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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아닐지라도
전민진 지음, 김잔듸 사진 / 비타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은 누군가의 눈엔 완벽한 환경운동가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내 눈엔 더없이 훌륭한 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상태였고, 그걸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 하나쯤 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라는 생각에 '내가 사는 인생, 내가 걷는 길은 바뀐다'는 확신을 준 책이다.
고품종 커피일수록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재배지의 고도는 높아진다. 문제는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애써 일군 농장을 두고 또 다른 농장을 개발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38쪽)
지구온난화와 커피가 연관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기온 상승이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해있는 게 무서웠다.
그리고 슬로건도 정했다. 'It's not a big deal.' 말 그대로 별것 아니었다. 다회용기를 대여하고, 쓰고, 세척하면 되는 간단한 솔루션. (88쪽)
별일을 별것 아닌 것으로, 복잡한 걸 간단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좋다.
"화가 많이 났었죠. 분노도 해봤고요. 근데 저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하고 되물으면 그렇지 않거든요. 지금 이렇게 활동하고 있지만 지난날에 저는 무언가를 많이 사고 버리면서 살아왔고, 또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도 없고요." (125쪽)
자신을 성찰한 계기를 원동력으로 앞으로 나가는 자세가 멋있다.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대안적인 삶, 대안적인 요리에 관심이 간다는 그는 먹을 게 넘치는 세상에서 잊히고 있는 먹는 행위 본연의 가치, 그 기쁨을 되살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15쪽)
요즘 입맛이 없어서 먹는 행위 본연의 가치와 그 기쁨을 진심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중 한 명이다. 배가 고파서 아무 생각 없이 냉동실에 있는 도시락을 돌려먹고 배가 고플 땐 밥 먹는 게 귀찮아 군것질거리로 때운다. 셰프님이 보면 기겁하실 일상이겠다ㅋㅋㅋㅋㅋ
"개인의 선택은 물론 존중해야 하지만 고기를 먹을 권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고기를 먹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환경, 공중보건, 깨끗한 환경을 누릴 권리 같은 것들을 침해하는 셈이니까요." (229쪽)
생각지 못했던 발상이다. 육식을 줄여야 하는 이유로 비윤리적인 축산업만 떠올렸는데, 그 과정에서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피해를 본다. 물론 육식을 즐기는 사람은 그 피해자가 될 확률이 극히 낮다. 그래서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남이지고 있다.
감상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일회용품 없는 축제 ㄱㄴ? ㅆㄱㄴ!
화려한 축제와 다량의 쓰레기는 어쩔 수 없는 상관관계라고 생각했다. 축제와 다회용기가 공존 가능할까...? 란 생각을 단번에 깨부숴준 기업이었다. 특히 축제에서 더 나아가 장례식장, 배달음식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대표님의 마인드가 멋있었다. 다회용품 사용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빨리 올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김용규 #문수정 #오션카인드
바다에서 쓰레기 줍기... 나만 줍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한없이 넓은 바다에서 쓰레기를 줍다 보면 현타가 자주 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내가 줍는다고 이 쓰레기가 달라질까? 사람들은 왜 여기에 쓰레기를 버릴까? 근데 이 쓰레기 중에 내가 버린 건 정말 없는 걸까? 나의 끝은 항상 약간의 분노와 많은 무기력이다. 이 분들이 나와 달랐던 점은 이 무기력을 발판 삼아 이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었다. 두 분의 자세가 너무 멋있다.
#신소영 #마하키친
스페인 요리도 낯선 소재인데 거기에 비건이라니! 대단한 도전이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제시해주신 '토르티야 데 파파타스'는 감자, 양파, 달걀, 현미유, 소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라 조만간 꼭 도전해 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맛있을 것 같다.
#최경주 #한성원 #까페여름
요즘 보기 힘든 공동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챕터였다. 골목의 식당들이 카페 주인의 취지에 공감해 일회용품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을 운영하는 #유어보틀위크 가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꼭 방문해 보고 싶다.
#이하린 #전은지 #위켄드랩
우유, 가구가 되다.
버려지는 여러 원료를 볼 때마다, 저걸 살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만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그런데 이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심지어 제품이 사용 가능하단 사실이 놀라웠다. 세상에 안되는 건 없구나! 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유뿐만 아니라 더 많은 원재료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시는 대표님들의 열정이 나에게까지 와닿았다. 계획하시는 일들이 꼭 잘되셨으면 좋겠다.
한 분 한 분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꿀팁들을 제공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애정하는 공간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쓰레기 줍기,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스페인 요리 레시피 등등. 생활 속에서 당장 실천해보고 싶은 욕구가 뿜뿜 생기는 제안들이었다.
또한 기업 대표님들이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너무 많은 걸 해보고 싶어서 걱정이라는 그들의 열정에 감동하였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