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자유롭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사무실, 일하며 운동이나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창의력 발휘를 위해 위계서열을 따지지않는 유연한 조직,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사업화한 IT 서비스로 투자자들에게 선택받고 주식상장돼 승승장구하며, 멋지고 자유로운 이미지메이킹으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그런 선망의 직장을 꿈꾸는가. 이미 그런 직장에 들어와 있는 경우라면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더 힘들고 일할 맛 안나고 존엄성은 떨어지는 것 같고 회사에서 쓰다 버려질 소모품처럼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의 정체를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해 혹시 자학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과 견주어도 낯설지 않을 내용을 다룬 이 책 <실험실의 쥐>는 잘알려진 실리콘밸리의 신흥재벌기업들의 불합리한 경영 관행과 허울좋은 시스템으로 호도해온 비인간적인 직원관리를 낱낱이 폭로한다. 그리고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직원의 행복을 통해 기업의 이익 안정화를 가져오고 기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책의 원제는 'Lab Rats: How Silicon Valley Made Work Miserable for the Rest of Us'인데 원서의 표지는 평면 미로 한가운데 갇혀있는 생쥐 그림의 한글 번역본보다 더 섬뜩하다. 원서 표지는 쥐의 얼굴을 한 양복입은 직장인이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이미지인데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 매일 씨름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저자는 이런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나 스타트업이 직장인들을 마치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데 사용한 스키너 상자에 갇힌 실험용 쥐처럼 여기고 합리적이지 않은 낯선 시도를 창의적인 것인양 제시하며 강요하고, 신속한 성과를 거두기를 재촉하며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경쟁심을 불러일으켜 불안감을 일으키며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고 말한다.


기업을 트레이닝하는 경영 프로그램은 유행처럼 바뀌며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해 레고를 사용하는 LSP(Lego Serious Play), 낭비없는 신속한 개발기법을 이용한 린스타트업과 같은 애자일(Agile), 최면술처럼 마인드컨트롤 하는 NLP(Neuro-Linguistic Program), 상사없는 수평적구조를 받아들이는 홀라크러시(Holarchy)등 끝도없는 마케팅 기법을 내놓고 이런 것들을 적용하는 게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것인양 착각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얼마나 허술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자의 불행을 키우는 것으로 4가지를 꼽고 있는데, 돈, 불안정, 변화, 비인간화가 그것이다. 과거에 비해 인터넷 시대의 기업의 소득은 늘었으나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게 재분배되지는 않고 연금이나 복지혜택 등을 받기 어려워 불평등한 구조는 갈수록 심해졌으며 (돈), 넷플릭스의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고용 불안정과 해고의 두려움을 경영도구로 사용하며(불안정),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조직시스템에 적응할 것을 강요당하며(변화), 노동자들이 기계에 의해 고용되고 감시되고 평가받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반의 경영시스템 (비인간화)하에서 행복을 잃어가는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IBM, 애플, 우버, 링크드인 등 선망의 직장처럼 여겨지는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들이 그 화려한 명성 뒤에 어떤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왜 좋은 직장이 아닌지 어떤 점에서 그들이 실수를 저지르면서도 내부의 문제점을 못보고 또는 일부러 지나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물론 저자가 회사들의 단점만 들춰내고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안정성을 제공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더 이끌어내는 회사의 사례, 노동자 친화적인 기업을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나 어려운 지역의 여성이나 흑인 등을 도우며 사회 공익과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사회적 기업 등 바람직한 사례를 들며 노동자와 기업가 상생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화려해보이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어두운 이면은 우리나라의 IT기업들과 스타트업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연상시켜 낯설지 않다. 기업의 이익과 직원의 행복이 공존하는 이미 실현하고 있는 회사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나라, 타 회사들에도 전파되는 낙관적인 미래를 기대해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까?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 즉 고객과지역사회와 직원들에게 가치를 분배하는, 도덕적이고 포용적인 형태의 자본주의를 상상한다. 이 시스템은 더욱 친절할뿐 아니라 더욱 공정할 것이다. 또한 더욱 지속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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