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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 - 구정화 교수가 들려주는 교실 밖 세상 이야기 ㅣ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구정화 지음 / 해냄 / 2011년 9월
평점 :
다음 문항에 예/아니오로 답하세요
- 일이나 직업은 그 중요도의 차이가 있다.
- 사회적으로 유능한 일에는 훈련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
- 일에 따른 유인책은 일의 중요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차등 분배가 개인의 능력 개발과 사회 발전에 공헌할 것이다.
만약에 예를 더 많이 선택했다면 당신은 기능론자에 가깝고, 아니오에 대한 선택이 더 많다면 갈등론자에 더 가깝다. 이러한 생각이 더 모이면 사회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닌지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게 될 것이다. 146~147쪽
FTA,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해 이익을 보는 라인에 서지 못하는 직장인의 눈으로 이 질문에 예를 많이 던지고 있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니 나는 기능론자가 아니라 갈등론자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기능론자와 갈등론자를 가르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노동자 연봉의 수백배의 연봉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조성되는 지금! 아니오라고 선택한 질문은 고작 마지막 질문에 불과하니.. 나의 생각은 아무래도 대한민국이란 풍토아래서 알게 모르게 세뇌당해 불구의 사고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경인교대 구정화교수가 들려주는 교실밖 세상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는 읽는 흐름은 막힘이 없지만 이해도의 측면에선 조금은 어렵지 않았나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 암기과목으로 배운 사회문화니, 정치경제니 하는 공부를 한 나를 기준으로 한다면.
중고교시절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부모님에게 이야기 하거나 아이들이 내게도 말한다면 '어린 것이 별걸 다 신경을 쓰고 있네.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지청구를 들었거나 잔소릴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시절에도 사회문제를 부모님과 대화를 하면 언제나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란 말씀을 더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가?란 질문을 먼저 던져야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달라진 교육제도하 자기주도적이고 논술이나 구술, 토론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다가올 것 같다.
학교란 갈등론자의 입장으로 보면 분명히 사회순응적인 기능인을 양성하는 제도요 지배이데롤러기를 주입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지식을 배양하는 기관의 속성이 강하다. 성적순 경쟁! 인성교육보다는 지식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자신의 성찰이나 사고로 사회나 역사, 문화를 판단하는 능력이나 지혜보다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학교를 다닌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왜 학원을 다녀야 하는지, 왜 입시경쟁에 휘말려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학생이 대부분 아닐까?
부모된 입장으로도 그렇게 아이들을 혹독하게 내몰고 있어 하루에 4~5개 이상의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성적은 아이들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물인가? 누구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 어제 뉴스를 보니 모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이 한 학기를 남겨두고 등록금 부담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자살을 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 역시 개인의 문제로만 봐도 좋은가?
아이들에게 이런 어두운 면을 미리 가르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 부모의 생각이요, 교육자들의 생각이 아닐까? 부모라 할지라도 이 책이 말하는 이론지식이 없이 피상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기도 궁색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쉬운 주제부터 함께 토론을 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독서법이란 생각도 든다. 아이에게 들려주니 처음 접하는 주제라 낯설어하고 뒷자리로 밀어버리고 다른 책을 집어든다.
책은 사회와 개인, 문화, 사회적 다름, 사회제도,사회변동, 사회학자가 바라보는 세상이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론 파트는 다소 어렵게 다가오지만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접하고 느끼고 직접 대면했던 상황들이 대부분인 주제를 기반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부연설명을 곁들인 책이라 함께 읽는다면 풍부한 대화거리를 만들 수 있다.
학원엔 왜 다녀야 하는가? 다른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친구들이 다른 풍선을 들고 왜 싸우는가? 10억을 준다면 인터넷이나 휴대폰 없이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다문화가정의 문제, 지구는 정말 평평할까? 성적이 아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 덕일까? 부모님의 경제력의 도움을 받아서 이룬 것인가? 무상급식을 왜 주장하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까? 복지를 확대하면 정말로 근로의욕을 감퇴시킬까? 스포츠에서 조직력이 중요할까? 개인의 능력이 중요할까?
즉흥적으로 답을 쉽게 할 수도 있지만 사회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왜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문제점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사회학자들의 이론이란 잣대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편협하고 그때그때 다른 답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 세대의 학창시절과 달리 인터넷의 발달로 아이들 역시 어른들이 보는 뉴스를 접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 사회와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장단점을 자신의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자연현상과 달리 사회현상은 인간의 가치판단, 의미등이 개입되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결과들이 도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이론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사회현상은 물론이고 나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한번쯤은 왜라고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사회학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나와, 가족,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를 읽어 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남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성숙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안에서의 일이든 학교 밖 세상 일이든 아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나 그에 대한 사고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을 위해 사회학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 교과서 중심의 공부를 하기보다 다양한 참고도서를 두루 읽는다면 사회나 역사과목이 암기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이 될 것이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주 좋은 선생님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오늘 당장 아이들에게 '너 왜 학원(학교)에 다녀야 하지?'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면 정말로 행복할까?란 질문을 던져봐야 겠다. 어떤 답을 들을 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