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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김엘리 지음 / 동녘 / 2021년 6월
평점 :
초 남성 공간인 군대에서 여성은 어떤 위치와 역할인지 그 과거, 현재를 통해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사회 통념의 여성성을 버릴 수도 지키기도 애매한 줄다리기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위해 오늘도 애쓰시는 모든 여성 군인들께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계기
군대가 모병제로 바뀌고 국민 전체가 성인이 되면 전쟁 시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과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궁금하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는 안전한 삶에 관한 우리의 사유를 바꾸기 시작했다. F-35A 스텔스 전투기 구입을 유보하고 재난지원금을 증대한 국가의 조치는 국가안보가 우선적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13쪽)
완전히 공감한다. 백만대군 시대도 아니고 정보화 사횐데 사람 머릿수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찬성론자들은 남녀공동병역의무제의 이점도 말한다. 남성과 여성이 공동병역의무를 수행하면 군 문화가 인권 친화적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41쪽)
이미 답 나왔네. 폭력성이 짙은 공간을 '조신하고 이해심 넓은' 여성들을 통해 완화하고 싶은 거 아닌가. 이기적이고 천박한 사고 발상이다.
군사 활동은 남성의 몸에 적격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남성의 몸에 맞추어 발달되었다. (중략) 전쟁 또한 남성의 욕망에 맞추어 그 형식과 전략이 발전되었다. 특히 강함과 정복, 지배, 진화와 발전이라는 가치는 근대국가와 군대, 남성성을 서로 연결하며 이들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56쪽)
전쟁이 남자에게 맞게 진화했다는 관점이 신선하다. 상대방한테서 원하는 걸 얻는 게 전쟁인데, 꼭 물리적으로 다 부수고 싸워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근대 남성성과 당시 무기들에 의해 총을 쏘고 건물을 폭파하는 게 전쟁의 이미지로 굳어진 거란 생각이 드니까 이건 뭐지 싶다. 알수록 기득권층에 의해 모두가 피해를 본 거로 생각하는데 왜 피해자들끼리 편을 나눠서 싸우는지 모르겠다. 군대 가는 게 불만이면 군대를 조직하는 집단과 싸우는 게 맞고, 형태가 불만이면 형태를 바꾸는 게 정상적인 사고 아닌가? 내가 지옥에 있으니까 너도 지옥으로 와서 개고생해보란 건 무슨 개같은 심보인지...
여성 징병 요구는 사회가 변화했다는 신호다. 근대개발사회에서 구성된 젠더 역할이 신자유주의 자기경영사회에서 어긋나고 있다는 징후이다. (61쪽)
여성 징병 요구를 사회가 변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기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살만해 보이니까 가라고 그러는 거구나.
더 나은 논쟁의 방향은 '여성'이 군대에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군대'는 갈 만한 곳인가다. 젠더 갈등이 아니라 '군대'가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61쪽)
군대 가는 게 불만이면 만든 사람한테 말하라고. 군대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지 이게 왜 남녀대립으로 이어지는지 어이없다.
군은 이제 죽임의 기술에서, 무력분쟁을 관리하고 중재하는 기술로 전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85쪽)
군대의 역할이 변한 이유가 사회가 변해서였구나.
2000년대 이후 군 복무를 하는 여성들은 때로 주변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군인정신이 부족하다는 의구심이 배어 있는 것이다. (131쪽)
따가운 여러 시선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 게 대단하다.
남성 중심성이 위협받지 않는 범위에서 여성을 보호하고 인정하는 호의적 태도다. 여군들은 이 가운데 차별과 혜택이라는 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140~141쪽)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여자가 왜 저래, 라고 말한다. 개인의 행동이 여성군인 전체로 확대되는 여러 사례를 봤는데 답답했다. 비단 군대뿐만 아니라 군대 밖에서도 남초 집단에서는 한 개인이 여성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특히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감상
이로써 '군대나 갔다 와서 얘기해라'는 이성애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발언임이 더욱더 확실해졌다. 군대는 성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이기보다는 성 평등에 가까워질수록 바뀔 하나의 공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국가안보=군대가 아닌 국가의 안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군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병제에 대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고 휴전 국가인 특성상 국민 전체가 최소한의 군사훈련을 받는 방향으로 변했으면 한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