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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을 하면 아프다. 하지만 사랑을 안 해도 아프다. 사랑할 때의 아픈 부위와 사랑 안 할 때의 아픈 부위는 다르다. 사랑할 때는 한쪽만 계속 찌르는 듯 아프고, 사랑 안 할 때는 어딘가 모르게 전체적으로 아프다. 어딘지 정확히 통점을 알 수 있는, 그 찔리는 아픔이 더 낫다. 무엇보다 그 찔리는 아픔은 쾌락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나’를 발견하게 하고 성숙까지 덤으로 준다. 그래서 사랑과 사랑으로 인한 아픔은 생에서 꼭 한 번은 이루어야 할 과업이며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권리인 것이다. 사랑은 ‘나’를 내 연인의 신으로 만들어주고, 나 또한 바로 곁에서 연인이라는 신을 만나게 해준다. 그렇다, 우리는 연인을 숭배한다.
♣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한귀은 :p 6 (저자의 말 중에서)
‘엠마 보바리’도 그랬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빚 때문에 죽었다. 빚을 지게 된 원인은 ‘그녀들’의 욕망을 욕망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친다면, 가령 우리가 허리가 잘록한 초록색 A라인 원피스를 살 때 거기엔 케이트 미들턴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깔려 있다. 즉 우리는 그 초록색 원피스 자체를 원한 것이 아니라 은연중에 그것을 입고 있었던 케이트 미들턴처럼 되고 싶었던 것이다(그녀의 사랑, 그녀의 부, 그녀가 받는 범세계적인 사랑까지). 하지만 당연히 우리는 그녀가 아니며, 따라서 지속적으로 그녀를 모방하려고 그녀의 스타일을 훔쳐본다. 그러다 지치면 또 다른 사람을 모방한다. 엠마 보바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읽었던 수많은 소설 속의 여자들이 그녀 욕망의 원인 제공자였다.
그녀는 의사 ‘샤를르 보바리’의 아내가 되면서 드디어 귀족들의 무도회에 입성한다. 거기서 새로 맞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귀족과 춤까지 춘다. 욕망이 실현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덤덤한 평민 의사의 아내일 뿐이고 화려한 의상과 집과 마차를 구입할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한귀은 :p 371
책 한 권을 읽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또 다른 책들이 줄줄이 얻어걸리는지!
오늘 문득, 노트북에 저장돼있는 밑줄노트 폴더를 정리하다가,
2013/10/03에 서평 썼던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이 책을 읽기 그 전전전 전부터 읽고 싶다~ 노래를 불렀던
<마담 보바리>를 아직 단 한 페이지도 안 읽었구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반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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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마담 보바리>는 샀는 줄 모르고 또 산 거랑, 내 민음사 세계문학 컬렉션 305권에 포함된 거까지 총 3권이 있는데;;
아~ 읽을 책은 너무 많고, 최근에 미쳐서 지른 책도 너무 많고, 더도 말고 부디 올 상반기 안에는 꼭! 나도 <마담 보바리> 완독하는 날이 오기를! 그때 다시 위에 밑줄 친 문장을 읽으면 얼마나 보바리씨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질까! 두구두구~둥♪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