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도 있었다
조한선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월이 가면서 무뎌지고 둔해지는 서슬 퍼렇던 가윗날처럼 그렇게 마음도 감정도 둔해진다 

-'세미나장에서' 중 일부-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이 메말라간다. 모든 것에 무뎌진다는 건 양날의 검이다.



 난 앞으로도 이렇게 따지지 않고 계산 안 하고 살 예정이다

알아서 해 주세요 하고 손바닥을 온전히 내보이고 

-'계산' 중 일부-

 이렇게 살다간 손모가지 잘릴 것 같다.



멈추고 가만히 있는 게

내 숨통을 틔우는 길이라고

-'파란 하늘이' 중 일부-

 이쯤에서 숨 한 번 고르고 가야 하는 걸 아는데,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는 쉼 없이 어디론가 움직인다. 덩그러니 서 있는 게 뒤처지는 것 같아 선뜻 멈추고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그러니 지금 투정할 것이 아니라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라고 

-'국화차 한 잔에' 중 일부-

 이런 얘기는 그 힘든 시간이 다 지나가고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치열의 중심 서 있었던 과거의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그 쉼표가 나를 다시 살려

지금의 나로 살게 하였다 

-'쉼표' 중 일부-

쉼표를 찍는 위치가 참 중요한데 어디에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잘못 찍으면 마침표가 될까 봐. 지금의 내가 영영 살아질까 봐.



이 힘들고 고단한

앞으로도 험준한 가시밭일지도 모르는 그 길을

피하지도 않고 스스로 선택한 젊고 어린 그녀들

 -'꽃무늬 마스크' 중 일부-

스스로 선택했다기엔 사회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 임신 중단에 대한 개정이 절실히 느껴지는 시였다.



무효야 무효

지금껏 살아온 내 삶에도 외쳐본다


지금까지는 다 무효야

이제부터 진짜야 

-'첫눈, 이거 무효야' 중 일부-

이게 되면 좋겠지만 인간은 또렷한 과거를 질질 끌고 어딘지도 모를 현재를 지나 어렴풋이 보이는 미래를 향해 가는 존재다.



 시인의 시에는 흐린 날도 있었고 맑은 날도 있었다. 인생도 흐린 날과 맑은 날의 연속인 걸 아는데, 참 간사한 게 흐린 날은 오감으로 느껴지고 맑은 날은 잠깐 아주 잠깐 느끼고 만다. 어떤 날이든 날에 구애받지 않는 초연한 내가 되었으면 한다.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