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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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소설 오랜만이다, 정말!!!


순수문학,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한국 또는 영미소설을 선호하지만

 

스릴러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니예요....앞으로도 그럴건데 이 소설은 재밌다는 얘기를 들어서

 

날도 더운데 스릴러 소설 한번 만나볼까 싶어 펼쳐본 북폴리오 신간소설이었습니다.

 

일단 "카렌 디온느" 작가 이름 저장 완료!!!

 

다음에 신간 나오면 믿고 보려구요. 

 

스릴러 소설하면 잔인하고 공포스럽고 엄청 떡밥만 던져놓고 독자들에게 추리해 보라고,


범인 잡아보라고 수수께끼 하는 것 같아서 완독하기 전에 지쳐 쓰러지게 만드는 장르였는데


<사악한 자매> 는 좀 결이 다른 스릴러 소설 같았어요.

 

 

범인의 심리묘사나 행적들, 잔인하고 자극적인 수법에 치중하며 긴장감을 조성하기 보다는


범인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관계 속에서의 갈등들, 각 인물들의 심리,


인간의 악한 본성에 초점을 잃지 않으며 시종일관 밀도있게 다루고 있거든요.

 

 

<사악한 자매> 속 인간관계는 가족입니다.


제목처럼 자매가 주인공이고 그녀들에게는 부모가 있고 이모와 이모의 남자친구가 있어요.


주인공 레이첼 커닝햄의 정신병원에 15년간 감금되어 있는 현실과

 

 

그녀의 흐릿한 기억들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왜 주인공은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을까로 시작하는 소설이 처음 던지는 의문들부터


독자도 똑같이 주인공처럼 궁금해할 수밖에 없게 되죠.


부모님이 죽은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레이첼.


자신이 어머니를 총으로 쏴 죽였고 아버지는 죽은 아내를 본 후 자살을 한 것이라고


경찰에게 얘기했지만 사고 당시 11살이던 레이첼이 쏠 수 있는 총이 아니었다는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부모님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포기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것을 감당해 왔던 레이첼.


세상 사람들은 레이첼의 기억 그대로 믿어주지 않았고


그렇게 자포자기, 참회하며 인생을 허비해 왔던 레이첼.


일단 아버지가 결백하다는 걸 증명한 다음에 법 제도를 통해서는 여론 재판을 통해서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레이첼의 계획이 있었지만


심한 트라우마로부터 서서히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거짓말임을 인지하게 되면서


레이첼의 다음 인생으로 넘어갑니다.


레이첼이 속해 있던 가족을 파괴한 비극의 실체를 찾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었던 일들에 대한 진짜 기억을 찾아서.

 

 

처음에는 주인공 레이첼이 사악한 자매인건가? 너무나 뻔한 의심도 해보지만


역시 아니죠....ㅋㅋㅋ


레이첼에게는 9살 차이가 나는 언니 다이애나가 있었어요.


소설의 본격적인 사건들은 레이첼이 태어나기 전 다이애나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다이애나의 가족들과 관련된 살인 사건이 생기는데


다이애나의 짓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어떤 부모가 자신의 자식을 살해 용의자로 의심할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유아인 딸을 두고.


하지만 점점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살인 사건이 생기게 되고


야생생물학자인 레이첼의 부모 피터와 제니는 큰딸 다이애나를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더이상 가엾는 죽음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숲속 별장으로 스스로 고립을 선택합니다.

 

부부 소유의 드넓은 토지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며 두 딸을 홈스쿨링으로 키우는데


다이애나의 사악한 모습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게 되죠.


갓 태어났을 때의 레이첼을 베개로 숨을 못 쉬게 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점점 다이애나로부터 둘째딸 레이첼을 보호해야 함을 직감하게 되는 엄마 제니의


민감한 심리묘사들이 더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이 소설의 구성 또한 엄마 제니가 말하는 과거 시점과


딸 레이첼이 겪은 현재 시점이 교차하며 얽히고 설켜 있던 사건들과


레이첼의 가족 이야기가 흥미롭고 긴장감있게 펼쳐집니다.


아주 재미져~~~!!!

 

스릴러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던 소재는 바로


동화책을 좋아했던 사악한 다이애나.....!!


그러나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그 순수하고 교훈적인 전체연령가의 동화가 아니라


곰 가족이 골디락스에게 불을 붙인 후 물에 빠뜨려 죽이는


1831년도 판본과 같은 섬뜩하고 잔인한 동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으스스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런 동화책 이야기를 가지고 동생 레이첼과의 우애를 이용해서


동생을 점점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끌어들이는 다이애나.


다이애나의 문제점들을 정밀검사해본 결과, 정상 범위의 표준편차를 두 군데 넘어서는


냉담-무정서 장애 아동.


한마디로 사이코패스!!!!!


냉담-무정서 장애 아동은 나쁜 행동에 맛들인 비정한 냉혈한이 아니라는 게 더 무서웠어요.


단지 자신이 상대방을 해칠 때 나타나는 결과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활하고 거짓말도 많이 하며 공감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다이애나!


다이애나의 행동은 부모들의 통제를 언제나 벗어났고


다이애나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제안했던 박제술이나 이모와 이모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사격장을 만들었던 일들이


나중에는 레이첼과 부모를 점점 옥죄어가는 설정들도 기가 막히죠.


 아주 그냥 곳곳에 촘촘하게 흥미진진하고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기 보다는


풀어놓은 떡밥을 머지 않아 거둬들이며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주는 스릴러 소설이었어요.


이런 소설 아주 오랜만인데 스릴러 소설이 다 이렇다면 앞으로 좋아할 용의도 있습니다.....


인간의 조건이나 본성을 이야기하는 문장들은 받아 적으며 읽게 되는 스릴러 소설 <사악한 자매>.


무자비한 언니 다이애나에게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자신이 살아남으로써 엄마,아빠의 죽음에 대해 제자리를 잡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사명감을 갖는 레이첼의 목숨을 건 싸움이 긴장감 백배예요!


자매끼리 서로를 죽여야만 내가 살아나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너무나 이해가 되니까


완전 흡입력, 몰입도 짱!!!

​레이첼이 기억했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파헤치기 위해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꼈던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그녀의 기억력들이 재구성 되어가는 꿀재미!!!


인간의 기억력이란 참으로 연약합니다, 소설에서 표현한 것처럼.


후반부에 극적 반전이 거듭되면서 가려졌던 부모님의 죽음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죠.


결정적인 순간마다 야생동물들과의 특별한 연대감을 보여준 레이첼의 모습은


역시 주인공.... ㅎㅎㅎ


주인공에게는 이렇게 특별한 능력 하나쯤은 있어줘야 막혀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하죠.


소설은 이야기..... 이야기는 고로 재밌어야 한다!


가족관계가 분열되고 해체되는 과정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점들을 생각하게 했고

 

악의 근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서 더 소설의 깊이가 느껴졌어요.


​더이상의 스포는 안되겠죠? 결말은 직접 소설로 만나보시길.^^

 

아주 오랜만에 중간에 덮을 수 없게 재밌는 영미소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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