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그렇게 살지 마라 - 좋은 삶을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52가지 태도
롤프 도벨리 지음, 엘 보초 그림,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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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알려진 롤프 도벨리

현재까지 12권의 책을 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제목을 말하면 알아볼 듯한 그의 저서로는

<스마트한 생각들>, <불행 피하기 기술> 등이 있다.

특히 <불행 피하기 기술>은 2018년에 나 또한 읽어봤던 책인데

이번에 그의 저서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두 번째 놀란 점은 출판사가 다르다는 것.

와이즈베리에서 나온 이번 신간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좋은 삶"에 대해서

반전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결국은 저자도 두 아들들의 아버지로서

성인이 되면 닥치게 될 여러 문제들을 

자녀들이 현명하게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저서로도 보인다.

좋은 삶을 위해 해야할 것은 세상에 널려 있다.

전통적인 졸업식 축사에 해당된다고 

고백한 저자의 전작들과

사고방식부터 다르게 접근했던 찰리 멍거의 

1986년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은

아마도 틀림없이 롤프 도벨리에게는 참신했던 듯 싶다.

발상의 전환을 불러 온 찰리 멍거의 졸업식 연설 제목은

"불행한 삶을 보장하는 법 Guarantee a life of Misery" 이었다.

성공담은 전반적으로 과대평가되지만,

실패담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수년간 실패담을 모은 저자는 인생에서 실패한 경험들이

우리에게 언젠가는, 무언가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라는 신념으로

좋은 삶을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52가지 태도를 소개한다.

이른바, "어리석음 백과사전"이다.







이 어리석음 백과사전의 도움을 받으면

여러분은 무조건 불행한 삶으로 

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택은 여러분의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불행은 불완전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지만

그 외의 불행은 상당수 내부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인간 개개인의 탁월함이 작용해야 함을 알지만

잠들어 있는 의지를 깨우면 또 승산이 있지 않을까.

자기 스스로 초래한 실수와 잘못들을 가만히 두고 보면서

곧이곧대로 따를 것인지,

아니면 관점을 뒤집어 좋은 삶을 망치는 

함정들을 피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불행은 하루 아침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다.

사소하고 어리석은 행동 하나가 두 번째, 

세 번째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불행 마일리지를 쌓아가고 있는 것과도 같다.



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법을 분석하기 보다는

관계를 깨트리는 원인에 주의를 기울인다거나,

행복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제거하는 일,

각자가 추구하는 삶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리를 두는 일.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으나,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행복은 불행하지만 불행은 복잡하다.

불행 속에서 저마다 인간의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나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파멸로 이끈다.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 험한 불행 속에서 드러나는 실패들을 알아보곤 한다.

수용하려 하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현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누구보다 강하다면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두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분명히 삶의 의지가 강한 개체가 있다.

부정적인 조언이 긍정적인 조언보다 

개개인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롤프 도벨리의 반전 기법은 

나름 의미있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나만의 

Not To-Do List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는 인생의 Bucket List는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필사해둔 것들을

나 또한 내 가족들과 공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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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평등 -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
토마 피케티.마이클 샌델 지음, 장경덕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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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을 좋아한다.

<공정하다는 착각>,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두 권 모두 내게는

읽는 즉시 이해될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필사를 활용하며 지극히 느린 독서에 몰입할 정도로

제법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와이즈베리 신간으로 마이클 샌델의 말을 엮은 책을 만났다.

이번에는 토마 피케티가 소속된 파리경제대학의 주최로

2024년 5월에 두 석학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소득과 불평등에 대해 연구해 온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인 토마 피케티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이자 대중 지식인의

"평등"에 대한 고찰이자 대담을 글로 편집한 것이다.

입말을 듣는 것처럼 가독성은 좋은 편이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독자마다 개인차가 있음을 밝힌다.^^



평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탐구하고자 하는 방법을 논하기 위해

마이클 샌델은 이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되짚어보면

1980년대에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날이 갈수록 그 지배권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부와 권력에 모든 힘이 몰리다 보니

결국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너무 극명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유럽의 경우 가장 부유한 계층 10%가 전체 소득의 1/3 이상을 가져가고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의 집중이 정치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심지어 인간의 존엄성까지 무너뜨리려 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바로

세계화, 금융화, 능력주의이다.

신자유주의를 보여주는 이 세가지 요소 중에서

그 무엇보다 취약하면서도 끝까지 지켜야할 인간의 존엄성에

위해를 가하는 능력주의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이미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바 있다.

그 때 샌델 교수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제안했던

아이비리그 추첨제에 대해 두 석학의 핑퐁 대화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다.

아이비리그 추첨제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아마도 샌델이 이러한 방식을 제안한 기저에는

교육이나 의료는 빈부의 영향력이 기본재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체주의자의 관념이 깔려있는 것일테다.

더불어 행운이라는 것 역시 빈부를 가리지 않고 돌아가듯

모든 것이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 또한 아니라는 교훈을

깨닫게 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유명 대학들의 소득은 당연히 이 사회 시스템의 소산이기 때문에

일부 특권층에게만 기회가 돌아가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클 샌델이 아이비리그 추첨제나

소수 엘리트 사립대들의 특례입학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지배권을 갖고 있는 일부 엘리트 세습 계층들로부터

기본재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재에 대한 접근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이 점이 불평등과 가장 먼 이야기가 될 것이다.

승자는 오만하게 만들고 뒤처진 이들은 그들의 실패가 오롯이

자신들의 탓이라고 자책하게 만드는 능력주의.

사회적 패자들 조차도 능력주의가 만든 잘못된 분위기 속에서

서서히 설득되어 가면서 가스라이팅 당하는 현 상황은

저절로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절대로 빈자들은 가난할 만해서 가난하고,

부자들은 부유할 자격이 있어서 부유한 것이 아니다.

높은 소득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높은 학력을 가져야 한다는 관념이 지배하는 능력주의 사회가 지속되다가는

결국 공동선이 소멸되며 존엄성이 상실된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통과 권위의 틀로부터 벗어나 현대성이 고조되면서

민주 의식도 높아지고 있고 사회적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불공정함 없이 기본재에 모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형태로의 참여와 존엄성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본다.

나아가 희망적인 것은 그 속도가 느리긴 할지라도

역사적으로 점점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있어서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작년 12월, 대한민국에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며

시민을 향해 시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어이없게 행사하려 했지만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와

비상식적인 명령에 대해 소극적으로 임했던 정의로운 군인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나섰던 시민들의 저지로 독재의 야욕이 실패에 돌아감으로써

다시 점점 상식과 평화를 되찾아가고 있는 양상과 같다고 본다.

다시 위 질문으로 돌아가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3가지로 꼽았는데

이는 다시 말해서 평등의 3가지 측면을 의미하기도 하며

우리 사회에 평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일테다.

경제, 정치, 존중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부자든, 빈자든 각자의 영역과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그들 사이에 소득 격차도 지금보다 줄어듦으로써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평등한 커뮤니티를 유지, 확장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두 석학 모두 이것이 바로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면서

삶을 공유하는 방식과 인식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부와 권력이 단순히

개인적인 성취에 따른 것이 아닌

집단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불평등과 불공정이 심화되는 이 세상에 끊임없이 그 위험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받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살아갈 때

비로소 모두가 추구하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 또한 같이 상승하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을 넘어서서 공동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기울어진 평등>을 만난 후에 더 강해졌다.

책 제목처럼 나의 생각 또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중요시하는 공동선 추구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

뇌는 흥미롭게 여기는 쪽으로 기억과 인지가 강화되는 것을.



<기울어진 평등>을 덮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경제를 어렵게 느끼는 1인이다 보니 역시나

토마 피케티 교수의 제언들은

선명하게 내 안에 콕~ 와닿지는 못했다....^^;;

누진 세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두 석학이 동의하고 있지만

그 전에 상호책임과 소속감을 통해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인간중심적 인식에 또 한번 깊이 공감한다.

나의 정치철학 마인드가 무엇인지 한 번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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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 한 권으로 읽는 유럽 도시의 시공간
양진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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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해 요 근래 미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는데

간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촉촉함이었다.

역시 삶은 예술과 함께 해야 충만함을 느끼는 것인가 보다.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린 MBC의 인기 프로그램 <러브 하우스>를 통해

이름을 알렸던 건축가 양진석이

12년 남짓 운영해 온 건축교육 프로그램 포럼 속 내용들을

교양 인문학책 한 권 안에 모두 담아냈다.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아 일본 유학을 했던 시절이 있었고

건축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각계 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 앞에서

건축과 사회,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들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매력적으로 들려주었다.

역사를 흥미롭게 보는 1인으로서

건축과 역사의 관계성 속에 인간의 가치관이 녹아 있음을 보여준 책이었다.



저자는 현대 건축의 뿌리를 유럽 건축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를 읽어낼 수 있는 키워드로

로마비로마를 데려온다.

이 책의 구성은 건축가 저자의 직관적인 해석에 따른 분류이면서 동시에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역사적 흐름을 따라간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리스*로마 건축 / 비잔틴*로마네스크 건축 / 고딕 건축

/ 르네상스 건축 / 바로크*로코코 건축으로 나누고 있고

이후 19세기 전후부터 현대까지의 건축은

신고전주의, 고딕 복고주의, 아르누보(안토니오 가우디)를 거쳐

역사적 전환을 이루는 산업 혁명 시기와 근대 건축으로 넘어간다.

이 중에서 역사에 관심있는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비잔틴 제국의 역사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아 형성된 비잔틴 건축이었다.


현대 건축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던 지점은

저자가 제시하기도 했던 역사적 흐름의 흥미로운 반복이었다.

그리스*로마의 고전주의에 근거한 로마 양식과

로마를 계승하면서도 한편 이를 벗어나고자

새로운 시도를 놓지 않았던 비로마 양식이

끊임없이 서로를 통해 자극과 영감을 받아

마침내 Creative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건축의 큰 줄기는 결단코 혼자서 이뤄낸 것은 없었다.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의 줄기가

다음에 올 새로운 사조를 꿈틀거리게 만드는 데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조화로움이 곧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은

숫자를 기반한 조화로움의 철학을 우주적 질서에서 찾았다.

단순히 느낌의 차원을 넘어서서 정확한 '수'에서 출발해

엄격한 원칙을 갖춘 '조화'로 완결되는 것이다.

정복의 역사를 통해 '로마'라는 타이틀이 완성되었고

도로와 수로의 확장으로 곳곳에 '로마적 도시'를 꽃피웠던 로마 제국이

쇠퇴하게 되면서 기존의 로마 양식에서 벗어나

등장한 것이 바로 비잔틴 건축이었다.

지금까지도 서양 문화의 바탕이 되고 있는 그리스*로마 양식은

현대 건축에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하지만

한 때는 이 대단한 로마 양식도 잠재웠던

비로마 양식의 선구자격인 비잔틴 건축이 있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비잔틴 건축의 역사는

서기 330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로마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의 이스탄불)로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Nova Roma"

새로운 로마의 시작인 것이다.

유럽 한복판에서 로마의 수도가 상대적으로 동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한 명의 황제가 넓은 제국을 혼자 다스리기 어렵게 되면서

서기 395년 테오도시우스 1세가

두 아들에게 나라를 양분하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이탈리아 부근인 서로마 제국과(476년 멸망)과

그리스를 포함한 동로마, 터키, 시리아 같은 중동 일부에 위치한

동로마 제국(1453년 멸망)이었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이 되기도 하는데

바로 이 때부터 중세 시대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로마 제국과 달리 무려 14세기까지 유지되었던 동로마 제국은

멸망한 후 역사가들에 의해 "비잔틴 제국"이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오스만 튀르크의 침입으로 인해 멸망하게 된 비잔틴 제국의 건축은

전반적으로 로마 건축에 바탕을 두면서도

동양적인 건축요소를 혼합한 형식을 취한다.

이는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그리스도교 세계를 향한

이슬람교의 침입을 막아냄으로써 완전히 이슬람의 문화방식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유럽의 고대 문화를 보호해왔기에 가능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변화의 길목마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흐름들이 있었다.

중세 시대의 신 중심적 세계관, 종교를 빙자한 왕권 강화의 목적으로

힘없는 시민들의 희생을 불러왔던 십자군 원정,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문예부흥,

도시 국가의 발달,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주의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던 매너리즘의 등장,

종교개혁으로 인한 그리스도교의 분열,

타락한 교황청의 비인간적인 술책이었던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귀족 사회의 사교적인 세상을 반영했던 바로크 양식,

퇴폐적인 장식미를 강조했던 로코코 양식,

시민혁명과 자유주의의 분위기 속에서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기득권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정신,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발달로 인간의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현대 건축은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역사와 함께 건축의 양식도 바뀌어가는 이 모든 흐름들이 흥미로웠다.

교양 인문학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을 통해서 새롭게 얻은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미학적으로만 접근했던 유명한 건축물들이

알고 보니 그만의 양식을 갖게 된 역사적 배경이 뒤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로마와 비로마라는 키워드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며

지금의 현대 건축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

역사가 그러하듯 건축 또한 앞으로도 잠시 옛것을 불러오기도 할 것이고,

기존의 방식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반동도 있을 것이며,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고전적인 방식에 입혀지면서 조화의 방식을 통해

어떻게든 진보해 나갈 것이라는 것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인간 집단이 만들어내는 문명'이라는 변수가 있다.

서양적 사고, 유럽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만한 교양 인문학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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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확장판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조기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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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변호사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스티브 잡스는

극단적이고 부정적이고 까다로운 성격이라지만

곁에서 4반세기 넘게 지켜보고 같이 일해온

저자 에드 캣멀에 따르면

그는 1985년 이후 근본적으로 

다른 경영자로 진화했다고 한다.

또한 잡스의 변호사가 남긴 말에 대해서도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이 지구상에 남겨진 스티브 잡스의 유산이 적지 않다.

<창의성을 지휘하라>의 저자는 에드 캣멀이지만

곳곳에서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이 엿보인다.

에드 캣멀은 스티브 잡스를 가리켜 한 마디로

"픽사의 창의성을 지켜주는 방어벽"이라고도 표현했다.

저자는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직원들을 보면서

그들의 근무하는 방식의 근간이 되는 사고들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신화와도 같은 픽사의 성공과 

디즈니의 부활을 이끈 원동력으로

그들만의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꼽으며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벽돌책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잡스를 잊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번에 10주년이 기념하면서 새로 나온 확장판에는 

4개의 새로운 후기와 2개의 새로운 장이 

추가되었다는 것도 밝혀둔다.


4개 파트, 15개의 챕터 안에서 다룬 

다양한 에피소드들 중에는

저자와 함께 경영에 중점적으로 참여하는 몇몇 인물들과

그의 동료직원들이 늘 함께 한다.

픽사와 디즈니에서 위기를 겪으며 

문제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과정들이 요목조목 담겨있다.

처음에는 이 두꺼운 책을 언제 읽나 싶었는데

읽다 보니 어느 지점에서 딱 꽂히는 

재밌는 이야기 꼭지를 경험했다.

그 이후로는 가독성 좋은 책으로 변모!^^

바로 그 터닝 포인트는 애니메이션 <Up>에 관한

 제작 에피소드 부분이었다.

픽사와 디즈니가 세상에 선보인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나의 투탑은 바로 <Coco 코코>와 <Up 업>이기 때문에.

다른 독자들에겐 <창의성을 지휘하라> 중에서 

어떤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가

페이지 터너로 변하게 만들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저자는 곳곳에서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일깨워준다.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그 중 상당수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픽사의 모든 직원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픽사의 성공 핵심 비결로 꼽기도 했으니까.

자신이 저지른 실수, 그로 인해 깨달은 교훈, 

교훈을 얻게 된 배경들까지

경영자로서의 경험들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풀어놓았다.

경영자는 무릇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직원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그들이 변화로부터 공포와 불안을 느끼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인상깊었다.

경영자와 창작자들 간의 솔직한 대화, 

활발한 토론(브레인트러스트 회의),

때로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몰 토크 등등

직원들의 복지와 그들과의 유대감 형성에도 공을 들이는

픽사의 창의적이고도 인간을 배려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성공의 냄새가 폴폴 풍겼다.

이 책은 경영전략서, 기업과 경영자스토리로 

분류되는 듯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자기계발서이다.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내가 속한 조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잘 정립해 나가는 방법들이 담겨있는 지뢰밭이다.^^

건전한 의견을 나누며 갈등을 수용하는 것.

더 많은 피드백을 통해 업무 평가가 원활해지도록 하는 것.

팀원과 관리자 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

솔직함이 곧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임을 공유하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

이 두꺼운 책이 절반쯤 진행되면 픽사와 디즈니의 인수합병 이슈가 나온다.

거기서부터 진짜로 흥미진진....^^

2005년 10월,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에 

픽사를 매각할 것을 선언한다.

74억 달러짜리 인수합병(2006년 1월)으로 

스티브 잡스, 존 래스터, 저자 에드 캣멀은

198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공동설립자에서

2006년 디즈니-픽사의 공동 경영진이 된다.


인수합병되기 이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모든 직원들이 의견을 피력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경영진들의 열린 마인드 덕분에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제법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자리잡혀 있다고 자평해 왔다.

그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문화는 달랐다.

직원들과 임원진을 격리해 소외감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수직적인 조직문화였다.

문제의식을 느낀 이후로 저자는 본사 건물 내 인테리어부터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제거, 바꿔 나가기 시작했고

사소하게는 강제적으로 지시하는 그들만의 관행, 일방적인 문화들도 없앴다.

나쁜 건 버리고 좋은 건 창의적인 문화 속에 수렴하되, 

디즈니와 픽사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노력도 기울였다.

인수합병에 불안해 하는 픽사 직원들에게 

경영진이 제시한 약속은 바로

픽사의 창의적 조직문화가 변질되지 않도록

그들만의 문화를 보호해준다는 것이었다.

디즈니 직원들에게는 패배감을 안기지 않으려는 노력들,

디즈니가 픽사의 복제품이 되지 않도록

각자의 조직문화를 존중하는 이 모든 것은

오롯이 직원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영진들의 진정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것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일일테니.

그것이 경영자의 몫이겠구나 가늠해본다.

죽을 때까지 경영자라는 총대는 메고 싶지 않은 1인... ㅎㅎ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나아가려면

이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에드 캣멀이 책을 통해 귀뜸해준 것들인데

동시에 이것은 픽사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4가지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3년 간 탐구조사한 끝에

픽사의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던

4가지 공유가치를 공개했다.

공동체 / 혁신 / 주인의식 / 진정성

누군가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는지,

또 어떤 것이 가능할지,

어떻게 이 조직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무엇을 더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읽고 나니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문화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나는 이 조직에서 어떤 구성원으로서 존재하고 있는가?

경영진의 입장과 마주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지금까지도 그런 마인드셋으로 일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이 책을 경험하면서

이 조직을 향해서는 주인의식을 갖고 

내 서비스의 대상(학생들)에게는 진정성을 품으며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이로운 자극이 되었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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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 흔들리는 오십을 위한 철학의 지도
바르바라 블라이슈 지음, 박제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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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의미에서 성숙이란 무엇인가"


자기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때부터 중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계기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한창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에 집중하던 내게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각성의 시간이 있었고
이전보다 조금 더 인생 나침반을 나 중심으로 돌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 전반적인 자기 관리를 통해 
늘 또래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지만
40대 초반까지와는 다르게 요즘 들어
칭찬처럼 들려오는 걸 보면
신체에 나타나는 여러 노화의 증거들을 
현실로 슬슬 받아들이는 중인가도 싶다.

주변인들을 볼 때, 전에 없던 신체적 고통이 잦아들고 
삶의 불확실성이 비대해져 갈 때면
인생의 공허함이 유독 크게 다가오는 듯 하다.
그러다 보면 점점 삶의 즐거움도 줄어드는 것 같고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어 인생에 대한 비약도 심해진다.
그럴 때면 다시 마인드 콘트롤을 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 삶도 좋은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요즘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에서 접한 한 줄이 
내면을 고요하게 만든다.


"인간 존재는 살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갈 뿐... 
그저 살아갈 뿐이다"


아무리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할지라도 후회는 남는다.
인생의 디폴트값은 후회를 남기는 것이 아닐까.
완전무결한 인생은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질적인 것에 스며드는 것에서부터
성숙의 과정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한창 바빴던 시간은 흘러가고 여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이 때가
내게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또 하나의 행복은 간헐적으로 철학 에세이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중년이 되면서 더해지는 듯 싶다.
다양한 경험과 습관들이 축적되어 가면서
여러가지가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찜찜함 없이 잘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말끔한 상태에서 나아갈 수도 없다.
어차피 불완전함과 후회, 그리고 고통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내가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이러한 사고 방식에 의해서 철학 에세이를 찾게 되고
이번에 나에게 발견된 신간이 스위스와 독일 대중이 사랑한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바르바라 블라이슈의 책이다.

오십의 삶을 뒤흔드는 질문들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후회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십은 과연 인생의 정점일까
숨가쁘게 달려왔는데 무엇이 남았는가
설렘과 경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살아있기에 길을 잃는다


"중년"에 대한 다른 표현으로 "길 잃음"이 눈에 띈다.
많은 예술가들도 이미 중년에 결정적인 성격 변화를 겪으며
삶의 의문을 가졌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나 문득 의구심이 생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얻게 되는 것들도 있다.
삶의 만족도에 관한 자기보고식 국제조사 데이터에서도
개인 삶의 만족도는 중년기에 최저점에 도달한 뒤
점차 상승한다고 했다.
경험, 인식, 거리두기.... 많은 일을 경험도 해봤고, 
다양한 인식의 틀을 탑재할 수 있었고
많은 일을 관망할 줄 알게 되는 시기.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
앞으로 맞이할 미래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삶의 태도를 갱신하는 시기.



이 철학 에세이에서는 각자 처한 상황에서 실존적 의문을 제기하고,
무엇이 최선인지 탐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야말로 지금이 중년인가 보다.
작년 말부터 실존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심리적 독립으로 충분치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이전의 의존적인 삶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과정이 있었고
올해부터 제2의 삶, 일하는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실존적 자각을 한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이 와중에 점점 커가는 인식은 혼자서 잘 살아갈수는 없다는 것.
연대하고 공감을 주고 받으며 살아갈 때 인생이 더더욱 충만해 진다는 것.
존 롤스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역사는 홀로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를 읽고 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재되어 있던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자연이 주는 행복감을 
계속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 안의 좋은 덕목들이 잠들지 않게, 깨어있는 삶을
앞으로도 쭉 영위하고 싶다는 바램이 커져 간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일들이
나 혼자만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연과 행운의 결과물일 때가 많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지배했다는 3가지 열정은
지나가던 나 역시 붙들어 세우는 구절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색
인류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내 안의 강점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세 번째 열정이 유독 나를 눈물짓게 한다.


의연하게 내 인생에서 내 갈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내가 책임지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
표현은 상투적일지 모르겠으나 내게 전해지는 
이 한 줄의 임팩트는 강렬하게 남는다.
중년에 관한 철학 에세이 속에서 성숙과 실존에 대한 궁금증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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