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의 악마
모 헤이더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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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에서 스릴러 신간이 나온다고 했을 때, 그것도 대박작이라는 풍문이 조금씩 들려왔을 때,아직 펄스에서 출간된 작품을 아직 접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누구의 작품일지 내심 궁금했었다. 그런데 영국 작가 모 헤이더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럼 2012년 에드거상의 영예를 안겨다 준 (Gone)”이 나오는 건가? 했다. “(Gone)”이 제목에 들어간 다른 작품에 만족한 적 있어 그런 줄 알았고 그런 소문도 좀 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출간된 작품은 난징의 악마(The Devil Of Nanking)였는데 (Gone)”이 잭 캐프리 시리즈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걸 감안하면 2편도 국내출간 되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건너뛸 일은 없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난징의 악마가 스탠드얼론이라고 해서 격이 떨어지거나 유명세에 뒤쳐질 우려는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 또한 진정한 화제작이었고 왜 지금까지 한국에 선을 보이지 않았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였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에드거상을 수상하며 기쁨의 표정을 짓고 있는 모 헤이더의 모습이 묘한 매력도 풍기는 것도 같은데 실제 그녀의 이력은 실로 다양하면서도 특이하다. 교육행정가에서부터 도쿄에서의 호스티스 생활까지 도무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직업군을 두루두루 거쳤는데 역시 눈에 뜨이는 점은 호스티스 경력일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 같은 영국 여성에다 도쿄로 건너와 호스티스로 일을 하고 있으니 자신의 경험담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출신의 20대 여성 그레이는 우연히 1937년 중국 난징에서 벌어진 일본군의 대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부터 그것의 진실규명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녀를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낸 과대망상증에 걸린 환자 취급을 해버린다. 그녀는 난징대학살의 진실을 증명하려고 한다. 솔직히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벽안의 여성이 그 문제를 조사하고 밝혀낸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상자 수도 정확한 집계 없이 들쭉날쭉하고 날조라는 일본 우익의 주장과 서슬어린 협박 앞에서 당당하게 그 시절의 일들을 공표하라고 하는 것은 감히 목숨을 내걸라고 떠미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레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동경대의 중국인 교수 스충밍을 예고 없이 찾아와 1937중국 난징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잔학한 행위를 촬영한 16미리 필름이 보고 싶다고 매달린다. 스충밍 교수는 필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거절하지만 끈덕지게 달라붙는 그녀의 집요함에 두 손 두 발 다 든 교수는 필름을 보여주는 조건으로 어떤 대가를 요구한다. 체재비를 벌기 위해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의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하게 된 그레이에게 손님 중에서 야쿠자 조직인 후유키파 수장 후유키에 접근해 그가 복용하는 어떤 약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했던 것.

 

 

그레이가 후유키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을 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전개되던 그레이의 1인칭 시점에서 스충밍 교수의 19371인칭 시점으로 넘어가면서 화자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게 된다. 과거와 현재는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두렵고 소름끼치는 그날의 비극과 야만, 그리고 폭발하는 광기 속에서 무지몽매한 국가와 개인의 범죄행위를 지켜보면서 아직 과거는 종결되지 않고 무덤 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칠뿐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한다. 누가 그 나라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느냐며 말이다.

 

 

그런 생각을 안고 1937년 중국 난징을 회상해본다. 당시 젊었던 스충밍 교수는 미신을 광적으로 신봉하는 아내가 곧 아이를 출산할 순간에 임박해 있었다. 그 와중에 국민당 장개석 총통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믿음으로 일본군의 침략으로부터 중국은 수호할 것이라고 오판했다다가 무기력하게 패퇴하는 국민당의 군대 대신 새로이 입성하게 된 일본군에게 다시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설마 일본군이 중국국민들을 함부로 대할까? 아닐 것이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을 최대한 우호적으로 대할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은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다.

 

 

일본군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악귀들이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민간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과 고문 등 잔학한 살육을 저지른다. 한 번 발동 걸린 이들은 피 맛에 들려 무차별적인 살인을 마치 게임을 하듯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탱크로 머리를 뭉개고 목을 베고 강간 후 살인하면서 도시는 완전히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시체는 거대한 산을 이루고 흘러넘치는 피는 온 세상을 오직 붉은 색 하나로만 물들인다.

 

 

다시 현재의 도쿄. 그레이는 후유키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실로 위험천만한 접근을 계속 시도한다. 후유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의 곁을 지키는 일본인 여 간호사의 살기도 점점 위험수위를 높여간다. 남자같이 억센 체격의 간호사는 실제 휴우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이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살인마였다. 이제 그레이의 의도를 간파한 간호사를 위시한 후유키 일파의 본격적인 추적과 그레이의 사생결단 도주가 목조건물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숨바꼭질하게 되면서 스릴감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멀리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턱 밑까지 무시무시한 살의를 내비치면서 잠시도 숨을 멈출 수 없이 연속된 서스펜스의 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물리적 경계가 마침내 진실이라는 실체에 도달하게 되면 정말 속이 뒤집히는 순간이 온다.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당시 난징의 악마 또는 난징의 염라대왕이라고 불리던 자가 누구인지, 당시 소문으로 떠돌던 그 문제적 물건은 단순한 야만과 광기를 넘어서 인간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상에 의해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낸 끔찍한 산물이었다.

 

 

그 소름끼치는 사태는 망각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마치 전통을 계승하는 거룩한 행위나 되는 것처럼 저질러왔던 그 만행은 실로 역겨워 토가 나올 지경이다. 도저히 떨쳐내지 못 할 슬픔과 한을 평생을 업보처럼 지고 왔을 스충밍 교수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으려 했고 처절한 오욕을 견뎌내야만 했던 그의 믿지 못할 사연들은 이 작품이 전 세계 독자들의 찬사 속에서도 정작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만큼은 금서가 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사유를 제시하기 때문에 참혹함은 수도 없이 몸서리치게 한다.

 

 

현재의 일본인 후손들은 과거 자신의 선대들이 저지른 이 같은 만행을 역사왜곡과 은폐라는 눈가림에 속고 있고 양심에 가책을 물어볼 어떠한 기회도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우경화를 통해 다시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센가쿠 열도 분쟁과 관련해서 일본의 힘을 보여주겠노라고 자신 있게 다짐하고 있는데 대표적 우익 인사 중 한 명이었던 할아버지 같은 범죄자의 피가 흐르는 것을 어떻게 막아보고자 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살고 싶었던 한줄기 소망을 무참히 총칼로 짓밟았던 그들에게 반성 없는 우호와 선린은 한낱 영혼 없는 메아리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난징은 우리의 역사가 아니지만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었던 우리들이라면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은 단순히 장르소설 독자에 한정짓지 말고 더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특별히 기억에 남을 작품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된다. 그래서 난징의 악마를 기습 출간한 펄스의 혜안에 깊이 감탄하면서 후속작 아파치는 물론이요 모 헤이더의 나머지 작품들도 신속히 공개하여 이 목타는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암튼 최고다 난징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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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지음, 서지희 옮김 / 예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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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품에 꽉 끌어나고 몸의 경련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한동안 그렇게 그녀를 세게 안고 있던 그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오 빌어먹을!" 율리아는 분노한 나머지 두 손을 꽉 쥐었다.

 

"열두 번째 백합이야."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추앙받고 있는 안드레아스 프란츠는 율리아 뒤랑 시리즈를 총 12편을 남겼고 <12송이 백합과 13일간의 살인>은 시리즈의 두 번째 케이스에 해당된다. 1편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출간 되었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유작부터 먼저 선을 보인 점은 뜬금없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차례차례 나와 준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던가. 보고 싶어도 1편만 선보이고 자취를 감춘 어느 인기 시리즈물이 복귀에 제동이 걸려 기약이 없다는 사례를 감안하면 고인이 된 안드레아스 프란츠는 사후에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범죄의 향연이 신묘하기만 하다. 이 시리즈는 그러하다.

 

 

 

 

열두 살 소녀 카를라는 한 달 전 처음 시작한 생리로 성장통을 겪고 있던 평범한 아이였다. 우연히 친구의 꾐에 빠져 파티에 초대받아 갔던 그날 밤에 어떤 일을 겪는다. 순진해서 세상 물정을 몰랐던 어린 소녀를 음흉한 무리들이 가만히 내 버려둘 리 만무한 것. 후회할 때는 이미 늦은 법이고 카를라의 인생은 지옥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프랑크푸르트 경찰청의 율리아 뒤랑에게 12송이 백합과 성경 구절을 인용한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율리아는 혼란스러워한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편지를 보낸 것일까에 골몰하고 있을 때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제야 알아차린다. 범인은 율리아에게 어떤 힌트를 남기면서 살인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범인은 율리아와 일면식이 있는 듯한데 그녀는 종잡을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듬뿍 담긴 살인예고장은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의 전면적인 도발은 들어 있지 않지만 인용된 성경구절은 계속된 살인을 막기 위해 율리아에게 주어진 도전장이자 숙제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두통거리였기도 하고.

 

 

 

 

살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달아 발생하고 살인예고장에 담긴 의미를 밝혀내지 못한 율리아 뒤랑은 언제나 한발 늦게 범인의 그림자를 따라 가기에 급급하게 되는데 살해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와 권력, 명성을 가진 저명인사들이었던 것도 특징이다. 율리아만 모를 뿐 독자들은 범인의 심리와 범행동기 그리고 범행실행을 빠뜨림 없이 확인하게 되는데 범인의 시점과 율리아 뒤랑의 시점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어떻게 하나의 뿌리로 다시 만나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워가며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8년 전의 사건이 불러온 비극은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 측의 지극히 사적인 복수극이다. 공권력에 의지하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이다. 인간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연에는 생계 유지적 측면과 우발적인 측면, 원한, 돈 등이 대표적이겠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는 상류층에서의 범죄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겉으로는 화려한 성공에 풍족한 생활, 공인으로써 사회적 모범이란 가면을 쓰고 있지만 가면 뒤에 가려진 얼굴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상상 조차 하기 힘든 추악한 욕망 충족을 위해 위선적인 작태를 저지르고 있기에 평범한 소시민들은 그 실태를 상상 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 점을 노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자행되는 이들의 범죄는 실로 거대한 조직을 이루고 있으며 범인은 마치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순서대로 몸통과 머리를 분리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어 처절한 피의 복수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살인자의 눈물겹고 안타까운 사연들은 누구도 그를 비난하기는커녕 두 손 모아 응원하게 되는 심정이 된다.

 

 

 

비록 범인이 원수를 상대하는 방법이 패턴화 되어 있다는 점이 우려할 만하나 의심을 피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악이라는 나무가 수많은 가지치기를 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계통의 소설에서 범인이 범죄행위에 관한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성경 구절의 속 뜻이 이런 용도로 재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은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선입견을 통렬히 와해시키면서 효과적으로 재생산해낸 아이디어라는 점에서는 대단히 창의적인 발상이기에 최고의 칭찬을 해 주고 싶은 결정적인 대목이다.

 

 

 

 

12송이 백합에 담긴 의미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숫자의 범위에 산정되지 않고 은밀히 숨은 그림 찾기 하는 방식은 얼마나 우아하고 산뜻한가. 틀에서 벗어나 관점을 확대시키는 그 시도가, 그 결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런 전개가 참 좋다. 무수한 상징과 은유들이 무리 없이 소설 전반에 잘 융화되니까 마지막 장을 덮고도 여운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사전에 꼼꼼한 조사를 통해 완성해 낸 결과물은 단지 일회성으로 즐기고 망각해버리는 가벼움이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심연에 대한 묵직한 통찰을 담아내면서 왜 안드레아스 프란츠가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의 간판이 될 수밖에 없는지 세상에 고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 의의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프란츠의 작품세계는 당당히 전진한다. 여전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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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명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7 미치 랩 시리즈 6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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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놈이 있습니다."

 

 "빈스 플린"의  "미치 랩"시리즈  중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제거명령(Consent To Kill)"은 벌써부터 시리즈의 최고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영화화 판권이 팔린 작품 중 하나라는 소식도 이 작품의 국내출간을 기대하는 요인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리고 "빈스 플린"의 죽음은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겠지만 이 작품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특별한 의미가 되면서 여러모로 가슴 뭉클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의를 제기 할 필요가 없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흡입력이 있어 나는 책을 손에 들고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CIA 대테러요원으로서 자국의 안보에 최우선의 중점을 두면서 세계질서에 위협이 되는 적성국들과 과격집단에 맞서 평화를 수호한다는 대의명분으로 동분서주했다면 이번에는 온전히 개인적인 복수에 촛점을 맞추고 강력하게 대응해나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총 14편의 시리즈 중 순서상으로 거의 중간에 위치하는 이 작품은 그래서 남은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미치 랩"에게는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그를 더욱 냉혹한 저승사자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겠다.

 

 

전편에서 미국 본토에 대한 핵테러를 저지했던 "미치 랩"에게 아들을 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영적 지도자인 "사에드 아메드 압둘라"는 왕가의 "라시드" 왕자에게 "미치 랩"에 대한 암살을 간청한다. 이제 "미치 랩"의 목에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리지만 상시 신변의 위협이 일상이었던 그에게 이러한 루머는 대수롭지 않았고 그 방심은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한 쪽에서는 사상 최강의 요원이자 암살자로서의 그의 명성은 본인이 원치않는 상황에서도 익명성은 보장받지 못한 채 정치계에서는 대테러의 일등방패로 지지하는 세력과 통제불가능한 그의 파워에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세력으로 양분되고 있었고,

 

 

다른 방면으로는 이런 그의 명성이 "미치 랩"의 주가를 폭등시켜 암살계획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되도록 만든다. "미치 랩"에 대한 정면돌파는 도저히 승산이 없는 법, 그래서 암살자는 그를 뛰어넘고 싶단 욕망이 간질거려도 배후가 드러나는 걸 염려하는 청부자의 바람대로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시도한다. 모두가 꺼려했던 그에 대한 암살작전은 마침내 "미치 랩"의 무시무시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지구 끝까지 복수를 집행하러 추적이 시작된다.  

 

 

사실상 무모해 보였던 "미치 랩"에 대한 암살작전의 결과에는 어떤 변수가 발생하고 그의 복수는 이제 가장 당연하고 순수한 명분이 담기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정부는 그가 택할 선택을 두려워해서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미치 랩"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정치권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가 다시 한 번 폭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미국 정부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 조짐이 보인다. 피치 못할 신변상의 사유로 조만간 "임기종료""권력의 이동"으로 이어질 듯 하고 그 틈새를 노리는 들개 무리의 야심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가운데 대테러조직의 운영과 집행을 둘러싼 파워게임은 "미치 랩"과 또 다른 충돌을 일으키면서 이것이 제2차 위협이 된다. 외부의 적도 경계해야 하지만 내부의 적은 더욱 경계해야한다는 비정한 현실이 "미치 랩"의 명줄을 다시 한 번 조여오는데 집안단속이 얼만큼 중요한지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증명해 보인다. 

 

 

이대로라면 "미치 랩"에게 힘을 실어주던 지렛대의 한 축이 무너질 참이다. 명령과 통제에 불응하고 자신만의 의지와 판단만으로 독단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방식은 이미 많은 정적들을 만들어냈지만 여태껏 버틸 수 있었던 것이 두개의 지렛대였음을 감안하면 그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 같은 걱정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그보다 중요한 당면의 과제는 "복수"이다. 어떤 개인적인 경사를 앞두고 있었던 "미치 랩"에게 닥친 청천벽력같은 사태는 어쩌면 그의 팬들이 공통적으로 입방을 찧었던 어떤 지적같은 것들이 말이 씨가 되는 것 처럼 잉태된 불행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미워하지만 않았더라면 바뀔 수 있었을까?  마치 "나는 소망한다. "미치 랩"에게 금지된 것을", 같다고 해야할지. 

 

 

당연히 "미치 랩"의 대응은 어느 상황보다 신속하다 못해 몸서리치기까지 하는데 암살자와 청부자 모두 방심 속에, 또는 회피 속에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차례차례 무참히 궤멸되는 과정들은 왜 "미치 랩"을 건드리는 일이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는 일보다 더 공포스런 일인지 뼛속 깊이 각인시켜주는 극명한 모범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이슬람권에 대한 지독한 반감은 여전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만 있다면 액션스릴러로서 이것 이상을 능가하는 강렬함을 체험시켜줄 작품은 보기 드물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읽은 "미치 랩" 시리즈 중 최고의 재미를 안겨다주는 작품으로서 다른 시리즈를 제쳐두고 "안톤 후쿠아"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데올로기의 전쟁이 아닌 "미치 랩"의 개인적인 동기에 의한 사적인 복수극은 헐리웃에서 블록버스터화 하기에 최적의 설정이자 시나리오일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액션 씬으로 영상화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시퀀스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 소설은 한 편의 영화같기도 한 것이다.   

  

 

또한 이번 작품은 결말에서 "미치 랩"이 보여 준 선택에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감성이 전달되는데 대단히 울컥하게 만들 정도의 감동이 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냉혈하고 손속에 인정을 두지 않았던 "미치 랩"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마치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있던 적에게서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는 그를 보면 낯설기도 하면서 책의 표지에서 나온 묘지의 사진은 제2의 인생을 살게됨을 암시하는 동시에 투병생활중 생을 마감한 "빈스 플린"에 대한 애도가 연상되는 슬픔도 동시에 느껴진다. 이제 그의 작품은 남은 유작들외에 더 이상 신작으로 만날 일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운 탓인지 자신의 미래를 "미치 랩"에게 어느정도 투영한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제거명령(CONSENT TO KILL)"은 다시 강조하지만 시리즈에 방점을 찍는 역작 중의 역작이다.

 

   고이 잠드소서(1966년-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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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34
마커스 세이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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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는 벌거벗었고, 추웠다. 뻣뻣하게 굳은 혈관 속에서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근육은 칼로 찌르는 듯 아팠고, 피부에는 소름이 돋았다. 힘줄은 곧 끊어질 것을 팽팽했고, 온 몸의 살갗이 쓰라리고 덜덜 떨렸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뭔가가 다리를 감고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략) 그는 캑캑거리며 시커먼 바위를 손톱으로 할퀴면서 기를 쓰고 앞으로 나아갔다. 바다가 그를 세게 잡아당겼지만, 이미 기진맥진한 아이처럼 기어가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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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첫줄부터가 듣던 대로 삼삼하다. 모세혈관이 일제히 팽창하는 것 같은 냉기와 강렬한 생존본능이 도발적이라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무척이나 끌린다. 세상의 종말 같은 해변에서 벌거숭이로 쓰러져있던 남자, 그는 살기 위해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 몸뚱이를 이끌고 해변의 꼭대기에 올라 간신히 주차해있던 BMW에 몸을 싣는다. 나는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 대체 여긴 어디고 나는 또 누구인가? 몇 번을 되물어도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에 취했었나? 마약중독인가? 차에는 대니얼 헤이스라는 보험가입증서와 총 한 자루가 있다. 이에 그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자신의 기억과 진실을 되찾기 위한 출발을 시작한다. 그 출발점에서 남자는 대니얼 헤이스라고 스스로 부르며 대륙을 미칠 듯이 질주하는데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말을 살기 위한 전략의 모토로 삼게 된다. 대니얼 헤이스는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일시적인 기억의 상실이거나 어떤 후유증일거라고 위안 삼으며 기억이 되돌아 올 것으로 확신했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런데 대니얼 헤이스는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우연히 본 TV드라마 <캔디 걸스>의 여주인공 에밀리 스위트가 자꾸 생각나고 그녀에 대한 복합적인 잔상들이 잠재의식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어떤 암시와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마치 과거 속에서 그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계속 헤매고 있을 때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데... 대니얼 헤이스에밀리 스위트 역을 맡은 여배우 레이니 세이어는 부부였단 사실을. 그런데 그녀는 누군가에 쫓기다가 벼랑에서 사고가 나 죽었다고 되어있고 사라진 남편 대니얼 헤이스가 살인용의자로 수배 중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대 혼란에 빠져 버린다. 이제 그는 누명을 쓰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자의 신세가 되는데 그를 쫓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베넷이라는 남자, 그리고 벨린다라는 여자. 이들은 누구이며 "대니얼"과 어떤 관계이길래 그를 필사적으로 추적하는 걸까?

 

기억이라는 활동은 실로 교묘한 상징이다. 에밀리 스위트를 찾아 나서며 기억은 데자뷰 현상을 끊임없이 조율하고서 그녀를 희망의 상징이자 길잡이로 만들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자신을 수시로 이해시켜아만 한다. 그녀는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읽는 동안에 문맥들을 샅샅이 뒤지며 사소한 단서라도 찾으려고 애썼다. 행여나 미로에 발을 들여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만큼 이야기는 미스터리가 주는 선물을 배신 않도록 다음 페이지에 대한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남겨둔다. 이쯤 되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니 진실을 향한 걸음이 무척이나 속도감이 있다.

 

대니얼레이니에 대하여 사랑의 감정과 행복한 결정들로 이루어졌던 7년이라는 세월은 은 그야말로 비밀의 커튼을 열어 무엇이 들어있나 들여다보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감정기복이 심한 남편에 불과했다는 불편한 진실,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남들처럼 박 터지게 싸운 폭탄 같은 관계였단 과거도 알게 된다. 대니얼부부의 약점을 쥐고 목걸이를 요구하는 악당 베넷의 경우는 부부의 인생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선사한다. 남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하고선 목적을 위해선 가장 악랄한 수단과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그와 대니얼의 대결은 시종일관 땀을 쥐게 했다. 확실히 레이니대니얼의 망각된 기억이 회복되도록, 망각해야 할 부분은 그대로 진행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한 역할이야말로 대니얼베넷의 협박과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깊숙이 감추어진 진짜 진실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네가 과거에 누구였는지, 혹은 네가 뭘 기억하고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야. 네가 지금 누구인지에 관한 거지. 네가 선택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문제인 거라고.” - 391P - 

 

대니얼베넷과 맞닥뜨려 처음으로 자신이 믿는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갈등하고 있을 때 드러난 그것은 인생에서 선택은 과거를 기억하는 저장매체가 되거나 과거를 부정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실체가 놀랍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또 한 번의 반전이 기다린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끝장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암시를 끝으로 이 신비로운 미스터리는 막을 내린다. 매력이다 못해 감히 최고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이다. 그래서 리 차일드의 찬사는 허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하이브리드 스릴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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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 - 라만차 돈 키호테의 길
서영은 지음 / 비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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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문학을 생각하면 라만차의 기사 돈 키호테가 즉각 떠오른다. 세르반테스돈 키호테를 집필하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희대의 캐릭터를 창조해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추측할 수 있도록 돈 키호테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여행에세이다. 단순히 스페인 풍물을 소개하는 관광가이드가 아닌 문학의 뿌리를 발견해낸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져서 색다르다.   

 

 

어렸을 적 돈 키호테의 이미지는 단순명료했으니 과대망상증 환자의 모험기 정도, 떠난 길에 붙잡혀서 돌아왔다가 못 참고 다시 떠났던 기인, 그는 결국 노쇠한 말년을 맞이해야 했다는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 있다. 성인이 되어 이 책을 통해 인식하게 되는 돈 키호테는 이성의 잣대로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믿음은 논리의 한계를 넘어서 무모할 정도로 믿음의 발현을 실천했던 사람이었다. 시대에서 마지막 남은 기사도 정신의 수행자 돈 키호테 두고 여성들은 기사도는 실종되고 마치 야만과 무례함이 지배하고 있다며 존중받지 못함을 한탄하고 있지만 그러기에 앞서 진정 사랑으로 숭배할만한 여신이 존재하지 않음에 남자들은 힘을 더 얻지 못하고 불행하다 한탄하고 있음을 눈치 채야 하지 않을? 

 

그랬다. 이 남자는 세속적 안락에 안주해버린 현대인들에게 거세되어버린 신념에 대한 도전의지를 표현하는 상징성에다 소심한 세상의 벽을 깨고나와 풍차에 돌진하듯 전사가 되어 소명이라는 출정식을 치르라고 끊임없이 부채질한다. 남자로서 무모하다고 생각하는가? 저자를 따라 떠난 스페인의 곳곳에는 때론 우리가 홍길동의 출생지를 두고 지방별로 원조논란이 일 듯 그 역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재미있지 않은가? 그의 사상과 이념에 동조하지 못한다면 한낱 관광수입의 도구로 전락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들엔 돈 키호테에 대한 유서 깊은 자부심이 배어있었다. 세상에 결투를 청한 남자, 둘시네아 공주를 성녀처럼 떠받들었던 남자 돈 키호테에게는 일상에 침잠되지 말고 전투를 치르고서라도 투지로 맞서고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는 용기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질없는 의미 속에 스스로 안주하지 말고 삶을 절대적 가치로 승화한다.   

 

 

"운명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길로 인도하는구나. 저기를 보아라. 산초 판사야.

서른 명이 넘는 거인들이 있지 않느냐. 나는 저놈들과 싸워 모두 없앨 생각이다. 전리품으로 슬슬 재물도 얻을 것 같구나. 이것은 선한 싸움이다. 이 땅에서 악의 씨를 뽑아버리는 것은 하나님을 극진히 섬기는 일이기도 하다." - p.160 -  

 

 

그리고 저자 세르반테스에 대해서도 슬슬 생각해본다. 스페인 알칼라 대학에서 해마다 수여하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은 단일 문학상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상이라고 하니 역시 그가 없이 문학을 논할 수가 없나보다. 그렇다면 후세에 제대로 이름을 드높인 삶을 살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싶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세르반테스뿐만 아니라 역사, 종교, 인문학적 예술론이 집대성되어 이성과 광기가 교차되는 당시 시대상을 잘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읽다보면 떠나고프다.

 

유럽은 언제나 나의 로망이었으니 프리메라리가를 관람하고 싶다는 열망 외에도 스페인의 문화예술, 그 중에서도 돈 키호테 관련 투어를 하고 싶다는 소망은 항상 간절해서 대신 떠나는 여행에세이 앞에 서면 이국적인 사진들로 함께 눈이 덩달아 호강한다. 그리고 '둘시네아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는'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식이란 실제 어떤 맛일까? 호기심에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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