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 나는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믿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지금도 여든한 살의 나이로 하루에 일 마일을 헤엄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운이 다했나 봅니다. 몇 주 전 간에 다발성 전이암(multiple metastases)이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9년 전 안구 흑색종(occular melanoma)이라 불리는 드문 종양이 한쪽 눈에서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레이저 및 방사선 치료 때문에 그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러한 종양이 전이되는 것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불운한 2퍼센트에 해당합니다.

 

지난 며칠간 흡사 높은 고도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듯이, 또한 삶의 각 부분을 연결 짓는 고리들을 또렷하게 느끼면서, 내 삶을 돌이켜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도리어 나는 강렬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우정을 다지는 그 시간 동안 더 많은 글을 쓰고, 기력이 남아 있는 동안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차원의 이해와 통찰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원합니다.

이는 대담성과 명료함과 소박한 언어, 그리고 세상에 대한 견해를 가다듬고자 하는 노력과 결부될 겁니다. 물론 즐길 시간도 남겨둘 겁니다 (조금은 바보처럼 놀아도 좋겠지요.)

 

불현듯 시야가 걷히고 초점이 명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중요치 않은 것에 쓸 시간은 없습니다. 나 자신과 내 일, 내 친구들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중략)

 

두렵지 않은 척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지배하는 심정은 고마움에 가깝습니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많이 받았고 얼마간은 되돌려 주었습니다. 읽었고 여행했고 생각했으며 글을 썼습니다. 세상과 관계를 맺어나갔고, 작가와 독자와의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나는, 느끼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왔으며 이는, 그 자체로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올리버 색스 - 뉴욕타임스(NYT) 기고문 ‘나의 삶’ 중에서

 

 

출처 : [전문번역] 나의 생애 (My Own Life)  ☞ http://newspeppermint.com/2015/02/22/my-own-life/

 

 

몇 달 전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올리버 색스가 말기암 진단을 받고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2009년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으면서. 올리버 색스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물론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책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한 번 들었다 하면 절대 까먹을 수 없는 그 이름을 알게 된 후부터 내내. 올리버 색스만 생각하면 아. 이것 참. 저자 이름 너무 난감하다며 수줍게 눈동자를 떨구게 되던데; 그 올리버 색스 이름을 이런 뉴스로 듣게 되다니ㅠㅠ

 

그땐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올리버 색스의 책은 도무지 잘 읽히지가 않았고,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조차 안 들었던 게 사실이지만. '나의 삶'을 읽고 나니 180도 마음이 바뀐다. 정말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분이구나! 하트가 뿅뿅 나왔다 ~♡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많이 받았고 얼마간은 되돌려 주었습니다. 읽었고 여행했고 생각했으며 글을 썼습니다. 세상과 관계를 맺어나갔고, 작가와 독자와의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나는, 느끼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왔으며 이는, 그 자체로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편지처럼 나도! 나도!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되돌려주며, 읽고, 여행하고, 글 쓰며,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계속 재미지게 잘 살아봐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이런 멋진 분의 책을 한 권, 소장 안 할 수가 없지!!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르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낯이 익어 좋기도 하고,

 

그리고 언젠가 빨간책방 '내가 산 책' 코너에서도 소개되었던 적 있는 <마음의 눈>이 제일 먼저 눈에 쏙 들어온다. ​

 

 

 

 

와!! 내가 몰랐던 책들도 잔뜩!!

생각보다 책 되게 많이 내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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