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명령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7 미치 랩 시리즈 6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죽이고 싶은 놈이 있습니다."

 

 "빈스 플린"의  "미치 랩"시리즈  중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제거명령(Consent To Kill)"은 벌써부터 시리즈의 최고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영화화 판권이 팔린 작품 중 하나라는 소식도 이 작품의 국내출간을 기대하는 요인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리고 "빈스 플린"의 죽음은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겠지만 이 작품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특별한 의미가 되면서 여러모로 가슴 뭉클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의를 제기 할 필요가 없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흡입력이 있어 나는 책을 손에 들고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CIA 대테러요원으로서 자국의 안보에 최우선의 중점을 두면서 세계질서에 위협이 되는 적성국들과 과격집단에 맞서 평화를 수호한다는 대의명분으로 동분서주했다면 이번에는 온전히 개인적인 복수에 촛점을 맞추고 강력하게 대응해나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총 14편의 시리즈 중 순서상으로 거의 중간에 위치하는 이 작품은 그래서 남은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미치 랩"에게는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그를 더욱 냉혹한 저승사자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겠다.

 

 

전편에서 미국 본토에 대한 핵테러를 저지했던 "미치 랩"에게 아들을 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영적 지도자인 "사에드 아메드 압둘라"는 왕가의 "라시드" 왕자에게 "미치 랩"에 대한 암살을 간청한다. 이제 "미치 랩"의 목에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리지만 상시 신변의 위협이 일상이었던 그에게 이러한 루머는 대수롭지 않았고 그 방심은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한 쪽에서는 사상 최강의 요원이자 암살자로서의 그의 명성은 본인이 원치않는 상황에서도 익명성은 보장받지 못한 채 정치계에서는 대테러의 일등방패로 지지하는 세력과 통제불가능한 그의 파워에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세력으로 양분되고 있었고,

 

 

다른 방면으로는 이런 그의 명성이 "미치 랩"의 주가를 폭등시켜 암살계획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되도록 만든다. "미치 랩"에 대한 정면돌파는 도저히 승산이 없는 법, 그래서 암살자는 그를 뛰어넘고 싶단 욕망이 간질거려도 배후가 드러나는 걸 염려하는 청부자의 바람대로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시도한다. 모두가 꺼려했던 그에 대한 암살작전은 마침내 "미치 랩"의 무시무시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지구 끝까지 복수를 집행하러 추적이 시작된다.  

 

 

사실상 무모해 보였던 "미치 랩"에 대한 암살작전의 결과에는 어떤 변수가 발생하고 그의 복수는 이제 가장 당연하고 순수한 명분이 담기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정부는 그가 택할 선택을 두려워해서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미치 랩"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정치권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가 다시 한 번 폭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미국 정부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 조짐이 보인다. 피치 못할 신변상의 사유로 조만간 "임기종료""권력의 이동"으로 이어질 듯 하고 그 틈새를 노리는 들개 무리의 야심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가운데 대테러조직의 운영과 집행을 둘러싼 파워게임은 "미치 랩"과 또 다른 충돌을 일으키면서 이것이 제2차 위협이 된다. 외부의 적도 경계해야 하지만 내부의 적은 더욱 경계해야한다는 비정한 현실이 "미치 랩"의 명줄을 다시 한 번 조여오는데 집안단속이 얼만큼 중요한지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증명해 보인다. 

 

 

이대로라면 "미치 랩"에게 힘을 실어주던 지렛대의 한 축이 무너질 참이다. 명령과 통제에 불응하고 자신만의 의지와 판단만으로 독단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방식은 이미 많은 정적들을 만들어냈지만 여태껏 버틸 수 있었던 것이 두개의 지렛대였음을 감안하면 그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 같은 걱정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그보다 중요한 당면의 과제는 "복수"이다. 어떤 개인적인 경사를 앞두고 있었던 "미치 랩"에게 닥친 청천벽력같은 사태는 어쩌면 그의 팬들이 공통적으로 입방을 찧었던 어떤 지적같은 것들이 말이 씨가 되는 것 처럼 잉태된 불행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미워하지만 않았더라면 바뀔 수 있었을까?  마치 "나는 소망한다. "미치 랩"에게 금지된 것을", 같다고 해야할지. 

 

 

당연히 "미치 랩"의 대응은 어느 상황보다 신속하다 못해 몸서리치기까지 하는데 암살자와 청부자 모두 방심 속에, 또는 회피 속에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차례차례 무참히 궤멸되는 과정들은 왜 "미치 랩"을 건드리는 일이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는 일보다 더 공포스런 일인지 뼛속 깊이 각인시켜주는 극명한 모범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이슬람권에 대한 지독한 반감은 여전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만 있다면 액션스릴러로서 이것 이상을 능가하는 강렬함을 체험시켜줄 작품은 보기 드물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읽은 "미치 랩" 시리즈 중 최고의 재미를 안겨다주는 작품으로서 다른 시리즈를 제쳐두고 "안톤 후쿠아"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데올로기의 전쟁이 아닌 "미치 랩"의 개인적인 동기에 의한 사적인 복수극은 헐리웃에서 블록버스터화 하기에 최적의 설정이자 시나리오일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액션 씬으로 영상화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시퀀스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 소설은 한 편의 영화같기도 한 것이다.   

  

 

또한 이번 작품은 결말에서 "미치 랩"이 보여 준 선택에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감성이 전달되는데 대단히 울컥하게 만들 정도의 감동이 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냉혈하고 손속에 인정을 두지 않았던 "미치 랩"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마치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있던 적에게서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는 그를 보면 낯설기도 하면서 책의 표지에서 나온 묘지의 사진은 제2의 인생을 살게됨을 암시하는 동시에 투병생활중 생을 마감한 "빈스 플린"에 대한 애도가 연상되는 슬픔도 동시에 느껴진다. 이제 그의 작품은 남은 유작들외에 더 이상 신작으로 만날 일은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운 탓인지 자신의 미래를 "미치 랩"에게 어느정도 투영한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제거명령(CONSENT TO KILL)"은 다시 강조하지만 시리즈에 방점을 찍는 역작 중의 역작이다.

 

   고이 잠드소서(1966년-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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