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리콘 차트에 우리 가수들의 노래가 1등을 차지하고 드라마도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등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최근엔 일본 우익의 한류반대 시위도 일정도로) 그렇다면 이 책처럼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일본 책은 얼마나 될까? 반면으로 우리 책은 일본에 얼마나 팔릴까? 일본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우리 드라마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니 말하지 않아도 우리 책은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까? 책을 읽는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SF는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고 판타지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어른들은 판타지는 일어나길 소망하고 SF는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옮긴이의 인용대로라면 펭귄하이웨이는 SF같기도 하고 판타지 같기도 한 장르다.

나이가 들수록 꿈이 사라지듯 호기심도 줄어든다. 저 산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저 바다 끝에는, 땅속을 계속 파고 들어가면 어떤 곳이 나올까 정도의 호기심을 갖고 초등학교를 다닌 나에 비해서 이 책의 주인공들의 호기심은 상당히 수준이 높다.

웜홀, 블랙홀, 상대성원리, 화이트홀, 프로미넌스.

“세계의 끝은 멀리 있지 않아.
세계의 끝은 접혀서 세계의 안쪽에 숨어들어가 있어.”

 

일본의 이름 모를 소도시의 초등학교 4학년인 나(아오야마)는 메모광이고 스스로 머리가 좋기 때문에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란 확신에 찬 소년이자 부모의 열성적인 지원아래 아주 다양하고 기발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탐험가이자 소년 과학자이다. 화를 낼 줄 모르지만 다른 아이가 경쟁자가 아닌 어제 나가 바로 자신의 경쟁자이다.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개고,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동일한 유형의 문제찾기란 아버지의 문제찾기 방법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메모를 하고 속기술도 연마한 수준, 그리고 탐험지도를 작성하면서 마을 곳곳을 누비며 다니는 소년의 눈높이와 동심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라 어른의 입장에선 다소 엉뚱스럽기까지 하다.


학교의 주먹대장 스즈키 제국의 똘마니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우치다와 체스를 좋아하는 소녀 하마모토가 그와 함께 하는 연구단원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정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의문의 치과 누나, 주인공 아오야마는 누나의 젖가슴(?)에 대한 애착이 있고 그녀를 연모하고 있다. 장래에 결혼하고 싶은..

 

어느 날 도시의 골목에 난데없이 펭귄이 출몰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설은 점점 더 기기묘묘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펭귄 하이웨이는  펭귄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 지나가는 루트를 가리키는 단어다. 읽기전엔 솔직히 지구 온난화(?)에 의한 이상 기후로 일본에 펭귄이 나타났다고 착각을 했다.

펭귄, 재버워크, 바다의 출현, 흰긴수염고래의 출현, 콜라캔이 펭귄으로 변하는 이야기..순진무구한 동심만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실타레처럼 엮이고 설키어 아이들의 연구의욕을 불태우게 되며 결국엔 세상에 드러나게 되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로  2010년 일본SF대상 수상작이자 2011년 일본서점대상 3위를 차지했다는 작품이다.

일본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진 않았지만 정말 우리의 상상을 불허하는 소재로 아주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들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갑자기 펭귄이 나타났다는 뉴스를 듣는다면 어떤 상상이 떠오르는가? 직접 펭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펭귄 하이웨이를 통해 자신의 상상력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나를 확인하며 읽는 재미도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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