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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지난 주말엔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봤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내내 작년에 읽었던 조정래 작가님의 장편 소설 <정글 만리>를 생각했다.
“아, 런타이둬! 런타이둬!”
리옌링이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예쁜 그녀의 얼굴이 와글와글 들끓고 있는 인파를 한심스러운 듯 바라보며 잔뜩 찌푸러져 있었다.
“응, 런타이둬! 런타이둬!”
넓은 대합실이 미어터질 듯이 가득 찬 사람들을 내모는 것 같은 손짓을 하며 송재형도 맞장구를 쳤다.
런타이둬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하는 불만에 찬 부정적인 말이었다. 그 말은 ‘런둬’와 함께 중국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많이 하는 말이었다.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툭툭 튀어나오는 소리였고, 중국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넘쳐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말속에 생략된 말이 있지. 사람이 너무 많아. ‘한 3억은 없어져야 돼’ 하는 말이지. 그런데 그 생략된 말속에 또 한 마디가 감춰져 있어. ‘나 빼고’ 하는 말이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런타이둬 할 때마다 ‘나 빼고 한 3억은 없어져야 돼’하는 생각을 하는 셈이지. 애들까지도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니까 중국 사람들 전체가 그런 의식에 젖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 정글 만리 1권 - 조정래 :p 127
그러니까 중국 사람들은 어딜 가든 미어터질 듯 가득 찬 사람들 때문에 시달리다 못해, 심심하면 “런타이둬! 런타이둬!”한다는데, 그 말속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나 빼고 한 3억은 없어져야 돼”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인데.
멀리 중국까지 갈 것도 없이, 나 역시도 조금만 사람 많은 공간에 가게 되면 (하다못해 극장엘 가더라도, 꽉 막히는 차 안에서도) 아이고~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왔을까 투덜거리며, 솔직히 속으로 인구가 많아도 너무 많다며 정글만리에서처럼 이중 절반만 없어도..;; 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어서. 오 마이갓, 영화 <킹스맨>을 보면서 어찌나 반성이 되던지;;

영화가 워낙 피 철철에, 팔 잘리고 다리 잘리는 거는 기본이요, 나중엔 머리통까지 터져나가서,
이거 원;; 단 1%도 내 취향 아니었지만;; 그나마 마지막엔 폭죽 처리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내가 책 <정글만리>를 안 읽었더라면? 이 영화 내게 최악의 별점을 받았을 텐데.
그나마 정글 만리 덕분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서 별 세 개 반은 준다.
최첨단 첩보 장비들 더 많이 보여주지 ㅠㅠ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피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특수효과는 별로였지만, 우산이랑, 펜은 정말 나도 갖고 싶더라!! ㅋㅋ

“그 꾸준한 독서라는 게 일종의 습관이기도 하고……, 아주 좋은 탐구적 기질이기도 하고……, 어쨌든 참 좋은 점인데……,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고,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회장님의 외모와 독서……, 그건 어쩐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대학생 때 워크숍에서 받았던 첫인상이 지금까지도 완전히 바뀌질 않아요. 첫인상이란 참 중요한 거란 말이 맞아요.”
“내 외모가 어떤데요?”
왕링링이 오른손으로 머리칼을 뒤로 휙 넘기며 화를 내는 척했다.
“잘 아시잖아요. 자신 있게 생각할 만큼 미인이고, 화려하고 세련되게 멋 부리고, 그런 건 당연히 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잖아요.”
“알아요, 그게 세상의 고정관념이라는 거. 아까 습관이라고 말했죠? 맞아요. 나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준 사람이 있어요. 언젠가 말했던가요? 내 인생의 총연출자는 내 양아버지였다고. 그분이 책이 인생의 스승이라는 걸 일깨워주셨어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그가 그랬잖아요. 자기는 과학책이 아니라 인문학 서적들을 섭렵하면서 창조적 상상력을 계속 얻게 된다고. 그 말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어요.”
♣ 정글 만리 2권 - 조정래 :p 58