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가나에] 소녀

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미나토 가나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은 <고백>일 것입니다. 최근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국내에도 개봉했었습니다. 저는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중 <고백>, <속죄> 그리고 이번에 <소녀>를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미나토 가나에는 추리 소설 작가입니다. 하지만 형식이 정말 특이합니다. <고백>을 책이나 영화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가지 독백으로 되어있습니다. 중간에 주인공이 바뀌기는 하지만, <고백>에서는 교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말하는 선생님, <속죄>에서는 어떤 분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모두 독백입니다. 이번에 읽은 <소녀>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독백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소녀>에서는 세 명의 여고생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장 먼저 프롤로그에 나오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자살한 소녀, 활발하지만 약간 오버하는 성격을 가진 소녀, 그리고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소녀가 그들입니다. 그 중 뒤에 소개드린 두 소녀의 심리로 이 소설은 주로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습니다. 자기가 책을 썼다고 말했다가, 다음 문단에서는 친구가 그 책을 썼다고 말하고. 알고 보니 *표 달린 문단 별로 시점이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여성 작가여서 그런지 두 여고생의 심리를 리얼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계속 읽다보면 이게 추리소설 작가가 쓴 추리소설인지, 아니면 그냥 성장 소설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소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어느 전학생 친구가 자살한 친구를 보았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두 여고생은 자신들도 죽음을 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자 죽음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둘은 베스트 프렌드이지만 작은 오해로 완전히 각자 행동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요 흐름은 아무래도 그 두 소녀의 오해를 푸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서로 각자의 일을 하면서 연결점이 생기게 되고, 그 연결점이 둘을 화해하게 하는 계기로 만듭니다.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이 많이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명의 소녀의 시점으로 각 각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 만나는 사람이 다릅니다. 하지만 결국에 이 두 사람이 만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소설에 나온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것이 이 소설의 추리소설적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백>과 <속죄>를 읽고,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가 이야기를 참 재밌게 쓴다고 생각했는데, <소녀>를 읽고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독백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이끌어가는데 정말 놀랍습니다. 추리 소설 작가가 쓴 책이지만, 추리 소설적 내용보다는 두 소녀의 갈등이 어떻게 풀릴지에 더 관심이 가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끝없는 밤

끝없는 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처음 본 작품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였습니다. 워낙 어릴 때 읽었고, 추리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을 때 읽은 소설이라 그 때 읽은 충격적인 반전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 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에서 그러한 충격을 한 번 더 느끼고, 언젠가는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요즘 나오는 일본의 추리소설과 고전 추리소설은 많이 느낌이 다릅니다. 범인과 트릭보다 스토리에 더 치중을 두려는 최근의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고전 추리소설은 트릭과 범인에 더 치중을 둡니다. 하지만 '끝없는 밤'에서는 범인과 트릭보다는 스토리, 그리고 인물의 심리 묘사에 더 치중을 두고 있습니다. 엘리라는 상속녀와 그녀에게 마음을 뺏기고 결혼하게 된, 마이크, 그리고 그 주위에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책의 줄거리나 심리 묘사는 잘되어 있습니다. 상속녀와 결혼하는 가난한 마이크의 갈등, 그리고 엘리의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한 마이크의 질투 같은 내용이 이 소설에서 읽을거리 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트릭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녀의 작품 중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에 저자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것은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아이디어로 독창적이고 거의 언제나 읽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녀가 말했듯이 이런 종류의 트릭은 같은 작가에게서 단 한 번만 쓰여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설은 아쉬운 점이 많네요.

도착의 귀결

도착의 귀결 ㅣ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3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9월

  도착의 귀결. 정말 독특한 소설입니다. 두 개의 이야기를 묶고 가운데에 하나의 결말로 가도록 만들어져있는 흔히 볼 수 없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오리하라 이치라는 작가는 도착의 론도라는 작품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착의 귀결은 이 도착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설인데, 출시 전부터 작가 소개에 나와있는 이 소설의 소개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출시 예정일보다 많이 늦게 나오긴 했지만, 기대감이 컸던만큼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해 읽어보았습니다.

  소설은 앞 쪽부터 읽으면 나오는 소설인 목매다는 섬, 뒤 쪽부터 나오는 소설인 감금자라는 두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도착의 귀결이라는 두 소설의 결말부가 나와있습니다. 도착의 귀결이라는 결말부는 봉인되어있어 두 이야기를 읽고 읽도록 되어있습니다. 봉인되어있는 표지에 나와있듯이 둘 중 어떤 이야기부터 읽어도 되지만, 앞 쪽에 있는 목매다는 섬을 읽는 것이 몇 가지 반전을 느끼는데에 있어 좋습니다.

  도착의 론도에서 그랬듯이, 도착의 귀결에서도 결말과 처음부분이 순환하면서 어디가 끝인지, 어디가 시작인지 분간이 안되도록 하는 스타일은 동일합니다. 앞 쪽의 목매다는 섬은 야마모토 야스오가 어떤 섬에 들어가 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소설에서도 언급되듯이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의 내용입니다. 반대로 감금자는 야마모토 야스오가 어떤 방에 감금되어 소설을 쓰는 내용입니다. 두 이야기가 서로 연관되면서 마지막 도착의 귀결에서 이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게 됩니다.

  너무 기대했던 탓인지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아니면 도착 시리즈의 트릭이 벌써부터 싫증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할 것이 많게 하고, 여전히 혼란스럽게 하는 소설이지만 그 즐거움이 도착의 론도를 읽을 때만큼 짜릿하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의 디자인도 일본에서 나왔던 디자인처럼 앞 뒤가 다르고, 앞 뒤 표지를 따로 제작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유

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모방범' 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6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의 책이 세 권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고, 스릴있고 빠르게 읽혀나갈 수 있도록 만든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방범의 후속작인 '낙원' 역시 400쪽이 넘는 책이 2권이나 됐지만 역시 빠르게 읽혔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읽은 '이유' 역시 600쪽이 넘는 책이였지만, 전혀 부담감 없이 고를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상당히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느 고급 아파트에서 일가족이 몰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다른 소설에서라면 탐정이나 경찰이 그 사건을 조사하겠지만, 이 소설은 이미 사건이 마무리 된 시점에서 한 작가가 그 사건에 대해 쓴 르포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사건의 관계자와 인터뷰한 내용,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배경 상황 등에 대해 쓰여져있습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의 형식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어서인지, 범인의 정체와 동기 등은 책의 중,후반부에서야 공개됩니다.  

  책의 뒤에도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고 되어있고, 다른 리뷰들을 보아도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내용이 많은데, 제 개인적으로는 '모방범', 이나 '낙원' 만큼의 재미는 없었습니다. 재미있기는 한데, '모방범'을 읽을 때에는 책을 내려놓을 수 없어서 침대로 가는게 힘들었지만, '이유' 를 읽으면서는 재미있기는 한데, 책을 덮기 또한 쉬웠습니다.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색다른 스타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이 끝이고, 이 스타일에 빠져들지는 못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대표적인 사회파 작가입니다. 그런 만큼 이유에서도 가족의 문제, 부동산 문제 등에 심층적으로 다루려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너무 어렵고, 공감도 되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모방범' 이나 '낙원' 을 읽고 나서는 작품에서 던진 사회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여운도 어느 정도 남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이유' 에서는 그냥 읽고 끝이었습니다.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문제에서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이 나올 당시 일본의 사회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몰라도 잘 공감되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이 작품은 점성술 살인 사건의 작가인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시리즈 중 11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기발한 발상이 하늘을 움직인거 같아." 책의 제목인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책의 주인공이 마지막에 하는 대사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 일어났고,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주인공이 하늘을 움직였다라는 표현을 쓰는 걸까요. 책은 이상한 삐에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삐에로가 열차의 화장실에서 자살했지만, 화장실 문을 열자 삐에로의 시체가 사라졌다라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상한 이야기 이 후 본격적인 추리소설로 들어갑니다. 한 노인이 어느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소비세 12엔을 내지 않고 가다가 주인이 말리자 주인을 죽입니다. 수많은 목격자들이 존재해 범인은 노인이 분명하지만, 요시키는 범인이 왜 주인을 죽였는지, 정말 12엔 때문에 죽인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책의 띠지에 보면 본격과 사회파 미스터리가 완벽하게 융합된 불멸의 걸작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보통 본격파인 추리소설은 반전이 큰 편이고 사회파 추리소설은 반전이 약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사회파 미스터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아,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정도만 읽어봤습니다. 모방범 소설을 읽어버시면 아시겠지만, 소설 자체에 큰 반전은 없었습니다. 범인도 일찍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잘못 알고 있을 뿐이지 독자들은 진범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변격파 추리소설에서는 사건의 잔혹성, 범인, 동기 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 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납니다. 그럼 이 소설은 두 가지가 얼마나 잘 결합되어 있길래 불멸의 걸작이라는 표현까지 쓰게 된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말 최고입니다. 먼저 책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소비세 12엔 때문에 주인을 살해한 사건을 파고 들면 한가지 사회 문제가 나타나게 됩니다. 여기서 그게 어떤 것인지 말하면 재미없기 때문에 말씀드리진 않겠지만, 우리가 꽤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그 문제를 파헤치면서 다른 한 사건이 더 나타나는데, 이 사건에서는 본격물 적인 모습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과연 이게 과학적으로 설명이 될까 생각이 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긴합니다. 약간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요.

  솔직히 점성술 살인사건을 정말 재미없게 읽은지라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에게 많은 기대를 안하고 이번 소설인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 정말 좋은 작품을 봤습니다.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