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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다 - 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1947~1963 ㅣ 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1
수전 손택 지음, 데이비드 리프 엮음, 김선형 옮김 / 이후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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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다시 태어나다>를 읽고 있다.
이 책은 지 지난달? 4월에 구매하고 5월부터~ 한 두 페이지씩 끊어 읽고 있는데,
사실 수전 손택이 누군지? 어떤 글을 썼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런 거는 별 관심 없었는데,
수전 손택.이라고 이름을 쓰거나 발음을 해보면 뭔가 되게 있어(?) 보여서,
지적 허영심이랄까가? 단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충족되는 것 같아 히~ 그냥 마음에 든다.
<다시 태어나다>는 1947년 (14세)부터 ~1963년 (30세)까지 수전 손택의 일기를 모은 책인데.
세상에, 겨우 14살 15살 나이에 이런 심오한 일기를 쓸 수가 있다니!
첫 일기부터 깜짝 놀랐고 뒤로도 계속 계속 놀라고 있다.
읽다가 포스트잇 플래그 붙여 놓은 일기 몇 개만 옮겨 본다.
1948년 7월 29일 (15세)
……젊음의 한 가운데서 갑자기 삶의 번민, 절박을 깨닫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느 날 자신을 뒤따르지 않는 사람들의 반향을 느끼게 되는 일이다. 휘청거리며 간신히 정글에서 빠져나가 심연 같은 절벽으로 떨어지는 일이다.
그것은 반항하는 자들의 잘못에 눈을 감는 것, 어린 시절 존재의 대척점을 고통스럽게, 전적으로 갈망하는 것이다. 격렬한 충동, 거친 열정이 솟구쳤다가도 다음 순간 홍수처럼 밀려드는 자기 비하의 파도 속에 잠기는 일이다. 자신이 주제넘었다는 것을 뼈아프게 인식하는 일이다.
그것은 말실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굴욕감, 내일의 대화를 연습하고 어제의 대화로 자신을 고문하며 보내는 불면의 밤, 손으로 감싼 채 푹 숙인 얼굴……. “신이여, 신이여.”(물론 소문자로 써야 한다. 신은 없으니까.)
그것은 가족과 어린 시절의 우상에게서 마음이 멀어지는 일이다……. 거짓말과…… 분노, 그리고 증오…….
그것은 냉소주의의 등장, 모든 생각과 단어와 행동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아, 완벽하게, 철저하게 진실한 것!”) 실랄하게, 가차 없이, 동기를 심문하는 것이다…….“
그것은 발견하는 것이다. 촉매와 그리고
(글은 여기서 끝난다.)
♣ 다시 태어 나다 - 수전 손택 :p 17 ~ 18
1953년 1월 19일 (20세)
오늘 쉔호프[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서점]에 갔다. 필립이 데카르트의 <서한집>이 다 나갔다는 걸 알고는 구르비치[교수]의 생일 선물로 다른 책을 고르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또 현기증이 났다. 카프카의 단편집 한 권을 들췄는데, <변신>의 한 대목이었다. 마치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의 산문의 절대성, 순수한 현실성. 억지나 모호한 구석은 조금도 없었다. 카프카를 다른 어떤 작가들보다도 훨씬 더 존경한다! 카프카 옆에 놓고 보면 조이스는 너무나 멍청하고, 지드는 너무나 - 그렇다 - 달콤하며, 만은 너무 공허하고 과장이 심하다. 프로스트만이 - 거의 - 그만큼 흥미가 있다. 카프카는 극도로 혼란스런 표현에도 마법 같은 현실성을 담아 내는데, 이는 다른 어떤 현대 작가에게도 없는 것이다. 카프카를 읽다 보면 몸이 떨리고 이를 갈다 못해 시리고 아플 지경이 된다.
♣ 다시 태어 나다 - 수전 손택 :p 102~ 103
손택의 일기를 읽다가 내 일기장을 들여다보니.. 아흐. 이건 뭐. 초등학생 일기도 아니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일기장도 사후에 자식들에게 엄청난?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거. 손택의 일기장 보면서 처음 알았고,
나도 매일매일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몇 년 후에 읽어도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일기를 쓸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어떤 일기를 쓰는지는 전적으로 어떤 삶을 사는지에 좌우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