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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승무원 - 서비스와 안전 사이, 아슬했던 비행의 기록들 ㅣ 어쩌다 시리즈 1
김연실 지음 / 언제나북스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구역의 도른자, 똘끼 충만한 어느 승무원의 파란만장 성장 일기'라고 책 뒷면에 쓰여 있었는데, 이 문장이 책을 대변할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고정관념 속 승무원의 모습을 깨버리는 작가님의 능청스러움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조금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어디서 뭘 해도 잘하실 것 같은 작가님의 앞으로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예전에 일하던 항공사에서 후쿠오카로 비행을 가는데, 손님이 화장실에서 자살한 사건이 하나 있었어." 일본에서는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죽을수록 좋은 곳에 간다는 미신적인 이유로, 하늘에서 죽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화장실에서는 제발 볼일만!' 중 일부-
세상에는 정말 별일이 다 있구나...
"으이구! 다른 항공사 비행기 타셨으면 지금보다 30만 원은 더 내셔야 돼! 선생님, 30만 원 더 내고 타서 맥주 두 개, 커피 두 개 공짜로 드실래, 30만 원 싸게 타고 13,000원 내고 맥주 두 개, 커피 한 개 드실래? 13,000원 내는 게 훨씬 낫지!" 안녕하세요. '김능청'입니다. 게다가 비유는 또 왜 이렇게 찰떡이야. 누가 들어도 매우 그럴듯한 논리였다.
-'나는야 오늘의 판매왕' 중 일부-
앜ㅋㅋㅋㅋㅋㅋ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떠올리면 입꼬리가 적당히 올라간 미소와 나긋나긋한 말투가 떠올랐는데 이런 서비스는 처음 봤다! 작가님 정말 서비스업이랑 찰떡이신 듯하다. 너무 능청스럽게 잘 대처하신다.
"그렇게 잘나셨으면 연실 씨가 매니저를 하세요." "잘난 척은 다 하더니, 막상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네요?" 이런 말들이 비수처럼 마음에 꽂혀 집으로 가는 길에도 차마 지하철을 못 타고 화장실에서 엉엉 울다가 화장을 고쳐야 했고, 터덜터덜 걷다가도 누군가에게 싱긋 미소지어야만 했다.
-'잊지 못할 그 노래' 중 일부-
헐... 진심 내가 다 상처다... 말을 이딴 식으로 밖에 못 하는지... 이런 상황에서 마음 놓고 울 곳 하나 없는 현실이 더 슬프다ㅠㅠ
이렇게 누가 봐도 불합리한 상황인데, 왜 승무원한테 따로 응대하라고 하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승무원까지 지시가 내려오기 전에 회사 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일 아닌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라더니!'-
완전 공감한다. 서비스직이라고 무조건 손님 말을 다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다. 억지를 부리면 회사나 상급자 측에서 막아줘야 하는데 그걸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떠넘겨 버린다.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과를 하고 진상은 의기양양해지는 꼴이 보기 싫다.
그런데! 그 상황을 지켜보던 옆 좌석의 중년 남자 승객이 갑자기 좌석 벨트를 슬며시 푸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아가씨, 나도 해줘, 나도." ㅅ…. 이럴 때는 정말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손이 없는 건지 뇌가 없는 건지' 중 일부-
우웩ㅠ 소제목이랑 찰떡인 일화다. 뇌가 없다에 한 표.
비행을 하며 승무원으로서 난처할 때가 바로 이처럼 안전과 서비스 사이의 기로에 놓일 때다. 서비스나 승객의 기분을 우선해 후속 응대를 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에 괴로울 것이다. 반대로 이번처럼 단호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안전을 위하는 내 뜻을 함께해주는 이들이 내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공포의 리튬 배터리' 중 일부-
승무원은 비행기에서 손님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도 있는데, 외적인 것에 가려져 그런 부분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 단호하게 대처한 작가님이 대단하시고 그 뒤를 함께 해준 동료분들도 대단하시다.
감상
서비스직의 끝판왕인 승무원이 힘들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일화로 세세하게 만나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과 일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능청스럽게 진상들을 잘 헤쳐나가시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승무원은 '하늘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와닿았다. 보이는 곳에서뿐만 아니라 안 보이는 곳에서도 하고 있는 일들이 많았다.
비행기를 타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는 일들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작가님이 이야기로 잘 풀어주셔서 이해가 됐다. 하늘은 생각보다 더 많이 위험한 곳이고 그래서 안전을 위한 규칙들도 꼼꼼하고 세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