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자유롭게 딱 한 명을 죽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역시나 몰입감과 속도감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내 맘에 쏙 들게 만든다. 그런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제바스티안 피체크. 이번에도 사이코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이 소설의 결말 이후를 먼저 보여주고 난 뒤에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한다. 그날에 주인공 이 딸 올레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엔 딸은 이미 옥상에서 뛰어내린 직후였고 분명히 메시지의 내용은 아빠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올레는 이미 자동차 사고로 하반신 불수를 당한 상태였었다. 그 사고원인도 따지고 보면 원인제공자는 따로 있었지만 정작 운전자인 아빠 에게 책임이 있었던 것 마냥 비난이 가해진 거다. 참 억울한 상황이라 내가 다 원통하고 답답했다. 딸의 사고에 대한 자책감인지 세상의 비난에 대한 회피인지, 이후의 의 처신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진짜 책임감에 관해 물어야 할 지경이 되어 버렸는데 결국 또 하나의 불행이 닥친 셈이다.

 

 

그렇지만 은 딸이 자살시도를 할 리 없다고 의심한다. 경찰은 정황상 그렇다고 믿지만. 그런데 그 후 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폭행당하던 여자를 구하러 달려갔다가 들은 ‘8N8’이라는 수상쩍은 단어. 뜬금없이 시내 한복판 대형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등장하질 않나. 자신과 또 누군가에 대한 살인게임을 알리는 웹사이트까지. 그때부터 진짜로 상금을 노린 사냥꾼들이 자신을 뒤쫓기 시작하는데.

 

 

돈 몇 푼에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경우를 넘어 거액의 상금이 걸렸다면 차원이 달라진다.공권력은 수수방관하는 것인지, 이 황당한 살인게임이 당당히 공인받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들이 엇갈려 읽는 동안 내내 헷갈렸다. 게다가 딸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하는 또 다른 일당들의 음모에 옴짝달싹 못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이 어떻게 이 위기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게 될지 숨죽이며 지켜봐야만 한다.

 

 

거기에 더해 이 마녀사냥을 애초에 계획했던 운영자는 누구인지, 왜 그러는지..어떤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 을 못살게 괴롭히는지... 초반이 결말 이후 인지도 모르고 읽었다가 다시 읽고서는 팩트 체크 없이 맹신하는 군중심리의 폭주란 게 정말 섬뜩하다 싶었다. 그렇게 한 개인이 큰 잘못 없이도 순간 어떤 그물에 걸려 낚일 뻔 했다가 돌파구를 마련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들이 드라마틱했으며, 조용하고도 평온하게 지내는 지금 이 순간이 그야말로 소중하다.

 

 

다만, 반전을 보여주려 복선을 심었던 듯 한데 눈치 챘느냐 여부를 떠나 그 부분만큼은 그리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충격은 없지 않았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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