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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ㅣ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1
김훈민.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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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읽을 신상 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오늘 또 엉뚱한 책에 꽂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었다. (왜 다 잡은 물고기 아니 책은 비싼 돈 들여 잡아 놓으면 자꾸 딴 책이 더 재밌어 보이는 걸까?ㅋㅋ)
멍 때리며 책장을 훑다가 오잉? 하며 책꽂이에서 뽑아 든 책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아! 맞다 내한테 이런 책도 있었제?' 이러면서 책 목록을 찾아보니 무려 2012년 1월에 내게 온 책이다.
책소개엔 이런 달콤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
책은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의 기다림과 헤어짐을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의 저울 위에 올려놓고 이를 통해 한계효용 원리를 설명하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서는 베르테르가 시간비일관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권총자살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도 경제원리를 찾아내며, 이를 알면 위기에 더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우리가 인문학에서 왜 경제학을 찾아내어야 하는지 설득시킨다. -책소개 중에서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오또케 내가 급, 관심 가서 펴 읽은 대목이 책소개에 땋 소개가 되니까 역시 "난 좀 안목이 있나 봐"
내가 읽은 대목은 [시네마 천국] 한계효용 원리 편이었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편도 우왕 재밌겠다! 얼른 찾아서 읽어봐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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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꽂히게 했던 제목은 바로 이 대목 '그는 왜 99일째 밤에 기다림을 포기했을까?'
챕터 시작도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혀서 엇, 경제학 책인데??? 하는 물음표가 잔뜩 뜨게 만들더니 절묘한 타이밍에 경제용어를 들이밀며 저절로 공부까지 시켜준다.
몇 십 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우정은 어떤 모습일까? 열정을 쏟는 대상이 동일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한다면 나이는 친구가 되는 데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990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시네마 천국>은 영화를 매개로 한 어린 소년과 중년 영사기사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주인공 토토는 영화에 푹 빠져 있는 소년이다. 토토는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마을의 영화관 ‘시네마 천국’의 영사실까지 찾아가지만 영사기사 알프레도는 그런 토토를 꾸짖는다. 알프레도는 순박하고 인정이 많은 인물이지만 매일 좁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영사기사라는 직업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토토의 영사실 출입을 막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토토는 결국 알프레도와 친구가 되어 그에게 영사기술을 배운다. 토토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알프레도는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둘은 서로에게 부재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가 되었다.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박정호, 김훈민 :p42
몇 십 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우정! 갑자기 영화 <시네마 천국>도 겁나 보고 싶어지고 ㅎㅎㅎ
나는 알베르토 아저씨가 토토를 왜 꾸짖는지 몰랐는데, '매일 좁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영사기사라는 직업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토토의 영사실 출입을 막으려 한 것'이라고 하니 알프레도 아저씨 세심한 배려 너무 멋져 보이고, ㅋㅋ
그러던 어느 날. 알프레도 아저씨가 짝사랑에 빠져 괴로운 토토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는데..
어느 나라의 국왕이 연회를 열었는데, 국왕의 호위병사가 연회에서 공주를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연회 이후 사랑의 열병에 끙끙 앓던 병사는 마침내 공주와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병사는 공주가 없는 삶은 아무 의미가 없노라고 고백했다. 병사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은 공주는 발코니에 밑에서 100일 밤낮을 기다리면 사랑을 받아주겠다고 대답했다. 병사는 바로 발코니 밑으로 달려가 기다림의 나날을 시작했다. 하지만 99일째 밤, 병사는 의자를 들고 떠나버렸다. 왜 하루를 참지 못하고 그는 떠났을까? 단순히 참을성이 없어 포기한 것일까? (중략)
엘레나와 결별한 후 토토는 비로소 병사 이야기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 딱 하루만, 하루만 더 기다리면 공주가 약속한 시일이 된다. 하지만 일개 병사와 공주의 신분차이는 엄청나기 때문에 둘의 결혼은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병사는 그저 공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던 것이다.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박정호, 김훈민 :p43
지금까지는 에이, 딱 1일만 더 참지;; 하고 딱히, 더 이상 생각해보질 않았던 병사의 99일째 밤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는지? 이 문장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아이고, 병사님 그동안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습니까? ㅠㅠ 어깨라도 한 번 두드려 주고 싶어졌다. 이렇게 이 책이 경제학 책이었다는 것을 깜빡 잊게 만들었다가 절묘한 타이밍에 드디어 나오는 경제 용어들!! ㅋㅋ
한계편익은 한계비용을 넘어서야 한다.
병사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병사는 100일간 공주를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상관없이 한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는 것은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다. 병사에게 있어 한계적 의사결정은 하루를 더 기다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하루를 더 기다릴 때 늘어나는 병사의 고통은 한계비용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하루를 더 기다릴 때 얻는 기쁨이 한계편익이라고 할 수 있다. 기다림의 나날이 길어짐에 따라 병사의 육체적 고통은 계속 증가했을 것이다. 한계비용은 날로 증가하지만 기다리는 기쁨인 한계편익이 한계비용을 계속 초과했기 때문에 병사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참아내며 99일을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병사는 99일째 밤에 기다림을 포기했다. 병사가 99일째 밤에 고려해야하는 것은 그동안의 기쁨과 고통이 아니라 하루를 더 기다리는 것에 대한 결과였다. 하루를 더 기다렸을 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냉혹한 현실뿐이다. 현실을 깨닫고 기쁨이 사그라져 한계비용이 한계편익을 넘어서는 순간, 병사는 기다림을 포기한 것이다.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박정호, 김훈민 :p46
아 ㅋㅋㅋ 한계원리 한계 효용 완전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나? 나 학교다닐때 이런 책을 교제로 썼다면 A플러스 받았을텐데 ㅠㅠ 그러면서 또 이런 말씀도 잊지 않으신다. "지금까지 <시네마 천국>의 병사 이야기를 한계원리로 풀어보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분명 경제원리로 설명할 수만은 없다." ㅋㅋㅋ 친절하기도 하셔라 ㅋㅋㅋ
경제 경영과에선 이런 책을 교재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