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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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소설 오랜만이다, 정말!!!


순수문학,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한국 또는 영미소설을 선호하지만

 

스릴러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니예요....앞으로도 그럴건데 이 소설은 재밌다는 얘기를 들어서

 

날도 더운데 스릴러 소설 한번 만나볼까 싶어 펼쳐본 북폴리오 신간소설이었습니다.

 

일단 "카렌 디온느" 작가 이름 저장 완료!!!

 

다음에 신간 나오면 믿고 보려구요. 

 

스릴러 소설하면 잔인하고 공포스럽고 엄청 떡밥만 던져놓고 독자들에게 추리해 보라고,


범인 잡아보라고 수수께끼 하는 것 같아서 완독하기 전에 지쳐 쓰러지게 만드는 장르였는데


<사악한 자매> 는 좀 결이 다른 스릴러 소설 같았어요.

 

 

범인의 심리묘사나 행적들, 잔인하고 자극적인 수법에 치중하며 긴장감을 조성하기 보다는


범인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관계 속에서의 갈등들, 각 인물들의 심리,


인간의 악한 본성에 초점을 잃지 않으며 시종일관 밀도있게 다루고 있거든요.

 

 

<사악한 자매> 속 인간관계는 가족입니다.


제목처럼 자매가 주인공이고 그녀들에게는 부모가 있고 이모와 이모의 남자친구가 있어요.


주인공 레이첼 커닝햄의 정신병원에 15년간 감금되어 있는 현실과

 

 

그녀의 흐릿한 기억들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왜 주인공은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을까로 시작하는 소설이 처음 던지는 의문들부터


독자도 똑같이 주인공처럼 궁금해할 수밖에 없게 되죠.


부모님이 죽은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레이첼.


자신이 어머니를 총으로 쏴 죽였고 아버지는 죽은 아내를 본 후 자살을 한 것이라고


경찰에게 얘기했지만 사고 당시 11살이던 레이첼이 쏠 수 있는 총이 아니었다는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부모님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포기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것을 감당해 왔던 레이첼.


세상 사람들은 레이첼의 기억 그대로 믿어주지 않았고


그렇게 자포자기, 참회하며 인생을 허비해 왔던 레이첼.


일단 아버지가 결백하다는 걸 증명한 다음에 법 제도를 통해서는 여론 재판을 통해서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레이첼의 계획이 있었지만


심한 트라우마로부터 서서히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거짓말임을 인지하게 되면서


레이첼의 다음 인생으로 넘어갑니다.


레이첼이 속해 있던 가족을 파괴한 비극의 실체를 찾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었던 일들에 대한 진짜 기억을 찾아서.

 

 

처음에는 주인공 레이첼이 사악한 자매인건가? 너무나 뻔한 의심도 해보지만


역시 아니죠....ㅋㅋㅋ


레이첼에게는 9살 차이가 나는 언니 다이애나가 있었어요.


소설의 본격적인 사건들은 레이첼이 태어나기 전 다이애나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다이애나의 가족들과 관련된 살인 사건이 생기는데


다이애나의 짓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어떤 부모가 자신의 자식을 살해 용의자로 의심할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유아인 딸을 두고.


하지만 점점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살인 사건이 생기게 되고


야생생물학자인 레이첼의 부모 피터와 제니는 큰딸 다이애나를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더이상 가엾는 죽음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숲속 별장으로 스스로 고립을 선택합니다.

 

부부 소유의 드넓은 토지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며 두 딸을 홈스쿨링으로 키우는데


다이애나의 사악한 모습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게 되죠.


갓 태어났을 때의 레이첼을 베개로 숨을 못 쉬게 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점점 다이애나로부터 둘째딸 레이첼을 보호해야 함을 직감하게 되는 엄마 제니의


민감한 심리묘사들이 더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이 소설의 구성 또한 엄마 제니가 말하는 과거 시점과


딸 레이첼이 겪은 현재 시점이 교차하며 얽히고 설켜 있던 사건들과


레이첼의 가족 이야기가 흥미롭고 긴장감있게 펼쳐집니다.


아주 재미져~~~!!!

 

스릴러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던 소재는 바로


동화책을 좋아했던 사악한 다이애나.....!!


그러나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그 순수하고 교훈적인 전체연령가의 동화가 아니라


곰 가족이 골디락스에게 불을 붙인 후 물에 빠뜨려 죽이는


1831년도 판본과 같은 섬뜩하고 잔인한 동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으스스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런 동화책 이야기를 가지고 동생 레이첼과의 우애를 이용해서


동생을 점점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끌어들이는 다이애나.


다이애나의 문제점들을 정밀검사해본 결과, 정상 범위의 표준편차를 두 군데 넘어서는


냉담-무정서 장애 아동.


한마디로 사이코패스!!!!!


냉담-무정서 장애 아동은 나쁜 행동에 맛들인 비정한 냉혈한이 아니라는 게 더 무서웠어요.


단지 자신이 상대방을 해칠 때 나타나는 결과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활하고 거짓말도 많이 하며 공감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다이애나!


다이애나의 행동은 부모들의 통제를 언제나 벗어났고


다이애나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제안했던 박제술이나 이모와 이모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사격장을 만들었던 일들이


나중에는 레이첼과 부모를 점점 옥죄어가는 설정들도 기가 막히죠.


 아주 그냥 곳곳에 촘촘하게 흥미진진하고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기 보다는


풀어놓은 떡밥을 머지 않아 거둬들이며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주는 스릴러 소설이었어요.


이런 소설 아주 오랜만인데 스릴러 소설이 다 이렇다면 앞으로 좋아할 용의도 있습니다.....


인간의 조건이나 본성을 이야기하는 문장들은 받아 적으며 읽게 되는 스릴러 소설 <사악한 자매>.


무자비한 언니 다이애나에게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자신이 살아남으로써 엄마,아빠의 죽음에 대해 제자리를 잡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사명감을 갖는 레이첼의 목숨을 건 싸움이 긴장감 백배예요!


자매끼리 서로를 죽여야만 내가 살아나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너무나 이해가 되니까


완전 흡입력, 몰입도 짱!!!

​레이첼이 기억했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파헤치기 위해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꼈던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그녀의 기억력들이 재구성 되어가는 꿀재미!!!


인간의 기억력이란 참으로 연약합니다, 소설에서 표현한 것처럼.


후반부에 극적 반전이 거듭되면서 가려졌던 부모님의 죽음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죠.


결정적인 순간마다 야생동물들과의 특별한 연대감을 보여준 레이첼의 모습은


역시 주인공.... ㅎㅎㅎ


주인공에게는 이렇게 특별한 능력 하나쯤은 있어줘야 막혀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하죠.


소설은 이야기..... 이야기는 고로 재밌어야 한다!


가족관계가 분열되고 해체되는 과정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점들을 생각하게 했고

 

악의 근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서 더 소설의 깊이가 느껴졌어요.


​더이상의 스포는 안되겠죠? 결말은 직접 소설로 만나보시길.^^

 

아주 오랜만에 중간에 덮을 수 없게 재밌는 영미소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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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야?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 3
율리아네 프리세 지음, 우다민 그림, 전은경 옮김, 김미향 해제 / 비룡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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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낙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 보니 페미니즘, 또는 여성주의라고도 부르는 사상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제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바램을 늘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야?> 역시 그런 바램의 연장선상에서


오랜만에 비룡소 책을 만나봤어요.


시니가니 어릴 때 정말 비룡소 책 많이 봤었는데 말입니다.^^


좋은 책들 많이 출간하는 출판사여서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데


이번에 만난 이 책은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 시리즈 중에 하나로


 "페미니즘 입문서" 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데 결코 아깝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이만한 페미니즘 입문서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10대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도록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현주소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건들과 쟁점들을 사진자료를 곁들여서 짚어주고 있어요.


10대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저처럼 페미니즘에 대해서 관심많은 분들도,


잘 몰라서 페미니즘을 이제라도 알고 싶은 분들에게도

 

아주 적절하고 유용한 페미니즘 입문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중3 큰딸에게도 추천해서 방학중이라 쪼개읽기로 며칠 전에 완독했는데요.


딸아이에게 이 책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니

 

쉬워서 술술 읽힌다며 높은 별점을 줬습니다. ㅎㅎㅎ


 아이가 먼저 읽어보고 그 다음에 제가 바통터치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10대에게 설명의 눈높이를 맞춘듯 이해하기가 참 쉬웠어요.

 

​페미니즘의 개념부터 시작해서 여성운동에 대한 짧은 역사들,


페미니즘에 관련된 키워드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선입견에 대항하는 방법,


페미니스트가 되는 첫걸음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가이드도 제시해 주고 있어요.


내용도 좋지만 가독성이 좋아서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2020 독일-프랑스 청소년문학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던 책이더군요.


저자 율리아네 프리세가 독일 출신이고 독일의 페미니즘 경향을 예로 들면서


한국과의 공통점과 차이점까지 짚어주니까 거시적으로

 

페미니즘의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투, 여성 혐오, 성폭력 범죄, 여성 할당제, 모성, 성적 불평등, 그리고 젠더 갈등까지!!!


페미니즘에 관련된 민감한 논쟁들을 만나게 될 때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페미니즘 입문서예요.^^

 

 

​오랜 시간동안 가부장제 하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왔고


이것이 불편부당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이제는 성평등 사회를 이루고자


적극적으로 용기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 흐름속에 페미니즘, 여성운동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고 목소리를 높여가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의 사회규범이나 제도를 흔들기에 충분한, 

사회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변화를 거부하는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의 반발 못지 않게 일부 젊은 남성들이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늘어난 것이


곧 자신들의 기회 축소라 여기며 반발했던 사회현상 백래시가 일어나면서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거나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있고,


또 거기에 맞대응하는 일부 극렬 페미니스트들과의 대립을 멀찌감치 관망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저 소란스러운 광경으로 보게 되면 자칫 불편하고 그래서 외면하고 싶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하지만...... 워낙 그 전에 한쪽에서만 억눌렸던 성차별에 대한 정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함으로써


아무도 차별받지 않을 인간의 기본권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다같이 사회를 바꾸려는 정치적 운동인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이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미세하게나마 바꾸어가는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페미니즘은 나와 관련없는 이슈라고 생각하시나요?


페미니즘으로 인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불평등을 겪을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으십니까?


페미니즘 이슈로 인해 한국 사회는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2005년 호주제 폐지, 2019년에는 66년만에 낙태죄 위헌 인정으로 낙태죄도 폐지되었지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분명히 달라지고 있고


사회 정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법들에 변화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렇듯 페미니즘은 내가 속해 있는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암묵적이고 부당했던 규정들에 균열을 가하고


이로써 변화를 이끌어내어 내 삶까지 영향을 미치는 운동이예요.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과 싸운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존의 사회적, 성적 불평등 구조를 안정적으로 느끼는 일부 집단들은


페미니즘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생산적이고

 

발전적으로 만들려는 이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발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여성혐오를 조장하지만..... 이 지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결코 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과 싸운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대중들로 하여금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호도하고 있다는 것도 놓치면 안될 것 같아요.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던 성차별과 고정되고 답답한 성역할이 없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이고


페미니즘은 모든 성별의 해방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남성들 역시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 또한 페미니즘이거든요. ​

남녀 모두에게 자신의 삶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여성은 가부장제로 인해 억압되었던 여성의 권리를 되찾음으로써 여성 해방을 위해 싸우고 있고

나아가 모든 성별이 해방되는 성평등 세상, 성별의 동등한 권리를 목표로 싸우고 있습니다.

일부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 행동을 가지고


건강하고 올바르게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관점인 것처럼 호도하는 부류도 있지만

그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에서 그치게 되면

 

정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멸되어 버리고 말아요.

필요한 것은 감추어진 사실과 진실들을 똑바로 분별해내는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 제대로 알기를 더더욱 독려하고 싶어요.



남성들이 여성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회형태, 가부장제에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페미니즘.


가부장제는 여성과 남성의 자연적인 차이에 따라


사회에서 맡는 역할이 다르다며 성별에 따른 역할 나누기를 "정당화" 해왔어요.


전근대적인 가부장제는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권력의 중심이 기울어진 남성이 우세한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되찾고자 부단히도 노력중입니다.


일부 페미니스트에 대항하는 남성들의 경우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체감하는 것은 남성의 재산이 여성의 2배,


출발선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여성의 임금은 근본적으로 남성에 비해


23%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불평등한 관습에 의해


사회구조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여성에게 주어진 '유리천장' 이라는 말이 있다면


반대로 남성에게는 '유리 승강기' 라는 말이 있더군요.^^;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듯 출세하기가 쉽다는 의미일테죠.


남녀의 근본적인 평등을 위해 싸우고 있는 페미니즘이기에


남성에게만 주어진 사회적 특권이 불평등한 것임을 알리면서 가부장제와 맞설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회가 처음부터 남녀를 다르게 대하도록 고정관념을 심어놓았다는 것을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사회화했고 사회가 바로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을 만들어 버렸지만


이것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겠죠.


생물학적인 성을 말하는 '섹스' 와 사회문화적인 성을 의미하는

 

 '젠더' 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시몬 드 보부아르가 한 말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사회적인 것이라고 프랑스 철학자도 말하는 것을 보면


여성이 겪는 사회적 불평등은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도 되죠.


2017년 10월, 미국의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턴의 성범죄 기사가


뉴욕타임스와 뉴요커에 실리면서 이슈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미투 운동.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역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결정적으로 앨리사 밀라노라는 배우가 트위터에 #미투 해시태그와 함께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해요.


"성폭력을 겪은 모든 여성이 미투라고 적는다면 이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미투' 논쟁이 때로는 모든 남성을 일반화하며 의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평범한 남성들조차도 왠지 모를 죄의식을 갖게 된다고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부장제로 인해 여성이 겪은 억압과 사회적 불평등이


성폭력으로까지 나쁜 손을 뻗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인종, 나라, 문화, 지역, 종교, 나이 구분없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구요.

 

2014년 9월, 영국배우 엠마 왓슨의 유엔 연설 내용도 언급해볼 필요가 있겠어요.


"우리는 젠더 불평등을 끝내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모든 이가 참여해야 합니다."


모든 이가 참여하려면 남성들도 페미니즘에 동참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런 바램이 혹여 무리일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랑 관련없는 페미니즘 운동에 내가 왜???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 분명히 있을거거든요.


심지어는 같은 여성들조차도.


하지만... 한명의 개인 안에는 성별, 나라, 인종, 나이, 지역, 종교, 사회 경제적 계층등


다양한 소속 집단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을 갖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이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나와 전혀 관련없는 일이 되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은 늘 교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 지점이


제게는 아주 중요하게 다가왔어요!!!


왜냐하면 모두가 평등하고 비로소 행복해지기 위한 사회 변화에는


구성원 모두가 공감대를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겪고 있는 불편한 문제를 인식하며 나아가 여성과 남성 모두 사회가 정해놓은


성역할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싸우는 페미니즘 운동을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야?> 통해서 정말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정말 페미니즘 입문서로써 너무나 강추입니다!!!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의견으로만 모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다양성 부재는 오히려 비정상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니까요.


하지만 목소리가 모아지는 지점은 페미니즘과 성차별에 대해 자의식을 갖고


페미니즘에 대한 활발한 토론,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서


나만의 페미니즘을 알아가고 발견해가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좀 더 용기를 낸다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 것까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대로 세상을 살 권리가 있기 때문에!!!


10대를 위한 비룡소 책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야?> 페미니즘 입문서로써


교과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현실적이고 생생하며

 

현 시점에서 논쟁이 되는 사건과 이슈를 다각도로 접할 수 있었어요.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이슈로 페미니즘은 정말 중요한 주제였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야?> 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페미니즘은 무엇이었을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좁은 시각을 한층 넓고 깊게 바꾸어줄 페미니즘 입문서예요!

이 책을 통해서 또 다른 페미니즘 도서 <나쁜 페미니스트> 를 알게 되었네요.

록산 게이가 쓴 책인데 TED강연도 있더라구요.​


책은 인터넷서점 가보니 품절이었고 도서관에 가보니 다행히 책이 있네요.


지금은 비대면대출 방식으로 전환된터라 월요일에 시 홈페이지 통해 신청해서 만나보려고 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책..... 이거예요.^^


책이 맘에 드니까 같은 시리즈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가서 보니


<도대체 가짜 뉴스가 뭐야?>, <도대체 극단주의가 뭐야?> 이 책들도 제가 관심이 가네요.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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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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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라고 규정하는 것부터 김민형 교수님은 적절치 않다고 하셨지만 


어쩔 수 없이 저도 수많은 수포자들중에 한 명이었다고 해야겠어요.^^;


여고시절 정말 좋아했던 선생님이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수학선생님이셨던 관계로 수학 공부 참 열심히 하게 동기부여가 되어주긴 했었지만


수학적 사고방식은 고사하고 수학 공식 가지고


풀어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어내기가 참 녹록지 않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다행히도 저는 영어를 좋아해서 영문과를 갔고 수학은 당최 관심도 없었지만


김민형 교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이 나온 걸 보고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제게 너무나 부족한 영역이라는 것은 옛날도 지금도 똑같지만


옛날과 다른 점은 수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죠.


수학적 사고방식이라는 것, 문과형인 저로서는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그 미지의 세계 한번 글로나마 경험해 보고 싶어서 몇달 전에 읽으려고 구입했었는데


사실은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출간을 앞두고 있는 때였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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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출간을 앞두고 예약판매 진행중인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을


가제본의 형태로 먼저 만나봤습니다.^^

세계적인 수학자, 옥스포드 대학교 ​김민형 교수의 첫 수학책의 부제는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였다면


이번 책은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입니다.


8만 베스트셀러 전작의 인기와 다르게 이번 책의 서문에서부터

 

자기반성과 성찰의 글들이 이어진 후


두번째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이어지죠.


2019년 여름, 9주에 걸쳐서 주1회 금요일 저녁마다


 '일반인을 위한 수학세미나' 일명 수학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선발된 7분의 다양한 직종의 참여자들과


끈질기게 수학에 대한 문답식 수업시간을 보낸 결과물을 책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수학책이니까 수학의 공식이나 계산이 많겠지? 생각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적지 않고 난이도도 저로서는 어려웠어요^^;


한국사람의 참을성을 김민형 교수님은 높이 평가하신 부분도 있지만


나름 자세하게 설명하신 듯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도 과감히 넘기면서 봤습니다.


즐겁자고 독서를 하는 것이어서 일부분에 붙잡혀서 책 속에 갇히거나 매이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참아낼 수 있는 데까지는 참고 두 세번 읽는 노력은 기울였습니다.


알겠는 부분도 있고 읽어도 모르겠는 부분 역시 있었지만


분명한 건 한번 읽은 것과 두번 이상 읽었을 때의 이해도는 전반적으로 역시나 달랐다는 것!!

역시 수학은 어렵다는 현실인식을 한 번 더 하긴 했으나 교수님의 의도대로

세상을 수학적 사고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에 이런 흐름과 결이 있구나.... 경험해본 시간이었어요.

 

 

20200731_173142.jpg

 


대부분 학창시절에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수학의 공식을 배우고,


공식을 활용해 답을 내는 법을 배우게 되는 한국 수학교육의 현실도 언급하긴 하지만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수학은 답을 내주는 마술 같다는

세상의 편견이나 선입관들과는 다른 지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접할 기회가 사실 많지도 않았지만

수학적 사고방식이 어떤 것인지도 저는 그닥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갈릴레오의 명언에도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쓰여졌다"고 했고

수학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이해를 섬세하고 정확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이라는 것을

참여자들과 김민형 교수의 오고 가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학의 모든 증명이나 기초, 근본을 이해해야 한다는 갈증 내지는

 강박이 한국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수학의 근본을 이해해야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거라는

막연하지만 간절한 열망도 그래서 저로선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김민형 교수는 수학에 있어서 근본을 모르면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근본이라는 것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말에 또 질문이 따라오죠.


수학에 근본이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다양한 경우의 탐구, 직관적인 이해, 여러 종류의 증명, 명확한 서술을 계속 거듭하면서

이해를 증진시켜 가는 것이 수학을 이해해가는 과정이라는데


​읽어봐도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더라구요.....


​어렵다 수학.....;;

 
 
 
 
 

수학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각종 정리들, 이를 테면 피타고라스의 정리, 탈레스의 정리,

아르키메데스의 정리나 유클리드, 적분의 기원, 기하학 수학의 전통,

제논의 역설, 인도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근의 공식 등등

우리가 다 들어봄직한 수학의 각종 정리와 공식들을 짚어가면서 

참여자들로 하여금 직접 생각해 보게 하고 질문을 하게 만들고

세상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질문들이 또 이어집니다.

 

 

철학자 버트런트 러셀이 논리가 수학의 전부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서

김민형 교수는 관점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어요.


수학을 논리와 동일시하려는 의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오히려 찾아보자고 질문을 던지죠.


논리학은 문장의 참과 거짓을 따지는 규칙을 많이 개발하며

 

문장이 참이려면 전제로부터 결론이 따라야 한다는 상식적인 룰과 함께


수학과 관련이 깊은 논리학에 대한 설명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p.156


논리학에서의 올바른 사고와, 어떤 말이 맞고 틀리다는 결정은


어느 정도 구분을 해주어야 합니다.


.....


가령 '비가 온다' 는 직접적으로 확인 간으한 문장이므로,


비가 오면 참이고 비가 안 오면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그런 단순한 명제들로부터 새로운 명제를 생성해내는 과정이 논리학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생성한다는 것은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일종의 논리적 연산을 통해 명제 몇 개로부터 더 복잡한 명제를 '합성' 하는 것입니다.


.....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은 명제들이 주어졌을 때 그로부터 올바른 추론을 통해


새로운 명제를 생성하는 것입니다.


약간 모호한 표현을 쓰자면 '각종 명제 사이에 있는 논리적 관계' 가 논리학의 연구 대상입니다.




​수학이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질문을 하는 것!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을 만났다고 해서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수학이

단박에 쉬워지는 마술은 역시나 없었습니다.

이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니까.....

 수식과 도형으로 된 수학의 언어들이 낯설긴 했어도

익숙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질문을 찾아다니는 수학적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확실히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수학만 이야기하고 수학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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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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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이 모인 플랫폼, 북바이퍼블리에서


독자에게 지지받은 콘텐츠들을 종이책으로 출간하고 있는데


북바이퍼블리에서 10번째로 <교토의 디테일> 을 출간했습니다.


북바이퍼블리의 책은 저도 꾸준히 만나보고 있는데


각자의 영역에서 열정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좋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기억하고 있죠.


이번에 나온 <교토의 디테일> 은 디테일 전문가이자

 

마케터,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는 저자 생각노트가 교토의 여행객으로서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글, 사진, 영상, 소리 등 다양한 기록법을 통해 순간을 기록하고 담아낸 책입니다.


북바이퍼블리에서 출간한 책이니만큼 아무래도 마케팅 도서의 성격을 띠고 있긴 하겠지만


 고객을 향하는 요즘 트렌드를 읽는 흐름도 많고


교토를 중심으로 하는 한 끗 디테일들을 통해

 

저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관점들도 만나볼 수 있어요.


단순히 경제경영서라고만 말하기엔 부족합니다, 이 책. ㅎㅎㅎ


교토의 구석구석, 사찰이나 정원을 상징으로 하는 도시이지만


그 핵심적인 여행정보들 말고도 골목주의자인 생각노트의 시점에서


 여행할 때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을 발견하는 계기도 될 거예요.


아~~ 여행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새롭게 눈을 뜨게 해주는 <교토의 디테일>^^


물론 생각노트의 여행 방식이 옳은 것은 아니겠죠.


각자의 방식대로 여행을 즐기면 되는 것이겠지만


저 역시 저자처럼 여행을 '명소중심' 으로 다니지 않고 '취향중심' 으로 하기 때문에


많이 공감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디테일 전문가 답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들에서 보여주는

 

한 끗 차이를 짚어내는 섬세함이 있어요.^^


<교토의 디테일> 이전에 2018년 먼저 낸 디테일 시리즈로 도쿄를 다녀왔던 생각노트.


교토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도쿄는 기발하고, 세련되고, 뜨는 디테일들을 발견했다면,


교토는 담백하고 은은하고 유지하는 디테일을 보여주며


고객을 향하는 맥락과 흐름이 있는 디테일 마케팅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겉표지 안 쪽을 보니 교토의 중심 여행지들이 나와요.


생각노트 저자가 다녔던 교토의 구석구석이 있어서


실제로 교토 여행을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코스대로

 

<교토의 디테일> 을 여행 가이드북 삼아


다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케터가 여행하면서 기록한 사소한 정보들이지만


교토를 온전히 느낄 수 있고 디테일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원래 감동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오는 법이죠!!


 

 

 

와이즈베리​에서 나와서 전에 만나본 유현준 교수님의 <당신이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도

이런 제본방식이어서 읽기에 너무 편했거든요.

이 책 역시 똑같이 누드 사철 제본 방식이라


완전히 펼쳐져서 독서하기에 참 편해요.^^


 

 

 

<교토의 디테일> 생각노트 저자가 매일 30분씩 읽고, 읽은 것을 노트에 정리하고,

 

1주일에 한 번씩 다시 읽고, 배운 개념들을 연결하는 몸에 밴 습관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축적해온 평소 공부 기록과 교토라는 도시가 만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사소하고 사적인 기록일 수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이것이 어쩌면 좋은 레퍼런스 북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2019년 2월에 5박 6일간 다녀왔던 교토 여행기는 디테일 전문가 생각노트를 거쳐서


가장 자랑스러운 소장품으로 거듭납니다.


생각노트의 인사이트 여행이 저의 여행 스타일과 결이 비슷함을 곳곳에서 느끼면서


어쩌면 내가 남겨둔 제주도 여행 기록이나 아침조깅 기록들도 다듬어 가면


가장 자랑스러운 소장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분좋은 상상도 해봤어요.^^


 

 


20개의 챕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인덱스로 구성된 <교토의 디테일> 에서는


교토를 여행하면서 일상 속에서 갑자기 깨닫게 된 것들이나


발견하고 통찰한 찰나의 순간들을 마주함의 연속인데요.


과거에 지어진 건물의 마루에서 나는 소리로 기억하게 되는 관광지 니조성은


비 오는 날 운치있는 여행장소가 되어주는 곳이어서 생각노트가 처음으로 추천하고 있죠.


그 외에도 수많은 교토의 명소와 생각노트 취향 중심의 여행지들을 만날 수 있지만


단순히 여행지침서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아주 작은 디테일들에 집중하고 부각시키며 그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데


중심이 되는 맥락과 흐름은 바로 고객중심전략들.


고객의 다음까지 생각하는 교토의 한 끗 디테일들이 곳곳에 있고


교토의 화장실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실내 지도를 만들어 놓은 교토의 화장실을 보면서


 관광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생각노트는 바라보고 있어요.


장소마다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생각해 보니


하나같이 고객에 대한 배려를 전달하는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죠.



 

 

 

 

물이 맑은 사찰이라는 뜻을 가지며 780년에 세워진 ​청수사.

 기요미즈데라로도 불리는 이 사찰로 향하는 길에 교토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사찰들의 모습을 본따 만든 쿠키를 커피 위에 장식해서 파는 테이크아웃 커피 트럭 이야기.

그냥 커피만 있었다면 특별할 것이 없었겠지만

이 커피는 쿄토의 명소를 기억하고 싶은 여행객들의 마음까지 읽어낸

 

마케팅의 신의 한 수이기도 합니다.

사진 찍고 싶어지는 커피를 찾아오게 하는 전략이 통한거죠.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어지는 핫플레이스가 따로 없어요.​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 줄 서 있다면 이 곳일 확률이 높습니다.^^

계절마다 기요미즈데라의 입장권 그림들이 다 달라서 모으는 재미도 있어요.


입장권은 여행한 장소의 기념품이 되기에 충분하지요.


제가 갔을 때랑 달라진 입장권인건지도 궁금하구요.^^


이 분기별 입장권을 보니 책의 말미에 생각노트가 구상한 서점운영방법이 떠오릅니다.


서점 운영이 꿈인데 책을 구매하면 다 포장을 해주고 싶고


계절별로 포장지를 달리 해서 해주고 싶다구요.


그래서 분기별 포장지 컬렉션으로 모으는 재미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노트의 말이


기요미즈데라의 고객중심전략과 맞아 떨어지네요.^^


혹시 이걸 경험하시고 벤치마킹 하신 건지, 아님 먼저 생각하신 건지요?....


교토의 명소는 일본인 친구가 교토에 살아서 여행 좀 다녀본 남편이


거실 테이블에 둔 <교토의 디테일> 책을 보고는


기요미즈데라, 금각사, 은각사 줄줄이 물어 오네요. ㅋㅋ


긴카쿠지 (은각사)​ 의 정원에서 만난 디테일 중 하나로 대나무로 만든 배수구도 인상깊었습니다.


저자가 교토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여행지로 꼽은 긴카쿠지는


걸으면서 사색하기 좋은 곳이라고 하네요.


남편도 저도 사찰 구경을 좋아하는데 교토의 고즈넉한 이 사찰들 언제 구경 가 볼 수 있을까요....


 

 


전통을 활용한 사가노유 카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목욕탕이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트렌디한 메뉴를 갖춘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곳이예요.


 벽이나 세면대에 목욕탕에서 자주 봤던 타일들로 충분히 목욕탕이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이런 전통적 요소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특징으로 살려서 세련된 모습과 어울릴 수 있도록


흔적의 디테일을 살린 멋진 재생공간이예요.

부산에도 이와 같이 재생공간이 있다며 소개한 곳은 과거 병원 건물을 카페로 활용하는


브라운핸즈백제.

공간의 디테일을 잘 살려서 차별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것이죠.​

 

 

 

원데이 버스 티켓 한 장이면 하루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일본 교토 버스.


3번 타면 본전이라서 저도 예전에 교토 여행 할 때 이 버스 티켓을 이용했던 기억이 나요.

​서울 도심에서 복잡한 버스 정류장을 처음 이용하게 될 경우


나의 행선지와 맞는 대기줄이 무엇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어요.


저 역시 경험했던 불편함이었는데 교토의 버스 정류장 대기줄은


고객의 불편함까지 내다 보고 실행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대기선에 노선 번호와 주요 도착지까지 표시되어 있어서 물어보지 않고도 줄을 설 수 있는  

 

이런 승객을 배려하는 문화가 생활 곳곳에 작은 디테일로 살아 있어요.


당연히 질서를 유지할 수 있고 고객의 입장에서 너무나 편리한 시스템입니다.

이건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도 도입했으면 하는 바램. ㅎㅎㅎ​

고속도로에서 초록색과 분홍색으로 행선지 구분해 주는 아이디어도 확실히 도움이 되거든요.​

 


게스트하우스면서 캡슐호텔인 밀레니얼즈 교토 역시


숙소로 1인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일반적인 캡슐호텔과 다르게 1인당 1층의 싱글베드 하나를 사용할 수 있어서

 

비교적 편안한 곳이라고.


더 좋은 건 여행 일주일 전에 교토의 정보가 담긴 뉴스레터가 메일로 도착하면서


이미 여행이 시작되는 설레임을 주기도 하죠.


숙소에서 보낸 메일이 여행 가이드북 역할까지 하면서

 

고객을 환대하는 전략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남깁니다.


넷플릭스도 볼 수 있고 다 좋은데 여러 객실이 다 붙어 있다 보면 알람 소리는 어떻게???


다른 투숙객의 숙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알람시간을 설정해 두면

 

그 시간에 맞춰 조명이 점차 밝아지고


침대 기울기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기상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해요.^^


이 멋진 "알람 디테일".


이 모든 콘트롤은 스마트폰으로 가능하구요.


곳곳에 숨겨진 교토의 디테일들은 모두 고객을 배려하고 고객의 심리를 파악해서


고객 중심으로 향해 있다는 것이 보여요.


 

 

 

 

<교토의 디테일> 에서 소개한 것들이 이렇게나 많아요.


무인양품, 로프트도 일본 여행에서 많이 들르는 명소들이죠.


특히 개성과 취향을 갖춘 일본 5대 잡화점 주에 하나인 

 

로프트에 대한 이야기에서 인상적이었던건


색다른 아이템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찾게 하는 곳이라는 점이었어요.


어떤 물건이 필요해서 가는 목적구매형이 아니라


로프트라는 공간 자체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패턴을 즐기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죠.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다가가려는 로프트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매일 고객들이 찾나 봅니다.


 

 

 

일본과의 관계가 지금처럼 나빠지기 전에 실제로


가족여행으로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지금으로선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가 없네요^^;


일본 중에서도 남편이 잘 알고 있고 저도 하루 다녀왔지만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교토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실제로도 교토를 마음속에 두고 있었거든요.


생각노트가 소개한 교토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명소들을

 

이 책에서 참고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무조건 따라하기 보다는 여행자의 취향이 반영된 여행이 되도록


따로 가보고 싶은 곳들도 알아봐서 언젠가는

 

교토의 디테일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고객의 다음까지 생각하는 맥락있는 교토의 디테일한 마케팅들이

 

바로 생각한대로 실행한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견과 통찰이 함께 하는 생각노트의 인사이트(insight) 여행 따라가기도 재밌었고


디테일의 나라, 일본의 교토를 좀 더 관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계기도 되었어요.


사실 저도 여행 기록을 남길 때 남들이 관심두지 않는 저만의 디테일함을 찾는 경향이 있어서


생각노트 저자의 관점이 더더욱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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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속이는 말들 -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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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말" 에 대한 기존의 발상을 뒤집는 이 둘의 관계를 재고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속에 스며들어 있는 낡은 뒤편에 숨겨진 진실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


웨일북 인문학 <우리를 속이는 말들> 만나봤어요.


생각과 말은 마치 주종관계 같아서 생각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말로 표현하는 것 뿐이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순서가 따로 있지 않고 생각과 말은

 

서로 작용하며 거의 일체화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말을 통해 생각하기에 말은 우리 생각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말" 이라는 것에 대해서 깊이 고찰해볼 계기는 많지 않았지만


발설되는 순간 휘발되기에 말이 주는 신중함은 늘 생각하며 살았고

 

아이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이었어요.


더군다나 말과 관련되어 지금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줄 책이라는 기대감으로 읽었습니다. 


고전과 미술을 매개로 인문학을 벗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저자는 <우리를 속이는 말들> 속에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일상어의 당연함 속에 길들여진 채로 사용하고 있는

 

모순된 언어의 민낯들을 들춰냅니다.


하나는 인간에 대해 부당한 편견을 심어주는 상식이고,


또 하나는 세상에 관한 왜곡된 사고방식을 퍼뜨리는 상식.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가장 큰 힘을 가진 말은.....


생각해 보세요...... 동의하실 겁니다.


바로 격언과 명언.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사용하게 되는 상식적이고 규범적인 말들이


우리 일상속에 조용히, 곳곳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의심없이 그 낡은 말들에 속고 있습니다.


통념의 프레임에 갇혀서 말이 뿜어내는 숨겨진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상식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고 말하고 있지요.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말에 대해 <우리를 속이는 말들>

 

읽기 전과 후는 분명히 달라져 있을 거예요.


합리적 의심이 작동하게 될테니까요.


인간에 대한 편견의 말에 나온 6가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공부는 때가 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다 이기적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에서는 과거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논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과 규범적인 모습들을 짚어 봅니다.


이런 부도덕한 사람은 공직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절한 사람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지배 세력들이 한국 사회 분위기를 이용했던 것이죠.


유럽이나 서구 사회에서는 공직 업무와 상관없는 사생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보호해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지적해서 더 따끔한 부분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공직자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비도덕적 행위 하나로


인간 전체를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고 부적절하다는 시각을 어필하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라는 격언이 낡은 말로써

 

사용되고 있음에 차근차근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요.


한 인간 안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모습이 공존한다는 것을 우리가 모르지 않지요.


중국의 성인 공자에게도 서로 다른 양상이 존재한다고 설명할 정도인데

 

 평범한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인간 각자가 가진 모습은 하나로 종합하여 규정할 수 없고


다원성이야말로 인간 행위의 조건이라는 말, 동의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만임을

 

저도 이번 기회를 통해 유념하려구요.


이런 설명 방식으로 다른 챕터들도 통념의 프레임들을 하나씩 소개하는데


평소에 생각지 못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기존의 내 사고방식에 균열을 주는 이런 책, 좋아합니다.^^


​챕터마다 할 얘기는 너무 많은데 다 할 수는 없고

 

나머지는 다음 독자들에게 맡겨요 ㅋㅋ


그저 너무 당연시 되었던 우리 주변의 일상어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들리게 될 것만은 확실합니다!!!


앞으로는 상식적이고 규범적인 말로 인해 그 동안 나의 생각들이 왜곡되어왔고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테니까요.


이 말들이 주는 모순과 그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와 관련된 사회이슈나 사상, 미술작품이나 고전들을 통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어서 가독성도 좋았어요.


우리를 속이는 말들인지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왜곡된 상식이 만들어낸 덫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의 생각이 실체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통념의 프레임에 갇혀 왜곡되지 않게


관성적인 생각과 행위를 멈추고 상식에 의문을 품는 일,


<우리를 속이는 말들> 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어요.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 용어 "에포케 (판단중지)" 이쯤에서 한번 떠올려 봅니다.



 

하나만 얘기하려고 했는데 얘기하고 싶은 게 하나 더 ....


<공부는 때가 있다> 에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책을 들면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이기에 이 부분 가볍게 읽혀지지 않더라구요.


청소년 시기에 충분히 겪어야 할 경험은 공부만 있는 게 아니며


공부는 때가 있다고 자녀에게 말하는 부모의 진심은

 

과연 누구를 위한 말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저도 돌아봅니다...... 내 몸을 빌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이를 그 자체로 존중하려 노력합니다만

 

저도 때때로 소유물로 대할 때는 없는지 돌아보곤 해요.


아이를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나도 모르게 깔려 있어서


그릇된 사랑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에리히 프롬이 보기에는


현실에서 부모의 자녀 사랑은 대부분 소유로서의 사랑으로 보고 있고


확실히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부모로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같이 한번쯤 돌아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자녀 욕구와 부모 욕구는 아이가 청소년 시기가 되면 더욱더 충돌하게 되고


부모가 생각하는 세계관과 인생관을 자녀 생각 속에 심어 놓고 있지는 않은지도요.


<공부는 때가 있다> 는 이 낡은 말은 과연 누구를 위한 상식인가 입니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부모와

 

어른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 조종하는 것이 아닌지.


나의 사랑은 옳다고, 문제 없다고 외면한다면

 

그 사랑은 왜곡된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옛날부터 사두고 아직도 읽지 못한 <소유냐 존재냐> 살짝 엿보기 한 것 같지만


조만간 제가 직접 전체를 읽어봐야겠죠.^^



이제 그만하려고 했는데 또 해야 할 얘기가...


<우리를 속이는 말들> 은 볼수록 꼭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되어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서 함께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요. ㅎㅎㅎ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에서는 유교 자본주의로 인해

 

한국 사회에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폭넓게 지배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어요.


기성세대의 보수적 분위기는 여전하고

 

그래서 권위적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로


"꼰대" 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시대가 되기도 했죠.


꼰대라는 말이 나오는 대상들을 생각해 보면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주 특징적입니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또는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강요하는 기질을 꼰대라고 설명하고 있거든요.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통념으로 어딜 가나 엄격하게

 

나이로 구분짓는 문화가 이제는 불편해지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이를 통한 일방적인 권위 행사는 곳곳에서 여전합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에 나오는 노인과 소년의 관계는 한국 사회의


위아래를 구분짓는 사고방식과는 사뭇 달라 보여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관계에 사회를 인식하고 서로를 대할 때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의한 억압에서 점점 벗어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와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렉의 이야기를 빌려서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세상과 인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걸 익숙하게 만드는


"인간은 다 이기적"이라는 말에 대해서 쓴 읽을거리도 참 흥미로웠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에 갔을 때 에곤 실레의 그림들도 만나봤었는데요.


이번에 에곤 실레에 대해서 알게 되어 유익했고 더 알고 싶어졌어요.


에곤 실레의 작품들을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을 고대합니다.


이렇게 간단히 넘기는게 아까울 정도로 볼수록 참 할 이야기가 많은 책이네요.^^


사람들마다 사고의 저변에 깔려 있는 통념과 규범적인 말들을 다 들춰내서


자기 자신의 왜곡된 생각들을 직면하게 해주는 책이어서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강력추천 입니다!!!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 6가지.


아는 만큼 보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소확행을 즐겨라


손님은 왕이다


그놈이 그놈이다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는 상식적인 말이 어째서 낡은 말이 될 수 있는지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방식을 통해 설명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제 취미와 닿아 있어서 관심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했어요.


칸딘스키의 <무제> 와 같은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들로 복잡해 보이기만 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해지는 일,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은 저 역시 그동안 해 왔었기 때문에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고 놓치고 있었던 잘못된 생각이 무엇인지 너무나 알고 싶었죠.


여기에서 저자는 "주지주의" 사상을 언급합니다.


아는 것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지성이나 이성이 의지나 감정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상입니다.


 예술영역에서 어떤 작품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게 되는데


그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보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죠.


예술은 말 그대로 예술로서 바라보자는 구호도 있듯이


감정으로 자유롭게 바라보자는 관점에도 한편 힘이 실린 목소리들이 있으니까요.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을 주지주의 관점으로 본다면

 

소수 지식인들만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되기 때문에


 엘리트주의를 만들어내기 십상이라는 지적, 공감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톨스토이 역시 예술은 감정을 매개로 하여

 

 인간 사이에 이뤄지는 교류로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주지주의적 경향은 감성을 이성보다 낮은 지위로 보는 편견이 깔려 있고


 '아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보다 우선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지요.


<우리를 속이는 말들> 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을 이렇게 접근해 보니 또 달리 들리네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책은 저 역시 그 옛날 읽어보려고 샀던 책이었어요.


청춘의 아픔을 정당화하고 있음을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었습니다....


청춘의 시기를 지나서 그들의 입장에서 좀 더 섬세하고 사려깊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자의 지적대로 청년 세대는 아픈 게 당연하다는 식의 이 통념의 프레임을


이제서야 알아보게 됩니다.


개인의 책임으로 지우기에는 사회구조적 문제의 무게가 너무 크다는 현실을 간과한,

공허한 위로, 희망고문과도 같은 말이었어요.

더 심도있게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 를 언급합니다.

자본주의 경쟁 사회 속에서 청춘들이 기회를 공정하게 얻기가

 

어려운 협소한 구조적 현실.

경쟁에 참여한 청춘들은 많고 기회 구조는 협소해서

정체현상,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사회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죠.

기회 구조가 좀 더 다원화 되어야 하고 허무한 격려 말고

 

실질적인 희망을 제시해야 합니다.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마치 한국 사회의 청년들을 상징하는 것 같아

가볍게 넘겨지지 않는 작품이예요.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만큼 이 자본주의 현대 사회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을까도 싶어요.

상품이나 서비스, 소비 행위로 행복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구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비뚤어진 행복의 기준이 된 것 같아요.


자본주의 구조에서 소비가 곧 행복이라는 욕구를 자극하고 있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기업이 오히려

 

직원에게 열등한 지위를 강요하는 듯한


사고방식이 상식처럼 자리잡아 가고 있구요.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하고 있다 보니


 단순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직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사실만으로 권력관계가

 

형성되는듯한 미묘한 사회 분위기.....


호텔 리츠칼튼의 창업자 세자르 리츠가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을 처음 유행시킨 인물이더군요.


당시 이 호텔의 주요 이용객이 실제로도 왕족이나 귀족이다 보니


왕에 준하는 서비스를 대접하라는 경영 전략이 확대되면서

 

지금의 상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인데


문제는 이 상식이 사회 차별고 억압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노동자가 소비자 모두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었던 것을


<우리를 속이는 말들> 을 통해서 이제서야 비로소 자각하게 됩니다.

 


 

마치 과거의 왕처럼 손님과 업주가 직원을 다루는 행위가

한국사회에서 "갑질" 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릴 정도로


손님을 왕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노동자는 자신의 하인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는

차별의 심각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손님을 왕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일상어로 굳어져 버렸고

유럽이나 서구사회보다 노동자 권리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은 한국에서

더더욱 갑질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소비중독 현상이 심각한 한국에서 손님이 왕이라는 특권의식은

갑질을 더더욱 사회 전체적으로 일상화시키는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고

<우리를 속이는 말들> 을 통해서 씁쓸하지만 한번 더 마주하게 됩니다.


​2018년부터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있어

 

 고객응대업무 매뉴얼들을 일상에서도 경험하고 있죠.


한국 사회 어디에도 왕은 없는데, 그 누구도 왕의 권력을 부여하지 않았는데


왜곡된 사고방식이 모두가 동의한다고 믿는 상식으로 둔갑해 버린

 

지금의 현실을 인식해야만


문제점도 보이고 개선하려는 공감대가 연대하여 실천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누가 봐도 꼴불견인데 자신 스스로는 갑질 행위를 하고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는 것 같아요.


문제점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더 나아지는 변화가 시작됩니다!!!


 

사회 강자들에 의해, 또는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지배 세력에 의해


우리 모두의 상식으로 둔갑해 버린 왜곡된 사고방식들.


전근대적이고 낡은 생각들이 권위주의와 부패한 정치와 만나


한국 사회에서 당연시되는 일상어 속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를 속이는 말들> 을 만나봤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통찰력을 키우는 것에 방해가 되게 하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부패한 정치'라는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감시, 사회비판, 저항하는 힘이라는 국민의 권력을 놓지 말아야 겠습니다.


저자가 언급했던 고 함석헌 선생의 말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정치란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를 포기한다면 제일 나쁜 놈들이 다 해먹는다."



한국 사회에서 잘못된 통념을 퍼뜨리는 말임을 구별해 내는 통찰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불합리한 요구와 부당한 지시로부터 시작되는 사회의 차별에서


나 자신, 그리고 우리를 지킬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봤어요.


낡은 말에 가려져서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상식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합리적이고도 건강한 의심을 체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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