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ㅣ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평점 :
복잡하고 험난한 환경,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통 '정글'이라고 표현하는데
지금 전 세계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생존 경쟁 모드가 곧
"글로벌 정글"이라고 표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가명강 시리즈 36번째로 나온 책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민 교수가 쓴 <지배의 법칙>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급변하는 환경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국제사회의 질서는 붕괴되었으며, 또한 재편되어가고 있다.
불확실성이 날로 커져가는 오늘날, 이 힘의 논리 속에서
각국은 자국중심주의에 꽂혀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때 전 세계는 다자주의 체제를 수용하기도 했었다.
포괄적이고도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의 목표를 추구했던 국가간의 동맹이 그것이다.
그런 때에 WTO와 다양한 국제 기구들이 범세계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그런 체제가 비주류로 밀려나면서 국가간 협력보다는
자국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쪽으로 중심축이 변해가고 있다.
국가간 이해관계에 따라 협력과 의도적 외면을 반복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태세 전환은 대수롭지 않다.
이렇듯 자국중심주의가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현 시대를 가리켜 신냉전 2.0 시대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신냉전 1.0 시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을 중심으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자유주의 진영과
동구권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진영의 이념적 대립이 그것이다.
1946년 윈스턴 처질의 연설에서 언급되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철의 장막".
신냉전 1.0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진영 갈등이 시작되었다.
무기를 중심으로 직접 피를 보며 싸우는 열전과 다르게
전쟁 이회에 다른 방식으로 대립하고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에서
더 나아가 국가간 긴장상태가 디지털 영역, 극지방과 우주개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신냉전 2.0 시대가 되면서 국가간 분쟁의 중심에서 힘의 질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국제법이다.
세계질서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한 상식적인 규범에 따라 많은 것이 작동한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적용되는 규범인 국제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우리나라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경쟁할 준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때이다.
<지배의 법칙>이 출간된 것도 이러한 흐름에 따른 것일테다.
법률전쟁 속에서 상대방을 공략해야 하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념 대결이 아닌 논리 대결을 펼쳐야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오히려 퇴보하는 실정이다.
이념적인 판단으로 한쪽에 온전히 기울어진 자세를 취하며 버젓이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적절하게 줄타기를 하며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한 쪽에도 패를 보여줘선 안 된다는 외교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다 보기 어렵다.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다가는 글로벌 사회에서 점점 고립되는 상황을 자처할 뿐이다.
자국중심주의로 변모하는 이 흐름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를 지킬 수 있도록 국제법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재민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국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2014년에 붉어진 긴장 상태가 2022년 2월 24일에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국제사회의 위기를 직면하게 되었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도 7개 국가로 쪼개졌는데
그 중 하나가 '세르비아'였다.
2008년 2월에는 세르비아에서 코소보가 독립하기도 하였는데
당시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독립을 반대하면서 내전을 야기시켰다.
러시아는 세르비아 편, 서방 국가들과 한국은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며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입장에 서서 편을 나누어 다툼을 벌인 역사가 있다.
코소보 사태를 신냉전 시대의 단초로 보는 것은
범세계적 협의체는 힘을 잃어가고 이해관계가 통하는 국가들끼리 단합하여
대결 구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힘을 얻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다자주의 체제는 이렇게 인기를 잃어갔으며
현재는 국제법으로 힘의 질서가 재편되면서 각자도생을 위해
긴장 상태를 유지해가고 있는 것이 국제 사회의 현실이고 위기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충돌하는 양상은 지구 안에서만,
또는 지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발생하고 있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디지털 시대가 되어 지역을 넘어서는 세금 부과가 행해지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유튜버는 우리 정부에만 세금을 내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만
미국은 자기들에게도 과세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돈은 한국에서 버는데 세금은 싱가포르, 아일랜드에 내는 어색한 상황도 연출된다.
한국보다 법인세가 낮은 다른 나라들에 서버를 두고
그 나라의 법인세 적용을 받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이득이기 때문에
이건 너무나 당연한 행동방식이다.
이렇기 때문에 점점 세계 질서에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 국제법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1996년 마이클 잭슨이 내한공연을 한 후에 16억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당시 22%의 세율에 따른 4억여원의 세금을 한국 국세청에 내지 않았다.
이유는 서울에 물적 시설이 있어야 세금을 낸다는 조약 내용에 따른 것이었다.
당연히 글로벌 가수들은 해외에 물적 시설을 두고 투어를 하지 않는다.
이런 이슈가 있은 후에 결국 한미조세조약을 개정하여
규범에 따른 국제법이 다듬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제는 서울에 오지 않고 돈을 벌더라도 과세가 가능해진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물리적인 사업장 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일명 구글세인데
마이클잭슨 이슈가 바로 세금의 공을 쏘아올린 것이다.
기존에 영토에 부착되었던 과세권을 이제는 영토와 연결되지 않은 활동이라도
어떻게 수익창출을 이루었는지에 따라 정하기로 했다, 합의에 의해서!
그 나라에서 수익을 창출했으면 그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디지털 경제 뿐만 아니라 지구 밖 우주와 극지방을 사이에 두고도
국가간의 미묘한 경쟁은 쉴 틈이 없다.
남극대륙과 북극해를 활용하면 물류 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영유권을 두고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인류의 공동유산인 우주 자원 또한 돈이 오고가는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과학기술의 힘을 업고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주 쓰레기는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어느 곳에 책임을 지워야 할지에 대해서도 긴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규범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언제나 씁쓸해 지는 것은 지구 환경에 피해를 주는 건
숱한 자본을 투입하는 강대국들인데
피해를 보는 것은 약소국, 후진국들의 차지가 된다는 것이다.
국제법도 강대국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래서 자본이라 부르고 힘이라 쓰는 국제질서의 논리가 참으로 무섭다.
그 옛날 변방국가로서 세계무대에 데뷔한 조선은
어느덧 초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국가의 위상이 상당 수준에 올라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제자리 걸음으로도 모자라 퇴보하는 상태....ㅠ)
현재 이 세계의 새로운 규범을 이끌어가고 있는 두 나라를 꼽으라면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국과 함께 G2를 꿈꾸는 중국은 반도체와 우주개발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굴기를 내세워 세계 최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쉼없이 내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속내는 공동 이익을 추구하자는 시진핑의 큰 그림과 다르게
중국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도 없고 G2 국가로 함께 윈윈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미국은 전 세계 안에서 최강자라는 패권을,
자기들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에 혈안이 되어
긴장 상태를 오히려 이용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곤 한다.
이 열강들의 틈 속에서 한국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21세기북스의 서가명강 36번째 책인 <지배의 법칙>을 읽으면
국제화된 세상에서 국가간 합의에 기초한 규범인 국제법이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국제기구와 국제사회가 움직이는 기본 틀이 국제법으로 자리잡는 흐름에서
우리들의 일상생활까지 스며들어 있는 걸 이 책을 통해 접하고 보니
그 영향력이 절묘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데 규범이 그것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이재민 교수는 진단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면면들을 살펴보니
국제법 없이는 크고 작은 분쟁들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알면 알수록 국제법의 중요성이 크게 다가온다.
정치와 외교를 아우르는 <지배의 법칙> 덕분에
국제사회의 질서와 힘의 논리, 변화의 흐름 등 전반적으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