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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현실적 방안
송원근.강성원 지음 / 북오션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Thing 10 미국은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다. 장시간 노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다.
2008년 현재 미국의 정규직 보호지수는 0.6으로 유럽 선진국 평균 2.2보다 현격하게 낮다. 그리고 미국의 시간제 고용 규제 지수는 0.3으로 캐나다 0.22, 영국 0.29에 이어 세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소매업 영업시간 규제가 없는 나라에 속한다.(대한민국도~)
미국에서는 고용보호규제가 없는 약하기 대문에 기업은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경우 기존 고용을 쉽게 줄이면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이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적 자본에 적합한 채용 기회가 자주 발생하여 직업 탐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시간제 근무에 대한 제한이 적으므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형편에 맞게 조절하면서 근로를 지속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매업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으므로 근로자가 원한다면 긴 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미국 근로자들은 근무를 연장하여 소득을 증대하면 세 부담이 적어서 더 많은 양을 가처분소득으로 가져갈 수 있고, 물가가 낮기 때무에 더 많은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고용 및 시장 규제가 약하여 유럽 근로자들보다 손쉽게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국 근로자들은 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사오항에서 여가보다는 근무를 연장하여 소득을 증진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자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고, 또 그러한 능력이 있는 근로자들에게 삶의 질을 제고할 여건을 마련해 준다. 이민을 통해서, 장시간 근로를 통해서 미국인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였고, 이를 달성하였다.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현상은 미국은 근로자들의 이러한 선택을 반영하는 것이다. 장하준의 주장대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는 아닐 수 있다. 실제도 1인당 국민소득은 룩셈부르크가 더 높다. 그러나 미국은 잘 살 수 있는 여건이 좋은 나라라라고는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미국 근로자들은 그러한 여건을 잘 활용하고 있다. 128~129쪽 Thing 10 미국은 선택권이 있는 나라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으로 읽은 대목이 몇 대목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이 미국이란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미국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권리를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선택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삶의 질을 높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인가?
산업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자들의 경우도 재교육없이 바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실직을 하면 극빈층으로 급전직하해야 하는 나라보다는 그래도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기회를 주는 나라에 살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보다 파이가 더 커져야 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내어야 한다. 후세들에게 빚을 지게 하는 복지정책이라고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논리와 이 책의 논리가 완전하게 일치한다.
1%의 탐욕에 반대하는 99%의 행동을 촉구하는 월가점령 시위의 전세계 확산,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확산되는 유럽의 도미노 위기, 현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운영상의 문제, 관리 감독의 문제라고 금융의 자유로운 이동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이 책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긴 어렵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사용해야 하고, 독재와 경제개발의 폐해를 국사교과서에 실어서는 안된다며 삭제,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당쟁이나 삼국시대 민족간의 대립과 싸움 역시 국사교과서에 실어서는 아니되는 일 아닌가. 좋은 점만 보기도 바쁜 세상에 단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두렵다면..
자유시장경제를 외치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모범 국가가 미국인 셈이다. 물론 이민간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기회의 땅이라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의 사례만 줄곧 소개되어 우리는 환상을 품고 있는지 모른다. 그곳에서 워킹푸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이다. 복지수준도 유럽에 비하면 형편없어 손가락 하나 잘려 봉합하는 치료비가 물경 수천만원이란 식코란 영화를 보고 나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관점의 차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시각차가 존재하는 문제라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입론의 사람들의 생각에서 보면 장하준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가히 충격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표지도 베스트셀러에 엎혀가는 마케팅이란 헤드라인의 뉴스를 통해 이 책을 소개 받았다. 제목만이 아니라 표지까지도 철저하게 장하준교수의 책과 철저하게 닮아 있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과 강성원 연구위원이 쓴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자유시장경제의 입장에서 그들의 논리에 입각하여 장하준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조목조목 반박. 비판하려는 목적하에 씌여진 책이다. 그러나 간헐적으로 장하준교수의 주장을 인정하는 대목도 더러 보인다.(한국경제연구원은 자유시장경제 이념을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발전과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조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민간 유일의 정책연구기관으로 1981년 4월 1일 설립되었다.)
그래도 이 책은 양반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원장이 데일리안에 연재중인 장하준에게 속은 23가지는 원색적으로 장하준교수와 책의 내용을 비난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캠브리지대학교수요 미르달 상과 레온티에프 상도 받았다는 것조차도 못마땅하다. 장하준교수의 책은 영어로 먼저 출간되어 한글로 번역된 책이다. 그렇다면 반대론자들의 책도 영어로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다음편은 책으로 반박을 했으니 TV를 통해 끝장토론을 한번 해서 서로의 주장을 속시원하게 들어보았으면 싶다.
작은 정부론, 국가 개입의 최소화, 계획경제의 문제점, 보호무역주의 반대 시장개방(FTA), 공기업 민영화, 복지예상 감축, 노동시장의 유연성 보장,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등을 주창하는 입장에서 장하준의 책은 문제점 투성일 수밖에 없다.(국가개입, 계획경제, 보호무역의 경우 박정희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진보경제학자의 책에서 그를 비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들과 같은 입장에 선 사람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그의 정책은 문제점이 많은 정책인 셈이다.)
경제학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경제문제를 주제로 하는 방송토론을 보면 왜 그렇게 시각차가 큰지를 몰랐다. 복지국가는 좋은 것 같은데 세금을 더내는 것은 문제다 싶은 생각들이 모여 부자감세가 큰 저항없이 진행되었듯, 기업프렌드리를 외치는 현정부의 경제정책이 서민보다는 기업,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란 것을..장하준의 책을 보곤 그래 맞다 싶었는데 이 책을 보면 이대로가 좋다고 외치는 소리만 들리고 희망의 메아리는 들리지 않았다.
장하준교수의 책이 100% 정답이고 이 책이 100% 틀렸다고 하긴 어렵다. 이미 선진국이 되어버린 나라와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아프리카가 동일 출발선에 서서 경쟁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기어다니는 아이와 우샤인볼트가 경쟁을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아프리카의 문제에 제국주의로 득을 본 선진국은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어제 강제징용을 당해 일본의 기업에서 노동을 한 분이 가입한 후생연금이 고작 99엔이란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바로 미국이나 유럽도 식민지로 지배했던 아프리카 등의 나라에 보상을 하지 않는 것 때문이지 않을까?)
경제양극화가 날로 심해지는데 기회균등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믿겨지지 않는다. 국가 개입에 의한 소득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는한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이미 운명을 다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대한 반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싶은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의 차, 경제정책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도대체 국민소득 몇만불이 되어야 보편적 복지를 시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책의 주장에 동조하는 서울시장후보와 대통령후보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아직도 파이가 작다고만 하기엔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을 기다려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장하준이 말하는 그들은 이 책의 저자들이 아니라 지금의 경제체제를 옹하는 경제학자들에게 던지는 반론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의 논리는 많은 헛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 경제정책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장하준교수와 이 책의 저자, 김정호자유기업원 원장이 방송토론을 하면 정말 그날은 만사 제쳐두고 TV 앞에 앉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