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야구 미스터리 소설 <마구>는 1964년 3월 30일 봄 고시엔 야구시합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이요 고교와 아세아 학원의 시합이 9회말 2사만루라는 정체절명의 긴박한 상황을 맞이한다. 강호 아세아 학원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야만 하는 가이요 고교의 에이스 스다 다케시는 상대팀의 4번타자를 맞아 회심의 일구를 던지는데... 아! 그러나 이게 왠일?  스다가 던진 공은 포수 기타오카 이카라의 미트 앞에서 굴절을 일으키며 뒷그물까지 굴러가버린다. 상대 팀 주자는 역전주자까지 홈을 받으며 허무한 역전패로 시합을 끝난다.

 

이 시합이 끝난 이후인 4월 10일 이른 아침 제방길에서 가이요 고교의 포수 기타오카가 애견과 함께 칼에 찔린 사체로 발견되고 같은 야구부원인 스다 다케시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의 수사망에 오른다. 천재투수인 스다의 강속구를 유일하게 받아낼 수 있는 기타오카의 죽음은 여러모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스다 마저 오른팔이 잘린 채 숲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면서 경찰은 두 살인사건과 도자이 전기회사에서 발생한 폭파 미수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올해 프로야구가 당초 관객동원 목표인 700만을 넘어 800만까지 내다보는 등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추리소설에까지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새삼 야구의 인기를 재조명하는 시점에까지 이르고 있는 와중에 히가시노 게이고와 야구의 결합은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필독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고 <사우스포 킬러>에 이어 생애 두번째로 읽은 야구소설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읽은 이 소설은 연속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냐는 것과 함께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마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해나가는  점이 주요 포인트이다.

 

여기서 <마구>의 의미가 주요쟁점 사안이 된 것은 스다의 사체 옆 땅바닥에 새겨져 남겨진 의미불명의 개념이 사건해결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롯데의 이용훈 투수가 스핏볼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투수들에게는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마구 개발이 하나의 염원일 것이며 소설 속에서도 마구의 실체에 대한 갖가지 의혹들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흥미로움이다. 오히려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범인은 항상 주변인물들 중에 있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마구의 실체가 궁금한 것은 단지 야구팬으로서의 절대적인 호기심이다.

 

결국 실체가 밝혀진 마구는 개발을 의도하지 않은 미완성의 산물이며 거기에는 재기에 몸부림치던 어느 야구선수의 뼈를 깎는 절절한 아픔이 녹아있어 마음을 쓰라리게 한다.  그렇기에 치밀한 추리과정과 반전은 기대하지 말자. 어차피 그런 것은 애초부터 작가의 관심대상이 아닐었을 터. 차라리 동기에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소설의 주인공인 스다가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서 힘들게 동생과 자신을 힘들게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따뜻함을 넘어 애절하며 절절하기까지 한데 사건의 출발점이 혼자서 인생의 고달픔과 싸워 이겨내려했던 한 남자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추리소설로서의 결핍을 다른 관점에서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구에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하려 한 주인공의 죽음은 그라운드 내에서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야구경기 이면에 땀과 더불어 눈물과 한숨이 한데 녹아있는 인간사가 숨어있음을 주목하게만드는 야구 미스터리 소설이 <마구>이다. 야구팬으로서 바라는 것은 야구가 꾸는 꿈은 그래도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한다는 사실도 빼놓지 말자는 거다. 그것이 바로 야구이다. 야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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