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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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고민을 안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고민이 너무 많아서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마음이 늘 무겁다. 주변에서도 미리 걱정하는 타입이라고 할 정도니까. 그럴 때마다 대놓고 항변은 못하면서 문제발생에 미리 대비해서 나중에 큰 화근이 될지도 모를 싹을 미리 잘라두는 게 뭐가 나쁘냐며 속으로 삭히는 편이다.

 

 

그렇다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자연스레 해결된 것도 같고. 내 능력으로 부딪혀서 해결된 것도 같고. 또 그냥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불안에 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설가 최민석이 들려주는 고민상담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해답이라기보다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식의 해석일지, 시간만이 약이라는 식의 해석인지는 읽고서도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민석 작가도 처음과는 달리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이 마흔에 접어들면서 2,30대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가능한한 열심히 답변해주기로 말이다. 처음엔 마냥 똥폼 잡지 않고 나름 유머를 곁들여 가며 편안하게 자신의 견해를 읽어주기로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진지해진 듯하다.

 

 

꾸준히 자신의 책 홍보에도 열심이다. 은근슬쩍이 아니라 이건 대놓고 책 좀 사주십시오. 읽어주십시오. 지루해서 수면제로는 딱이랬다가 재밌고 유익하다며 태세 변환하는 작가의 익살을 어찌 미워할까. 오히려 읽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그렇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 아무렴 어때. 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어깨에서 힘을 빼라는 거다.

 

 

결국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고 말한다. 일찍부터 고민하는 청춘에겐자신만의 인장이 필요하다는 말이 쉽지는 않겠지만 참 멋지게 다가온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이런 저런 길은 있더라는 식의 참고서 역할만을 작가에게서 얻어내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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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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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의 탄생의 서막을 알리는 기념비적 작품. 시작은 두 명이었으나 파트너였던 와타나베의 잠적은 홀로 남은 사와자키에게도 치명적 사건이었다. 전직 경찰이었던 와타나베가 경찰이 야쿠자와의 거래에 덫을 놓기 위한 장기 말 역할만 무탈하게 잘 수행했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 없었을 텐데 대량의 각성제를 빼돌려 도피해버리는 바람에 경찰은 체면을 구겼고 사와자키는 공범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 날, 이 허름한 탐정사무소 앞을 기다리고 있던 어떤 중년남은 말한다. 사에키라는 르포라이터가 여기를 방문한 적이 없느냐며 현금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 남자는 확실히 어딘가 모르게 수상했다. 오른손만 주머니에서 빼지 않는 그 습관이랄까. 특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만이 아니다. 사라진 사에키란 남자를 찾는 이가 또 있었으니 이번엔 유명한 미술평론가에게 고용된 변호사였던 것이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경찰에 의뢰하면 될 일을, 구차하게 자신에게 의뢰하려는 연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사에키란 남자는 당시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데 원치 않게도 거미줄처럼 뒤엉킨 이 복잡한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려 드는 사와자키 탐정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부의 이야기들이 더 흥미를 끌었다.

 

 

가령, 신주쿠 경찰서 수사과 니시고리 경부와의 대화는 늘 딱딱하면서 날이 서 있는 가운데 미묘한 신경전에 때론 동업자 아닌 동업자 같은 관계를 엿볼 수 있어 색다르다. 그리고 하드보일드 추리소설하면 생각나는 필립 말로와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에 대한 언급이라든지, 가끔씩 종이비행기로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와타나베한테서 싸구려 낭만을 느낀다든지 같은 자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르기 보단 이 시리즈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첫 시도라면 괜찮은 편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애정과 진실을 배려하는 것이 증오와 거짓을 배신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훨씬 더 깊은 상처를 입힌다는 생각을 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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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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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못 읽고 밀린 책들이 남아 있다. 열심히 읽어야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따라 잡겠지. 여전히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특별히 막히고 걸리는 대목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이대로 쭈욱 달리면 되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불안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너무 반듯하다고 해야 할까나.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우선, 데이토 TV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 <애프터 JAPAN>2년차 기자인 아사쿠라 다카미의 행보를 읽다보면 우라와 의대 법의학 팀마코토와 너무나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아직 여러모로 어리버리한 신참이 멘토의 지도편달을 받아가며 차츰 성장해 나간다는 전형적인 설정이 말이다.

 

 

사토야 선배와 구도 형사 사이에 끼어 엎어지고 깨어지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한 방에 대박을 낚을 뻔 했다가 오보로 판명나면서 입지가 급 위태해진다. 이럴 때 후배의 앞날을 열어주고 방패막이가 되어 퇴장해 버린 사토야는 선배로서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희귀종인지라 사람이 참 진국이더라. 책임질 줄 아는 어른이고 선임이지.

 

 

그러나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품격은 보여주지 못했다. 얼마 전 읽었던 어떤 미스터리 소설의 결말이 이 소설에도 비슷하게 대입되지 않을 까란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으니까. 왠지 그럴 것 같더라. 그와는 별개로 어떤 부분에선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는데 종료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조용히 치고 들어오는 잽 한 방, 데미지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우리가 최후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봤던 그 마지노선의 결속력에 균열이 발생했던 것도 곰곰이 되짚어 보면 당연해서도, 안이해서도 안 되었는데 넘 무심했던 것 같다. 우린 강요할 줄만 알았지 타인의 고충을 들어주고 짊어진 짐을 덜어주려는 노력에는 철저히 이기적이지 않나. 나쁘다 그렇지만 나였어도 순간 어쩔 수 없었을 듯... 솔직히 자신이 없다.

 

 

혹자는 이 소설에 실망했다고도 한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대사들을 장황하게 쏟아낸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난 오히려 그 대사들에 늘 반해 버린다. 자세히 뜯어보면 새로운 시각이나 주장이 반영된 것도 아닌데 마치 밤하늘에 별빛들이 쏟아져 내리는 상황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 마냥, 황홀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


 

상황 보다는 그 말들이 나는 왜 이리도 좋을까? 이젠 익숙하지만 여전히 유효하면서 아직까진 버틸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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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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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딱 한 명을 죽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역시나 몰입감과 속도감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내 맘에 쏙 들게 만든다. 그런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제바스티안 피체크. 이번에도 사이코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이 소설의 결말 이후를 먼저 보여주고 난 뒤에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한다. 그날에 주인공 이 딸 올레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엔 딸은 이미 옥상에서 뛰어내린 직후였고 분명히 메시지의 내용은 아빠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올레는 이미 자동차 사고로 하반신 불수를 당한 상태였었다. 그 사고원인도 따지고 보면 원인제공자는 따로 있었지만 정작 운전자인 아빠 에게 책임이 있었던 것 마냥 비난이 가해진 거다. 참 억울한 상황이라 내가 다 원통하고 답답했다. 딸의 사고에 대한 자책감인지 세상의 비난에 대한 회피인지, 이후의 의 처신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진짜 책임감에 관해 물어야 할 지경이 되어 버렸는데 결국 또 하나의 불행이 닥친 셈이다.

 

 

그렇지만 은 딸이 자살시도를 할 리 없다고 의심한다. 경찰은 정황상 그렇다고 믿지만. 그런데 그 후 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폭행당하던 여자를 구하러 달려갔다가 들은 ‘8N8’이라는 수상쩍은 단어. 뜬금없이 시내 한복판 대형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등장하질 않나. 자신과 또 누군가에 대한 살인게임을 알리는 웹사이트까지. 그때부터 진짜로 상금을 노린 사냥꾼들이 자신을 뒤쫓기 시작하는데.

 

 

돈 몇 푼에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경우를 넘어 거액의 상금이 걸렸다면 차원이 달라진다.공권력은 수수방관하는 것인지, 이 황당한 살인게임이 당당히 공인받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들이 엇갈려 읽는 동안 내내 헷갈렸다. 게다가 딸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하는 또 다른 일당들의 음모에 옴짝달싹 못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이 어떻게 이 위기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게 될지 숨죽이며 지켜봐야만 한다.

 

 

거기에 더해 이 마녀사냥을 애초에 계획했던 운영자는 누구인지, 왜 그러는지..어떤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 을 못살게 괴롭히는지... 초반이 결말 이후 인지도 모르고 읽었다가 다시 읽고서는 팩트 체크 없이 맹신하는 군중심리의 폭주란 게 정말 섬뜩하다 싶었다. 그렇게 한 개인이 큰 잘못 없이도 순간 어떤 그물에 걸려 낚일 뻔 했다가 돌파구를 마련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들이 드라마틱했으며, 조용하고도 평온하게 지내는 지금 이 순간이 그야말로 소중하다.

 

 

다만, 반전을 보여주려 복선을 심었던 듯 한데 눈치 챘느냐 여부를 떠나 그 부분만큼은 그리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충격은 없지 않았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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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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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스타키는 이제 이름만 떠올려도 담배냄새가 난다. 체념하듯 정신과 상담을 받기 보다는 기 싸움에 지지 않겠다는 일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말 잘 들을 것 같으면 나중에 폭발물 처리반에서 청소년과로 좌천당할 일은 없었겠지. <마지막 탐정>을 먼저 읽고 <데몰리션 엔젤>을 읽게 되면 길들여지지 않으려던 종마가 거세당한 심정이 고스란히 나오기도.

 

 

모방범과 진범의 응징이라는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니가 감히 내 이름에 먹칠을 해? 사칭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면서 거물급 범죄자 리스트 TOP10을 꿈꾸던 진범은 자기애가 넘치다 못해 유아적 발상으로 구취가 진동하는 넘이 아닐까 싶기도. 무슨 세계정복이나 돈, 신념 따위는 찾을래야 찾을 길 없는 진범의 과도한 자신감으로 마지막 몇 페이지는 그야말로 시한폭탄 같이 심장을 박동 치게 만든다. 그 쫄깃함이란 진정 굿!!!

 

 

마지막으로 은 안타까운 남자였다. 스타키를 나름 존중해가며 둘은 제대로 썸 탈 수 있었는데 사적원한과 범인의 트랩 때문에 둘의 관계는 일순 산산조각 나버렸음이 애석하다. 잘 될지도.., 같은 여운은 <마지막 탐정>에서 이미 휘발되었음을 잘 알지 않은가? 엘비스 콜에게 흑심을 품던 그녀는 보기보다 사랑을 갈구하는 꽃사슴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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