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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품격
러우위리에 지음, 황종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떼놓고서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20세기 이후 각자 다른 길을 걸었다고 해도 심층의 저변에 흐르는 것은 무척이나 닮아 있을터이지만, 과거와의 단절이 더욱더 커지게 만든 문화대혁명을 겪은 중국보다 더 잘 전통문화(웃어른들에게 절하는 문화와 공자 문묘배향제례 등~)가 계승되었다는 실토를 들으니 뿌듯하기도 했고 편벽고루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76세의 고령임에도 베이징대 현직교수인 러우위리에(樓宇烈)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중국의 품격(원제 中國的品格)을 도올 김용옥이 추천하고 그의 제자 황종원이 번역하여 우리에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몇 안되는 유불선, 중의학을 아우르는 전문학자이자 고금을 직접 연주하고 곤곡도 수준급으로 부른다고 한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대국굴기의 나라 중국, 그에 걸맞는 문화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고자 다양한 역사공정을 진행하여 우리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다. 통일에서 한걸음 멀어진 대한민국, 그리고 중국의 급부상, 우리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란 강대국의 틈바구에서 생존,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그들이 현시점 고민하는 문제점 중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의 문제와도 아주 많은 부분이 겹쳐 나를 고뇌케 만든 책이다.
전통문화에서 쓰레기 혹은 단점을 먼저 보려고 했던 20세기의 비주체적인 접근법에서 벗어자 주체적으로 전통문화에서 장점과 단점을 고구하고 서구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여 중국화하려는 그들의 파워의 일면도 엿보인다. 문화의 차이중 시대적 차이와 유형의 차이를 고려하고 주체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골자로 보인다.
저자는 중국 전통문화의 핵심을 인문정신에서 찾고 있다.
위로는 신에 대한 숭배를 중시하지 않고 아래로는 물질에 대한 숭배를 막는 가르침으로서 사람의 정신적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람들이 신이나 외물의 지배를 받지 않게 함으로써 사람 자신이 지닌 가치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예악을 통한 교화를 강조해 인문교육에 신경을 쓰고 무력과 권력의 압제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사람을 근본으로 여기고 천인합일의 사상이 중국의 인문정신의 정수이다.
중국의 전통문화의 뿌리를 삼현, 사서, 오경에서 찾습니다. 사서 오경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지만 삼현은 생소하지만 노자, 장자, 주역을 가르키고, 사서는 대학, 중용, 논어, 맹자를, 오경은 주역, 삼례(예기), 서경, 시경, 춘추 등 12권을 지팅하나 중복되는 주역을 하나 제외하면 11권, 대학중용은 예기에 포함되어 2권을 제외하면 총 9권에 중국문화의 근원이 담겨있다고 보며 3강에서 설명하고 있다.
4강은 유가, 5강은 도가, 6강은 불교, 7강은 예술정신, 8강은 중의학과 중국문화의 관계와 특질을 설명하고 있다. 핵심적인 사안을 고구하여 다소 난해한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중국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그러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하여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중국문화라는 대해로 깊숙히 빠져들게 만든다.
단 한권의 책으로 중국의 품격을 제대로 인식하기엔 부족하겠지만 중국이 지닌 무한잠재력을 피부로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자국이 지닌 전통문화의 강점을 기반으로 하는 주체적인 접근만이 서구의 문화가 지닌 장점을 자기화할 수 토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통이라는 것을 우리가 본래의 모습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며, 반대로 우리가 전통을 철저하게 잘라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통은 언제나 현재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56p)
'다른 나라를 멸망시코자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나라의 역사를 없앤다'(62p)
'주체의식을 상실하면 맹목적으로 자신을 높이거나 낮추어 타인의 장점이 어디에 있고 자신의 부족한 점이 도대체 무엇인지 분명히 알지 못하게 됩니다. 이럴 때 타인에게서 배운다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들여올 것이고 그중의 대부분은 쓰레게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의 이러한 막을 수 없는 문화교류의 흐름속에서 문화적 주체의식을 세우는 일은 하나의 전제라고 생각합니다.'(81p)
'미국의 벨 실험실의 관리방법은 무위로 다스리는 것(無爲而治)입니다. 수출되었던 것이 내수판매로 전환되면 가격은 100배로 뜁니다.(CDMA의 원천기술을 우리가 개발하고도 퀄컴에 수출한 이후 역수입하여 부담하는 원천기술료를 생각하면~)'
우리 역시 모든 문제점의 원인을 과거의 역사, 전통문화로 돌리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런 연유로 러우위리에(樓宇烈)교수가 노구를 이끌고 강연회를 지속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중국이 복원하고자 하는 전통문화, 중국이 잡으려고 하는 기회가 바로 대한민국의 문화요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