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곳에
도로시 B. 휴스 지음, 이은선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당초 읽을 예정엔 없던 범죄소설이다. 단지 가입된 카페에서 모 회원님의 서평에 댓글을 달아드렸을 뿐인데 관심에 감사의 표시로 그 분이 선물로 보내주셨더랜다. 역시 무플은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더니 작은 성의에 호의로 되돌아 온 듯 해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 읽어내려간다. 그런데 말이지 그분 말씀이 기대는 금물이라신다. 불안한 전조가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속도에 탄력이 붙지 않는다.

 

이 소설은 미국 출신 범죄 소설 작가이자 비평가이며,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하드보일드와 느와르 스타일을 표방했으며,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평가를 받고있는 도로시 B. 휴즈의 대표작으로 험프리 보가트 주연으로 헐리웃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단다. 그러한 이 소설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라면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시작한다는 점일 것이며, 약점 아닌 약점이랄수 있겠다.

 

2차 세계대전에서 귀환한 퇴역군인 딕스 스틸은 외국으로 떠나버린 친구의 집에 대신 머물며 범죄소설 집필을 준비 중인 예바작가인데 때마침 같이 군 복무를 함께 했던 친구 브루브를 만나서 술자리를 갖지만 그가 형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경계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에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도시는 공포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딕스는 아름다운 연인 로렐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앞서도 말했듯이 범인의 정체를 드러내고 출발하는 이 소설은 범인의 시점에서 모든 상황을 보여주고 그의 심리변화와 행동을 감시 카메라처럼 24시간 밀착 중계하면서 독자들을 심리서스펜스의 전형적인 구도의 길에 동참하도록 하는데 결국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범행동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연이은 연쇄살인의 희생양만 언급될 뿐 단 한번도 범행과정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범인인 딕스와 형사인 친구 브루브의 상극관계가 어떠한 결말을 보여줄지에 대한 궁금점이 유발되는 것이다.

 

하지만 딕스는 연쇄살인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인의 사랑을 갈구하고 질투하는 한 남자로서 더 많은 지면이 할애되기 때문에 범죄물로서의 흥미는 극히 반감되면서 로맨스물로 더 강한 인상이 남는다. 남녀간의 밀고 당기는 연애심리에 촛점을 맞추면서 범인의 정신적 공황과 번뇌로 정신세계가 점차 붕괴되는 과정이 서서히, 면밀하게 전개되고 결국 종착역에 하차하지만 범행동기에 대한 추궁에도 속 시원한 결말을 제시하지 못한다. WHO와 HOW, WHY , 어느 측면에서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밋밋한 소설이 되어버렸다. 정말 누군가의 표현대로 국물에 왕소금이라도 뿌려줘야 싱거운 맛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읽었던 누마타 마호카루도 그렇지만 도로시 B. 휴즈 또한 독자가 진정 원하는 갈증해결에 청량감 대신 힘에 부치는 아쉬움을 남긴다고 볼 수 있는데 두 사람다 왜 그 모양들인지 갑갑하기 그지없다. 불만작가 리스트 추가! 그래서인지 타 작가들과의 장르적 쾌감이라는 완력싸움에서 한계를 노출시킴으로서 무더운 여름에 체감온도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지나 않는지... 덥다 더워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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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주중에 출장을 갔다가 KTX 타고 부산으로 내려와서 개인적인 일을 좀 본 뒤 오랜만에 서점엘 들렀다. 집에 가는 동안 심심한 나를 달래 줄 소일거리가 필요했던 것인데 마지막 서점 방문일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할 정도로 낯설다. 무슨 소설을 살까? <악당들의 섬>?, <61시간>?, <수차관 살인사건>? 한참을 고민 끝에 선택한 소설은 누마타 마호카루의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이다. 요즘 이 작가는 <유리 고코로>와 함께 2종이 출간되면서 만만치 않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처음엔 이 작가의 두 작품 다 관심 밖이어서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이 소설은 호평과 더불어 막장 논란까지 가열되는지라 저급한 호기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마냥 호평 일색이거나 마냥 혹평 일색이었다면 나랑 인연은 없었겠지만 이렇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을 보면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서게 될지 확인하고픈 맘이 절로 드는거다.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바로 들기 시작한다. 최대 이슈였던 막장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던 단초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원래 일미들은 어느 정도의 막장을 밑밥으로 깔고 있는데 인간 내면의 깊은 어둠을 상당히 선정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해 일본 추리소설계를 발칵 뒤집은 충격의 베스트셀러"라는 홍보문구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막장 오브 막장-선정적이고 그로테스크하다는 점에서는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이 진정한 지존이 아니던가? 읽어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읽던 도중에 지하철에서 뛰어내리고 싶게끔 할 정도라든지, 유해도서로 분류해 도서관에서 과감히 퇴출해야한다는 등의 극강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막장의 선두주자인 <살육에 이르는 병>에 비하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갓난아기 수준에 불과하단거다. 자! 막장을 보여주시오! 난 막장이 보고 싶었건 거다.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전 남편의 현재 부인이 데리고 온 딸이 사귄다는 젊은 강사와 육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치코는 비도덕적인 행태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혼녀인 그녀의 남자관계는 불륜도 아닌 그냥 개인의지에 따른 이성관계일 뿐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여자 주인공 아사미는 어떨까? 과거에 오빠가 보는 앞에서 뭇 남자들부터 성폭행을 당한 끔찍한 상처에 고통 받는 가련한 여자이다. 물론 남자를 광견으로 만드는 여자, 스스로 만들어낸 광견의 이빨에 수없이 자신의 몸을 물어뜯기는 여자로 대변되는 복잡한 내면이 꽈리틀고 있는 그녀는 동정과 연민을 벗어난 이해불가적인 측면도 분명 있다. 사치코의 전 남편인 안자이 유이치로 외에도 배다른 남매간의 사랑 등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관계가 얽히고 섥혀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이다. 이 소설에는 진정한 악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하고 싶어하는 보통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TV드라마에서 막장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전개나 설정은 그동안 일본 소설에서 충분히 체험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이러한 패턴은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나를 불쾌하게 할 막장이 곧 나오겠지, 아니면 충격적인 반전이 결말에? 내내 고대했지만 마지막까지 나의 기대감에 배신을 때리고야 만다. 내내 안개 속으로 몰고 가다가 결정적인 한 방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냥 속 터질 정도로 모호하고 미련하다.

 

그래서하는 말이지만 흔히 일본소설의 특징은 극단적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한 남고생의 실종에 큼직한 미스터리를 심고 그 이면을 추적추적 들추어 나가지만 결국 집착이 가져온 자학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질질 끌더니 별다른 대안도 못 내놓고 허무하게 마무리하고 만다. 가독성도 물론 별로이다. 그러면서 텐도 아라타의 소설들을 읽었을 때의 유사한 질감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한다. 집착과 자학, 설교적인 그런 느낌들 말이다. <애도하는 사람들>의 경우 집착과 자학 속에서도 일말의 슬픔과 인생이라는 배에 올라탄 사람들의 자기성찰도 확인할 수 있고 <영원의 아이>에서는 어두운 상처를 가진 이들이 늪 속에서 빠져 나오려다 힘에 부쳐 익사하고 마는 광기 속에서 처절한 아픔도 느낄 수 있었지만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은 집착과 자학에 대한 고통만이 있을 뿐 여운이 없다. 새롭지 않은 식상함으로 56세의 늦깎이 나이에 문단에 데뷔한 솜씨가 이 정도라면 후속작에서 한층 발전된 필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스럽다.

 

예상했던, 기대했던 것만큼의 막장도 없고 재미는 더욱 발견하기 힘든 이 소설은 일본 소설을 읽을 때의 각자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일수도 있겠다. 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밝혀내어 검거하는 과정을 가진 범죄물을 확실히 선호한다. 거기에는 최소한 감정이입에 따른 몰입과 권선징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있다. 불안한 심리만을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나를 허탈하게 한다. 그렇게 호들갑떨만한 케이스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엔돌핀이 팍팍 돌만한 소설이 그리워진다. 그렇다면 누쿠이 도쿠로의 <진실과 후회의 빛> 만큼은 기대치를 충족해줄 것만 같다. 출간이 임박해서 냉큼 신청해서 곧 수중에 들어올 테니 나의 빈속은 그때 채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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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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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야구 미스터리 소설 <마구>는 1964년 3월 30일 봄 고시엔 야구시합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이요 고교와 아세아 학원의 시합이 9회말 2사만루라는 정체절명의 긴박한 상황을 맞이한다. 강호 아세아 학원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야만 하는 가이요 고교의 에이스 스다 다케시는 상대팀의 4번타자를 맞아 회심의 일구를 던지는데... 아! 그러나 이게 왠일?  스다가 던진 공은 포수 기타오카 이카라의 미트 앞에서 굴절을 일으키며 뒷그물까지 굴러가버린다. 상대 팀 주자는 역전주자까지 홈을 받으며 허무한 역전패로 시합을 끝난다.

 

이 시합이 끝난 이후인 4월 10일 이른 아침 제방길에서 가이요 고교의 포수 기타오카가 애견과 함께 칼에 찔린 사체로 발견되고 같은 야구부원인 스다 다케시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의 수사망에 오른다. 천재투수인 스다의 강속구를 유일하게 받아낼 수 있는 기타오카의 죽음은 여러모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스다 마저 오른팔이 잘린 채 숲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면서 경찰은 두 살인사건과 도자이 전기회사에서 발생한 폭파 미수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올해 프로야구가 당초 관객동원 목표인 700만을 넘어 800만까지 내다보는 등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추리소설에까지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새삼 야구의 인기를 재조명하는 시점에까지 이르고 있는 와중에 히가시노 게이고와 야구의 결합은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필독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고 <사우스포 킬러>에 이어 생애 두번째로 읽은 야구소설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읽은 이 소설은 연속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냐는 것과 함께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마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해나가는  점이 주요 포인트이다.

 

여기서 <마구>의 의미가 주요쟁점 사안이 된 것은 스다의 사체 옆 땅바닥에 새겨져 남겨진 의미불명의 개념이 사건해결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롯데의 이용훈 투수가 스핏볼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투수들에게는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마구 개발이 하나의 염원일 것이며 소설 속에서도 마구의 실체에 대한 갖가지 의혹들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흥미로움이다. 오히려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범인은 항상 주변인물들 중에 있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마구의 실체가 궁금한 것은 단지 야구팬으로서의 절대적인 호기심이다.

 

결국 실체가 밝혀진 마구는 개발을 의도하지 않은 미완성의 산물이며 거기에는 재기에 몸부림치던 어느 야구선수의 뼈를 깎는 절절한 아픔이 녹아있어 마음을 쓰라리게 한다.  그렇기에 치밀한 추리과정과 반전은 기대하지 말자. 어차피 그런 것은 애초부터 작가의 관심대상이 아닐었을 터. 차라리 동기에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소설의 주인공인 스다가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서 힘들게 동생과 자신을 힘들게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따뜻함을 넘어 애절하며 절절하기까지 한데 사건의 출발점이 혼자서 인생의 고달픔과 싸워 이겨내려했던 한 남자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추리소설로서의 결핍을 다른 관점에서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구에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하려 한 주인공의 죽음은 그라운드 내에서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야구경기 이면에 땀과 더불어 눈물과 한숨이 한데 녹아있는 인간사가 숨어있음을 주목하게만드는 야구 미스터리 소설이 <마구>이다. 야구팬으로서 바라는 것은 야구가 꾸는 꿈은 그래도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한다는 사실도 빼놓지 말자는 거다. 그것이 바로 야구이다. 야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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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5 미치 랩 시리즈 4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의 페이지를 펼치기 전에 일단 제목인 집행권의 의미부터 파악하게 된다. ‘집행권을 검색해보니 좁은 의미로는 행정권과 구별해서 쓰이는데, 행정권이 비정치적인 행정작용에 관한 권한을 뜻하는 데 대하여, 집행권은 정치적인 집행 작용의 권한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 경우의 구체적인 예로서는 군사·외교 등에 관한 권한이 있고 그 밖에 강제집행을 할 권능, 강제집행권을 가리키기도 하며, 또한 확정된 형()의 집행을 하는 국가의 권능을 가리킬 때도 있다고 정의되어 있다. 여전히 사전적 의미로는 쉽게 이해되는 용어는 아닌 것 같아 소설을 읽어서 맥락을 이해하기로 한다.

 

필리핀의 급진적인 이슬람단체 아부 사야프에 미국인 가족이 인질로 잡혀 억류 중인지 6개월이 흘렀다. 이들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미 해병대가 현지에 파견되지만 매복 중인 적들에게 병사 2명을 희생당하고 작전은 실패한 채 철수하고 만다. 이에 헤이즈 대통령은 작전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후속적인 구출조치를 명한다. 미치 랩은 구출작전의 실패가 내부의 기밀누설 때문인 것을 알게 되면서 분노하게 되고 직접 자신이 현장으로 출동해 구출작전을 지휘하기로 한다. 한편 사우디 왕자 오마르의 지원을 등에 업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데이비드는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과도 이중거래를 하며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된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비밀리에 테러를 시도하는데... 중동에 불어 닥친 피바람이 예고 없는 죽음을 앞당기기 시작한다.

 

4번째 시리즈 집행권에서는 비밀요원 미치 랩의 신상에 많은 변화가 드러난다, 우선 미혼이었던 그가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통해 솔로에서 품절남으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 분쟁지역을 넘나들며 목숨 건 미션을 수행하면서 단독적인 사고와 행동이 몸에 배었던 미치 랩은 이제 인생의 반려자가 생기면서 예전처럼 무모한 돌출행동에는 일정부분 제동이 걸리게 되고 함께 삶을 분담해야하는 조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나 해야 할까. 비밀요원과 기자가 부부로 만났으니 단순히 부부로써의 관계를 넘어 정보원으로서의 역할도 병행하게 되었으니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끊임없이 정보를 요구하는 애너와의 관계설정이 그래서 쉽지 않아 보이고 영화 스미스씨 부부처럼 부부가 동일한 목적과 방향에 의해 움직이는 부부관계라면 미치 랩이 좀 더 원대한 포부와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데 날개를 달 수 있을 터인데 그러지 못해 오히려 새장 속에 갇힌 새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원치 않던 상황에 의해 헐리웃 스타처럼 전 세계에 신분이 노출된 데다 내근직으로 보직을 옮기게 되었으니 갑갑한 심정이야 오죽할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니 언제까지 참고 지낼 미치 랩이 아니라고 본다면 어느 순간 옷을 벗어던지고 울타리를 타고 넘어가려는 시도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이고 결혼생활에도 위기가 찾아오리란 것은 명약관화! 그것은 시리즈가 계속되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서도 드러난 특징이라면 데뷔작 <임기종료>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모든 적은 내부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일 것이다. 제 아무리 외부의 적을 향한 최첨단의 방어태세를 구축한다고 해도 내부의 긴밀한 공조와 지원 없이 보안 불감증을 노출시킨다면 미처 대처도 못한 채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은 남과 북이 대치한 우리네 현실에도 시사 하는바가 크다. 세치 혀 단속부터 철통보안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서두에서 언급된 집행권은 미치 랩이 헤이즈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외교적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일련의 테러리스트를 처단함으로서 심지의 불씨를 꺼뜨리면서 국가 간 갈등을 봉합하고 일시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과정들을 축약해서 표현하는 용어로 이해하고 싶다. 팔레스타인의 폭탄공장을 폭파한다는 명분으로 대량학살을 자행한 이스라엘이나 그에 대한 보복으로 순교여단의 자살폭탄테러, 이것을 뒤에서 조종하는 사우디왕가와 혼란을 부추켜 조국 건국의 정당성을 국제적인 공론으로 몰고 가려는 데이비드, 어느 한 쪽도 명분에 정당성을 확실히 도장을 부여받지 못했기에 전 세계는 자국의 실리에 편승하여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이에 미치 랩은 순리를 거슬렀다고 판단된 국제적 음모에 강제집행권을 동원한 인위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감으로서 비극에 일침을 놓는데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느냐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판정내릴 수 없는 대단히 복잡 미묘한 문제이다.

 

적들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우리를 공격한 것보다 더 강력히 그들에게 보복하는 것이라는 벤 프리드먼의 말이나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것에 환상을 품지 말라. 총만이 광신도들이 이해하는 유일한 것이며, 중동의 평화를 원한다면 그들이 사라져야 한다. 오지 그렇게 될 때에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함께 나란히 살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라는 미치 랩의 말에서 동토에 봄이 오도록 물러나야 할 동장군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을 뿐이며, 이상은 현실 앞에 주눅 들어 동면하고 있는 상황은 이 시리즈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원동력인 것이다. 그렇지만 피로 점철된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도 가려운 곳은 신속 과감히 긁어주는 미치 랩의 해결사로서의 능력은 언제 읽어도 시원시원하지 않는가 말이다. 비록 그들의 정책을 대변하는 히어로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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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메두사 컬렉션 13
그렉 아일즈 지음, 강대은 옮김 / 시작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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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페이지터너(Page-Turner)라는 용어가 있다. ‘한 번 잡으면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해서 책장 넘기기가 바쁜 책을 일컫는 표현이다. 그렉 아일즈의 <24시간>이 정말 그랬다. 읽는 동안 잡념과 세상만사 번뇌는 안드로메다로 저 멀리 보내고 미친 듯이 책에 고개를 박고 눈은 부릅뜨고 모든 감각은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한 채 진정한 스릴을 마음껏 즐기느라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이렇게 몰입해서 스릴러를 읽은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애초 기대했었지만 상상 그 이상의 짜릿한 재미에 화장실도 참아야 했다. 이런 작품을 그동안 몰라뵈었으니 그동안 참 재미없는 소설들에 내가 시간을 낭비했구나 하는 한탄과 아쉬움이 밀려든다.

 

이 소설은 24시간 동안 리얼타임으로 펼쳐지는 피 말리는 심리전의 극치를 보여준다. 여기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죄자가 있다. 조라는 불리는 이 남자는 사촌인 휴이와 부인인 세릴과 3인조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아이를 납치해서 인질로 잡고 부모에게 몸값을 받아낸 뒤 24시간 안에 부모 품으로 돌려주는 범죄행각을 벌여왔고 그 누구의 사상도 없이 성공률 100%라는 악명을 자랑하는 자이다. 그것도 모두 1년에 한번 씩 의사를 대상으로만 저지른 범죄라는 가장 큰 특징이다.

 

올해 조의 범죄표적이 된 가정은 의사 윌과 카렌 부부의 다섯 살 딸 애비! 윌이 의학강연회에 참석하러가고 카렌과 애비만 가정에 남아있을 즈음 조 일당의 마수가 뻗쳐온다. 휴이가 애비를 몰래 납치해 달아나고 조는 카렌에게 딸의 납치사실을 알려주고 몸값 20만 달러를 요구하며 그녀 또한 인질로 억류하는 동시에, 남편 윌도 유혹을 가장하여 접근한 세릴에게 인질로 억류당하면서 일가족 3명이 각각의 장소에서 각각의 범인들의 감시를 받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찰에 알리면 아이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을 거라는 협박 속에 윌과 카렌은 조 일당의 예상을 뒤엎고 애비를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집념으로 양자 간의 불꽃 튀는 두뇌게임을 전개한다. 과연 윌과 카렌은 애비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어 범인들 모르게 딸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아동납치나 학대 등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은 넘칠 정도로 많았지만 동일한 재료로도 명인의 솜씨에 따라 화려하게 재탄생되기도 한다. 주범인 조는 매우 치밀하고 영리한 자로서 다소 모자라지만 심성은 나약한 사촌 휴이와 폭압으로 지배하고 있는 부인 세릴을 공범으로 조종하여 이번에도 완전범죄를 꿈꾸는데 자신감엔 다 그만한 근거가 있다. 보통의 납치극이라면 범인들은 부모에게 자신들의 정체와 위치를 철저히 은닉한 채, 몸값을 요구하겠지만 이자들은 상식을 초월한다. 3명이 각자 역할 분담하여 남편과 아내, 아이를 각각 납치하여 흩어진다. 그리고 조는 휴이에게 30분 간격으로 통화하고 만약 자신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지 않는다면 신상에 변고가 생긴 것으로 간주, 미리 세워두었던 또 다른 계획에 착수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트라이앵글 중 어느 한 축만 이상이 생겨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시스템 구축으로 어느 인질도 딴 맘을 품지 못하게 철저한 보완책을 강구해놓았던 것.

 

이전의 사례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해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번에 만난 표적들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교묘한 기지와 책략으로 빈틈없을 것 같았던 거미줄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조금씩 심어가기 시작한다. 아이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어떠한 희생도 치를 각오가 되어있는 윌 부부를 지켜보는 동안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가 어찌나 황홀하던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마치 브레이크 풀린 스포츠카가 도심 한복판을 무한 질주하는 것 같은 쾌감에서 제프리 디버의 향기가 물씬 풍길 뿐 아니라 후반부에선 할런 코벤의 솜씨도 엿보일 정도로 테크닉의 절정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영화의 한 장면을 감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역시 루이스 만도키 감독, 케빈 베이컨, 샤를리즈 테론, 다코타 패닝 출연으로 <트랩드>라는 영화로 개봉된 바 있다. 헐리웃에서 이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는데 영화평점은 썩 좋지 않다. 원작의 탄탄한 스릴을 제대로 못살려낸 게 패착인 것 같다.

 

그냥 영화는 영화고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그렉 아일즈의 또 다른 대표작이라는 <데드 슬립>이나 펜 케이지 시리즈도 국내에 속히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작가가 국내에도 널리 소개되어 자칫 묻혀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무더운 여름날을 맞아 보양식으로 제격인 이 작품을 읽게 되면 우린 왜 스릴러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가?‘ 라는 질문에 백점짜리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간만에 만난 제대로 된 대박!! 그렉 아일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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