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34
마커스 세이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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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벌거벗었고, 추웠다. 뻣뻣하게 굳은 혈관 속에서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근육은 칼로 찌르는 듯 아팠고, 피부에는 소름이 돋았다. 힘줄은 곧 끊어질 것을 팽팽했고, 온 몸의 살갗이 쓰라리고 덜덜 떨렸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뭔가가 다리를 감고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략) 그는 캑캑거리며 시커먼 바위를 손톱으로 할퀴면서 기를 쓰고 앞으로 나아갔다. 바다가 그를 세게 잡아당겼지만, 이미 기진맥진한 아이처럼 기어가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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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첫줄부터가 듣던 대로 삼삼하다. 모세혈관이 일제히 팽창하는 것 같은 냉기와 강렬한 생존본능이 도발적이라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무척이나 끌린다. 세상의 종말 같은 해변에서 벌거숭이로 쓰러져있던 남자, 그는 살기 위해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 몸뚱이를 이끌고 해변의 꼭대기에 올라 간신히 주차해있던 BMW에 몸을 싣는다. 나는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 대체 여긴 어디고 나는 또 누구인가? 몇 번을 되물어도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에 취했었나? 마약중독인가? 차에는 대니얼 헤이스라는 보험가입증서와 총 한 자루가 있다. 이에 그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자신의 기억과 진실을 되찾기 위한 출발을 시작한다. 그 출발점에서 남자는 대니얼 헤이스라고 스스로 부르며 대륙을 미칠 듯이 질주하는데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말을 살기 위한 전략의 모토로 삼게 된다. 대니얼 헤이스는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일시적인 기억의 상실이거나 어떤 후유증일거라고 위안 삼으며 기억이 되돌아 올 것으로 확신했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런데 대니얼 헤이스는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우연히 본 TV드라마 <캔디 걸스>의 여주인공 에밀리 스위트가 자꾸 생각나고 그녀에 대한 복합적인 잔상들이 잠재의식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어떤 암시와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마치 과거 속에서 그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계속 헤매고 있을 때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데... 대니얼 헤이스에밀리 스위트 역을 맡은 여배우 레이니 세이어는 부부였단 사실을. 그런데 그녀는 누군가에 쫓기다가 벼랑에서 사고가 나 죽었다고 되어있고 사라진 남편 대니얼 헤이스가 살인용의자로 수배 중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대 혼란에 빠져 버린다. 이제 그는 누명을 쓰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자의 신세가 되는데 그를 쫓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베넷이라는 남자, 그리고 벨린다라는 여자. 이들은 누구이며 "대니얼"과 어떤 관계이길래 그를 필사적으로 추적하는 걸까?

 

기억이라는 활동은 실로 교묘한 상징이다. 에밀리 스위트를 찾아 나서며 기억은 데자뷰 현상을 끊임없이 조율하고서 그녀를 희망의 상징이자 길잡이로 만들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자신을 수시로 이해시켜아만 한다. 그녀는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읽는 동안에 문맥들을 샅샅이 뒤지며 사소한 단서라도 찾으려고 애썼다. 행여나 미로에 발을 들여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만큼 이야기는 미스터리가 주는 선물을 배신 않도록 다음 페이지에 대한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남겨둔다. 이쯤 되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니 진실을 향한 걸음이 무척이나 속도감이 있다.

 

대니얼레이니에 대하여 사랑의 감정과 행복한 결정들로 이루어졌던 7년이라는 세월은 은 그야말로 비밀의 커튼을 열어 무엇이 들어있나 들여다보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감정기복이 심한 남편에 불과했다는 불편한 진실,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남들처럼 박 터지게 싸운 폭탄 같은 관계였단 과거도 알게 된다. 대니얼부부의 약점을 쥐고 목걸이를 요구하는 악당 베넷의 경우는 부부의 인생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선사한다. 남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하고선 목적을 위해선 가장 악랄한 수단과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그와 대니얼의 대결은 시종일관 땀을 쥐게 했다. 확실히 레이니대니얼의 망각된 기억이 회복되도록, 망각해야 할 부분은 그대로 진행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한 역할이야말로 대니얼베넷의 협박과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깊숙이 감추어진 진짜 진실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네가 과거에 누구였는지, 혹은 네가 뭘 기억하고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야. 네가 지금 누구인지에 관한 거지. 네가 선택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문제인 거라고.” - 391P - 

 

대니얼베넷과 맞닥뜨려 처음으로 자신이 믿는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갈등하고 있을 때 드러난 그것은 인생에서 선택은 과거를 기억하는 저장매체가 되거나 과거를 부정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실체가 놀랍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또 한 번의 반전이 기다린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끝장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암시를 끝으로 이 신비로운 미스터리는 막을 내린다. 매력이다 못해 감히 최고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이다. 그래서 리 차일드의 찬사는 허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하이브리드 스릴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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