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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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때로 우리에게 감미로운 산들바람을 보내고 때론 따뜻한 태양빛을 선사하며 때로는 삶의 계곡에 '불행'이라는 질풍을 불어넣고 일상을 뒤흔든다. 우리는 최선의-적어도 그렇다고 판단한-선택으로 질풍을 피하거나 질풍에 맞서려 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 못할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일간지 사회면을 점령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그 증거일 것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 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사 한사코 들여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나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 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이 소설은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소설을 끝내던 날,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간절하게 바랬다. '그러나' 우리들이, 빅터 프랭클의 저 유명한 말처럼,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을 표현하는 말중에 최적의 말이 바로 작가의 말에 담겨 있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었지만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사실과 진실 사이에 자리잡은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라고.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는 참으로 충격이고 도발적이다.
신예작가 정유정의 7년의 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작가는 오래도록 기억되고도 남을 것이다. 본격적인 작가수업을 받지도 않고 전직 간호사 출신으로 이런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은 타고난 천상 소설가임에 분명하다. 천명관의 고래를 읽었던 충격처럼 나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을 남긴다.

 

한순간의 사건이 어린 소녀의 죽음으로 그치지 않고 가해자인 사내가 그 아내마저 살해하고, 그리고 한 마을 사람들까지 수장되고야 마는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할줄이야 그리고 살인마의 아들이란 낙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아들과 목격자의 고뇌가 나를 한없이 슬프게 하고 가슴 저미게 만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어던 처절했던 7년전의 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진실은 얼마나 다른 것인가.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지만 회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 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최상사의 죽음과 수수밭 가운데 자리잡은 우물의 기억에 사로잡힌 최현수의 사연을 알게 된다면. 지금이라도 과거의 아픈 기억은 모두모두 훌훌 털어버리는 씨김굿을 한번 벌이고도 싶어진다.


그날 거기에 가지 않았더라면..그래서 아내가 밉다. 전화 한통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임에도 기어코 가게 만든 그런 아내가 웬수다. 보지 않은 것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한 순간에 일어난 사건, 우연히 목격한 사건. 그로 인해 그들은 2주간 지옥을 경험하고 그후로도 7년.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서 후회를 하게 된다. 아버지 최현수와 같이 치명타를 입을 정도로 교통사고후 살인을 하게 된다면 후회하는 정도론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안개가 자욱한 날, 갑자기 뛰어든 여아, 무면허 음주운전이란 두려움이 결국 그 아이를 목졸라 죽이고 세령호 수장시키게 이른다.

그리고 2주후 아내 강은주를 살해하고 저지대 마을을 수장시킨 살인마로 최현수는 체포되었고 아들 시원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아저씨 승환과 가는 학교마다 선데이서울을 배달받고 이곳 저곳을 부랑아처럼 떠돌게 되고 마지막으로 정착한 등대마을에서 오영제와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최현수
고교시절까지 잘나가갔던 포수, 프로야구에선 1군 선발로 단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 마지막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느닷없이 찾아온 용팔이가 말썽을 부리고 부상까지 입어 은퇴후 경비업체에 취업, 내집 마련을 원하는 아내의 강권에 격오지 근무를 신청, 세령으로 발령
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아버지 최상사의 폭력, 음주에 대한 트라우마, 그가 밤마다 맨발로 헤매다니게 만드는 수수밭에 있는 우물에서 만나게 되는 진실. 그 트라우마가 그를 지옥에..그래도 그는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이 아닌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아들만은 살인마의 자식이란 소릴 안듣게 하고 싶었는데. 엄마 사랑은 받았으되 아버지의 사랑은 고사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상처입은 소심남.

 

아내 강은주.
풍만한 가슴을 타고난 어머니, 그리고 2명의 이부동생,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받지 못하고 인생을 먼저 알아버린 강한 여자. 정상적인 가정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을 모두 받고 자란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사랑의 결핍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은 결혼해서 그 결핍을 채워줄 대상으로 남편과 아내를 바라보나 기대완 다르게 사랑은 엇나간다. 무능력한 남편, 술꾼이지만 아들 시원에 대한 사랑이 부부관계를 유지했던 힘이었다는 것을 안 여자지만 남편의 세령에 다녀온 후 급기야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 남편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오영제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이상한 인간. 편백나무를 성냥개비로 만들어 자신만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취미, 아내 문하영과 딸 오세령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 교정을 한다며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하는 남자.
소설에서 최현수의 악행에 대한 것은 이해가 되고 용납이 되지만 오영제의 악행은 손이 오그라들정도로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수가. 살해당한 딸의 복수를 하는 부성애라기 보다는 인간의 악마성을 생각하게 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한번도 살아서 만나적 없는 소녀 세령과 영적으로 연결되어 시원 역시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오영제의 집요한 추적과 괴롭힘으로 그 역시 평탄한 삶을 살 수가 없다. 7년 전의 사건으로 다 끝났으면 좋으련만. 세령이 보살폈던 고양이 어니, 언제나 술래였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현실에 없는 곳 세령이지만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던 것 같은 사실감, 손을 오그라들게 하는 한 사내의 처절한 사투와 집요한 복수를 위해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최초의 목격자 안승환을 집요하게 몰아가는 오영제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최현수가 최악의 선택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란 것까지도 예측하는 사이코 오영제, 그의 아내의 편지처럼 오영제의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고서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7년이란 긴 세월을 복수의 일념으로 기다릴 줄 아는 오영제와 그의 음흉한 계획을 파악하기 위해 감방안에서 그날의 일을 복기하며 그의 노림수를 파악하는 최현수 운명적인 대결. 밤을 새워 읽어도 좋은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 이후 시원이와 아저씨 안승환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소설이 대박나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그의 아버지의 염려대로 시원이 역시 그 괴물에 휘둘리며 살고 있을까?

 

나에게도 최현수 정도는 아니지만 씻을 수 없는 기억 한자락은 없는지? 밤마다 나를 찾아와 싸돌아다니게 하는 그 괴물은 없는가? 아직까지는 내가 이기고 있다고 믿지만 언젠가는 나를 사로 잡아버릴수도 있는.. 사실과 진실 사이에 자리잡은 그러나는 없는가 거듭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내 그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측은지심이 저절로 동한다. 불쌍한 사내 최현수 그날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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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백동수 2 - Full Version 2 완전한 결말
권순규.박윤후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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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삼국시대는 역사의 기록이 없어 골치아프고 조선시대엔 역사 기록은 그 어느 시대, 어느 나라보다 많은 기록의 시대였지만 파란이 많아 어떤 입장으로 행간의 의미를 읽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달라지거나 억울한 죽음을 둘러씨고 가히 음모론이다 싶을 정도로 상반된 해석으로 논란이 일기도 한다.

한때 이현세의 남벌이란 만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름하여 일본 정벌, 핵무기를 소재로 남과 북이 손을 잡고 외세에 맞서는 무궁화꽃이 피어습니다처럼, 우리의 뇌리엔 은연중에 북한이 개발한 핵도 크게 보면 우리것 아니냐.. 그것으로 일본을..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우리 안에도 제국주의, 침략주의적, 평화보다는 전쟁을 선호하는 DNA가 배태되어 있음인가?


북벌론은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골수 성리학자들이 꿈꿨던 시대착오 혹은 시대 오판이 낳은 허망한 꿈은 아니었을까? 붙어봤자 이길 가능성이라곤 1%도 안되는 대의명분에 사로잡힌 아집, 명나라가 망한 이후에도 재조지은을 잊지 못해 가마이 공문서에 청의 연호보다 명의 연호를 썼다고 할 정도니. 전쟁을 하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 같은 생각.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오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지금도 평화보다는 전쟁을 원하는 생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나 않은지.

 

이 소설은 우리의 무술을 집대성한 무예도보통지를 이덕무와 박제가와 함께 쓴 조선 최고의 무인 백동수를 주인공으로, 소현세자로부터 효종으로 전해진 북벌지계와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과 연결되는 히스토리보다는 픽션이 강한  팩션이다.

악이 뿌리는 선혈, 부름했다, 검집 등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인지, 우리 고유의 말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등장하여 사전을 뒤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허나 저자가 우리 고금의 무예를 오래동안 연마한 터라 검술에 대한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여 사실감이 높다.

 

북벌지계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에 삼전도의 굴욕이후 청에 볼모로 잡혀가 있으면서 작성한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1만명의 군대를 북경까지 잠입해 청을 정벌할 수 있는 필승의 병법이다.

 

소현세자는 청나라의 앞선 문물과 서구의 기술을 받아들여 조선에 이식하고자 했으나 인조와 반대파의 음해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인물이고 봉림대군은 형의 죽음 이후 세자가 되어 효종이 된 인물로 북벌의 꿈을 꾼 군주다.(왕의 밀사란 소설이 효종의 북벌을 소재로 한 작품), 정말 북벌이 전개되었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완전 패망하여 더 빨리 서구의 문명과 본격 접촉하여 한반도의 역사가 달라지지나 않았을까?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드라마나 소설이 워낙 많지만 최근에 읽은 3일이란 작품이 떠오른다. 평안도를 주유하고 군사훈련을 한 대목은 여기서도 등장하나 북벌의 꿈은 없었다. 이 작품처럼 영조가 정말 아들을 보호하려고 고뇌했던가. 천륜이니 그리했음직 하다. 3일에선 절대 없는..

안타까운 죽음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는 물고 다양한 해석이 덧대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하는 검신 김광택, 임수웅, 흑사모, 여초상, 백사굉.. 그리고 청나라에서 파견한 천지인으로 구성된 살수집단 흑사초롱, 그리고 사사건건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노론 그리고 홍대주. 그리고 사도세자로부터 조선의 빛이라 칭해지는 재건된 장용위의 주역 백동수, 양초림(홍국영), 그리고 살성을 타고난 여운, 북벌지계를 백년간 보존해온 효종대왕의 익위사 유상도의 후손인 유지선..

 

TV 드라마를 간헐적으로 시청한 터라 1권의 내용은 일정 수준 이상은 알고 있었지만..드라마와 다른 여운의 심리변화가 백동수의 성장기보다 더 흥미롭다. 과연 그는 친구를 베고 흑사초롱의 임무를 수행하여 살성을 타고난 운명을 이기지 못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드라마에서 풀지 못했던 이야기를 더 상세하게 풀어내기 위한 작품이라 드라마에서 느끼지 못했던 긴박감, 사도세자의 고뇌가 한층 더 처절하게 다가온다.

북벌지계는 어떻게 될지,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 백동수와 정조와의 만남은 어떻게 그려질지. 역사적 사실과 너무 다른 소설이기에 다음 권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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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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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콘 차트에 우리 가수들의 노래가 1등을 차지하고 드라마도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등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최근엔 일본 우익의 한류반대 시위도 일정도로) 그렇다면 이 책처럼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일본 책은 얼마나 될까? 반면으로 우리 책은 일본에 얼마나 팔릴까? 일본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우리 드라마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니 말하지 않아도 우리 책은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까? 책을 읽는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SF는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고 판타지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어른들은 판타지는 일어나길 소망하고 SF는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옮긴이의 인용대로라면 펭귄하이웨이는 SF같기도 하고 판타지 같기도 한 장르다.

나이가 들수록 꿈이 사라지듯 호기심도 줄어든다. 저 산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저 바다 끝에는, 땅속을 계속 파고 들어가면 어떤 곳이 나올까 정도의 호기심을 갖고 초등학교를 다닌 나에 비해서 이 책의 주인공들의 호기심은 상당히 수준이 높다.

웜홀, 블랙홀, 상대성원리, 화이트홀, 프로미넌스.

“세계의 끝은 멀리 있지 않아.
세계의 끝은 접혀서 세계의 안쪽에 숨어들어가 있어.”

 

일본의 이름 모를 소도시의 초등학교 4학년인 나(아오야마)는 메모광이고 스스로 머리가 좋기 때문에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란 확신에 찬 소년이자 부모의 열성적인 지원아래 아주 다양하고 기발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탐험가이자 소년 과학자이다. 화를 낼 줄 모르지만 다른 아이가 경쟁자가 아닌 어제 나가 바로 자신의 경쟁자이다.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개고,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동일한 유형의 문제찾기란 아버지의 문제찾기 방법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메모를 하고 속기술도 연마한 수준, 그리고 탐험지도를 작성하면서 마을 곳곳을 누비며 다니는 소년의 눈높이와 동심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라 어른의 입장에선 다소 엉뚱스럽기까지 하다.


학교의 주먹대장 스즈키 제국의 똘마니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우치다와 체스를 좋아하는 소녀 하마모토가 그와 함께 하는 연구단원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정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의문의 치과 누나, 주인공 아오야마는 누나의 젖가슴(?)에 대한 애착이 있고 그녀를 연모하고 있다. 장래에 결혼하고 싶은..

 

어느 날 도시의 골목에 난데없이 펭귄이 출몰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설은 점점 더 기기묘묘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펭귄 하이웨이는  펭귄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 지나가는 루트를 가리키는 단어다. 읽기전엔 솔직히 지구 온난화(?)에 의한 이상 기후로 일본에 펭귄이 나타났다고 착각을 했다.

펭귄, 재버워크, 바다의 출현, 흰긴수염고래의 출현, 콜라캔이 펭귄으로 변하는 이야기..순진무구한 동심만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실타레처럼 엮이고 설키어 아이들의 연구의욕을 불태우게 되며 결국엔 세상에 드러나게 되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로  2010년 일본SF대상 수상작이자 2011년 일본서점대상 3위를 차지했다는 작품이다.

일본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진 않았지만 정말 우리의 상상을 불허하는 소재로 아주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들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갑자기 펭귄이 나타났다는 뉴스를 듣는다면 어떤 상상이 떠오르는가? 직접 펭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펭귄 하이웨이를 통해 자신의 상상력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나를 확인하며 읽는 재미도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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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꿰뚫어 보려면 디테일이 답이다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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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코치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상대방의 진의를 잘 파악하지 못해 빚어지는 다양한 헤프닝, 거래관계의 상대방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가 나중에 뒤통수를 맞게되는 일도 다반사다. 상대방의 심리, 의중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타고나지 않고서는 알면서도 당하고 모르면서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시의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사람은 타고나기를 대부분 나 중심의 생각으로 상대방을 대한다. 그렇다 보니 내가 진심이니 상대방도 진심이겠지 하는 나와 상대의 동일성을 차이보다 크게 보게 되는 모양이고 상대방에게 쉽게 자신의 얼굴표정만으로 의중을 간파당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말하는 63가지의 디테일을 실생활에서 적용하면 확실하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명탐정 셜록홈즈도 타고난 재능도 재능이겠지만 사건 현장에 남겨진 아주 사소한 단서까지도 주목하고 본인의 입장이 아니라 범인의 입장으로 상황을 관찰하여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대방의 표정, 몸짓, 복장, 손가락 움직임, 말투, 인상 등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면 상대방의 의중을 일정 수준 이상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상대방의 노림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디테일을 주목하는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노련 겜블러는 먼저 자신의 패를 보지 않고 상대방의 표정을 관찰한다고 한다. 아마추어는 자신의 패를 보고 얼굴표정에 그 사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은 당연지사. 먼저 말을 하지 않고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게 하는 경청과 공감의 대화능력을 갖추고 상대방을 유심이 바라보면 상대방이 보여주는 디테일에서 상대방의 의중, 특성, 심리상태를 파악하게 된다면 어떤 관계에서도 끌려다니는 입장이 아니라 주도자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손깍지를 무심코 껴보아도 오른손 엄지가 올라간 사람, 왼손 엄지가 올라간 사람으로 나뉜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오른손 엄지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습관때문 아닐까 싶지만 이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을 구별해내는 디테일이라고 한다.

 

63가지나 되는 디테이을 모두 기억하려면 바로 실전 확인을 하면 기억이 오래가는데 그렇지 못하고 읽는 수준에만 그치다 보니 디테일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배양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디테일 하나하나를 읽고 실전 확인을 통해 장기기억화하여 눈치코치가 제대로 자리잡을때까지 곁에 두고 연습을 해 볼만한 책이다.

 

01 여섯 가지 감정만 읽어도 상대를 꿰뚫을 수 있다
02 키를 통해 심리적 우위를 알 수 있다
03 아침형 인간은 의외로 건망증이 심하다
04 왼손잡이 비염 환자를 찾아라
05 솔직한 대답이 듣고 싶다면 오후 2시에 질문하라
06 주황색을 좋아하면 ‘예스맨’, 검정색을 좋아하면 ‘비밀주의자’
07 자신의 능력은 20퍼센트 정도 낮춰 판단하라
08 깍지 낀 손에서 리더십을 엿본다
09 결론을 들으려면 말꼬리를 흐려라
10 책상에 붙인 사진으로 심리를 읽는다
11 택배 전표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찾는다
12 ‘눈매’와 ‘입매’에 진짜 웃음이 숨어 있다

13 촉박하고 중요한 일은 머리 나쁜 사람에게 맡겨라7
14 어휘력과 인기도는 비례한다
15 좋은 회사를 고르는 단서는 따로 있다
16 눈이 큰 사람은 정직하기 어렵다
17 웃음소리가 큰 사람을 리더로 선출하라
18 큰 것을 선호할수록 불만족도 커진다
19 상대와의 거리는 심리적 거리와 비례한다
20 색을 중시하면 감정파, 디자인을 중시하면 이성파
21 정적인 말투와 표정은 상대를 혼란시킨다
22 서서 생각하는 사람은 결단력이 있다
23 호감을 보이려면 상대를 따라하라
24 좋은 척하면 몸짓에서 들통 난다
25 운동 습관으로 계속 사귈지를 판단한다
26 진정한 승부는 회의 후에 판가름 난다
27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다크서클을 확인하라
28 여성의 직감은 통계보다 정확하다
29 주선자를 보면 소개받을 사람이 보인다
30 전화번호부 목록에 자신감이 숨어 있다
31 침묵이 길어질수록 실패할 가능성도 커진다
32 녹색 화분은 성공적인 회의를 만든다
33 펜 끝을 깨무는 사람에게 빈틈을 보이지 말라
34 결재란의 서명으로 성격을 파악한다
35 병가를 자주 내는 사람은 자신감이 부족하다
36 메뉴를 정하는 순서에서 권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37 진정 승리하기 원한다면 목소리를 높여라
38 똑같은 거짓말도 5개월이 지나면 안 통한다
39 당신이 한 일을 트위터에 알리지 말라
40 ‘한가해’라고 쓰고 ‘불안해’라고 읽는다
41 상대의 호칭으로 호감도를 알 수 있다
42 제스처가 커지면 인상도 좋아진다
43 립 서비스가 매력을 높인다
44 자신감이 부족하면 대답도 한 박자 늦다
45 지방 출신 사람이 더 친절하다
46 말투에 주목하면 상대가 읽힌다
47 ‘모르겠다’는 말은 ‘싫다’는 말과 같다
48 비판적인 사람은 한쪽 입가가 올라가 있다
49 지적인 일은 이마가 좁은 사람에게 맡겨라
50 키다리 아저씨는 고집쟁이였다
51 미인도 이길 수 없는 ‘웃는 얼굴’
52 ‘거짓 발견’을 위한 네 가지 단서
53 허심탄회한 대답을 듣고 싶다면 배불리 먹여라
54 젓가락 소리로 상대의 따분함을 점친다
55 협상이 끝난 직후의 사담을 노려라
56 진심을 알려거든 3차에 동행하라
57 구르는 돌에도 이끼가 끼는 법이다
58 일이 바쁠 때일수록 사랑에 빠지기 쉽다
59 사내연애를 감쪽같이 감추는 세 가지 방법
60 선택받고자 하는 것을 중간에 두어라
61 이벤트 포스터로 참가 인원을 파악한다
62 방어의 몸짓을 파악하라
63 나무에게 나이테가 있다면 사람에게는 ‘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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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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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닥치는 문제는 지식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해결할 수 있을까? 4대강 살리기를 주장하는 지식은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반대하는 지식은 환경파괴,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고 심지어는 절대 완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악평도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 정답일까? 자연을 정복,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지식의 오용이 가져온 폐해, 장미빛 미래를 낙관하던 지식의 오만이 불러온 문제점은 얼마나 많은가? 아직까지도 그 영향권에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뿌리 역시 지식의 오만이 불러온 재앙임에 분명하다.

무지가 불러오는 문제점보다는 지식 과잉의 문제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웬델 베리의 혜안은 미국의 닮은 꼴 경제, 개발정책을 지향하는 대한민국도 크게 들어야 충고다.

 

저자는 켄터키주 헨리 카운티에서 40년간 전통 농법으로 손수 농사를 짓는 농부의 시선으로 환경, 정치 문제에 대한 칼럼과 시와 소설을 발표해온 작가이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가 겉보기론 동물들의 지상낙원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종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파괴된 곳이라는 지적처럼 원시생태 보존구역 혹은 야생보호구역의 토양이 실제로 방목을 하는 지역보다 더 심각한 정도로 훼손된 상황이라는 그의 지적이 충격적이다.

 

더 가지려 하고, 더 편리하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를 외치는 한 우리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를 향해 치달아 갈 수 밖에 없고, 모든 것을 교환을 위한 가치로 치환하고 미래를 위해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침묵하는 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황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지식과 권력의 무자비한 사용을 막기위한 겸허한 자세와 돌봄의 정신이 요구된다.

그의 생각은 일견으론 급진적이고 과격하기도 하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편벽고루한 좌.우파 모두를 비판하기도 한다.
낙태문제, 종교문제, 미국의 자원개발, 대농장 기업농 중심의 정책, 유전자조작문제, 9.11 테러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한 그의 비판은 누구나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쟁에 찬성하는 행정부의 모든 각료와 국회의원이 연령과 신분을 막론하고 즉각 민간인 신분으로 전투부대에 합류해야 하고, 전쟁에 개입하는 군수산업체의 모든 임원과 주주의 연소득 상한선은 해당 기업 노동자의 연소득을 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자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해도 전쟁보다는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전통적 가치의 보존보다는 개발, 대기업의 유치가 지역발전과 아울러 지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복음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일반적인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그의 목소리를 수용할까 의문이다.

 

 대외의존도가 GDP 대비 100%를 상회하고 재벌(대기업)의 매출이 국민총생산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베리가 말하는 주변과 중심의 공생을 모색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7~80년대의 개발경제가 국민의 생활수준을 개선한 공로는 인정하여야겠지만 오늘에도 그

해법이 정답으로 알아선 곤란하고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안, 개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되 반대의 목소리도 널리 청취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세계화로 수천, 수만킬로미터를 이동해  해외 농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 식수 1리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이 오염되는지 한번 더 생각하고 지식의 오남용, 과신이 불러오는 폐해가 우리 모두의 삶을 뒤흔다는 사실을 무지의 길(The way of ignorance)은 말하고 있다.

제값을 못받는 농사지만 천직으로 알고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농법을 고수하는 농부님들의 마음으로 중심과 주변이 공존하는 대안적인 삶의 길을 모색하고 싶다.

 

"공동체가 조화를 목표로 한다면 구성원을 잃는다거나 구성원들이 실직당하는 일을 경제 발전의 당연한 대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과 장소와 사물에는 실제적 가치가 있지만 사람과 장소와 사물을 그런 가치로만 환원한다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가 노예제도를 폐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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